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 권필
1569 汝章 石洲 權韠(1569∼1612) 安東 石洲集
夜坐醉甚走筆成章1(야좌취심주필성장1) 밤에 앉아 취하여 휘갈긴 글-權韠
我本無心人(아본무심인) 나는야 본디 맘 없는 사람
願得無言友(원득무언우) 사귀고 싶어 말 없는 친구
同遊無有鄕(동유무유향) 같이 노닐어 있지 않은 곳
共醉無味酒(공취무미주) 함께 취하지 맛없는 술에
夜坐醉甚走筆成章3(야좌취심주필성장3) 밤에 앉아 취하여 휘갈긴 글-權韠
昔余夢爲鳥(석여몽위조) 지난 날 나는 꿈에 새가 되
飛入白雲鄕(비입백운향) 날아들었지 흰 구름 고을
又嘗夢爲魚(우상몽위어) 또 일찍 꿈에 물고기 되어
潑剌游滄浪(발랄유창랑) 한껏 물 튀겨 찬 물결 놀아
自嘲(자조) 스스로 비웃어-權韠
白髮平凉子(백발평량자) 하얀 머리에 평생 슬픈 이
生涯爛醉中(생애란취중) 삶을 살면서 흠뻑 취해서
世間知我者(세간지아자) 사람 세상에 날 알아줄 이
唯有主人翁(유유주인옹) 오로지 있어 주인 늙은이
秦始皇(진시황) 진시황제-權韠
焚書計太拙(분서계태졸) 책을 불사름 너무 서툴러
黔首豈曾愚(검수기증우) 백성들 어찌 어리석은가
竟發麗山塚(경발려산총) 끝내 파헤쳐 여산 무덤을
還非詩禮儒(환비시예유) 아닌 게 아냐 시와 예 선비
※始皇帝(BC259~BC210)秦나라왕(BC247~BC221)秦帝國황제(BC221~BC210)
이름 政 시황제는 시호 생전의 칭호는 황제
※황제 지배를 지탱한 사상은 법가사상이며 儒家思想은 봉건의 복고를
바라므로 그 책을 불사르고(焚書) 460여 명의 유학자를 생매장했다(坑儒)
※북방 외민족의 침입에 대비 萬里長城을 쌓고 麗山이라는 자신의 壽陵을
건설했다 이 사업은 민중을 혹사시켜 진제국 멸망의 원인이 되었다
昨夜(작야) 어젯밤-權韠
昨夜西園醉(작야서원취) 어제 밤에 취하니 서쪽 동산서
歸來對月眠(귀래대월면) 돌아와서 달 보며 잠이 들었네
曉風多意緖(효풍다의서) 새벽바람 많은 뜻 실마리 보여
吹夢到梅邊(취몽도매변) 꿈에도 바람 불어 매화에 닿네
滴滴(적적) 방울 방울져-權韠
滴滴眼中淚(적적안중루) 방울 방울져 눈시울 눈물
盈盈枝上花(영영지상화) 송이 송이로 가지에 꽃이
春風吹恨去(춘풍취한거) 봄바람 불어 한이 사라져
一夜到天涯(일야도천애) 하룻밤 닿아 하늘 끝까지
江口早行(강구조행) 강어귀에 일찍 가다-權韠
雁鳴江月細(안명강월세) 기러기 울어 강 달 가늘어
曉行蘆葦間(효행로위간) 새벽에 걸어 갈대밭 사이
悠揚據鞍夢(유양거안몽) 아득히 올라 안장 기댄 꿈
忽復到家山(홀부도가산) 어느 듯 다시 고향 산 왔네
倩婦呼詩韻(천부호시운) 어여쁜 아내 시 운을 불러-權韠
睡起仍無事(수기잉무사) 잠깨 일어나 할 일도 없어
開窓面小園(개창면소원) 창 열고 바래 조그만 뜨락
雨餘觀草性(우여관초성) 비가 남아서 풀 바탕 보고
林晩聽禽言(임만청금언) 숲에 늦게야 새소리 들어
倩婦呼詩韻(천부호시운) 어여쁜 아내 시 운을 불러
