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2천만원 ‘명품 카르티에’ 호랑이 브로치를 단 金여사....혹 ‘모조품’이면 더 창피한 일

[한현일]

다음은 3.25일 최 보식의 언론에 이 연실 객원 논설위원이 올린 글입니다.잔잔한  산문조로 피력한 글이 폐부를 파고들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것 같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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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간에 떠도는 '김멜다'라는 별명

곧 퇴실할 청와대 안주인이 명품 카르티에 제품에 있는
호랑이 브로치를 달고 외국 여성들과 사진을 찍었다.
진품이라면 가격이 수억 원을 호가한다.

국민이 대통령을 뽑는 이유는 오직 하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라는 뜻이다. 대통령의 아내는 일반 주부가 아니므로 매사 신중하고 더 모범을 보여야 한다.

내가 대한민국의 역대 청와대 안주인 중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분은 육영수 여사이다. 그분은 주로 한복을 입고 지내셨다. 나병 환자의 손을 직접 어루만지고 위문도 하셨다. 박 대통령께도 필요한 경우 아내로서 야당 입장에서 조언을 하신 분이다.

지구촌 권력자들 부인들 중에는 세계적인 명품 옷이나 구두 또는 사치품 등으로 국고를 탕진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녀들은 자신의 남편이 권력을 누리는 동안 어떻게 해서든 자기 치장에 천문학적인 돈을 쓰기도 했다. 이멜다의 구두가 수천 켤레였는데 요즘 세간에 '김멜다'라는 별명이 떠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비통하다.

‘김멜다’로 불리는 이는 5년 전 대선을 치를 때, 후보 부인으로서 서민 친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본색이 곧 드러났는지 명품에도 큰 관심을 가졌나 보다. 2억 2천만원 짜리로 알려진 명품 카르티에 브로치, 정말 진품을 달았다면 엄청난 가격을 줘야 한다. 카탈로그에도 없는 제품이니 별도로 주문 제작을 했을 수도 있겠다. 모조품이라면 정말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나라의 대통령 부인이 명품 모조품을 하고 다닌다는 것은 누가 봐도 천박한 행동이다.

(인도 방문시 김 정숙 여사가 현지인과 셀카를 찍는 모습. 왼쪽 가슴에 단 브로치가 문제의 브로치)

나는 샐러리맨의 아내였다. 그래서 명품에 아예 관심을 갖지 않고 살다가, 싱가포르 주재원의 아내로 생활하는 동안 우연히 명품 세계에 눈요기만 했다. 역설적이게도 잘 사는 싱가포르 여인들은 너무도 소박했고, 한국 여자들은 진품이든 짝퉁이든 브랜드 가방을 갖는데 목숨을 걸듯 했었다. 명품에 얽힌 외국 여자들과 한국 여자들의 차이가 괄목상대할 만큼 컸다. 싱가포르 여자들은 대체로 아무리 부자일지라도 명품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놀랍게도 아시아 주변 국가 즉 후진국이고 독재국가 출신들의 여성들은 싱가포르에서 살며 명품에 광적으로 열광했다. 대부분 뇌물이나 부정부패가 만연한 나라 출신들이 그랬다. 일본 여자들은 부자여서, 한국 여자들은 부자 흉내를 내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명품에 관심을 갖기 일쑤였다.

나는 싱가포르에 살던 시절 한국 여자들을 보고 많이 놀랐다. 그녀들은 대개 부유층의 며느리들이거나 ‘강남족’이었다. 재벌 3세의 부인도 있었다. 참고로 나는 그때 경기도 이천에서 지내다가 싱가포르에 갔었다. 강남에서 온 여인들은 나를 ‘외계인’ 바라보듯이 신기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들은 지방 출신을 우습게 보며 마치 자기들이 신으로부터 특별히 선택받은 사람인양 굴었다.

어떤 교만한 여자가 "어머나! 지방에서 살다가 싱가포르에 왔어요? 이천 사람도 싱가포르에 오는구나..." 나는 원래 이천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남편이 현대전자, 오늘날 하이닉스 직장에 다녔기 때문에 이천에 살았을 뿐이다. 그 여자는 명품 가방도 많았고 명품 구두도 여러 켤레 있었다. 어느 날 그녀의 남편은 횡령 사건을 일으키더니 대기업에서 잘렸다고 들었다. 그리고 야반도주 하듯이 싱가포르를 떠났다.

