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농성당 사목회 위도 기행
8월11일 글라라 축일인 오늘은 사목회에서 친목을 다지기 위해 위도로 피서를 가는 날이다.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놓고 새벽에 한일전 축구 경기가 있어 8시에 성당에 모인 교우들 눈이 부스스하다. 하지만 2대 0으로 승리한 덕에 얼굴 가득 모두 웃음꽃이 피었다. 홍남선 다니엘과 김순덕 헬레나가 예약을 위해 먼저 출발했고, 신부님을 포함한 열아홉 명이 정명기 토마스와 이보우 마르띠노가 운전하는 차 두 대에 나누어 타고 출발 하였다. 나는 마르띠노가 운전하는 차에 올랐다. 에어컨을 높여도 맑은 날씨가 가마솥더위를 방불케 한다. 어제 비가내린 탓인지 멀리 하늘엔 그림처럼 고운 흰 구름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리다가 가끔 그늘을 만들어 더위를 식혀준다. 차창 밖 성질이 급한 코스모스 몇 그루가 가끔 꽃을 피워 눈을 싱그럽게 해준다. 9시 40분경 도착한 위도 선착장엔 땡볕에 가을을 알리는 고추잠자리의 왈츠가 머리 위로 분주하다. 헬레나가 종이쪽지를 하나씩 나누어 주며 식당 도착 예정시간을 적어 맞추는 사람에게 상품을 준 단다. 너도나도 배 도착 시간을 물어보고 나름대로 상품에 욕심을 낸다. 우리가 타고 갈 위도 카페리 호는 입을 벌리고 차가 하나 둘 뒷걸음을 치며 빨려 들어간다.
우리도 짐을 실은 차 한 대를 승선 시키고 다른 차는 주차를 해두고, 줄을 지어 배에 올랐다. 10시 출발한 배는 40분 후에 위도에 도착 한단다. 열대야가 지속되는 동안 수온이 상승하여 바닷물엔 하얀 해파리가 벚꽃처럼 피었다. 전어 떼의 부산한 움직임이 여행의 정취를 더해준다. 배안에는 런던 올림픽 체조 실황을 보는 이, 잠을 자는 이, 술판을 벌이는 이, 담소를 나누는 이들로 천태만상이다. 나도 임동화 바오로가 꺼낸 오갈피술에 오징어와 마른 문어 절편을 안주 삼아 몇 잔 마시자 몸이 나른해진다. 한쪽에서는 토마스와 다니엘 몇몇 교우들이 맥주 판을 벌이고 있다. 배의 벽에는 위도에 얽힌 전설로 도배가 되어 있다. 위도는 고슴도치를 닮았다고 해서 고슴도치 위(蝟)자에 섬도(島) 위도(蝟島)란다. 그리고 중국과 뱃길이 가깝고 효녀 심청의 전설이 숨 쉬는 인당수도 이곳이며, 허균의 홍길동전의 이상의 세계 율도국의 배경이 되기도 한단다. 우리 원자력 발전소로는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에 실패한 곳이기도 하지만, 1993년 시월 십일 362명을 태운 서해 훼리호가 침몰한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위도의 빼어난 경관을 보러온 사람들과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추석을 지내려 왔던 사람들이 하루 두 번 밖에 왕래 하지 않았던 선편으로 바쁜 사람들이 몰려 141명의 초과정원을 태운 무리한 출항과 악천후가 맞물려 292명의 고귀한 넋이 인당수에 불귀의 객이 된 아픈 과거로 오늘도 바다는 저렇게 퍼렇게 멍들어 출렁이며 저마다의 사연을 속삭인다. 잠시 후 우리의 목적지인 섬이 시야에 나타나 밖으로 나가니 빨간 해파리가 제법 커 솥뚜껑만한 게 보인다. 9시 40분이 좀 지나 카페리 호를 하선하여 짐 실은 차에 네 명이 타고 나머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기사님은 선 그라스를 멋지게 쓰신 노신사로 성함이 백응기 씨란다. 가고 싶은 섬, 머무르고 싶은 섬, 환상의 섬을 방문해 주신 여러분이 반갑고 지긋 지긋하게 고맙다는 인사말을 시작으로 걸걸한 입담의 안내가 술술술 나온다. 행정구역이 1914년 전남 영광에 소속되어 있다가 1963년 행정구역 조정으로 전북 부안으로 편입되었으며, 이때 금산이 전북에서 충청도로 편입 되었단다. 그래서 영광 법성에서 귀한 손님들이 오셨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위도 연혁을 설명 하신다.
