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과 대책
대학 입시에서도 '대박'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입시에서 대박은 정시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수능 점수와 학생부 점수를 알고 그 점수에 맞추어 대학을 선택하고 모집단위를 결정하여 지원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가끔 미달에 가까울 정도로 경쟁률이 낮아서 요행으로 합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쟁률이 시간대 별로 발표되고, 모든 수험생들과 진학지도 교사들이 인터넷으로 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원서를 접수하기 때문에 빈곳 하나 없이 점수대별로 빽빽하게 수험생들이 들어찬다. 정시 모집에서 대박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수시 모집에서는 이곳저곳에서 대박을 터트린다. 내신 7등급인 학생(학급 석차 25~30위)이 적성검사로 수도권 대학에 합격하였다. 2.9등급(학급 석차 7~8위)이 고려대에 논술 고사로 합격하였다. 4.1등급(학급 석차 17~22위)이 중위권 4년제 대학에 면접시험으로 합격하였다는 등의 소문이 심심찮게 들린다. 학생부 성적이나 수능 성적으로는 꿈도 못 꿀 대학을 척척 합격하는 것이다.
특히 자연계 논술 쪽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자연계 논술은 인문계 논술과 달리 정답이 정해져 있으며, 어려운 문제에서부터 쉬운 문제까지 다양한 난이도로 출제되기 때문에 변별력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리고 수학과 과학 과목을 중심으로 출제 범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수능과 학생부 총점 석차와 완전히 다른 석차가 매겨진다. 수학과 과학에 강점을 가진 수험생도 자신의 강점을 잘 살리면 원하는 대학에 논술을 통해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전형 방법에 따른 전략
·일괄 합산 선발에 따른 전략=지원자 전원이 논술 시험을 응시하고 학생부 성적과 논술 성적을 합산하여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논술 실력으로 학생부 성적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아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특목고 출신이나 자립고, 비평준화지역 명문고, 인기 학군에 속한 고교 출신자들이 전략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수학과 과학의 기초가 탄탄하다면 학생부 성적 1~2등급은 충분히 만회할 수 있으므로 상향 지원할 수 있다. 2010학년도 기준 경북대, 가톨릭대, 건국대, 경기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명지대, 서강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항공대, 한양대 등이 이에 속한다.·단계별 선발에 따른 전략=지원율이 높으면 대학에서 논술 고사를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1단계에서 학생부 성적으로 일정 배수를 선발하고 논술 시험을 보는 대학이다. 물론 대학 측에서는 학생부 성적도 우수하고 논술 성적도 좋은 수험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의도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학생부 성적이 어느 정도 되는 학생은 일괄합산 대학보다 경쟁률이 크게 낮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이들 대학은 학생부로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시험 문제의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특징도 있다. 학생부 교과 성적으로 덕성여대는 4배수, 상명대와 성신여대는 5배수, 숭실대는 7배수, 아주대는 10배수, 서울시립대는 15배수를 선발한 후 논술 시험을 본다.
·논술 우수자 우선 선발에 따른 전략=논술만 잘해도 합격할 수 있는 대학이 있다. 학생부 성적을 아예 무시하고 논술 성적만으로 우선 선발한다. 경희대와 동국대, 인하대 등은 수능에 의한 최저 학력기준도 없기 때문에 수능과 학생부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이 대박을 꿈꾸는 곳이다. 2010학년도에서는 한국외대(용인)은 논술 100%로 선발하고 수능에 의한 최저 등급이 있으므로 수능 성적이 저조한 학생은 조심해야 하며, 이화여대는 학생부 성적 20%를 반영하기 때문에 영향력이 다소 있다.
·수능 성적에 의한 우선 선발에 따른 전략=수능 성적이 극히 우수한 학생 중에서 논술을 잘하는 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한다. 학생부 성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험생들이 전략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고려대는 수리(가) 1등급+3개 영역 중 1개 영역 1등급(단, 의과대학 수리(가)+외국어 1등급+1개 영역 1등급), 성균관대는 4개 영역 중 3개 영역 등급 합이 5 이내, 숙명여대는 수능 1개 영역 2등급, 연세대(의/치의예는 제외)는 수리(가)+과탐 1등급, 한양대(의예과 제외)는 4개 영역 중 2개 영역 1등급 또는 수리(가)나 과탐이 1등급인 수험생을 대상으로 논술 중심으로 선발한다. 이런 정도의 수능 성적이라면 정시 모집에서 더 좋은 대학이나 학과에 합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통하여 논술 고사 응시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논술 시험일에 따른 전략=논술 시험일이 수능 전에 있으면 수험생들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대학 입시에서 가장 큰 시험은 수능이다. 정시 모집에서 수능 시험이 가장 중요한 전형 요소이고, 수시 모집에서 최저 학력 기준으로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이다. 그래서 일부 대학들은 수험생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하여 대학별 고사를 수능 시험 뒤, 즉 11월 말에 실시한다. 그러나 일부 대학들은 구술이나 적성 시험과 달리 출제나 채점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기 때문에 수능 시험 전에 실시하는 대학이 많다.