그 여자와 가깝게 지내던 여자들은 대부분 모이기만 하면 화제가 나의 관심사와 달랐다. 자신의 남편이 샐러리맨이어도 상관없이 ‘명품’ 노래를 불렀다. 만났다 하면 가방 얘기, 구두 얘기, 시계 얘기였다. 나는 내가 돈이 있든 없든 원래 명품에는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 명품’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형이다. 그것도 성향 차이인가 보다. 나는 살아있는 것, 사람이든 동식물이든 생명체에게 매력을 느낀다.

싱가포르에 살 때 어느 날부터인가 초대장이 날아들었다. 고급 일본 백화점들이나 중국계 백화점들이 나의 주소를 어찌 알았는지 싱가포르에 나온 대기업 주재원의 아내들에게 초대장을 보내왔다. 일류 백화점에서 새 물건이 들어오면, 일반인 고객들이 오기 전에 아침 일찍 따로 오도록 하는 우선권을 주고 있었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 주로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을 이용했다. 그랬기에 고급 백화점의 특별한 혜택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 초대장을 받으면 한국 여자들이 승용차에 나눠타고 백화점에 쇼핑을 하러 다녔다. 나는 그런 ‘쇼핑족’들의 삶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영어 회화 공부나 영어로 된 성경 공부를 하러 다닌다"며 일부러 자주 어울리지 않았다.

그 시절 명품 쇼핑에 열광하는 여인들치고 자기 계발을 잘 하는 사람을 거의 못 봤다. 만나면 시어머니 흉보기, 또는 한국에서 유행하는 드라마 얘기, 연예인 성형 얘기 등등 시시콜콜한 주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귀국해서도 그런 한국 주부들의 모습은 크게 달라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일반 여자들과 대화하는 걸 재미없어 한다. 이 세상은 얼마나 다양하고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곳인가?

싱가포르에 살던 시절 한국의 부잣집 며느리들은 진짜 명품 몇 개, 나머지는 짝퉁 가방을 여러 개씩 샀다. 평범한 샐러리맨 아내들은 짝퉁 명품을 여러 개씩 사서 들고 다녔다. 재미있는 것은 짝퉁 명품 가방이 한국의 남대문에서 싱가포르로 들어온다는 사실이었다.

그 나라의 북부 어느 시장통에 가면 한국에서 오는 짝퉁 가방을 파는 곳이 따로 있었다. 매장 안 커튼을 친 곳에 한국에서 만든 짝퉁 가방을 보관하고 한국 고객이 미리 전화를 하면 팔았다.

나는 짝퉁 가방을 진짜처럼 들고 다니는 걸 성격상 못 견뎌 한다. 나를 속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차라리 천으로 만든 퀼트 가방을 들고 다녔다. 그러나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이 그곳을 물어 데리고 가거나 알려준 적은 있다. 그때마다 한국 사람이 싱가포르에 와 있는, 서울 남대문에서 가져왔다는 가짜 가방을 왜 살까, 나는 그 심리가 의아했다. 싱가포르 상인들이야 한국에서 물건을 받아 한국인에게 비싸게 파니 수입은 짭짤했겠다. 지금은 싱가포르가 그런 걸 못하게 철저히 막을 것 같다.

싱가포르에서 진짜 세계적인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중국에서 온 가정부들이었다. 그녀들이 영어를 몰라도 중국계가 70% 넘는 싱가포르, 주변 동남아 부유층의 중국계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로 인기였다. 중국계 주인집의 여자들이 사용하다가 싫증 난 명품 가방을 하나씩 주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중국계나 미얀마 출신 등의 가정부들이 진짜 명품 가방 또는 명품 구두를 신고 다녔다. 나는 그냥 일반 매장이나 거리 노점상 리어커나 아무 상관없이 내 마음에 들면 필요한 것을 사는 형이었다. 나도 명품 한두 개 거뜬히 살 수는 있었지만 일체 그런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금도 각 분야 명품들 이름은 꿰고 있으나 나를 위해서는 어떤 물건이든 명품을 사지 않는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에 귀국해서 나는 아주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 부유층이나 나름대로 자산가들은 명품에 그리 집착하지 않았다. 주로 졸부들이거나 유독 샐러리맨 아내들이 명품에 매달렸다. 자신의 남편에게는 짝퉁을 샀다고 하면서 명품 가방을 사들였다. 아파트 이웃 어느 지인은 그녀의 남편이 출근하면 몰래 낮에 식당 알바 등을 하며 몇 달간 돈을 모아 "명품 가방을 샀다"며 나에게 자랑을 했다. 나는 그런 여자들을 보면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천시의 경우 시골 할머니들이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 장을 보러 나올 때 루이뷔통 가방 하나쯤 들고 다닌다. 놀랍게도 거의 진품이다. 자녀들이나 손주들이 할머니 생신 때 좋은 선물을 한다며 해외 명품 가방을 하나씩 안긴다. 그런 할머니들은 그게 무슨 가방인지는 잘 몰라도 비싼 거라고 하니 애지중지한다. 지극 정성 들고 다니는데 내용물은 잘 해야 콧물 닦을 면손수건이나 손때 묻은 천지갑이 전부이다. 나는 수년간 그러한 현상을 보며 헛웃음이 나왔다.

