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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설렘을 안고 극장 용을 찾았다.
지난번 코끼리와 나를 본 때가 마지막이었는데.. 여전히 극장용, 아니 국립중앙박물관의 건물은 탁트인 느낌을 주어서 좋다.
시즌1때보다 더 나은 작품이기를 기대하며 찾은 극장.. 하지만 결론은 [실망]아니 [분노]라는 두글자로 남게됐다.
무대위에 덩그마니 놓여진 관을 보니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의 감회가 새로워진다.
다시 보니, 음.. 붉은 바탕에 흰 십자가의 기가 새로워졌군.. 붉은 빛이 더 강한 느낌이 드는구나.
암전이 오고 공연이 시작되는구나. 성의 성문이 열려 내려오고 횟불을 들고 있는 일군의 사람들의 등장..
TWILIGHT IS A CHILD(왕은 떠나고)
그들의 장송곡이 시작되는데 어랏.. 넘버들의 가사가 바뀌어있더라. 헛.. 뭐 그건 그럴 수 있다 싶었다. 그런데...
첫단추부터 맞지가 않았다. 호소력 짙던 신부의 선창이 없어져 있었다. 아니, 없어진게 아니라, 이번의 무대에서 신부역을 하는 배우는 그만큼의 음을 내질 못하는거다.
악...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지난 시즌1에서 특정배우에 대한 호불호가 전혀 없이 봤을때에 나를 꽂히게 만들었던 그 강렬함이 반도 안되는 키로 낮춰지고,
게다가 매력적이지 못한 목소리라니... 비록 그 배우가 누구였는지는 몰라도, 왕의 죽음때 그리고 오필리어의 죽음때 그의 등장만으로도 뭔가 뚫림같은게 있었는데
이건 뭐 아무런 슬픔도 감흥도 없는거다. 아무래도 오늘의 공연관람은 참 힘겨울거라 예상을 했고, 공연이 끝날때까지 내 예견은 틀리지 않았다.
오늘의 불운은 하나 둘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왕의 관앞에서 "안돼!"를 외치는 왕비의 애가도 사라졌더라. 그 애절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도 화가 났지만, 왕비와 클라우디우스와의 불륜이 선행된 뒤라 생각하면 가식어린 절규보다는 그나마 이해를 해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지. 그래 조금만 더 믿어보자 했다.
A FEW SIMPLE THINGS(고백할게요)
성곽 꼭대기의 햄릿의 등장. 햄릿의 절규. 그럼 그렇지. 역시 낮춰진 키.. 그러나 그마저도 소화해내지 못하는 배우. 자기가 소화해내지 못할 것이라면 도전이나 하지 말지..
지난 시즌1때보다도 낮춰진 키조차도 처음부터 삑사리를 여지없이 내주시는거다. 누가 그랬어. 이 배우 연기 좋다고. 노래도 나쁘지 않다고. 그 말에 솔깃한 내 스로가 원망스러워지는거다. 게다가 비맞은 중처럼 세련되지 못한 가사들이라니..
LET'S NOT WASTE TIME(망설이지마)
헬레나가 더 오필리어스럽다 같이 본 친구가 말한다. 그래 그점에 대해선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오필리어의 캐릭터는 덴마크의 귀족집안의 영양으로 온실속의 화초처럼 곱게 자라나 동경하는 왕자 햄릿으로부터 연애편지를 받고 들떠하는 여리여리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 오필리어에게선 그런 여릿함이 보이질 않는다.
왕자의 편지에 볼이 발그레지는 풋풋함도, 눈속에 담긴 그에 대한 동경조차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으며, 게다가 그 창법이라니... 이건 무슨 이미 다 성숙해버린 여인이다.