2011학년도 구체적인 입시 일정은 내년 3월 초에 발표되기에 2010학년도 연세대를 예로 들면 쉽게 설명이 된다. 수험생들은 수능 시험을 보고 나면 서울대 정시모집 1단계 합격 가능성을 바로 알 수 있다. 전년에 수능 시험을 잘 본 수험생은 연세대 논술 시험을 포기하고 서울대 수시 모집과 정시 모집에 전념하였다. 특히 자연계 학생들은 더욱 그러하였다. 그래서 연세대는 수능 전에 수시 1차 일정을 끝내야 서울대로 빠져나가는 인원을 차단할 수 있다 판단하였고, 논술 시험일을 수능 전(10월 9~10일)으로 날짜를 당겼다. 이렇게 논술 시험일도 대학들의 전략적 판단에 의하여 정해진다. 여기서 수험생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연세대 수시 1차에 합격하면 아무리 수능을 잘 보았다 해도 서울대 정시 모집에는 응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동안의 모의고사나 학생부 성적에서 서울대를 확실하게 합격할 수 있는 수험생들은 연세대 일반 우수자 전형에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서울대 합격권에 있는 수험생들도 불안한 나머지 상당수는 연세대에 지원할 것이다. 그들 중 많은 숫자가 연세대 수시 모집에 합격할 것이다.
그러나 고려대는 전년도와 같이 수능 시험 후에 논술고사를 실시한다. 대신 일반 전형 우선 선발에서 수능 자격 기준을 높게 설정하여 서울대 정시 모집 합격권에 있는 수험생을 합격시키는 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자연계 우선 선발 자격은 '수리(가) 1등급+나머지 3영역 중 1개 영역 1등급'인데 이를 만족하는 수험생은 전국에서 2천500여명 밖에 안 되고, 이들 거의 모두는 정시 모집에서 서울대 1단계를 통과할 수 있다. 이들이 고려대 수시 모집에서 합격하면 서울대 정시 모집에는 지원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이 논술 시험일을 정하는 것도 각 대학들이 우수학생들을 선점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 속에서 결정된다. 수험생들이 이러한 숨겨진 전략을 이해할 때,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최저학력 기준에 따른 전략=현재 대학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전형 요소는 수능 성적이다. 수능은 전국에서 같은 문제를 가지고 동시에 치르는 시험이기 때문에 변별력과 신뢰도가 가장 높을 수 밖에 없다. 대학이 이를 가장 중요한 전형 요소로 활용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중상위권 대학에서 자신들이 출제하고, 자신들이 점수를 부여하는 논술 고사도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하여 수능을 무시하고 논술 점수만으로 합격자를 정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수능에 의한 최저학력 기준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최저 학력 기준이 없는 대학들도 있다. 가톨릭대(간호학과 제외), 경희대 논술 우선 선발, 경기대, 광운대, 동국대, 명지대, 시립대, 숙명여대, 아주대, 인하대, 항공대 등은 수능에 의한 최저 학력 기준을 요구하지 않는다. 수능 성적이 상대적으로 약한 수험생들이나 수능 모의 평가에서 성적 변동 폭이 큰 수험생들이 꼭 참고해야 할 대학이다.
출제 유형에 따른 전략
자연계 통합 논술은 해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2010 입시에서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를 중심으로 계열 간 통합문제가 사라지고 수학+물리, 물리+화학, 화학+생물, 화학+지구과학 등과 같이 과목 간 통합 문제가 대세였다. 그리고 특정 과목의 지식을 측정하는 문제는 거의 없고 제시문에서 과학적 지식과 원리, 자료를 주고 이를 이해하고 분석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형식의 문제로 변신을 꾀했다. 그렇다 해도 상위권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문제를 출제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고교 수업을 수행하였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개념 이해형=모든 대학에서 몇 문제씩은 꼭 출제하는 유형이다. 교과서 익힘 문제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등에서 출제하는 서술형 평가 문항과 유사하다. 제시문의 이해 정도, 기본 개념의 숙지 정도를 평가하는 문항으로 수학은 간단한 문제형태로, 과학은 제시문의 과학적 개념이나 원리를 다시 묻는 형태로 출제된다. 제시문 내용을 토대로 답안을 작성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중하위권 대학에서는 이런 유형의 문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문제 풀이형=연세대, 고려대에서 매년 3~4문항씩 출제되었다.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고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답이 있는 문제로 출제한다. 특히 수리 논술 문항에서 이런 유형이 자주 출제되는데, 제시문에서 준 단서를 활용하여야 하며 문제에서 밝힌 여러 조건들을 빠짐없이 적용하고 중간 단계를 생략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감점을 면할 수 있다.