敎兒進酒樽(교아진주준) 아이 시켜서 술을 들이네
牛羊各歸巷(우양각귀항) 소와 염소는 길을 돌아와
吾亦閉柴門(오역폐시문) 나도 닫으니 사립짝문을
夜坐書懷(야좌서회) 밤에 앉아 글을 품어-權韠
世事有如此(세사유여차) 세상일이란 이같이 있어
流光無奈何(유광무내하) 흐르는 세월 어찌 못하지
菊花秋後少(국화추후소) 국화꽃 가을 지나면 지고
蟲語夜深多(충어야심다) 벌레소리는 밤 깊어 커져
悄悄月侵牖(초초월침유) 고요히 달은 창에 들었고
蕭蕭風振柯(소소풍진가) 쓸쓸히 바람 가지에 떨려
關心十年事(관심십년사) 마음 쏟아서 십년의 일에
坐敷撲燈蛾(좌부박등아) 앉아 펼치니 나방 등불 쳐
憶成川(억성천) 성천을 생각하며-權韠
雲雨高唐夢裏還(운우고당몽리환) 구름비 높은 허풍 꿈속을 돌아
滿空蒼翠是巫山(만공창취시무산) 하늘 가득 푸른 빛 이 바로 무산
至今最有關心處(지금최유관심처) 이제껏 가장 많이 마음 끄는 곳
人在樓臺漂緲間(인재누대표묘간) 사람 있는 누대는 아득한 사이
※雲雨之情 巫山神女
贈秋娘(증추낭) 추낭에게-權韠
楊州一夢杳難追(양주일몽묘난추) 양주 꿈 아득하여 쫓기 어려워
此地琴尊本不期(차지금존본불기) 여기서는 술자리 본디 못 바래
莫唱江南斷腸曲(막창강남단장곡) 부르지 마 강남의 애끊는 노래
向來存沒不勝悲(향래존몰불승비) 쭉 오며 있든 없든 슬픔 못 견뎌
城山過具容故宅(성산과구용고택) 성산에서 구용의 옛집을 지나며-權韠
城山南畔是君家(성산남반시군가) 성산의 남쪽두둑 바로 그대 집
小巷依依一逕斜(소항의의일경사) 작은 거리 아련히 길 하나 비껴
浮世十年人事變(부세십년인사변) 떠돈 세상 열 해에 사람일 바껴
春來空發滿山花(춘래공발만산화) 봄이 와 헛된 피움 산 가득 꽃이
悼亡寄示李正郞子敏(도망기시이정랑자민)
죽은 이를 슬퍼하며 정랑 이자민에게 부쳐 보이며-權韠
親知零落已無存(친지영락이무존) 알고지내 죽어가 남은 이 없어
萬事人間只斷魂(만사인간지단혼) 모든 일 사람세상 다만 넋 끊어
爲問如今風雨夜(위문여금풍우야) 묻느니 오늘처럼 비바람의 밤
也應重夢具綾原(야응중몽구릉원) 또한 맞아 거듭 꿈 비단 갖춘 벌
哭具大收喪于楊州留宿天明出山(곡구대수상우양주유숙천명출산)
양주에서 구대수 상에 곡해 묵고는 다음날 산을 나서며-權韠
幽明相接杳無因(유명상접묘무인) 이승 저승 닿음은 아득해 몰라
一夢慇懃未是眞(일몽은근미시진) 한 바탕 꿈 은근해 참인지 몰라
掩淚出山尋舊路(엄루출산심구로) 눈물 감춰 산 나서 왔던 길 찾아
曉鶯啼送獨歸人(효앵제송독귀인) 새벽 꾀꼴 울음에 홀로 돌아가
幽居漫興(유거만흥) 숨어 살며 흥이 나서-權韠
老去扶吾有短筇(노거부오유단공) 늙어가 날 붙들어 짧은 지팡이
林居無日不從容(임거무일부종용) 숲에 살아 하루도 느긋하기만
淸晨步到澗邊石(청신보도간변석) 맑은 새벽 걸으니 골짝에 바위
落日坐看波底峯(낙일좌간파저봉) 해 떨어져 앉아 봐 물결 밑 봉을
幽居漫興3(유거만흥3) 숨어 살며 흥이 나서-權韠
引水作潭聊自娛(인수작담료자오) 물 끌어 못을 지어 스스로 즐겨