고귀함이나 화려함은 찾아볼 수 없는 동네 어귀에서 볼수 있는 비주얼은.. 배우가 연기만, 노래만 잘하면 되지 하는 점에선 반대하고 싶다. 적어도 그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일반인이 아니니까 말이다. 게다가 배우라면, 자기의 창법을 고집하기 보다는 자기가 맡은 배역에 맡게 자신을 변화시켜야 옳지 않을까? 그걸 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도전하질 말아야 하는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A LITTLE FATHERLY ADVICE(딸을 향한 아버지의 충고)
드디어 폴로니우스의 등장. 그나마 이 작품에서 몇 안되는 용서되는 인물. 그렇다고 해서 흡족한 형편은 아니다. 다소 성악스런 창법은 그렇다 쳐도, 아버지로서의 느낌이 전혀 없다. 즉 연기가 안된다는 거다. 머리에 희끗희끗하게 분장하고 아버지의 넘버들을 부른다고 다 아버지가 되는 건 아닌 법, 이건 지난 시즌1에서 김도향님만큼의 어색함이 느껴진다. 프리뷰에 이어 어느정도 무대에 섰으면 물이 오를만도 한데 그게 안되는 아쉬움이 보인다.
I'VE WAITED A LIFETIME AT YOUR DOOR(내평생 당신을)
클라우디우스와 거투르트. 서로에 대한 감정을 드러내놓지 못했던 그런 감정을 이젠 당당히 나타낼 수 있음을 노래하는 그들. 가사는 비교적 납득할 만 하다. 하지만 그들의 노래가 한스럽기만 한건 어쩌란 말이냐. 내 귀는 막귀에 가깝다. 그런 내 귀에 이정도라면 음악성이 있는 사람들의 귀에는 이건 무슨...
LOVE AND ONLY LOVE(사랑 오직 사랑)
음.. 의상이 바뀐걸까? 전혀 아니다. 하지만 지난번에 느꼈던 그 헐렁함이 안보인다. 흠.. 이상하군.. 안무도 조금은 바뀌고.. 그런데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된 감정이 느껴지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가 점점 보이는거다. 거투루트가 클라우디우스를 사랑하기는 한걸까? 클라우디우스가 거투루트에 대한 동경과 사랑 때문에 형을 죽일만큼이나 된걸까를 전혀 보여주지 않는 그들. 게다가 그런 난관(?)을 뚫고 맺어지는 그들의 결혼이라는것에 대한 기쁨이 보이질 않는다. 그저 지난번과 똑같은 넘버들이 배우들과 앙상블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올뿐 흥겨움도 기대감조 전혀 전달되지 않고 있다.
WHY ME?(싫어)
검은 상복을 입고 나타난 햄릿왕자. 음.. 노래, 연기를 떠나서 비주얼만큼은 작년의 김수용버전보다 나은듯 하다. 하지만 그걸 따지자면 지난번 신성록 당시의 비주얼은 더 좋았으니.. 핫핫.. 그래도 남의 옷을 입은듯한 바지의 헐렁함이 사라진건 맘에 든다. 호라시오... 노래를 소름끼치게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건만 그저 나쁘지 않은 정도다. 그런데, 지난번보다도 높지 않은 키에 왜 또 삑사리를 내주시는지. 호라시오의 어설픈 안무는 지난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하고. 햄릿에게 현실을 설명해주는 부분.. 그저 아주 나쁘지 않은 수준 이상 이하도 아니다.
A LITTLE MORE FATHERLY ADVICE(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충고)
역시 이번에도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구나. 왜 번역을 이렇게 늘어지게 한 걸까? 하도 길게 늘어지니까 노래를 아무리 잘해도 한귀로 듣고 흘리게 된다. 게다가 전혀 집중도 할 수 없고 말이다. 뭘 말하려는지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의 반복인게다.
SISTER(오필리어)
공연장에 가기 전, 인터넷을 뒤진게 실수다. 인터넷에서 분명 이번 시즌에선 오필리어와 레어티스의 남매 이상의 감정을 표현할거라는 기사를 봤었다. 허. 근데 이거 연출의 의도가 나타나는거 맞는건가? 지난번 유니버설 아트센터의 연출에선 의도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오필리어와 레어티스가 더 연인같은 애틋함마저 느꼈더랬다. 그들의 시선교환이라던가, 앙상블이 더 연인같은 느낌마저 들었고, 게다가 닮은듯한 비주얼에서 남매라는 것도 맞았고, 그리고 그 둘의 노래가 훌륭한것도 한 끝을 장식했건만..
