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전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임을 밝힙니다.
(컴퓨터 화면 캡처)
그의 포토콜라주는 '같은 사물이라도 보는 사람과 시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작품을 설계했다고 합니다. 저는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우리가 움직이는 시간선과 공간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고정적 매체인 사진에 옮겨두었다는 점에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동영상 같은 매체로 작품을 표현했다면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면이 보인다는 주제가 훨씬 편하고, 효과적으로 전달 될 수 있었을 텐데 서로 전혀 다른 사진들을 굳이 이어붙이겠다는 작업에서 매력을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중 그가 인터뷰했을 때 취재진들이 차량을 타고 온 경로와 자신의 모습 등을 찍고 이어 붙였던 작품(인터넷검색으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저는 그의 작품이 '사물'을 보는 시야의 다양성 뿐만이 아니라 어떤 장소에 얽힌 '현상'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시야의 다양성을 나타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술수업에서 조각상이나 모델을 가운데에 두고 다수의 학생들이 그 주변에 둘러 앉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보이는 같은 대상을 그려내는 것처럼 어차피 다양한 각도에서 보기 때문에 나타나는 서로 다른 모습들을 보겠다면, 절대적으로 고정된 하나의 대상이 아니라, 유심히 살피는 부분이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되는 장소나, 어떤 현상 자체를 사진으로 옮기는게 더 의미있고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어떤 대상보다는 하나의 장소를 선정해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과제를 할 시간이 주말 밖에 없었던 것은 물론이거니와, 편의점 알바를 2년 가까이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에는 ATM 어디에 있어요? 와 커피머신 어디있어요? 였습니다. (그 외에는 전자렌지, 쓰레기통, 온수 디스펜서.... 또 하나가 길 건너편에 바로 로또방이 있기 때문인지 로또를 하지 않는 편의점에도 불구하고 '로또는 어디에 있죠?'가 있습니다.)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정말 사람들 시야가 좁구나를 느낄 때가 생각보다 잦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답답할 때도 많았죠. 그 자리에서 바로 뒤를 돌아보기만 해도 눈 앞에 있는 물건을 큰소리 내시며 찾으시는 손님들도 더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답답함에서 제가 알바를 하는 편의점을 찍을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편의점 내부의 모든 공간과 잘 보이지 않는 물건을 빠짐없이 찍어 설계도 처럼 깔끔한 지도를 만들어보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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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9 펜의 원격 카메라 셔터 기능까지 써가며 원래 계획대로 정말 구석구석 사진을 찍다보니 일하는 약 4시간 동안 400여 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흔들리고 중복되고 못쓰는 사진을 걸러내니 약 300장 정도가 되었습니다. 막상 포토샵의 레이어 기능으로 초안 구상할 때 이 모두를 써보려니 막막하기도 했고, 하나의 대상을 다양한 시점에서 찍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포토콜라주처럼 서로 완벽히 같은 교집합적인 부분을 가지는 것도 아니고, 연결되는 것도 아니라 300장이 모두 서로 다른 대상을 중점적으로 찍은 사진들이라 이 부분부분들의 사진들만으로 깔끔한 지도를 만든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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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도, 인화 가격도 생각하자니 이 계획은 도무지 안 될 것 같이 느껴져 포기했고 수를 대폭 줄이더라도 확실하게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부 장소만을 표현하기 위해 고른 것이 카운터였습니다. 제가 알바를 하는 평균 4시간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그리고 가장 많은 손님들이 오가는 장소기도 합니다. 같은 카운터라도 방향에 따라 보이는 풍경은 서로 크게 다릅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손님이라면 절대 보지 못하고 위치 조자 알 수 없는 공간이나 물건들이 많다는 점을 저는 조금 더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그 때문에 미니어처처럼 곳곳에 숨겨진 작은 요소들을 크게 찍고 끼워넣은 것은 물론, 회색 배경지의 '안' 포토 콜라주가 더 커진 것 같습니다.
한편 바깥에서 보는 카운터의 담배 매대나, 계산대를 찍을 때에는 시간대 뿐만 아니라 편의점 매니저, 나와 같은 알바생 또는 바쁘지 않은 손님들께 카메라를 드려 정말 말 그대로 나와 다른 높이, 시야와 생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이 카운터를 어떻게 보고 있을지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진을 한번씩 찍게 할까하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해서 여러장을 찍고 카운터의 사진들을 이어붙이는 편이 더 걸맞았을 수도 있겠네요.
아래는 실제 완성작들의 스캔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