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벗 무득님과 함께 산사에 머물며 예불드리고 법담을 나누며 포행하듯 오르는 산행으로
넉넉한 여유와 즐거움을 계획하였다
법우들과 더 지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까만건반과 지혜안님을 설득하여 넷이서 같이 한낮을
보냈다
먼저 백제와 신라의 국경이 되는 나제통문에 오르니 산위에 고색문양의 여러 깃발을 세워
국경의 분위기를 연출하였으나 영화 황산벌에서 박중훈과 그 일당들이 지껄이던 백제와 신라
군의 거시기 사투리가 떠올라 웃음꽃이 피고 놀줄 아는 무득님의 제안으로 다리아래 개천으로
내려가 발을 담가 탁족하며 물수제비 뜨고 깔깔대니 분위기 억수로 좋다
무리해서 시간내준 두 법우님이 고마와 저녁공양을 함께하고 헤어진후 무득님과 어설픈 첫날
야영에 들어갔다 원래는 백련사에 유숙하려 하였으나 여의치 않아 비상으로 준비한 텐트와
식량으로 휴가를 보내야 했다 태풍의 영향이었는지 비오는 새벽은 생각보다 추워 모포한장으로
둘이 서로 빼앗고 빼앗기며 설잠잔 덕에 늦게 일어나 아침겸 점심을 해먹고 덕유산행에 올랐다
계곡을 따라 4키로 남짓 수월하게 오르니 백련사에 도착한다 역시나 가장 좋은 명당에 명산의
기운을 듬뿍 받고 있는 사찰에 서있으니 산신각 불사하는 인부들이 머물러 유숙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백련사 뒤쪽으로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에 오르는 길이다 거리는 2키로 정도로 줄곧 계단과
경사면을 오르는 길은 무료하고 힘들 것도 같지만 졸참나무 굴참나무 주목 거제수 사스레
철쭉...나무마다에 이름표를 부착하여 같아 보이지만 다른 나무이름을 확인하고 보기힘든
꽃들 이름 맞추기 해가며 동자꽃 마중받으면서 오르는 재미에 힘들 것은 없다
정상에 오를수록 나무는 낮아지고 풀은 얻드려 바람을 피한다 비를 동반한 짙은 운무와 안개
로 시원한 정상의 전망을 보지는 못하되 자기를 낮추는 겸손으로도 자기자리 당당하게 지키며
정상에 자리하는 식물에게서 새삼스런 삶의 지혜도 생각해본다
하산길은 중봉을 지나 오수자굴을 거쳐 백련사까지 4키로 남짓 오르던 길과 달리 좁다란 산길
양옆으로 길을 덮듯이 초목이 조여들며 오수자동굴까지 이어진다 깊지않은 동굴이지만 30명은
족히 대피할수 있는 공간이 형성되어있는 근사한 동굴이다
동굴 조금더 지나 내려오면서는 물소리 들으면서 계곡을 따라 하산길이 이어지는데 이쪽도
나무마다에 이름표가 있어 처음보는 나무이름도 많은데 황벽나무엔 무득님 합장드려 예를
갖추고 난 물푸레나무가 반갑다 물에 잎을 담그면 물빛이 더욱 푸르게 보인다 하여 물푸레
나무라는 설명을 보면서 우리카페에도 이 아름다운 닉을 가진 물푸레님이 더욱 뵙고 싶은
마음이 인다
개울물소리 명랑한데 다리난간에 걸터앉아 하늘다시 쳐다보니 무한히 깊은 저 공간에 별은
반짝이며 자신을 보여주지만 이 광대한 우주에서 나란 존재는 내몸안에 미생물보다도 인식되지
않는 보잘 것 없슴인가...
무득과 밤늦도록 얘기 나누면서도 숙면하고 일어난 아침은 마음까지 가쁜하다 이제 서울로
올라가면서 마이산.전주 덕진공원과 송광사. 완주 화암사를 들를 예정이다
진안 마이산으로 가는 길은 드라이브가 환상이다 오래지 않아 저기 마이산 두봉이 보이는가
싶더니 가까이 갈수록 불쑥솟은 검은 두귀에 나는 언뜻 거인국에 들어선듯한 착각이 들고
거대한 말이 지축이 흔들며 달려드는 두려움조차도 느껴본다
마이산 아래 절은 숫마이산 아래 은수사가 있어 해마다 산신제를 지내고 있고 암마이산 아래
엔 돌탑이 유명한 탑사가 자리하고 있다 탑사 한쪽 암마이봉 벽으로 능소화 한그루가 족히 50
미터는 되도록 벽을타고 오르며 꽃을 피우고 있어 새로운 명물이 되어있고 정성스레 잔돌을
고이고 미려하게 쌓아올린 돌탑의 정성앞에선 저절로 합장 드리니 공든탑이 무너지랴...