왕자 햄릿에 대한 사랑에 눈먼 여동생에 대한 염려도, 인정하긴 힘들지만 여인으로 느껴지는 이에 대한 질투도 그 어떤것도 전혀 드러나지 않음이라니, 유일하게 한 대사로만 전달하더군.
오빠는 어릴때부터 햄릿을 질투해왔어.. 이거뿐. 이게 다다.
이건 뭐 누나와 남동생같은 외모의 분위기에다가, 서로 화음도 맞추지 못하는 이 두배우를 어쩌란 말이냐. 게다가 오케스트라에 묻혀버리는 레어티스의 목소리.
정녕 내가 그리스에서 두디를 보고 이배우 좋다 느꼈던 그 배우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하긴 뭐 뷰티풀게임에서 이 느낌이 먼저 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들은 남매의 느낌도, 연인, 어느 한쪽만의 감정일진 몰라도 미묘한 그런 캐미컬을 전혀 뿜어주질 않는다. 그래놓고선 연출의도는 그러했으니 그런걸로 알고 계쇼.. 하고 강요하는 느낌이 더 들고 있다. 귀는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계속 틀려주시는 배우들의 삑사리에 적응을 해야 하려나~
LET'S RISE ABOVE THIS WORLD(날 데려가줘요)
레어티스가 프랑스로 떠나고 무대 전환뒤에 만나는 두 연인. 너무 성급하다. 일단 배우들의 창법이 너무 맘에 안들고 나니 그들의 노래를 듣는것조차 힘에 겨워진다.
그리고... 햄릿의 검은 상복을 오필리어가 벗겨줘야 하건만, 그래서 그 이후의 아버지의 유령의 등장에서 햄릿이 느끼는 혼란이 더 커지고, 오필리어에게 아프면서도 야멸차져야 하건만, 오필리어가 검은 셔츠를 벗겨주기도 전에 햄릿은 상복을 먼저 벗어던져버리고, 그들이 사랑을 나누기도 전에 등장해버리시는 왕의 유령...
그 뒤에서 날 버리지 마요~ 라며 노래하는 오필리어의 어처구니 없음. 이게 뭐지? 이야기의 전개가 왜 이따위인거지?
단 하나 볼만한 햄릿역 고영빈의 벗은 상체 이게 다다. 하지만 누가 그걸 보러 간 건가? 연출의 의도인가? 아님 출연하는 여배우의 튕김의 결과인가? 하~
그리고 유령의 절규, 넋두리도 카리스마가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존재감도, 무게감도 없는 어설픔의 반복.. 어떤 이들은 클라우디우스의 독살행위가 성벽위로 투사된다고 불만을 쏟기도 했지만 그거야 뭐 시즌1에서도 그랬으니 그건 그사람이 잘못 안거니까 하하.. 그거 하나 같다고 해야 할라나?
ONLY WITH BLOOD CAN BLOOD PAID(피는 피로써)
어떻게 이럴수가~ 라며 피토하는 고통이 느껴져야 할 햄릿의 노래가 무덤덤하더라. 뭐 이게 이 곡 하나 뿐이겠어? 계속 그래왔으니.. 그렇다고 연기가 특출나게 더 좋아보이는것도 아니고 총체적인 난국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시즌1에서 치기어린 햄릿의 투정으로만 보인다던 비난보다는 조금 더 무겁고 괴로워하는 햄릿은 보이긴 하다. 그렇다고 아주 많은 점은 아니지만.
게다가 제대로 삑사리를 내주시는 햄릿왕자님. 이정도 키에도 이렇게 삑사리를 내주시면 어쩌나 하는 한심함이 앞선다.
