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19주일 강론 : 물 위를 걸으신 기적(마태 14,22-33) >(8.13.일)
1.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는 어떻게 지내는 것이 좋겠습니까? 건강을 위해서라도 그래야겠지만, 집에서 조용하게 책을 읽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 김수환 추기경님의 영원한 메시지 - 그래도 사랑하라 >는 책을 다시 읽었는데, 그중에서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내용이 있어 소개해봅니다. 김 추기경님의 말씀들입니다.
------------------
- 이 세상에서 사랑을 무척 많이 받아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누가 “옳거니!”라는 말이 나올 만큼 제대로 답할 수 있을까요? 사람으로 났으면 사람답게 사는 것, 그게 전부 아닐까요? 누군가가 마지막 순간에 진정 사람답게 살았노라고 말한다면, 그는 제대로 살아왔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어머니는 1955년 3월, “어머니! 어머니!”하고 다급하게 부르는 나에게 기댄 채 조용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어머니는 “다리에서 바람이 난다.”라는 말씀을 가끔 하셨습니다. 그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다가, 내 몸에서 그런 증세를 느끼고서야 알았습니다. 늙으신 어머니가 하늘나라에서 단 5분만이라도 나를 찾아와준다면, 무릎 꿇고 어머니의 야윈 다리를 주물러드리고 싶은 게 이 막내아들의 사모곡(思母曲)입니다.
- ‘노인네가 노여움 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들 뜻은 그게 아닌데, 그들 언행에 섭섭함을 느끼는 일종의 소외감입니다. 나는 청력이 떨어져서 보청기를 껴도 말이 잘 안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를 찾아온 손님들이 자기들끼리 뭔가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웃는데, 나는 영문을 몰라 소외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 내 나이가 85세입니다.(1922-2009) 내일 죽는다고 해서 빨리 죽었다고 이야기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건강하게’라는 말을 빼고 “오래 사십시오.”라고 인사하는데, 장수(長壽)가 육체적으로 얼마나 고달픈지 모르고 하는 인사 같습니다. 요즘은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 같은 심정입니다.
- 당신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당신만 울고,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는 당신 혼자 미소 짓고, 당신 주위의 모든 사람이 울도록 그런 인생을 사십시오.
------------
김 추기경님의 말씀과, 그분에 대한 기억은 우리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게 해줍니다.
2. 2009년 2월 18일, 서울대교구의 고찬근(루카) 신부님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돌아가시자마자 각막 적출수술을 했습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추기경님이 연세에 비해 각막이 깨끗하다면서, 앞을 못 보는 두 사람이 앞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사셔서 그런지 추기경님의 눈은 작지만 늘 반짝거렸습니다. 각막기증이 가능해졌으니 추기경님도 무척 좋아하실 것입니다.
-------------
김 추기경님 덕분에 각막기증운동이 시작되었고, 저도 뇌사, 사후, 조직 기증을 2009년 7월 3일에 해서 수첩에 늘 갖고 다닙니다. 김 추기경님은 춘천교구의 장익 주교님께 “내 별명이 뭔지 알아?”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장 주교님이 즉시 대답하지 못하니까 “소품이야, 무대 소품”이라고 말하면서 웃으셨습니다. 이 말은 어디를 가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사진 촬영을 함께 해줘야 하는 피곤함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농담입니다.
“그럼 주교는 뭔지 알아? 주교는 쓰레기통이야.”라고 자문자답하셨습니다. 골치 아픈 일로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이 찾아오는 데 대한 고충을 털어놓으셨습니다. 높은 자리에 가면 갈수록 머리 아픈 일들이 많습니다.
3.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천재지변이 심각한 기후변화 때문에 최근에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천재지변 앞에 우리는 속수무책입니다.
5호 태풍 '독수리'가 어마어마한 비를 뿌려 아시아 여러 나라를 물바다로 만들더니, 6호 태풍 '카눈'은 한반도 전역을 강타해서 피해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7호 태풍 '란'이 일본 도쿄 쪽으로 북상 중이랍니다. 부디 이번에는 피해 없이 조용히 지나가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초자연적인 기적을 보여주십니다. 그분이 산에서 혼자 기도하실 때, 제자들이 타고 있던 배가 많이 흔들렸습니다. 그분이 호수 위를 걸어 제자들 쪽으로 가시자 그들은 겁에 질려 유령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베드로가 물 위를 걸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분이 그렇게 해주셨지만, 베드로는 거센 바람을 보며 물에 빠질까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를 살려주셨습니다.
이처럼 날씨와 바람까지 자유자재로 다스리시는 예수님을 보며 제자들은, 그분이 창조주 하느님과 같은 분임을 깨달았습니다. 하느님을 자주 체험하고, 또 두려움 없이 용기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아멘.
-------------
* 오늘의 유머 : 하느님의 실수
중년의 여자가 심장마비 때문에 병원으로 실려 갔습니다. 수술대에서 거의 죽기 전에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이제 끝이냐고 물었더니, 하느님은 아니라고, 앞으로 3-40년 더 살 거라고 대답하셨습니다. 병이 회복되자, 그녀는 병원에 더 머물며 얼굴을 팽팽하게 하고, 아랫배 지방도 제거하고, 사람을 불러 머리도 염색했습니다. 앞으로 3-40년 더 살 테니 이왕이면 더 예쁘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퇴원하다가 앰브란스에 치여 죽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앞에 가자 화내면서 물었습니다. “제가 3-40년 더 살 거라면서요?” 그러자 하느님이 대답하셨습니다. “성형수술해서 못 알아봤다.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