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올겨울 김장담그기는 맛에 있어서 성공적입니다.
보람이가 맛있다고 칭찬했습니다.- 마늘도 다 찧어주고.
올해는 아무에게도 안 주려고 합니다.
서울에 가 있는 보람이 누나에게 종종 퍼 날라야하니까요.
옛날에 어렸을적에 김장하는 날이면
웃집, 아랫집,작은집에서 어머니의 동서뻘 되시는 분들이
오셔가지고 거들었고 텃밭에서 뽑은 배추, 무우 그 많은 것
다 담그는게 보통일이 아니었지요. 고무장갑이 흔하지 않은 때.
지금이야 한 20포기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마당에 있는 우물물을 두레박으로 퍼 올리거나 작두(펌프)로 샘물을
품어서 썼지요. 뒤안에 솥을 걸고 장작불을 지펴서 황석어젓갈 달이는 냄새~ 흐음~
그 냄새가 그리워서 올해는 까나리액젓을 안쓰고 작년에 강경에 가서
사온 황석어젓인지 잡젓인지를 가지고 달여서 소쿠리에 받혀가지고
썼지요. 고추도 오사리라서 가루가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모른다.- 잘 산거지요.
배추도 속이 노랗고 얇아서 달고 맛있어요.- 잘 선택한거지요.
그리고 옹기 항아리에 담아가지고 일찍 먹을 김치는 간을 보통으로 맞추고
봄에 먹을 김치 항아리에는 소금을 더 얹어서 분필로 3월이라고 써서 표시했네요.
옛날에 겨울에 담그는 김장은 반양식이라 해서 김치항아리가 여러개였지요.
그래서 나도 어머니처럼 항아리에 비니루도 안깔고
그냥 넣어서 옛날 맛이 나는지 시험해 봐야겠네.
그전에 5학년때 표천동에서 태화동을 거쳐 '남이네 동네'쪽으로 넘어가기 전에
장경순이네 집에 잠시 들렀다 간 일이 있는데 머리에 쪽을 찌고 낭자 하신
경순이 어머니께서 나에게 밥을 먹고 가라고 하셨는데 그 때 기억나는 반찬은
무우청으로 담은 김치였다. 마침맞게 잘익은 기다란 무잎사구김치가 어찌 그렇게
맛이 있었는지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경순이 어머니께서 "참 맛나게도 먹는다" 그러셨는데...
그런데 이번에 담은 총각김치에 달린 무잎사구가 그 때 그 맛 하고
거의 똑같은 맛이났다.
나는 기쁘다. 옛날 그 맛을 다시 찾았다는게.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다꽝인지 단무지인지를 담는 법을 알아보았다.
사서 먹는 단무지 보다 옛날에 어머니가 쌀겨로 항아리에 담가 놓고 먹던 그 맛
을 다시 한번 내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2,3년전, 아파트에 살고 있을 때는 그런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작지만 마당도 있고 텃밭도 있는 집이라서 얼~매나 맘에드는지 모른다.
첫댓글 어떤 분이 내게 그러셨네. "김치 넘들 다 퍼주지 말고 너만 먹어." 라고. 그런데 벌써 주어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