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에 채식 및 맥주 만들기 모임이 있어서
11시쯤 녹색당 텃밭에 가서 애호박 님과 함께 잎채소들을 땄어요.
도시농업네트워크 사무실에 도착해 좀 있으려니 양근 님이 와인 한 병을 들고 나타나셨고요.
점심으로 먹을 비빔밥 재료 준비를 세 사람이 함께 했어요. 애호박 님의 총지휘 하에.^^
밥을 안치고, 된장국을 끓이고, 비빔밥에 넣을 재료들을 마련했죠. 샐러드도 만들고.
옥상에 그럴듯한 탁자와 의자가 있어서, 그리고 햇살과 바람이 좋아서 옥상에 상을 차렸어요.
밥 먹기 전에 우아~하게 와인을 한 잔씩 하고,
비빔밥과 된장국, 샐러드와 와인을 즐기고 있을 때
자체 제조한 복분자주와 직접 만든 마카로니 샐러드를 들고 나무 님이 나타났죠.
채식, 맥주 만들기 모임이 낮술 모임으로 바뀌어 버린 순간.
애호박 님이 커피 생두를 지지고 볶아 향기롭고 찐~한 커피를 내려 주셨어요.
저는 바리스타 보조 역할을 충실히 했고요.
'근데 맥주는 언제 만들죠?'
'괜찮아요,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요, 뭐.'라고 혼자 속으로 중얼거리며
커피 마시면서 김광석 유재하 음악을 들었네요.
드디어!
양근 님과 맥주 통을 조립하고 있어요. 초간단 조립.
저 통에서 500ml 맥주 40병이 나온다고 했나요?
맥주 주재료(이름 모름;;;)를 통에 넣고 계신 양근 님,
저 흐뭇한 표정이 모임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는^^
물을 붓고, 효모의 먹이가 되는 무언가(역시 이름 모름)를 넣었어요.
그러곤 비중계로 비중 체크. 가운데 뾰족 솟아 있는 유리 막대 같은 게 생전 처음 보는 비중계.
왼쪽에 비스듬히 보이는 유리 막대는 내용물을 섞기 위해 휘젓는 용도로 쓰이고 있는 온도계입니다.
온도계가 깨져 수은 맥주가 될까 봐 매우 잠깐 걱정을 했죠.ㅎㅎ
맥주를 맛있게 익혀 줄 효모를 넣고 있어요.
2주 정도 지나면 발효가 되고, 그럼 통에 있는 맥주를 병에 옮겨 담아야 한대요.
이때 2차 맥주 만들기 모임을 해야 하는 거죠.
맥주 만들기 끝!
애호박 님 설명을 들으니 그리 어렵지 않더군요.
양근 님은 열과 성을 다해 맥주 담그는 일에 몰두하셨고
저는 이렇게 사진이나 찍으며 빈둥거렸죠.
나무 님은 뭐했나요?^^;;(설탕 사 왔구나!)
모임 끝날 무렵에는 솔잎차를 마시며 오늘 모임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맥주 만드는 일은 단순히 취미생활에 그치는 일이 아니더군요.
뜻이 통하는 사람들과 모여, 준비해 온 소박한 밥과 반찬과 술과 차를 나누는 일이
아주 평화롭게 느껴졌고, 뿌듯했어요.
첫댓글 글 재미있게 쓰셨어요~ㅎ
많은 일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화롭고 느긋한 하루였습니다~
이런 글 자주 올라오면 좋겠어요. 내가 갔다온 것 마냥 피곤함이 싹 가시네요. 맥주 다 되면 시음 소감도 부착합니다.
우와~!ㅎㅎ 모임도 좋았지만 글은 더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