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서 서로의 생각에 자극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가는 집단 협업과 팀워크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지난 세기 동안 창의적 성과가 가장 돋보이는 분야를 과학이라 볼 때,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Ben Jones는 과거 50년 동안의 19,000,000건의 논문과 2,000,000건의 특허를 분석한 결과, 팀 작업이 95% 증가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팀이 함께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협업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창의적 사고의 필요성과 비례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다양한 기법들도 소개되고 있다. 300여 가지가 넘는 기법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브레인스토밍 기법일 것이다.
브레인스토밍은 1953년 Alex Osborn이 창의적 발상을 하는 회의 방법으로 고안한 것으로, 평가와 판단을 보류하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기법이다. Osborn은 특히 ‘아이디어의 질보다는 양을 추구한다’,‘비판금지’,‘엉뚱한 아이디어 환영’,‘다른 사람 아이디어에 편승하기’의 4대 규칙을 지키는 것이 브레인스토밍의 성공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브레인스토밍은 창의성이 많이 요구되는 디자인이나 광고업계 뿐 아니라 일반기업, 공공부문, 지역사회, 심지어 초등학교 교실에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면서,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모든 기법들의 대명사가 되었다.
![<표1>6-3-5브레인 라이팅 기법 <표1>6-3-5브레인 라이팅 기법](http://www.elabor.co.kr/data/hr/1302_81.jpg)
브레인스토밍 무용론
1958 년 예일대학의 Taylor, Berry, Block의 연구를 필두로 하여 브레인스토밍이 오히려 집단의 창의성을 떨어뜨리고 발굴된 아이디어의 양도 회의 참석자들이 각자 개인적으로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적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브레인스토밍 무용론이 제기하는 구체적인 문제점은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회의 참석자 중 한 명이 의견을 말하는 동안 다른 참석자들은 발언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데, 이때 자신의 아이디어를 재검토하면서 포기하거나 심지어 잊어버리기도 한다.
둘째, 상사나 선배직원이 배석한 경우 참신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보다는, 상사의 의견과 비슷한 분류의 아이디어를 내는 경향이 강해진다.
셋 째, 참석자 중에는 다른 사람 앞에서 의견을 발표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더군다나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설익은 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이 권장되는 브레인스토밍 회의 규칙을 부담스러워하며 침묵을 지키는 참석자들이 있으며, 몇몇 적극적인 참석자들에 의해 회의가 장악된다.
브레인스토밍의 대안, 브레인 라이팅 기법
브 레인스토밍의 리스크를 보완 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브레인스토밍보다 40% 넘게 우월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진 브레인 라이팅(Brain Writing)이다. 1968년 독일에서 고안된 이 기법은 명칭에서 뜻하는 것처럼, 의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침묵을 지키며 종이에 기록하는 아이디어 발상기법이다. 6-3-5 Brain Writing 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법은 6명의 사람들이 3개의 아이디어를 5분 안에 발상하는 프로세스를 30분 동안 진행한다. 30분 후에는 총 108개의 아이디어를 도출하게 되는데, 세부적인 진행 방식은 <표 1>과 같다.
Brain Writing 기법은 참석자들이 지위나 성격의 차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쉽게 참여할 수 있으며, 개인별로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점, 그리고 서로의 아이디어에 자극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회의 리더가 별다른 스킬이 없어도 충분히 진행이 가능하며, 비교적 짧은 시간에 방대한 양의 아이디어를 도출해 낼 수 있는 탁월한 아이디어 발상 기법이다.
실제 적용에서는 다음과 같은 응용이 가능한데, 다루는 주제의 특성이나 참석자 성향에 따라서 적절하게 선택하면 된다.
● 각자 아이디어가 적힌 종이를 테이블 중앙에 놓고 다른 사람의 종이를 무작위로 가져가도록 한다.
● 주제가 넓을 경우, 각 종이 상단에 다른 주제를 적어서 진행 할 수 있다.
● 인원 수와 각 라운드에 필요한 시간을 회의 상황에 맞게 조정 할 수 있다.
● 이미 도출된 아이디어가 있다면 상단에 미리 기록해 두고, 공유한다.
● 각 라운드가 끝난 뒤, 한 명씩 자신이 적은 아이디어를 발표한다. 발표를 듣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 참석자는 아이디어를 양식에 적는다.
Brain Writing 기법은 브레인스토밍 기법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으며, 회의라면 당연히 서로 의견을 말로 하는 Verbal Communication 방식만 고집하는 회의문화 때문에 잘 활용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디어도 나오지 않고 지루하게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회의 때문에 좌절하고 있다면, Brain Writing기법으로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는 실험을 해보길 권한다.