THORN IN MY SIDE(눈엣가시)
새로운 왕되신 클라우디우스. 하~ 이 배우는 정녕 벽뚫남의 닥터 듀르불이 한계인가? 그게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도 늘 그렇게 혀가 풀려 사시는겐가? 무대위 배우의 기본이 되는 딕션도 엉망인데다가, 트롯을 연상시키는 노래라니. 높지도 않은 노래를 저렇게 성의 없이 불러주는 모습에 화가났다. 본인이 가수 조영남이라도 된겐가? 그양반이야 기본 가창력이 있으면서 본인의 예술성(?)으로 그리 한다 치지만, 이 배우 스스로 그정도 수준이라고 자기를 과대평가하고 있는건 아닌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HE'S CRAZY(그는 미쳤어)
햄릿이 보여주는 광기, 반항을 사춘기의 열병정도로 폄훼하며 부르는 이노래... 안무가 바뀌어 있고, 아직은 어색하기만 한 폴로니우스의 대사연기...
그런데 안무가 영 거슬렸다. 이전 버전에선 폴로니우스의 왕과 왕비에게 고하는 것을 흘낏보는 햄릿이었다면, 이내 앙상블들 속에 스며들어가 그들을 조롱하고 비웃는 마지막.. 이거 하나 딱 맘에 들었다. 게다가 무용과 출신다운 햄릿이라선지 춤도 과히 어색하지 않았고 말이지.
TO A NUNNERY GO(수녀원으로 가)
아 미치겠다. 지대로 낮춰 불러버리고, 삑사리를 내주시는 햄릿왕자님. 게다가 전혀 충격받아 보이지 않는 마음아파 보이지 않는 오필리어라니..
마음속으론 시간아 어서 빨리 가다오만 외치고 있구나.
GIVE ME PROOF(그의 죄를 드러내)
집시들을 소개하는 폴로니우스.. 그리고 그들에게 한편의 연극의 변화를 요구하는 햄릿과 호라시오. 뭔가 밋밋하다. 심심하고 자극적이지 않는 느낌이 온다. 뭔가를 계획하는 햄릿의 비장함이라던가 그런게 전혀 전달되지 않는걸 어쩌라구. 누가 이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다고 내게 그리 속삭인거란 말이야~
TODAY, FOR THE LAST TIME(이 밤을 위하여)
작년, 똑똑 끊어질듯한 분노와 비장 그리고 그에 상반되는 집시들, 호라시오와 햄릿의 흥겨움이 전혀 없다. 그저 루틴에 맞춰 움직이는 배우들이 보일 뿐이다. 그리고 "산-다-는-건~"으로 시작되는 햄릿의 노래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그 느낌 그 캐미컬이 없는거다. 그리하여 막이 내리고 2막을 기다리는 설렘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질러대기만 하는게 노래가 아니고, 입에서 나오는게 다 대사가 아니듯 그들이 뱉어내는 대사에, 노래에 그리고 춤에 연기가 섞여야 하는데 그게 전혀 녹아서 섞이지 않고 겉도는 느낌으로 1막이 끝났다. 후우,, 힘겨운 50여분.. 이미 시작한거 나머지 2막도 끝까지는 봐줘야 겠지. 아쉽다.
TODAY, FOR THE LAST TIME(이밤을 위하여)
드디어 햄릿이 꾸미는 연극 한마당. 가면을 쓴 집시들의 연기.. 독약이 등장 했을때 전혀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 클라우디우스 임금님을 어쩌란 말이냐.
표정변화 없어, 몸연기 변화 없어... 하하.. 이거 무슨 지금이 새 왕이 당황하는 설정이야.. 그렇게 알고 있어야 해라고 스스로를 세뇌시키지 않으면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니..
그리고 갑자기 오필리어에게 돌변한 태도를 보이는 햄릿 왕자님. 아무리 뮤지컬이래도 당위성이 보이지 않는 저 흐름을 어쩌란 말이냐.
SEXET(6인의 독백)
모든게 드러난 상황, 클라우디우스와 폴로니우스, 호라시오, 오필리어, 왕비 그리고 햄릿의 독백의 하모니여야 하건만..
