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華經講義
海東沙門 光明譯註
대한불교조계종 비로사
제1장 법화경의 위치
경명해석
1. 천태교판에서 본 법화경의 위치
2. 법화경의 성립
3. 법화경의 특징
경전의 왕, 일체성불
제2장 법화경의 사상
1. 일승사상
2. 구원실성불
3. 불탑신앙과 경전수지
4. 수기와 비유
제3장 법화경의 제신앙 통합
1. 정토신앙과 법화경
2. 관음신앙과 법화경
3. 다라니주와 법화경
제4장 법화경의 구성
1. 적문
2. 본문
제1장 법화경의 위치
[경명(經名)해석]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은 줄여서 《법화경(法華經)》이라고도 한다. 산스크리트어 경명(經名)은《Saddharmapundarīka-sūtra 삿다르마푼다리카-슈트라》이다. 이것을 축법호는 《정법화경》으로 번역 하였고, 구마라집은 《묘법연화경》으로 번역하였다. “sad”는 “정(正)”의 의미이고, “dharma”는 “법(法)”의 의미다. 따라서 “Saddharma”는 “정법(正法)”의 의미인데, 구마라집은 “묘법(妙法)”으로 의역한 것이다. “pundarīka”는 연꽃인데, 특히 흰 연꽃(白蓮)을 말한다. 따라서 경명을 뜻으로 번역하면 “흰 연꽃 같은 정법”으로 해석된다.
백련은 진흙 속에 있으면서도 결코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 정법은 마음의 본성인데, 이 백련에다 비유하여 결코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것이며, 그 정법을 밝히는 것이 법화경이다. 그리하여 법화경은 일불승(一佛乘)을 내세우고 있다. 일불승(一佛乘)이란 보살(菩薩)뿐만 아니라 성문(聲聞)이나 연각(緣覺)에게도 부처의 지견(知見)을 열어서, 모두 자기가 성불(成佛)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즉 “자기에게 불성(佛性)이 있다”고 자각(自覺)하는 것이다. 이것이 실유불성(悉有佛性)과 여래장설(如來藏說)로 발전한다.
법화경의 구조는 방편품을 중심으로 하는 적문(迹門)과 여래수량품을 중심으로 하는 본문(本門)으로 되어 있다. 적문은 중생을 불도(佛道)로 유인하기 위하여 인간 석가모니 부처님이 출세하였고, 본문은 여래수량품에서 석가불이 구원실성(久遠實成)의 불타임을 보여 불성(佛性)은 시방삼세에 상주함을 보여주고 있다.
Ⅰ. 천태교판에서 본 법화경의 위치
1. 교상판석(敎相判釋)1)
교상판석은 줄여서 교상(敎相), 교판(敎判), 교섭(敎攝)이라고도 한다. 흔히 교판이라는 말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부처님께서 일대에 걸쳐 개시하였던 다양한 방식의 가르침을 형식, 방법, 순서, 내용, 의의에 따라서 분류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그것의 궁극적인 의미를 밝히는 경전 연구방식을 교상판석이라 한다. 처음에는 다양한 교설에 대한 체계적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무엇이 궁극적인 가르침인가에 대한 견해를 달리함으로써, 종파성립의 요건이 되기도 하였다. 예컨대 천태종은 《법화경》을 가장 우위에 두는 교판이론을 전개하고, 열반종은 《열반경》을 화엄종은 《화엄경》을 우위에 두는 교판이론을 전개하였다.
이 교판이론의 필요성이 대두된 이유는 부처님의 교설이 지니고 있는 자체의 속성과 그 경전이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역사적인 발전단계에 대한 이해 없이 무분별하게 전역(傳譯)되면서 일어난 수용자의 혼란이 주된 원인이라고 한다. 부처님의 교설은 그때 그때의 인연에 따라 그 상황에 가장 적합한 가르침을 펼친 것이어서 어떤 특정한 교리를 고집하지 않았다. 그 교설이 성립된 상황이 이미 사라져 버린 시대에 그 상황적 교설을 문자화한 경전을 탐구해야 하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때로 모순되는 듯이 보이기까지 하는 경전 상호간의 다양한 내용을 접하는 것이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어느 교설이 옳은가를 변별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는데, 이에 대하여 경전마다 그것을 설한 인연을 밝혀 줌으로써 모든 경전의 성립근거를 부여하고 상호모순을 해결하는 방향을 제시해 준 것이 교판이론이다.
2. 천태교판(天台敎判)
천태교판은 천태지의대사가 세운 교판이론으로 “오시팔교(五時八敎)”로 이루어져 있다. 오시(五時)란 ①화엄시, ②녹원시, ③방등시, ④반야시, ⑤법화열반시를 말하며 오미(五味)라고도 한다. 팔교란 화의4교(化義四敎)와 화법4교(化法四敎)를 말한다. 화의4교는 돈교(頓敎), 점교(漸敎), 비밀교(秘密敎), 부정교(不定敎)를 말하며, 화법4교는 장교(藏敎), 통교(通敎), 별교(別敎), 원교(圓敎)를 말한다.
(1)오시(五時)
천태대사는 부처님께서 설한 일체의 경전을 설법한 시기별로 열거하여 5시기로 분류하였는데 그것이 오시이다. 천태대사는 일체의 경전을 《화엄경》, 아함부경전, 방등부경전, 반야부경전, 《법화경》및 《열반경》으로 묶었으며, 법화와 열반은 같은 뜻으로 보아 하나로 묶었다. 이렇게 분류한 이유는 부처님께서 교설한 궁극의 목적이 중생으로 하여금 자신의 불성을 깨달아 성불케 하는데 있지만, 중생들의 근기가 달라 그에 따라 법을 설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경전의 성질이 나누어지게 되었고, 또 법을 설한 시기가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일체의 경전을 다섯 가지로 나누고 시기별로 분류한 것이 오시교판인 것이다.
