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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장률 감독, 드라마, 125분, 2007년 조선족 출신의 중국인 감독 장률의 영화다. 이 영화의 장점이야 두말할 나위 없이 몽골 초원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사막화 되어가고 있는 변경이라지만 파란 하늘과 초록의 초지, 모래사막이 그려내는 공간의 아름다움, 그리고 거기 살아가는 유목 몽골인의 일면을 엿보는 것 자체가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영화는 내내 무겁다. 흡사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서걱거린다. 사람들은 사막화의 거대한 힘 앞에 어찌할 수 없는 것처럼 고독 속에 살아 간다. 무대끼며 살아야하는 농경민과 달리 초원의 유목민의 생활은 상대적으로 단조로워 보인다. 그래서 고성의 울림이 강한 노래가 발달했는지 모르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향한 관심도 엇갈리며, 영화는 쓸쓸하게 끝난다. 이 영화에 그다지 숭고한 주제가 담긴 것 같지는 않다. 인간 내면의 황량한 공간에 대한 작가의 탐구로 읽힌다. 사막화와 맞서며 나무를 심는 주인공 홍가이에 초점을 맞춘 것도 아니고, 탈북자 모자의 고통과 구원에 초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몽골과 중국의 국경이라는 민감 지역의 비인간성에 초점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야말로 이 모든 것들의 경계랄까? 개인과 국가, 무명의 경계? 나는 오히려 사막에서 도시적 고독을 더 읽는다. 하지만 영화란 꼭 선명한 주제나 사건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연의 풍광, 문화 등을 살짝 살짝 담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몽골인 거주지인 게르와 마유주, 환대문화, 성황당, 흐미와 가요 등이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일은 확실히 무지한 일이기 때문이다. 물이 없는데 모래흙에 나무를 무작정 심는다면 살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좀 더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사막에 나무 심는 사람이 하나의 상황 이상으로 의미부여된 것은 아닐 듯하다. 아무튼 1% 부족함을 느낀다. 한 개인의 내면을 중심으로 초점을 맞췄더라면 더 쉽고 강한 영화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몽고영화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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