위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때는 1213년 고려 때부터이며, 면적은 13.13 km² (43,272평) 길이는 67km, 인구는 오천 가까웠는데 지금은 1,310명인데 얼마 전 여섯 분이 돌아가셨단다. 따발총을 쏘아대듯 서해카페리호 사건 위령탑이 세워져 있고, 사고 당시 하루 두 번 다니던 여객선은 지금은 사고 치유책으로 열 번에서 열두 번을 다니며, 그때 도로와 항만, 수도, 전기가 일제 정비 되었단다. 정덕칠현의 이야기며, 장희빈의 삼촌 장찬이 돈을 많이 벌어 엽전으로 다리를 놓으려 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일본을 2대 0으로 격파한 시원함을 토로하며, 멀쩡한 독도를 지네 땅이라고 우긴다는 이야기를 잇대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것은 잘했다고 연신 흥을 돋운다. 면장이 대통령 나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김두관씨 이야기를 배경으로 나도 이장 출신인데 이장이 대통령을 나온 것을 말씀하신다. 백조 펜션을 지나치자 시아버지가 백아무개 시어머니가 조아무개 그래서 백조여 하며 가가 호호 지나치며 이름을 쭈르르 꿰신다. 아리울 펜션을 지나치며 이곳에 욘사마 배용준이 며칠 묵어 똥 몇 번 싸고 같고, 저곳에서 영화촬영이 있었고, 저곳이 골프장 예정부지 40만평 하며, 사장이 김동욱 아버지가 김명환이여 버스가 달리는 곳마다 아저씨의 입담과 주위의 아름다운 풍광이 우리의 눈과 귀를 잡는다.
가는 곳 마다 다른 형태의 모습으로 변하는 섬의 특징을 설명하며 악어모양의 해안선이 눈에 들어 올 즈음 한바탕 우스갯소리를 늘어놓으시더니 치도리 돛단배 모형의 조형물이 있는 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버스를 멈추신다. 사람을 웃기는데 타고난 재주가 있으신 것 같다. 내 얼굴을 보지 거시기를 보느냐며 분위기를 환기 시키고는 사진을 찍는다. 11시 30분경 우리는 목적지인 그래 그 집 횟집 앞에서 내렸다. 신부님은 아직 식사하기 이른 시간이니 좀 더 경치를 감상하자고 하셔서 다시 버스에 올랐다. 섬은 어느새 거북이 모양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99퍼센트 진실과 1퍼센트만 재미를 위해 가미하신다더니 벌금 마을을 지날 때는 떼 벌(筏)자 쇠 금(金)자 벌금(筏金) 마을에 벌금 많이 내고 가시라며 승객을 배웅 하신다. 바야흐로 진실 1퍼센트 가미 99 퍼센트의 우스개가 쏟아진다. 이곳에서 날씨가 좋을 때는 격포에서 고스톱 치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며 오늘은 보일 똥 말똥..., 얼마 전에 제주도에서 전화가 왔는데 위도가 아름다우니 제주도하고 맞바꾸자고 해서 싫다고 했단다. 이곳은 정전도 없고 가물어도 저수지에 물이 남아돌아 진리에 있는 해수욕장 에서도 1급수 물을 공짜로 준단다.