거투루트의 "안돼~"만 시즌1과 비슷해갈뿐 그들의 표정변화가 없음이다. 오필리어의 당혹함도 물론 없고 말이지. 그리고 친구이자 조력자였던 호라시오의 깨달음 뭐 이런것도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뭐 오늘의 상황은 변화없음, 전달되지 않음으로 일관되니 그저 받아들여야 하겠지. 하지만 후기를 쓰는 지금 이순간에도 화난다. 내시간들이 그리고 무너진 내 기대감이 안쓰럽기만 하다.
I AM UNTRUE(그게 나야)
햄릿이라는 작품 통틀어 제일 좋아 하는 곡중의 하나건만.. 거울뒤 왕비의 분신들과 전혀 맞지 않는 거투르트.. 무슨 연출의 의도인진 모르겠지만..
맞는듯 어긋나는 그런 고뇌가 보이는 설정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틀리게 안무하는 그들이 보인다. 어머니 이기 이전에 여자인 자신을 선택한 스스로에 대한 비난 그렇지만 자기 합리와 그리고 그속에서 고뇌가 제대로 보이질 않는데. 그저 몸 비틀고, 표정강하게 짓고 질러대며 노랠 부른다고 그게 객석에게 전달될까? 남편의 동생을 어둠에 던지게 할 만큼의 팜므파탈적이면서도 매혹적인 거투르트여야 할텐데 그게 아님이 못내 아쉽다.
OH, MY GOD, WHAT WAY NEXT(더이상 못참아, 주여 나는 어디로)
이 장면에서 정말 제대로 배우에게 실망한 부분이다. 노래 틀려주시는거야 이미 포기한지 오래. 이장면은 대드는 의붓아들이자 조카인 햄릿에 대한 분노, 그리고 스스로를 찔러대는 양심이란 놈과 본인의 욕망사이에서 고뇌하고 괴로워하는 그런 장면이어야 하는게다. 기도를 하며 자신을 회개하다가 끝내는 욕망에 지배되기까지의 과정을 폭발적으로 보여줘야 하건만, 저런 성의없는 연기와 노래로 일관하는 배우를 보는게 너무 힘겨웠다. 그리고 연출의 의도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시즌1에서 클라우디우스는 형에 대한 동경과 시기심도 있지만, 왕이라는 형이라는 이유로 차지해버린 왕비 거투르트에 대한 동경으로 형을 시해하고 왕위를 빼았았다는 자기 독백이 있었다. 그리고 그게 충분히 납득이 됬었고.. 그뒤 극의 끝에가서 거투르트가 독이든 잔을 마신 뒤에 클라우디우스의 심경등이 연결이 되건만, 전혀 그 연결고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배우의 연기를 끝까지 참아줘야만 하는가 하며 갈등에 쌓이게 한 상황이었다.
UNDONE(그가 와, 복수를 향해)
왕비의 처소, 폴로니우스가 미쳐 날뛰는 햄릿이 오는것을 미리 왕비에게 알려주고 조심하라 일러주며 커튼뒤에 숨어야 하건만, 그리고 햄릿이 커튼뒤의 움직임을 느끼고 그를 클라우디우스라 오인해 칼을 찌른 뒤 아버지의 복수를 했다고 절규하는 부분이건만, 아직은 많이 부족해 보이는 폴로니우스의 연기력과 아들과 어머니 같지 않은 그들의 섞이지 않은 연기를 어쩌랴. 게다가 칼을 찌른 후 거울뒤에 나타난 왕의 모습 등이 서로 호흡히 힘의 조절이 맞지 않고 있었지.
WHO'S CRAZY(누가 미쳐?)
자신이 찌른게 클라우디우스가 아닌 폴로니우스임을 알고 당황하는 햄릿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그나마 폴로니우스를 뒤에서 안아 조롱하며 춤을 춰주는 모습은 봐줄만 했지만, 다행이 죽이지 않았다 안심하다 진짜로 죽어나간 모습에 당황하고 그를 숨기러 가기까지의 과정이 어설프다. 게다가 원래는 커튼을 떼어내어 시체를 유기하는 햄릿을 우연히 오필리어가 보게 되고 죽은자가 자신의 아버지임에 미쳐가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 물론 햄릿은 오필리어가 못봤던 설정인데, 이번에는 아예 햄릿이 오필리어에게 들키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더라. 이건 연출의 선택일 수 있겠지만, 드라마적으로는 지난번의 표현방식이 더 적절하지 않았나 싶다.