창의적 생각을 자극하는 체크리스트, 스캠퍼 기법
일상적인 생각의 틀과 고정관념을 벗어나서 새로운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도록 강력한 질문을 던지는 기법이 있다. Alex Osborn이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9가지 원리를 처음 고안하고, 70년대 초 Bob Eberle가 기억하기 쉽게 7가지 원리로 재배열한 스캠퍼(SCAMPER)이다. SCAMPER는 아이디어를 발상하는 7가지 원리에 따라 생각을 자극하는 Trigger를 체크리스트처럼 제시하는데, 7가지 원리의 첫 알파벳을 모아서 만들어졌다.
SCAMPER 원리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고전적인 사례는 MacDonald’s의 창시자인 Ray Kroc의 전략적 의사결정이다. SCAMPER라는 프레임으로 그의 전략을 해석하자면 아래와 같다.
● 햄버거를 판매하는 것에서 식당과 부동산을 파는 것으로 사업 컨셉 전환 (Put to other uses, 다른 용도로)
● 고객들이 계산을 먼저 하도록 함 (Reverse, 뒤집기)
● 웨이터를 고용하는 대신 고객들이 직접 서빙 하도록 함 (Eliminate, 제거)
SCAMPER 를 사용하려면, 각각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질문을 잘 활용해야 한다. 질문 리스트가 인쇄된 종이를 참석자들에게 배포해주고 아이디어를 발상하는데 체크리스트처럼 사용하도록 하거나, 각 질문이 인쇄된 질문카드를 무작위로 꺼내서 읽는 방식으로 랜덤하게 생각을 자극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림1>SCAMPER <그림1>SCAMPER](http://www.elabor.co.kr/data/hr/1302_83.jpg)
SCAMPER 원리와 질문사례
Substitute(대체) : 해결해야 할 문제나 제품, 프로세스의 일부를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가를 검토한다.
l 무엇이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을까?
l 시간과 장소와 관련되어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을까?
l 계획이나 목표를 바꿀 수 있을까?
Combine(조 합) : 문제점들을 결합해서 새로운 제품이나 프로세스를 고안 할 수 있는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결합의 기회를 탐색한다. 전혀 무관해 보이는 아이디어나 제품, 서비스가 결합함으로써 혁신적인 발전을 이루어 내기도 한다.
l 다른 사물의 기능이나 용도와 통합이 가능한가?
l 여러 개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가?
l 나와 제품이 하나로 결합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Adapt(적용) : 외부의 다른 솔루션이나 아이디어에서 모방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검토한다.
l 이와 비슷한 것이 다른 영역에 혹시 있는가?
l 어떤 프로세스를 여기에 적용할 수 있는가?
l 비슷한 아이디어의 과거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있는가?
Magnify(확대) : 아이디어를 확대하거나 과장 할 수 있는지 검토한다.
l 무엇이 더 커지거나 확대될 수 있는가?
l 더 높게, 더 크게, 더 강하게, 더 자주 일어나도록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l 추가적인 기능이나 가치를 더할 수 있는가?
Put to Other Uses(다른 용도로) : 현재 제품이나 서비스, 아이디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재활용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탐색한다.
l 현재 시장과 산업이 아닌 다른 어떤 곳에서 이것을 사용할 수 있는가?
l 현재 제품과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용도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l 현재 제품과 서비스를 변경한다면 새로운 용도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Eliminate(제거) : 현재 아이디어를 최소화하거나 완전히 제거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지 상상해본다.
l 어떻게 단순화 할 수 있을까?
l 불필요하거나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l 더 작게, 더 짧게, 더 가볍게 만들 수 있는가?
Rearrange(뒤집기) : 현재의 문제나 제품, 프로세스를 뒤집어서 생각하면 어떻게 되겠는지 상상해 본다.
l 다른 순서로 바꿀 수 있는가?
l 장점과 단점을 반대로 생각 해 볼 수 있는가?
l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로 시도 해 보면 어떨까?
창 의적인 회의를 촉진하려면 그 방식도 창의적이어야 한다. 본 지면에 소개된 두 방식도 조금만 비틀면 얼마든지 새로운 응용이 가능하다. Brain Writing 양식 각각을 SCAMPER 원리로 할 수도 있으며(상단에 각각 원리를 적는다), Brain Writing 결과로 나온 아이디어를 SCAMPER로 재검토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필자 : 채홍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