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얻은 벼슬
가장 최근에 맡은 벼슬은 간사幹事이다. 간사란 조직에 가장 아랫 부분 직위이다.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간사의 사전적 의미이다. 몸은 수고스럽지만, 마음은 편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듯, 의기투합하는 사람끼리 크고 작은 모임이 생기기 마련이다. 공동체 안에는 마음을 터고 화합하는 긍정적인 모임이 있는가 하면, 그것을 고리로 명예를 탐하는 사람, 권력을 추구하는 이, 장삿속을 채우려는 무리, 유형이 다채롭다. 나는 그 중 어느 부류에 해당할까.
자아를 돌아본다. 권력과 돈 되는 자리는 아예 손사래를 쳐왔다. 함량 미달이란 말이 바른 고백일 성싶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모임에 더러는 책임을 맡았다. 평소 지론대로 봉사하는 자리다. 잘해야 본전이고, 아니면 욕먹는 자리다. 내가 일궈낸 성과를 진정 축하해 줄 사람이 주위에 얼마나 있었는지. 스스로에 보람을 찾는 것이 봉사의 진정한 의미일 터.
간사, 간사로서 처음 맡은 일은 무장 공비에 의해 희생된 분들의 명예회복 운동이다. 내가 태어난 마을, 하룻밤에 38명이 죽고 16명이 크게 다쳤으며, 초가 108동이 불에 탄 사건이다. 그 사건이 터진 후, 2026년 현재 유족들은 여태 하등의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 억울한 사건을 붙들고 10년 동안 매달렸다. 치열한 노력은 비껴가지 않았다. 그 결과, '과거사정리를위한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사망자, 부상자 전원이 진실규명을 받았다. 그러나 구체적인 보상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거짓말 대회에서 장원감은 단연 여의도 정객이다.'란 말이 이를 두고 이름이리라.
다음은 탁구회 간사로서의 이야기다. 우리 고장 와촌瓦村은 작은 면 단위 지역이다. 공공건물이 부족하여 공익 시설이 턱 없이 부족하다. 탁구장 마련은 더더욱 어려웠다. 마땅한 장소를 찾았지만, 만만찮았다. 와촌면장, 노인회장의 허락을 얻어 노인회 2층을 빌려 어렵사리 탁구장을 만들었다. 체육회로부터 탁구대 두 대를 기증 받고 하양노인복지관에서 폐기 처분할 3대를 임차하여 탁구장 문을 열었다. 삼십여 명이 한 공간에서 땀 흘리는 모습, 호형호제하며 웃음꽃을 터뜨린다.
인간은 머리 되기를 원한다. 권좌에서 군림하길 즐긴다. 위만 있고 아래가 없다면, 사상누각인 것을. 권좌에 머물 때는 우러러보지만, 막상 밀려나면 싸늘해지는 것이 세상 인심이다. 내려놓는 것이 미덕일진대, 어리석은 군상은 하릴없이 분주하다. 종심의 연륜에 접어들면서 여러 단체에 장을 모두 내려놓았다. 회장에서 간사로 수직 강등했지만, 이 자리가 맘에 든다. 체력이 닿는 데까지 음지에서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