THE KILLER'S NAME(살인자의 이름)
아버지의 죽음에 분노하는 아들 레어티스의 귀환, 레어티스는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가 누구인지 물어보고, 이어 햄릿을 제거할 음모를 교활하게 알리는 클라우디우스의 모습이 보여야 한다. 그런데.. 웃긴건 그 음모의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 클라우디우스의 딕션은 어설프기 그지없었으며, 레어티스의 눈에는 분노가 보이질 않았다. 신인급이긴 하지만 지난번 레어티스보다는 더 많은 무대를 섰던 이 배우는 그가 보여줬던 분노의 반만큼도 나타내질 못하고 있는것이다. 그리고 두 배우의 삑사리는 말할 나위도 없지.
그리고 뭔가를 보며 놀란듯 다가와야 할 거투르트의 등장이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걸 말해 뭐하랴. 그건 광녀가 된 오필리어에 대한 연민과 놀라움이어야 하는데 우리의 거투르트 왕비님은 그것중 어느 하나도 표현해주시질 않더군.
LET'S RISE ABOVE THIS WORLD(날 데려가줘요)
머리에 꽃달았어요로 대표되는 광녀의 출연. 양손에 가득 들고나온 꽃을 왕과, 왕비, 그리고 오빠에게 건네며 불러야 할 이곡.. 광녀라는 느낌이 없다. 잊고 싶은 모든 기억을 버리고 그저 웃음을 날리며 미쳐버린 오필리어의 가녀림이 없다. 그리고 햄릿과 나눈 사랑에서 임신을 했을진 모르지만, 자신의 배를 감싸 안은듯 하며 아기에게 말을 하는 듯한 것도 전혀 없고 미친듯한 해맑음이 전혀 없이 세트위를 올라가는 그녀. 두팔을 벌려 손에 쥔 모든 꽃을 떨어뜨리고 떨어지는 모습에선 처연함도 안쓰러움도 아닌 괴기스러움만 느껴진다. 심지어 내 옆의 관객은 무섭다고도 하더라. 작년에 이장면에서 어쩜좋아하는 안쓰러움, 연민이 가득했건만... 이건 무슨 전설의 고향의 한장면을 보는 느낌이 더 강하니.. 쯧쯧..
SISTER2(오필리어)
이성으로까지 느꼇을 여동생의 버림받음과 자살에 충격받아야 할텐데, 처음부터 오빠라기엔 남동생같고, 오빠이상의 감정을 보여주지 못했던 상황인지라, 레어티스의 평면적이기만 한 연기가 이젠 적응이 되고 있더라. ㅋㅋ
ALL MY LIFE I'M DIGGING GRAVES(무덤지기의 노래)
시즌1 공연당시 팬심을 제외하고서도 햄릿보다도 더 많은 갈채와 환호를 받았던 무덤지기.. 내심 기대를 했다. 남명렬씨가 다른 작품을 하느라 빠진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다 했지만, 이건 뭐 그분의 포스를 따라잡기는 커녕 아직은 어설프기만 하더라. 그점에는 가사의 어색함도 일조를 했다지. 배우가 보여주는 존재감과 무대장악력이 떨어지는것도 그렇고, 어색한 대사의 나열은 보는 눈과 귀를 괴롭게 했다. 노래를 못하는 배우같지는 않지만 이미 훌륭한 정답을 보여준 배우가 있는 상황에선 이 배우가 심경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나는 일개 관객. 내 시간과 마음을 투자해 그 객석에 앉은 만큼 나는 냉정하게 말하련다. 아직은 더 노력하셔야 겠네요 라고 말이지. 하지만 전체적인 배우들의 삑사리 등을 놓고 보면 그나마 몇 괜찮은 배역이긴 했다.