마이산의 정수는 암마이봉에 올라야 그 진짜를 볼수 있다 지금은 산의 훼손을 막기위해 휘장을
치고 경고문을 써서 등산을 금하고 있지만 진경은 보아야 하는 무득의 생각은 등산 강행이다
급경사를 이루어 밧줄을 타고 오르기도 하면서 조심스레 정상에 오르면 돌무더기를 쌓아 탑을
이루고 있고 주위에 나무들이 둘러서 있어 전망을 가리며 또 끈으로 나무를 연결하며 위험을
알리는 안전선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면 올라온 것이 무의미하다 안전선을
넘어서야 발아래 걸림이 없는 시원한 조망을 할 수가 있고 장쾌한 호연지기를 얻을 수 있다
갑자기 무득이 웃옷을 벗어 알몸을 드러내는 파격을 보이는데 여기는 암마이봉.. 어머니의
품에안겨 맨몸으로 기를 느끼려는 뜻이려니 나도 같이 옷을 벗고 천애 절벽 정상에서 해바라기
하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오해하지 마시라 이짓도 사람없는 때에라야 가능한 것이니...
이제 반대쪽으로 숫마이봉을 본다 모름지기 마이산에 왔다함은 암마봉에 올라 숫마이봉을
보는데 있다
하늘을 치받듯 솟은 탱천주인가 대지를 찧듯 내려꽂은 절구대이련가 어떻게 보이던지 거대한
돌덩이에서 전해지는 강력한 남성의 힘 앞에선 종족보전과 다산을 위한 기복 신앙의 잉태가
이해됨직 하고 우리도 예외없이 그 기운 온몸으로 받으며 서있기를 한참이었다
마이산에서의 예정을 넘기는 일정으로 시간도 없었지만 워낙 마이산에서 느낀 커다란 감흥은
이미 다른 일정의 흥미도 반감되고 그래서 오분향님이 소개하여 올린 완주 화암사만을 참배
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휴가가 쉬면서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는 힘을 축적하는 휴식이라면.. 수련대회로 심신을 단련
하고 자연의 넘치는 기운 흠씬 받으며 반가운 벗과 함께 보낸 이번 휴가가 만족스럽기만 하다.
첫댓글나제통문 얘기는 대외비였는데...ㅋㅋ 향적봉 오르며 본 야생화는 확인해 보니 흰진범 맞네요. 암마이봉 기운은 제대로 받은 모양입니다. ㅎㅎ 화암사는 고색창연을 지나 퇴락하는 것 같아 가슴 아팠습니다. 약간 답답한 것 같기도 하고...그래도 단청도 안한 가난한 절이 좋았습니다.
대륜님이 이렇게 긴 글을 쓴 적이 있었던가? 청산유수와 같은 글솜씨에 놀라고, 善友와의 하룻밤 여정이 부럽기만 합니다. 마음맞는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이란 참 행복한 것이지요. 불현듯 이백(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이란 詩가 생각나고. 언제 함께 가을여행 한번 갔으면 싶네요. 밤중의 무득전화에 가슴이 뭉클했소.
첫댓글 나제통문 얘기는 대외비였는데...ㅋㅋ 향적봉 오르며 본 야생화는 확인해 보니 흰진범 맞네요. 암마이봉 기운은 제대로 받은 모양입니다. ㅎㅎ 화암사는 고색창연을 지나 퇴락하는 것 같아 가슴 아팠습니다. 약간 답답한 것 같기도 하고...그래도 단청도 안한 가난한 절이 좋았습니다.
두분이서 좋은 시간 보낸것 같습니다.아니 다들 글을 왜리리 잘쓰는거요..^^
각양 각색의 후기 정말 재밌다...
두분이서 좋은 시간 보내신것 같네요 ~~~~~~~~~2
대륜님이 이렇게 긴 글을 쓴 적이 있었던가? 청산유수와 같은 글솜씨에 놀라고, 善友와의 하룻밤 여정이 부럽기만 합니다. 마음맞는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이란 참 행복한 것이지요. 불현듯 이백(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이란 詩가 생각나고. 언제 함께 가을여행 한번 갔으면 싶네요. 밤중의 무득전화에 가슴이 뭉클했소.
기밀이 ? 어허~밀봉 못한 죄 크도다!!! ^*^ 근디 광주의 아는 사람이 휴가중 그걸 보았다는 후문이요~ 돌아오니 길동무 나제통문 갔었냐? 에고 어디건 비밀은 없어~ .근디 대륜님 글 참 잘쓰시네요.앞으로도 기대합니다요.
제발....플리즈.....평범한 후기를.....흑흑........비가 많이 와서 걱정은 했는데.....좋으셨겠네요....ㅎㅎ
정말 좋았겠다.부럽소이다......
바퀴가 왜? 큰지 이제야 알았네, 함께한 무득법우 또한 돋보이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