·개념 심화형=고교과정에서 다뤄보지 못한 유형이다. 제시문에서 준 기본 개념을 심화시켜 논제가 묻는 것을 답하여야 한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서 매년 1~5문제 정도 출제된다. 이런 유형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 과학Ⅰ은 물론 과학Ⅱ 전 과목을 정리해야 한다. 상위권 대학의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짓는 문제로 출제되기 때문에 채점 기준도 상당히 까다롭다.
·창의적 사고형=성균관대, 서강대, 서울대에서 자주 출제되는 유형이다. 문장력까지 평가하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제시문의 이해를 토대로 답안을 독창적이고 설득력 있게 서술하였는가를 평가하는 문항이다. 이런 문항의 경우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답안을 작성할 때에는 자신이 제시문과 논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견해를 밝혀야 한다는 점,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 등이 답안에 잘 드러나야만 한다. 더불어 다른 사람이 읽고 이해하기 쉬운 글로 표현해야 한다.
자연계 통합 논술 지원 전략
·자연계 통합 논술 3대 준비 원칙
(1)통합 논술의 시작과 끝은 교과서다
2009년 정시 모집에서 서울대는 제시문의 출처를 모두 밝혔다. 제시문의 대부분 교과서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는 수학Ⅱ 교과서까지, 다른 대학은 대부분 수학Ⅰ, 수학Ⅱ, 과학Ⅰ 교과서에서 출제하였다. 교과서에서 나온 중요개념을 확실하게 알고 있어야 제시문을 이해할 수 있고, 앞뒤 제시문 사이의 관계를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으며 논제가 요구하는 제반 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
상위권 대학은 수험생들이 교과서 내용 정도는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의도적으로 논제를 어렵게 출제하기도 한다. 학교 시험에서 100점 맞을 만큼 공부를 해두어야 한다. 많은 수험생들이 수능 시험과 통합 논술은 별개인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궁극적으로 똑같은 문제이다. 수능 문제를 풀기 위하여 고민하는 과정이나 논술 문제를 풀기 위하여 고민하는 과정이 다를 수 없다. 그리고 수능이나 논술의 출제 범위도 고등학교 교과서로 같다. 수능 문제에 제시문을 덧붙이고 서술형으로 출제하면 통합 논술 문제가 된다. 따라서 수능 공부와 논술 공부를 분리해서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2)통합 논술은 탈락시키기 위한 시험이다
연세대와 고려대, 서강대와 같은 상위권 대학의 수시 모집 지원률은 30대 1을 상회할 정도로 상당히 높다. 이는 실력이 되어 적정하게 지원한 수험생도 있지만, 95% 이상의 수험생은 상향 지원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합격시킬 수험생과 불합격시킬 수험생을 분명하게 나뉘도록 난이도를 한껏 높여서 출제할 것이다. 채점에 있어서도 수험생의 딱한 입장을 고려해서 호의적으로 점수를 주는 일은 결코 없으며,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감점 처리한다. 따라서 수험생은 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또는 1점이라도 감점을 줄이기 위해서 정확한 답을 써내야 한다. 필요 없는 말을 최대한 줄이고, 꼭 쓸 말은 한자도 빼놓지 않고 쓰는 연습을 부단히 해야 한다. 자신이 이 문제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주기 위하여 읽고 이해하기 쉬운 말로 그림으로 도표로 자세히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3)기출 문제는 반드시 풀어봐야 한다
대학마다 응시하는 수험생의 수준이 다르고 출제 방향과 경향, 또는 채점 기준도 완전히 다르다. 어떤 대학은 일반 논술 문제를 출제하기도 하고, 어떤 대학은 수학 문항만 출제하기도 하며, 어떤 대학은 올림피아드 수준으로 출제하기도 하고, 어떤 대학은 학교 시험 서술형 문항과 같은 형식으로 출제하기도 한다. 자신이 지원할 대학의 논술 문제를 반드시 풀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숭실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은 홈페이지에 모의 논술 문제 및 채점 기준, 채점 결과까지 상세한 자료를 게시해 놓았다. 반드시 홈페이지에 들려 기출 문제와 모의 논술 문제를 내려 받아 풀어보고, 대학이 제시한 채점 기준에 따라 자신의 답안을 채점하기 바란다. 특히 중하위권 대학은 상위권 대학과 출제 경향이나 난이도가 크게 다르기 때문에 기출 문제를 꼭 풀어보고 지원해야 한다. 논술 준비를 하지 않은 수험생까지도 기출 문제는 꼭 풀어 볼 필요가 있다.
·점수대별 지원 및 합격 전략
점수대별 지원 전략이나 합격전략을 제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 중에 하나이다. 자연계 수험생이 20만명 있다면 20만명 모두가 처한 상황과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연계 통합 논술은 서울 수도권 소재 대학과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실시하고, 이를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대부분 상위권이다. 따라서 문제 수준도 상당히 높고, 대학별로 출제 방향도 다르다. 또한 반영 비율이나 선발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수험생들이 상당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시 모집까지 고려하여 기준이 될 수 있는 학습 방향과 지원 전략을 제시해 본다.
부산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