TWILIGHT IS A CHILD(천사는 가고)
죽은 오필리어를 품에 안고 등장하는 사람들.. 시즌1에선 객석 뒤에서 그녀를 안고 등장했었다. 객석도 무대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그게 사라졌다. 무대뒤로부터 등장하는 그들.. 이거야 연출 마음대로겠지만, 나는 시즌1에서 방식이 더 좋다. 그들이 오필리어를 안고 슬퍼하며 등장하는 동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며 객석의 나역시 그녀의 죽음을 애도했었으니까, 그리고 몰입하게 했었으니까, 하지만 객석에선 뒤돌아 시선을 옮길필요없이 편하게 앉아 보시기만 하셔도 됩니다의 의사를 보여주는 연출.. 좋지 않다. 그리고 신부의 그 답답한 애가는 정말 싫다.
MY GOD(주여)
오필리어를 무덤에 누이고 다들 돌아간 뒤 그녀의 무덤에 한송이 국화를 놓는 거투르트의 회한.. 이 모든게 자신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임을 그에 대한 뼈저린 후회를 표현해줘야 할 넘버라 생각하는데, 이역시 뻣뻣하기만 한 배우는 손에 들고 있는 꽃을 던지고 간다. 그녀의 뒷모습에서, 그리고 오필리어가 누운 무덤을 바라보는데에선 그런 회한이 없다. 단지 그녀가 뱉어내는 가사만이 그렇다 설득하려고 할 뿐...
THE DUEL(결투)
둘의 체격은 그나마 봐줄만하다. 하지만 결투의 안무는 피식 웃음이 난다. 이번엔 연출 뿐 아니라 안무도 영 어색하다니.. 그리고 칼을 떨어뜨려서 자신의 칼을 건네고 자긴 레어티스의 칼을 쥐는 햄릿의 어색함..에휴.. 말하는것도 귀찮다.
왕에게 독약을 먹이는 햄릿.. "이 나라의 왕은 독으로 죽는다는걸~"하고 외치는 부분에서 터져버린 그 강렬한 삑사리에 박수를 보낸다..하핫. 그리고, 독에 의해 죽어가면서도 사랑했던 여인 거투루트를 찾는 클라우드우스는 간데 없고 그저 독으로 죽어가는 역을 연기하는 한 배우만 있을 뿐. 이 햄릿은 고뇌하는 햄릿, 정극 햄릿의 얘기보다는 사랑에 중점을 둔 작품이었기에 지난 번 시즌1에서 그리 많은 질타를 받을 정도 였건만 그래도 내게는 완소하는 뮤지컬 이었고, 주변사람들에게 꼭 보라고 권하는 작품 중 하나 였건만, 모든 비극의 시발이 되는 클라우디우스와 거투루트의 사랑이 보이지 않는 시작과 끝은 참 객석을 뛰쳐나가지 않은 내 인내력을 칭찬하고 싶을 정도다.
BE, NOT BE(안식)
다들 죽고, 성의 다리(문?)위에서 죽어가는 햄릿과 그의 안식을 위해 지켜보는 호레이쇼... 이걸로 정말 극은 끝났다. 휴우~
작년에 공연을 볼때, 참 앙상블들의 배우들도 힘들겠다 싶었다. 그들의 화음도 좋았고, 안무도 뭐 그리 나쁘지도 않았기에.. 그래서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을 할때는 절로 손바닥에 열이 날 정도로 박수를 쳐댔다. 어느 특정 배우에 대한 지독한 팬심이 아니라, 주연, 조연, 앙상블 배우들 하나 하나에 대한 고마움과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환호를 했었다.
그들의 커튼콜로 뮤지컬 넘버들을 한소절 한소절 불러줄때는 기뻤고, 특별히 더 좋아라 하는 배우에게 박수를 칠때는 다른 배우들에게 대한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건만, 이번엔 전혀 열의가 생기지 않더라. 박수조차 치고 싶지 않은 마음 겨우 겨우 눌러 시늉만으로라도 박수는 치고 나왔지만 화가 난다.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던 체코공화국의 원작자가 이 무대를 봤으면 길길이 화를 내지 않았을까? 나라면 그랬을 거다. 뛰어난 예술성을 가진 작품이라곤 할 수 없었지만, 객석을 빨아들이는 흡입력있는 구성과 배우들의 연기와 뮤지컬 넘버들을 이렇게 범작도 아닌 졸작으로 만들어버린 배우들에게 화가 났다.