平地波濤遽如許(평지파도거여허) 널찍한 땅 물결이 갑자기 일어
飛湍落石風雨喧(비단낙석풍우훤) 여울 날아 돌 굴려 비바람 시끌
隔岸人家不聞語(격안인가불문어) 언덕너머 마을에 말이 안 들려
幽居漫興4(유거만흥4) 숨어 살며 흥이 나서-權韠
當日溪流深尺餘(당일계류심척여) 날 맞아 시내 흘러 깊이 한 자 더
兩岸狹窄纔容車(양안협착재용거) 양쪽 언덕 좁아서 겨우 수레 가
今朝化作滄浪水(금조화작창랑수) 오늘 아침 바뀌어 찬 물결 물로
已有水禽來捕魚(이유수금래포어) 이미 물새 날아와 물고기 잡아
林處士滄浪亭(임처사창랑정) 임처사의 창랑정에서-權韠
蒲團岑寂篆香殘(포단잠적전향잔) 부들자리 쓸쓸해 글 향기 남아
獨抱仙經靜裏看(독포선경정리간) 홀로 낀 신선경전 고요에 읽어
江閣夜深松月白(강각야심송월백) 강가 누각 밤 깊어 솔에 흰 달이
渚禽飛上竹闌干(저금비상죽란간) 물가 새 날아 오른 대나무 난간
林處士滄浪亭2(임처사창랑정2) 임처사의 창랑정에서-權韠
屋下淸江屋上山(옥하청강옥상산) 집 아래엔 맑은 강 집 위론 산이
道人生計山水間(도인생계산수간) 도인은 삶을 꾀해 산수 사이에
應知靜坐飜經處(응지정좌번경처) 앎 맞춰 가만 앉아 경전 뒤적여
潭低神龍夜叩關(담저신룡야고관) 못 밑에 신령한 용 빗장 두드려
僧軸(승축) 스님의 시축-權韠
疎雲山口草萋萋(소운산구초처처) 구름 드문 산 어귀 풀은 우거져
夜逐香煙到水西(야축향연도수서) 밤을 쫓아 향 연기 물 서쪽 닿아
醉後高歌答明月(취후고가답명월) 취한 뒤 크게 노래 밝은 달 답해
江花落盡子規啼(강화낙진자규제) 강가 꽃 다 떨어져 소쩍새 울어
轆轤詩(녹로시) 녹로시-權韠
滿園鬪艶不勝嬌(만원투염불승교) 뜰 가득 고움 다퉈 예쁨 못 이겨
羅綺叢中綠扇搖(나기총중록선요) 비단 펼친 가운데 푸른 부채로
麗共韶光三月好(여공소광삼월호) 곱게 함께 고운 빛 삼월이 좋아
紅薔薇映碧芭蕉(홍장미영벽파초) 붉은 장미 비치네 푸른 파초에
林居十詠(임거십영) 숲에 살면서 부른 노래-權韠
已將身世寄山樊(이장신세기산번) 이미 내 몸을 두고 산 에워 살아
俗客年來不到門(속객년래부도문) 세상 손님 해 되도 이르지 않아
四壁圖書燈一盞(사벽도서등일잔) 사방 벽엔 책들로 등불 하나에
此間眞意欲忘言(차간진의욕망언) 이런 사이 참된 뜻 말을 잊겠네
林居十詠(임거십영) 숲에 살면서 부른 노래-權韠
林下淸溪溪上亭(림하청계계상정) 숲 아래 맑은 시내 시내 위 정자
亭邊無數亂峰靑(정변무수란봉청) 정자 곁 셀 수 없이 푸른 봉우리
幽人醉臥日西夕(유인취와일서석) 숨은 이 취해 누워 해는 서쪽에
萬壑松風醉自醒(만학송풍취자성) 온 골짝 솔바람에 취기 절로 깨
林居十詠(임거십영) 숲에 살면서 부른 노래-權韠
避俗年來不過溪(피속년래불과계) 세상 벗어 해 지내 시내 안 넘어
小堂分與白雲棲(소당분여백운서) 작은 집 함께 나눠 흰 구름 살아
晴窓日午無人到(청창일오무인도) 갠 창에 해는 한낮 찾는 이 없어
唯有山禽樹上啼(유유산금수상제) 오직 있는 멧새는 나무 위 울어
