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족(四足)은 네 발 가진 짐승의 몸통에 달린 사지(四肢)를 말한다. 모름지기 인간을 동물과 확연하게 갈라 놓는 부분(肢)이 하나 더 있으니 추가하면 머리통이다. 여기가 잘 발달돼야 스마트하단 말을 듣게 된다.
나는 사족이 잘 발달되지 못했다. 운동에는 ‘젬병’, 달리기는 ‘꼴찌’. 여지껏 독수리 타자의 달인으로 꼽힌다. 그나마 머리가 좀 발달된 게 천만다행, 하마트면 지진아 수준에 낄 뻔 했다.
스마트폰은 나 같은 사람을 위해 개발됐다. 검지만 놀리면 모든 게 해결된다. 사용이 간편하고 안 가르쳐 줘도 이 곳 저 곳 몇 번 누르다 보면 해답이 절로 생긴다.
그 동안 19세기 스마트폰이라고 놀림 받던 꼬마수첩과 기꺼이 작별했다. 적는 시간보다 어디 뒀는지 찾는 수고로움이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업무 일정과 고객명단, 할 일, 쇼핑목록, 메모지 등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고 24시간 어디서든 e-메일이 가능하다.
더욱이 군밤처럼 따끈따끈한 전기 담요에 들어가 천자문을 읽고 한글 성경을 듣고 있노라면 21세기에 살고 있는 기분이 생생하게 난다. “엄마 손에 스마트폰이 들어간 것이 인류가 불을 발견한 것과 흡사하다”는 아들의 지적은 진짜로 맞다.
삼매경은 잡념을 버리고 오직 하나의 대상에만 전신을 집중하는 경지다. 여기에 다다르면 스스로 바른 지혜를 얻고 대상을 올바르게 파악하게 된다.
중독(Addiction)은 라틴어의 ‘Addicene’에서 유래됐다. ‘동의하는 것, 양도하는 것’이라는 뜻인데 감금되거나 노예가 된 사람을 묘사할 때 사용되기도 했다. 무슨 일에 ‘중독’되면 그 일의 노예가 된다.
삼매경이 집중 혹은 빠져듦을 통해 자각 내지 깨달음을 얻는 것임에 비해 중독은 자아의 상실을 유도한다.
미국 청소년들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스마트폰, TV, 텔레비전 또는 다른 전자제품을 사용하면서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조건 나무라고 다그치는 일보다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지도하는 길 밖에 없다. 문 밖에선 방 안의 풍경을 알지 못한다. 방에 들어가 함께 놀며 장단점을 알려주는 길 밖에 없다.
꼭두새벽에 일어나 ‘굿모닝 아메리카, 좋은 아침 내 새끼들!’하고 시도 때도 없이 문자를 날린다. 문자를 씹으면 ‘흑 흑 엄마 슬퍼!’라고 동정심에 호소하면 금방 답신이 날라온다. “애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쏙 들어갔다.
도둑질 일찍 배운 사람이 개 훔치는 데 늦게 배워 소 훔치는 꼴이 됐다. 중독되면 안 된다고, 나이도 있는데 눈 나빠진다며 지들이 되려 걱정이다. “블루베리와 시금치 매일 먹으니 걱정마”라고 문자를 날리면 애들이 혀를 내 두른다.
주문공처럼 “오늘 배우지 않아도 내일이 있다고 말아라. 올해 배우지 않아도 내년이 있다고 말아라. 날과 달은 간다. 나로 하여 늦추지 않나니, 아아, 늙었구나. 이 누구의 허물인고”라고 한탄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시라. 배움에는 끝이 없다. 바빠서 못하는 사람은 시간이 있어도 못한다.
개천에서 용 나는 건 한 순간이다. 인생은 고쳐쓰기를 잘하는 사람이 승리하게 마련이다. 내친김에 아들보다 먼저 아이패드를 사서 문명인들을 놀라게 해 줄까. 그 동안 미개인 취급 받으며 설움 받던, 원수(?) 갚을 생각에 고소해서 혼자 웃는다.
첫댓글 스마트 폰에 대한 글로 세번째 올리는 글입니다. 너무 많이 올린 다는 생각이 들지만 요즈음 제가 관심있는 주제라서요...ㅎㅎ
열개라도 올리세요. 이런 글은 얼마든지 괜찮을 거 같은데요. 아무래도 조만간 하나 사실 거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ㅎㅎ
역시 명철하셔서 ㅎㅎ 어떤 것으로 살까 연구 중이랍니다. 제가 사면 사진 찍어 올릴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