배우들의 성량을 고려해 낮췄음직한 키에도 삑사리를 내주는 주연급배우들은 정말 그들이 프로가 맞는가 싶기까지 한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노래가 안되면 보컬 트레이닝을 해서라도 따라잡아야 했으며, 그래도 못할 것 같으면 하는것 자체를 포기했어야 옳지 않은가?
벽뚫남에서 닥터 듀르불에 반해, 이번에 그렇게 기대를 했던 클라우디우스의 김성기씨. 본인이 무슨 연기의 대가인 착각에 살고 있는 사람은 아닐까 의심이 든다. 표정변화를 보이지 않는 그의 얼굴과, 마치 트로트를 부르는 듯한 노래들 그리고 엉성한 딕션.. 그 풀린 발음..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더라.
무대위의 삶이 몇 년 계속되면 이름을 어느정도 알릴테고, 그러면 대충대충 무대에 서도 좋다는건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까? 그들은 무료로 공연을 해주는 아마추어가 아니다.
비싼 돈을 들여 기획사가 프로그램북을 만들고, 극장을 대관해서 출연료를 받고 연기하는 프로배우다. 하지만 오늘 그에게선 프로의 근성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너무나 기다렸고 기대했던 배우였기에 그래서 더 화가 나는거다. 나는 배우들에게 인격적 완성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에게서 프로배우로서의 노력과 열정과 연기를 기대할 뿐인데.. 이거 원...
게다가 그 중언부언 문어체적이기만 한 대사라니. 이게 무슨 정극인가? 뮤지컬이란 말이다. 뮤지컬은 대사로만 전달되는게 아니라 음악으로 춤과 노래로도 그 의미전달이 되는건데, 주저리 주저리 나열되기만 하는 가사들이 답답하더라. 간결하면서도 전달될 수 있는 그런 가사로 번역하면 어디가 덧나기라도 하는 듯 뭐든지 알려주지 않으면 탈이라도 나는 듯 그 늘어진 대사에 처음부터 기가 질리는 상황인걸 제작진들은 알까? 음악감독이 변희석씨라기에 남달리 기대를 했건만.. 이런 실망감이라니..
시즌1이라고 배우들이 노래를 부를때 실수를 하지 않았던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면서도 뭔가 뻥 뚫리는 그런 시원함을 줬었다. 그들의 어설픈 안무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다시금 극장을 찾고 싶게 하는 그런 매력을 뿜어냈던거다. 그들의 연기는 살아있었고, 그들의 열정은 그대로 객석에 전달되었건만,
지금 햄릿이 올려지는 극장 용보다도 음향이고 뭐고 더 열악했을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조차 느꼈던 그런 감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이번 시즌2의 배우들.. 본인들은 객석에서 치는 박수가 마음에서 우러나와 치는 그런 것이라 믿고 있는걸까?
김수용의 햄릿이, 신주연의 오필리어가, 조유신씨의 클라우디우스가, 그리고 송용태님의 폴로니우스가 그립다. 다행이 이번 시즌2에서도 한다고 하니, 남문철씨(첨에 정신없이 써내려가다 보니 남명렬씨라 써버렸었다는..ㅠ.ㅠ)의 무덤지기와 신효범이나 서지영씨의 거투루트를 기대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움이지만 그리고 같은 대본일테니 이번 시즌2의 그들의 대사도 오늘의 그들과 다르진 않겠지만, 적어도 살아있는 연기를 보여주겠지?
그런 기대를 해볼란다. 이 답답증을 조금이라도 해소시켜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카페, 다음/ 누드티켓 최진아
첫댓글 한번도 뮤지컬 넘버를 보고 일일이 코멘트를 다는 후기는 본 적이 없어서 실례를 무릎쓰고 가져왔습니다 혹시 울 카페에 오신다면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