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판 ‘국풍 2011’을 거부한다!
회사가 본사와 관계회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다음달 23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1박2일짜리 <MBC 무주페스티벌>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본사와 관계회사의 모든 부서에 총 인원의 62%를 기준으로 참석자 수를 할당했다. 한 차례 800명씩 모두 3,20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축제인 것이다.
회사가 내세우는 이번 행사의 목적은 창사 50주년을 맞이해 ‘구성원들의 화합의 장’을 갖겠다는 것이다. 김재철 사장이 그토록 애착을 갖는 윷놀이도 하고, ‘명랑운동회’도 연다. ‘나는 가수다’라는 제목으로 사원들의 장기자랑도 한다.
김재철 사장이 지난해 파업을 전후해 직접 이 행사를 기획해 추진을 지시했다는 소문이다. 김 사장은 역시 통 큰 남자인 모양이다. 회삿돈을 마음대로 쓸 줄 안다. 격려금 명목으로 여기저기 돈을 뿌리고, 마음에 드는 사람들만 골라 ‘CEO 지정연수’를 보내고, 말 잘 듣는 것으로 판명된 보직 간부와 S 고과자는 해외로 내보낸다. 이제 모든 직원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장기자랑과 윷놀이 판을 벌여 재롱을 보며 소액의 경품도 하사하시겠단다. 예산도 10억이나 책정해 놓았다.
이 모든 기획이 이근행 전 MBC본부 위원장과 정대균 진주지부 위원장을 해고하고 수십 명을 대량 징계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김재철 사장은 이미 그 때부터 예견을 한 모양이다. 파업이 끝나면 먼저 보도 부문을 장악하고, 올해 제작 부문마저 장악을 하면 이제 바야흐로 김재철의 MBC, MBC의 새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김재철의 MBC 시대를 경축하는 팡파르와 함께 대규모 축제를 열자! 그 시점은 제작 부문 장악을 완료하고 새로 개편된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2011년 5월 말이 적기이다. 1980년 광주를 피로 얼룩진 5월, 그 5월에 MBC에서 ‘국풍 81’을 멋있게 다시 재현하리라.
드디어 ‘국풍 2011’을 불과 한 달 앞둔 2011년 4월. 이제 MBC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MBC에서는 김재철 사장의 아바타 같은 존재들이 내리는 일방적인 명령과 지시만 난무하고, 제작 현업에 종사하는 기자와 PD 등 직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은 사라지고 있다.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영혼은 필요 없다. 그저 봉급쟁이, 방송 기능인으로서 상명하달에 충실한 자만이 선택받을 뿐이다. 이제 MBC에는 희망을 잃은 자들의 냉소와 깊은 한숨만 감돌고 있다. 살아남은 자들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 MBC에서 탈출할 궁리만 하고 있다. 그리고 엑소더스는 시작되었다. 지난해 종편이 출범해도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던 회사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MBC 예능 프로그램의 기둥과 같은 PD들이 벌써 3명이나 사표를 제출했다. 추가로 한, 두 명이 더 종편으로 이직할 것이란 얘기가 신빙성 있게 돌고 있다. 이것이 바로 김재철 사장이 열어놓은 MBC의 새로운 시대이다. 새로운 MBC를 거부하는 자들은 MBC를 떠나라.
조합은 이 자리에서 단호하게 밝힌다. MBC를 떠나야할 자들은 사원들이 아니라 무능력한 김재철 사장과 그 아바타인 현 경영진이다. 자율성과 창의성이 넘치던 MBC, 자부심과 의욕이 풍만한 MBC, 그 MBC를 망가뜨린 현 경영진이야말로 MBC를 떠나야 한다. 이에 우리는 거부한다. 마치 광주를 피로 적신 뒤 ‘국풍 81’을 연 군사독재자의 후예처럼, MBC를 장악한 뒤 벌이는 김재철 사장의 ‘국풍 2011’을 거부한다. 서울과 지역의 모든 조합원들이 김재철 사장의 ‘사장놀이’의 일환인 무주 페스티벌에 전면 불참할 것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김재철 사장의 아바타가 아니다.
2011년 4 월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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