그러니 서울특별시 정전 되는 곳에서 살지 말고 이곳으로 이사 오란다. 이곳에서는 일출과 낙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며, 위도에 오신 분들은 다음에 100명씩을 데려 오라며 명함을 가져갈 것을 권한다. 다시 횟집에 도착 했을 땐 12시가 되었다. 바닷장어 찌개를 안주 삼아 술 몇 잔에 밥 두 공기를 맛있게 먹고 나니 1시 10분전 일행 중 몇은 짐을 싣고 진리에 있는 해수욕장에 먼저 가서 자리를 잡고 남은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오기로 했다. 해수욕장은 대나무위에 그늘 망이 잘 쳐있어 텐트를 따로 칠 필요는 없었다. 모두 도착하자 취향에 따라 해수욕을 하는 사람 맛을 캐는 사람 분분 하다. 나는 맛을 캐다 포기하고 조그마한 게를 잡기로 했다. 예리한 굴 껍질 칼에 발바닥이 섬뜩하다. 빨간 핏물이 밴다. 세레나가 슬리퍼를 벗어주고 장갑도 건넨다. 한참을 잡자 그늘이 그리워진다. 기사님 말씀대로 1급수 공짜 샤워를 마치고 그늘 아래로 가니 심한 갈증이 인다. 병마다 얼음은 가득한데 마실 물이 거의 없다. 많이 녹은 물병을 찾아 갈증을 걷고 있으니 해수욕을 한 교우들과 신부님이 샤워장으로 향하고 자매님들이 포도며 수박을 썰어 낸다.
신부님이 오셔서 자릿세로 회를 시켜 소주를 먹자고 시키라 하신다. 싱싱한 우럭 회에 참이슬 몇 병이 금세 자취를 감추고 신부님께서 계산을 하시자 토마스가 신부님이 계산하실 줄 알았다면 좀 더 시킬 걸 하며, 분위기를 환기 시킨다. 5시 격포행 승선을 위해 4시경 버스를 타고 선착장에서 배 시간을 기다렷다. 홍남선 다니엘은 고향집인 식도로 들어가고 우리는 잠시 그늘에서 쉬며 배를 기다렷다. 나도 선착장 옆 정자에서 시원하게 바람을 쐬며 아쉬운 위도의 경관을 눈에 담아 본다. 다섯 시 경 배에 오르니 다시 한쪽에 술판이 벌리고 나는 나른한 몸을 배 한 편에 몸을 뉘였다. 2~3십분 쉬고 나니 여독이 풀린다. 격포항이 가까워 오니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간간히 들어온다. 하선하니 다섯 시 오십분 경 다시 두 차에 나누어 타고 다음 목적지인 법성 춘박이네 집을 향했다. 사목회장이 준비한 민어회에 저녁을 먹기로 했기 때문이다. 차에 올라 묵주 알을 굴리며 다음 꾸르실료에 입소할 김승구 유스티노를 생각하며 기도를 읊조려 본다. 산하가 엊그제 내린 비로 한결 단정한 복장으로 스쳐 지나간다.
춘박이네 집에 도착하니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두어 방으로 들어가자 소름이 돋고 재채기가 나온다. 텔레비전에는 일곱 시 반이 지났는지 한일 배구 동메달 전 실황이 중계되고 있었다. 잠시 후 신부님의 기도를 시작으로 민어회가 나오고 술이 몇 순배 돌자 분위기가 좋다. 창조주의 피조물들의 아름다움을 만끽한 하루 여독이 술독으로 스며들고 단풍든 얼굴들이 기분 좋게 목소리 볼륨이 높아진다. 누군가 밖에 비가 온단다. 신부님과 기분 좋은 나들이 또 오늘 행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쓰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운전하신 분들도 애쓰셨고요.. 다음에는 무박이일........어때요
위 도
글/박성규
격포에서 배로 사십분이면 보이는 이상의 섬 율도
인당수 푸른 물 멍든 사연을 파도는 출렁이며 속삭인다
저리 퍼렇게 누구의 가슴이 바닷물을 멍들였을까
고향 찾았던 귀경발길 끝내 돌리지 못하고
아름다운 비경에 취해 깨어나지 못한 넋이 맴도는 곳
낚시가 좋아 찾았던 이곳에 영원히 함께한 서러운 사연들을
오늘도 파도는 오는이들에게 많은 사연들을 주저리는데
나그네 발길 닫는 길 절절이 스민 전설이 휘돌고
깊이 들이 마시는 무채색 공기 한 숨 폐부에 달다
무성한 자연과 어우러진 진리 해수욕장 백사장엔
감춰져 있던 나신들이 햇살 아래 눈 시리고
뭉게구름 몇 장 고운데, 고추잠자린 머리 위를 맴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