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vs 6개월
선교를 잘한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정의를 내리고 있는가?
선교현장에는 다양한 선교방식이 존재한다.
교회개척, 신학교, 학원복음화, 제자훈련, 학교, 고아원, 지역개발, 빈민사역, 긴급구호사역 등등등.
그 외에도 많은 사역들이 있다.
단지 내 주변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들의 사역을 열거했을 뿐이다.
내게도 다양한 사역현장이 있다.
나는 나이로비 신학교 책임자로 케냐에 파송 받았다.
그러나 케냐성결교회라는 교단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다른 다양한 사역도 하고 있다.
지금의 주된 사역은 목회자훈련이다.
과연 나는 그 현장에서 선교를 잘하고 있을까?
또한 신학교 안에 있는 대학교회와도 협력하고 있다.
오늘은 그 대학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실 이 교회는 이름이 두 개다.
나와 교단은 나이로비신학교 교회(NBC Chapel)이라고 부르지만
교인들은 지역명을 따라 키텡겔라 채플이라고 부른다.
처음 케냐에 와서 예배에 참석했을 때 10여명 남짓 성도들이 남아 있었다.
신학교가 문 닫으면서 교회도 함께 무너졌던 것이었다.
지난 몇 년간 이 교회를 다시 세우기 위해 참 많이 애를 썼다.
목회자를 훈련시키고 교회 지도자를 세우려고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망가진 건물을 보수하려는 데도 애를 많이 썼다.
여기저기 부서진 곳이 많았다. 바닥도 벽도 천장도 온전한 데가 별로 없었다.
제한된 후원금, 가난한 교인들, 황량한 벌판에 우둑커니 서 있는 신학교, 그리고 교회.
그저 재정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보수공사를 해왔다.
건물도 여기저기 보수되었지만,
더 감사한 것은 지금은 70여명의 어른과 아이들이 매주 예배를 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교인들이 생각보다 가난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다른 선교사님의 도움을 받아 전도와 구제의 목적으로 의료캠프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진료 받으러 온 성도들의 손에는 나이로비 병원, 케냐타 병원 등에서 최근에 진료 받은
진료기록과 약봉지들이 들려 있던 것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병원들 한 번 가는 비용이 일반 서민들 한 달 봉급 수준이기 때문이다.
더 놀랐던 것은 진료팀이 말해 준 아이들의 건강 상태다.
다들 충분한 영향을 섭취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것이다.
남루한 옷차림과 달리 이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가난하지 않았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였던가? 사람들의 마음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이들을 다 명목상 그리스도인인 것은 아니다.
복음의 본질과 헌신에 대해서 계속 가르쳐 왔다.
그리고 때때로 귀하게 순종하는 삶의 모습도 보여준 성도들이다.
사실 케냐 선교를 시작할 처음에 듣고 배워서 알고 있던 것이 문제의 핵심이었다.
이 교회를 선교사가 지은 교회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이들에게 이 교회의 주인이 하나님이시고 우리는 하나님의 가족이라고 아무리 말하고 가르쳐도
그건 세상에 있는 모든 교회의 주인이 하나님이시라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을 뿐이었다.
선교사의 신학교, 그 안에 있는 선교사의 교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선교사의 교회가 아닌 내 교회, 내 몸, 내 가족, 내 성전이라는 마음을 갖게 할 방법. 그것이 필요했다.
다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노력해 왔다.
고심 끝에 약간 세속적인 방법이지만
교회와 신학교 사이에 임대계약서를 쓰는 방법이 좋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소유의식을 갖길 바라는 바램에서다. 물론 무상임대다. 형식적인 것이다.
케냐 교단과 논의하여 허락을 받은 후 지난 6개월 동안 계약서가 작성되어 이제는 서명만 남은 상태다.
아직 계약이 체결된 것도 아닌데도 지난 6개월 간의 변화는 놀라웠다.
지난 6년 동안 그렇게 말해도 안하더니
토요일 오후에 그리고 주일 아침에 순번을 짜 나와서 성전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깨진 바닥을 고쳤고, 십자가를 달고, 유리창에 방범창을 덧붙였고, 게시판을 만들어 달고,
식수대도 설치하고, 교회에 허락된 토지에 울타리까지 쳤다.
식사도 더 풍성해진 것 같다. 출석인원도 더 늘었다.
오늘 예배에 오니, 앞에 예쁜 휘장이 쳐져 있다.
참 잘했다 성도들을 칭찬해 주었다.
지난 6년간 나 홀로 했던 공사들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했다.
난 돈이 없어 못한 것들인데,
지난 6개월 동안 성도들은 마음으로 해냈다.
또 다시 깨닫는 진리는 사람이 교회라는 사실이다.
사람이 문제고 사람이 답이다.
사람이 변하면 어렵던 일들도 쉬워질 수 있다.
선교사 대부분이 현지인들이 할 수 있는 능력보단 더 큰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교회를 짓고, 학교를 짓고, 신학교를 단 시간에 지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교사가 떠난다면 그건 다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현지인들에게 그건 선교사의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세우고 이 땅에 살아 왔고 앞으로도 선교사보다 더 오래 살아갈 현지인이 주인이 되게 하여야 한다.
현지인들은 선교사 없이도 지금까지 이 땅에서 잘 생존해 왔다.
앞으로도 잘 생존해 나갈 것이다.
선교사가 없으면 안될 것처럼 내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없어야 더 잘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선교사로 이 땅 케냐에 살며 지난 날 하나님께서 주신 사람들과는 싸우고 지어진 건물이나 프로젝트에 기뻐하진 않았는지 돌아본다.
시설관리자로 살고 있진 않았는지 반성해 본다.
그리고 내 사역의 방향성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고 고백해 본다.
사람을 세워야 한다.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사람,
하나님의 가족으로 살아가는 사람,
하나님 나라 위해 섬기며 사는 사람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 하신 주님의 새계명에 순종하여
하나님을 섬기고 세상을 섬기는 사람을 세워야 한다.
나와 만나는 케냐사람들이 그렇게 변화될 수 있다면,
주님 안에서 내게 주워진 모든 권리를 포기할 수 있는 선교사 되길 소원한다.
이제는 대학교회라는 말 대신 키텡겔라 채플이라 부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더 이상 내 권리를 주장할 교회가 아니지 않은가!
더 일찍 키텡겔라 채플 기회가 주워졌으면 성도들에게 더 유익했었을 텐데.....
나의 연약함을 다시 마주하게 되어 주님 앞에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지금이 주님이 인도해 주신 가장 좋은 시간이라 믿는다.
케냐 선교사로 난 지금 어떻게 사역하고 있는가?
세상 사람들이 지금 날 어떻게 평가 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정말 바라는 것은 후에 하나님 앞에서 잘했다 칭찬 받는 종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살아야 그렇게 주님께 칭찬 받을까 생각해 보면, 사역은 명확해진다.
결국 그 나라에 함께 갈 사람들, 그 영혼들이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들이 모인 교회가 진정 주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로 세워지는 일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 교회 공동체가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며 섬기며 살다 함께 주님 곁으로 간다면
하나님 앞에 서는 날,
가슴을 활짝 펴고 주님 얼굴 볼 수 있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