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22-09-15)
< 나는 배달의 민족 후손 >
-文霞 鄭永仁-
나는 배달의 민족 후손입니다. 이젠 배달의 나라에서 단군조선의 홍익정신을 이어받아 철밥통들이 분주하가 오고 갑니다. 전에는 중국집 짜장면 배달하는 철밥통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전천후 음식으로 지평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배달의 나라 효시(嚆矢)는 한국입니다. 따끈한 짜장면, 치킨 반 마리까지 배달해주는 소프트 파워가 세계 대표합니다. 그 바람에 공짜로 가져다주던 짜장면 한 그릇도 배달료가 붙습니다. 어느 택시기사는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인데 배달료가 5,000원이라고 한탄하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수익 좋은 배달민족, 택배기사, 대리기사로 빠져 나가 택시기사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철밥통, 플라스택 통이던 것이 이제는 ‘황금철밥통’이라는 말이 나돕니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의 의미와 일맥상통합니다. 황금철밥통은 K라는 자동차회사에서 나왔습니다. 그 회사 노조의 협상조건으로 내민 조건 중에 하나가 퇴직 후에도 그 회사의 차를 구매할 때는 30% 할인해달라는 조건입니다. 현직에 있을 때부터 30% 할인에 2년마다 새 차를 살 수 있었답니다. 그들은 보통 연봉이 1억을 넘는다고 합니다. 혹은 그 노조는 자기들이 퇴직하면 자식에게도 그 회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요구한다고 합니다. 일종의 철밥통의 대물림인 셈이지요. 그래서 혹자는 그런 노조를 귀족노조라고 합니다. 물론 노조는 상생(相生)의 길을 가야 합니다. 사업주도 노동자도 서로 잘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들을 황금철밥통이라고 한답니다. 전에는 공무원을 철밥통이라고 하였습니다. 별 사고 없으면 60세까지 정년에 연금이 보장되었으니깐요.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공시족이 불야성을 이룹니다. 몇 백대 일의 경쟁을 불사합니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좀 공무원 열기가 시들해지는가 합니다.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라는 최영 장군의 말은 황금 앞에 고릿적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 세상에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모든 게 돈으로 환산 되고, 돈이면 거의 다 되는 세상에, 소송의 대부분이 돈 때문에 생기고 부모 자식 형제지간에도 돈 때문에 다툼질을 합니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이도 노조의 철밥통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그전에 그나마 있던 흙수저가 금수저 되기 위한 타고 올라가는 사다리나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실현 가능성이 점점 물 건너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은수저나 흙수저가 어렵사리 집 한 채 장만했더니 영끌의 신세가 되어 금리 인상에 걱정이 태산입니다. 철밥통은 철이 든 밥통인가, 철이 지난 밥통인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사람도 철이 든 사람, 철이 없는 사람, 철이 지난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섬마을에서는 복수초(福壽草)를 ‘철모르게꽃, 철모렝이꽃’이라 부릅니다. 철도 모르고 언 땅을 비집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어느 신부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즈음은 아이들이 철없는 음식을 먹기 때문에 철없는 아이들이 많아진다고 합니다. 철따라 먹어야 하는 음식이 이제는 사철 먹고 있으니 철없는 아이들이 되는가 봅니다.
길거리에는 배달의 민족 후손인 배달의 기수들이 철가방을 싣고 분주하게 돌아다닙니다. 아파트에는 택배차가 수시로 들락거립니다. 이제는 배달의 시대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마트에서는 일정액 이상 사면 문 앞까지 배달해 줍니다. 바야흐로 배달의 시대입니다. 원조 배달의 민족인 우리는 더욱 번창할 것 같습니다. 아마 치킨 반 마리, 짜장면 한 그릇도 배달해주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것입니다. 더구나 세계적인 코로나 펜데믹 현상은 배달의 나라는 더욱 발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만오천원 정도에 먹었다면 지금은 이만원이 훨씬 넘습니다. 배보다 배꼽보이 커진 셈입니다. 결국 소비자의 몫입니다. 이렇게 치킨 한 마리도 집으로 배달해주는 노하우는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아마 K-푸드, K-팝 등에 이어 k-배달이라는 말이 나올성 싶습니다.
K 시리즈로 이루어지는 세계적인 현상은 줄곧 이어질 것 같습니다. BTS 방탄소년단, 방위산업 수출,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등 우리는 소프트 파워, 하드 파워에서 두각을 내밀고 있다. 문제는 정치가 그 뒷받침을 해주지 못하고 혼돈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네 부모님들은 자식에게 황금철밥통을 물려주기 위해 노심초사합니다. 지금까지도 이전투구 하는 어느 전 법무부장관과 대학교수 부부의 눈물겨운 자식 황금철밥통 만들기는 대한민국 역사의 한 획을 긋고 있습니다. 마치 배달의 기사처럼 황금철밥통을 만들어주기 위해 부모는 온갖 배달 짓을 다 했다고 합니다.
최영 장군의 노래가 생각납니다. “황금을 보기를 돌 같이 하라/ 이르신 어버이 뜻을 받들어/ 한평생 나라 위해 바치셨으니/ 겨레의 스승이라 최영 장군//
이제는 배달의 겨레의 스승은 자식에게 황금철밥통을 안기는 부모 같은 사람들이 아닌가 합니다. 어찌 보면 진흙탕 싸움만 일삼는 국회의원도 황금철밥통 쟁탈 싸움이 아닌가 합니다. 대개의 국회의원들은 황금철밥통인 잃지 않기 위해 거수기, 허수아비, 거짓말하기, 눈 눈도장 찍기, 반대를 위한 반대 등에 목숨을 걸 정도입니다. 그 황금철밥통에 주어지는 특혜가 무려 200여 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 대표 중에 하나가 면책 특권입니다. ‘ㄸ ㄸ ㅇ’ 라고 해도 되는, 그런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말을 해도 괜찮은 그런 특권을 말입니다. 그렇게 철이 안 든 정치인이 수두룩합니다. ‘정치탑압’이라는 피켓을 든 소위 선량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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