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월 전시프리뷰
이영준(큐레이터, 김해문화의전당전시교육팀장)
바다가 그리워지는 여름, 부산 화단에서는 아르테포베라의 대표적인 작가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와 더불어 부산시립미술관의 “한국의 자연풍경”전(4.28-7.8)에서 김환기, 유영국, 박고석, 이대원 등을 만날 수 있다. 이탈리아와 한국 현대미술 대가들의 전시를 함께 감상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부산시립미술관은 이 전시를 끝으로 부산미술대전과 부산비엔날레로 인해 자체적인 기획전은 당분간 볼 수 없게 된다. 올 여름 가장 왕성한 활동을 선보이는 곳으로 오픈스페이스배가 있다. 부산을 대표하는 대안공간인 배에서는 “local to local”전과 “서평주” 개인전으로 배 밭의 여름을 달군다.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5.22-7.7 604갤러리)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는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아방가르드 운동인 '아르테 포베라'의 중심인물이자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 평생 공로 황금사자상 받은 세계적인 거장이다. 아르테 포베라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가난한 미술이다. 나뭇가지, 철사, 시멘트, 이불 등 지극히 일상적인 재료를 통해 물질이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특성을 예술로 옮겨 삶과 예술, 자연과 문명에 대한 사색과 성찰을 표현하는 예술사조다. 조반니 안셀모(Giovanni Anselmo), 루치아노 파브로(Luciano Fabro), 마리오 메르츠(Mario Merz), 야니스 쿠넬리스(Jannis Kounellis) 등이 대표적인 작가이다.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는 거울을 이용한 설치작업으로 유명하며 이번 전시 역시 미러 페인팅이라 불리는 작품 8점이 전시되었다. 프랑스 셍테티엔 현대미술관의 로랑 헤기 관장의 주선에 의해 마련된 전시로 작품에도 로랑 헤기 관장의 부인이 등장한다. 작가의 작품은 현실과 환영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고립과 분열이라는 현대인의 불안한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볼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다.
서평주 개인전(2012. 7.7-24)
“평주신문”이라는 시리즈를 통해 가공의 미디어를 만들었던 서평주는 현실비판과 유머가 뒤섞인 독특한 작업 스타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신진작가이다. 이번전시에서는 자신의 군생활을 경험으로 한 사운드 아트와 영상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핵 폭발시 대처 요령, 방독면 사진 작업 등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느끼게 하는 작업들도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Local to Local-Taipei in Busan(2012.7.28~8.10)
오픈스페이스 배는 ‘local to local-로컬 투 로컬’ 이라는 타이틀로 국가대 국가가 아닌 지역과 지역, 문화와 지역을 예술이라는 도구로써 연결 하는 프로젝트를 다년간 국내외의 도시를 대상으로 수행하였다. 광주, 인천, 대전, 경기 등의 한국의 도시를 비롯하여 슈트트가르트(독일), 홍콩, 마카오, 바로다(인도), 도쿄, 울란바토르(몽골),베이징 등의 도시의 작가들과 지역과 지역에 관한 현안과 문화를 주제로 심포지움 및 전시를 진행해왔다. 이번 Local to Local-Taipei in Busan은 2011년도에는 대만 타이페이 TCAC(Taipei Contemporary Art Center)의 협조 후원으로 진행되었지만 올해에는 오픈스페이스 배에서 대만작가 첸칭야오 대표를 비롯하여 14명이 참여하는 전시와 심포지움으로 진행된다.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전시가 개최되는 중앙동과 오픈스페이스배가 위치한 기장은 공교롭게도 부산 동서의 끝자락이다. 그만큼 공간적 거리도 멀지만 두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작품의 성격도 대가와 신진, 상업화랑과 대안공간으로 대척점에 가깝다. 비록 공간의 성격과 작가의 위상은 다르지만 두 곳 모두 실험적인 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