宮柳詩(궁류시) 궁류시-權韠
宮柳靑靑鶯亂飛(궁류청청앵란비) 궁궐 버들 푸르러 꾀꼬리 날아
滿城冠蓋媚春輝(만성관개미춘휘) 성 가득 수레 덮어 봄 아양 빛나
朝家共賀昇平樂(조가공하승평악) 조정에 모두 하례 태평 음악이
誰遣危言出布衣(수견위언출포의) 뉘 하게해 옳은 말 베옷에 쫓겨
寒食(한식) 한식 날-權韠
祭罷原頭日已斜(제파원두일이사) 제사 끝난 들머리 날 이미 기웃
紙錢飜處有鳴鴉(지전번처유명아) 종이 돈 펄럭인 곳 까마귀 울어
山蹊寂寂人歸去(산혜적적인귀거) 산 오솔길 고요해 사람 돌아가
雨打棠梨一樹花(우타당리일수화) 비 때려 팥배나무 나무 하나 꽃
夜雨雜詠(야우잡영) 밤비에 읊어-權韠
春宵小雨屋簷鳴(춘소소우옥첨명) 봄밤에 가랑비에 집 처마 울림
老子平生愛此聲(노자평생애차성) 노자는 삶을 살며 이 소리 아껴
擁褐桃燈因不寐(옹갈도등인불매) 털옷 끌어 등 돋워 잠 오지 않아
對妻連倒兩三觥(대처연도양삼굉) 아내 마주 기울여 두어 잔 술잔
十七字詩(십칠자시) 십칠자시-權韠
攜手上河梁(휴수상하량) 손을 잡고서 강다리 올라
見舅如見娘(견구여견낭) 외삼촌 보니 엄마 본 듯해
兩人齊下淚(양인제하루) 두 사람 모두 눈물 흘리네
…… 三行 ( …… 삼항) 말을 못 잇고 눈물이 세 줄
忠州石效白樂天(충주석효백락천) 충주석에서 백락천을 본받아-權韠
忠州美石如琉璃(충주미석여유리) 충주고을 고운 돌 유리와 같아
千人劚出萬牛移(천인촉출만우이) 모든 사람 쪼개내 모든 소 옮겨
爲問移石向何處(위문이석향하처) 물으니 돌 옮겨서 어디 갑니까
去作勢家神道碑(거작세가신도비) 가서 돼 힘쓰는 집 무덤신도비
神道之碑誰所銘(신도지비수소명) 신도비에 비석 글 누가 새기나
筆力倔强文法奇(필력굴강문법기) 붓 가는 힘 굳세고 글도 뛰어나
皆言此公在世日(개언차공재세일) 다 말해 이런 대감 세상 계신 날
天姿學業超等夷(천자학업초등이) 받은 바탕 배운 일 남달리 빼나
事君忠且直 (사군충차직) 임금을 섬겨 충성과 곧음
居家孝且慈 (거가효차자) 집에 머물러 효도와 사랑
門前絶賄賂 (문전절회뢰) 문 앞에 끊어 뇌물 받음을
庫裏無財資 (고리무재자) 고방 안에는 재물이 없어
言能爲世法 (언능위세법) 말할 수 있어 세상 위한 법
行足爲人師 (행족위인사) 행동 넉넉해 남 위한 스승
平生進退間 (평생진퇴간) 삶을 살면서 나가 물러나
無一不合宜 (무일불합의) 하나 없으니 옳지 않음이
所以垂顯刻 (소이수현각) 이러한 까닭 드리워 새겨
永永無磷緇 (영영무린치) 오래 오래를 새나감 없게
此語信不信 (차어신불신) 이러한 말을 믿든 못 믿든
他人知不知 (타인지부지) 다른 사람이 알든 모르든
遂令忠州山上石(수령충주산상석) 마침내 충주 고을 산위의 돌은
日銷月鑠今無遺(일소월삭금무유) 날로 달로 깎이어 남음이 없네
天生頑物幸無口(천생완물행무구) 날 때부터 무디어 입 없어 다행
使石有口應有辭(사석유구응유사) 돌에도 입 있다면 할 말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