한국에서는 의외로 의류 재활용함에 진짜 명품이 가끔씩 쏟아져 들어온단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 그 명품 가방을 며느리들이 쓰레기처럼 내다버리기 때문이다. 부잣집 젊은 여성들이 자살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부자였던 내 지인의 딸이 실연을 당하고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 아가씨의 어머니는 딸의 명품 가방 등 진품들을 모두 다 재활용 분류함에 내다버렸다. 물건을 보고 있으면 "딸 생각이 난다"며 괴로워했다. 그걸 사람들이 주워가서 싸게 되파는 나라가 한국이다.

만약 재벌 부인이든 재력가 부인이 몇 천만원 짜리 가방을 들고 다니거나 수억원 짜리 명품 브로치를 달고 다니더라도 나는 관여하지 않겠다. 자기 돈 쓰고 폼 좀 잡아보고 싶으며 멋지게 보이고 싶은 심정을 어이 탓하랴?

그러나 나라의 대통령 부인이라면 뭐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 내 여동생 중 한 명도 명품을 선호한다. 언젠가 내 생일이라고 큰맘 먹고 나에게 명품 시계를 사줬다. 언니가 무척 반색하고 좋아할 줄 안 여동생은 뻘쭘해했다. 그 시계를 서랍 어디에 넣어두고 나는 한 번도 손목에 차지 않았다.

나는 앞으로 내가 감당할 수 없이 많은 돈을 번다 해도 명품 물건은 절대 사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그 돈으로 훨씬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대기업 임원이었다 해도 샐러리맨의 아내였던 내가 진짜 명품을 사들고 다녀봤자 세상 사람들은 ‘짝퉁’으로 볼 것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중국계 가정부들이나 한국의 시골 할머니들이 아무리 비싼 명품 가방을 들고 다녀도 사람들은 다 짝퉁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재벌가 부인은 가짜 가방을 들어도 사람들이 진품으로 보리라.

곧 퇴실할 청와대 안주인이 명품 카르티에 제품에 있는 호랑이 브로치를 달고 외국 여성들과 사진을 찍었다. 진품이라면 가격이 수억 원을 호가한다. 누가 코디를 해줬는지 나는 잘 모른다.

과거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여성 국무장관이 생각난다. 그녀는 그날그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맞는 브로치를 그녀가 골랐다. 상징성을 담아 코디를 해 옷을 입고 장신구를 착용하는 걸로 유명했었다.

나는 이번 정권의 청와대 코디 담당이 그런 센스를 발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센스 있는 이들이라면 생각이 있다는 뜻이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옷을 그토록 엄청나게, 사치스럽게 입은 대통령의 부인, 수억원 대의 브로치를 보며 차기 영부인은 비록 자신의 돈으로라도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국민을 배려하는 대통령의 부인다운 행동이다.

공자님도 ‘교언영색’을 주의하라 했고 예수님도 외식(外飾)하는 자들을 경계하라 했다. 여기서 외식은 속이 비어 있고 겉만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다.

서양에서 중산층은 품격있는 이들을 지칭한다. 한국의 중산층은 아파트 평수 등 소유로 구분한다. 그러니 알맹이보다 껍데기에 치중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 책 한 권 읽지 않아 뇌는 나날이 화석화되어 가면서 겉으로 비단을 걸친다 한들 야밤에 비단옷 자랑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