오시란 첫째 《화엄경》을 설한 “화엄시(華嚴時)”, 둘째 아함부경전을 설한 “녹원시(鹿苑時)” 또는 “아함시(阿含時)”, 셋째 방등부경전을 설한 “방등시(方等時), 넷째 반야부경전을 설한 ”반야시(般若時)“, 다섯째 《법화경》과 《열반경》을 설한 ”법화열반시(法華涅槃時)“를 말한다.
1)화엄시(華嚴時)
화엄시는 부처님께서 성도한 직후 3.7일간 《화엄경》을 설한 시기를 말한다. 화엄시란 말도 《화엄경》의 경명에서 따온 것이다.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성도를 하고 문수보살, 보현보살 등 제대보살과 숙세에 근기가 성숙한 천룡팔부를 위해 7처 8회에 걸쳐 깨달은 그대로 설한 내용이 《화엄경》이다. 《법화경》의「신해품」에서 부자 아버지를 보고 거지 아들이 놀라는 시기가 화엄시라 한다.
2)녹원시(鹿苑時)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부처님께서 깨달은 내용 그대로 대중에게 《화엄경》을 설하였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법문을 하였지만 가르침의 내용이 너무 높고 심오하여 대보살 이외에는 성문 등의 대중은 이해하지를 못하였다. 마치 귀머거리나 벙어리와 같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성문 등의 대중들로 하여금 이해를 시키기 위하여 수준을 낮추어 설하기로 하고, 점차 수준을 올려 가면서 법을 설하였다고 한다. 그 첫째 단계가 아함부경전을 설한 것이다. 녹원시란 말은 아함부경전을 설한 장소가 “녹야원”인데, 그 장소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리고 아함부경전을 설한 것이라 하여 경명을 따서 “아함시”라고도 한다.
아함시는 성문, 연각, 보살의 3승에게 각각 사제법, 십이인연, 육바라밀 등을 설한 시기로 12년간 설하였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 초보적인 내용으로서 근기가 낮은 중생을 대상으로 법을 설한 것이라 한다. 《법화경》의 「신해품」장자궁자의 비유에서 궁자와 교섭에 실패한 장자가 궁자와 같은 열등한 근기에 맞추어 방편을 써서 유인하는 단계가 녹원시라 한다. 녹원시에 해당되는 경전은 북전으로 《장아함경》《잡아함경》《중아함경》《증일아함경》이 있고, 남전에서는 《디가니까야(장부)》《맛지마니까야(중부)》《상윳타니까야(상응부)》《앙굿타라니까야(증지부)》《굿다카니까야(소부) 》가 있다. 남전과 북전을 대비하면 다음과 같다.
디가니까야(Dīgha-nikāya 장부長部) : 장아함경(長阿含經, 법장부 所傳, 413년 譯)
맛지마니까야(Majjhima-nikāya, 중부中部) : 중아함경(中阿含經, 설일체유부所傳, 398년 譯)
상윳타니까야(Samyutta-nikāya, 상응부相應部):잡아함경(雜阿含經, 설일체유부所傳, 443년 譯)
앙굿타라니까야(Anguttara-nikāya,증지부增支部):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소속부파불명,384년 譯)
굿다카니까야(Khuddaka-nikāya, 소부 小部) : 한역(漢譯)은 부분적으로 번역되었음, 의족경(義足 經),법구경(法句經), 본사경(本事經), 생경(生經) 등
3)방등시(方等時)
방등시는 아함부경전을 설한 후 8년간 방등부경전《유마경》《금광명경》《승만경》등을 설한 시기를 말한다. 방등시는 녹원시에서 소승의 깨달음을 대승의 깨달음과 동일시하여 그기에 만족하는 것을 깨뜨리는 가르침이다. 즉 소승은 방편에 불과하고 부처님의 본뜻은 대승에 있다고 하여 이들의 잘못된 견해를 타파하는 시기이다. 《법화경》의 「신해품」에서 거지 아들이 창고를 맡아서 관리하는 시기가 바로 방등시라 한다.
4)반야시(般若時)
반야시는 반야부경전을 22년간 설한 시기를 말한다. 《법화경》의「신해품」에서 장자인 아버지가 궁자인 아들에게 재산을 넘기는 시기가 반야시라 한다. 반야시의 설법은 대승과 소승이 다른 것이라고 구별하는 잘못을 타파하는 것이다. 방등시에서 대승을 소승과 비교하여 대승을 찬탄하였는데, 이 설법을 들은 대중들이 대승과 소승은 별개인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의 본래 뜻은 소승과 대승이 별개가 아니기 때문에 그 근본은 동일한 것이다. 즉 일체개공(一切皆空)을 설하여 그 오해를 타파한다.
5)법화열반시(法華涅槃時)
제5시인 법화열반시는 부처님께서 입멸 전 8년 동안 《법화경》과 입멸직전에 《열반경》을 설한 것을 말한다. 《법화경》은 부처님의 최후(열반경은 제외) 설법으로서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한 뜻이 무엇인지를 설한다.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 “방편을 열어 진실을 보이는 것(開權顯實)”, 부다가야에서 성도한 부처님께서 “구원겁 전에 이미 성불하였다는 것(久遠實成)”등이 이 경의 내용이다. 이 법화열반시에 이르면 2승 3승 등 모든 중생이 성불할 수 있다는 것이다(一切衆生悉有佛性).
(2)화의사교(化義四敎)
앞 오시(五時)는 부처님의 설법시기를 기준으로 하여 부처님의 일대교설을 분류 한 것이다. 그런데 팔교(八敎) 부처님의 일대교설을 설법형식(방법)과 내용으로 분류한 것이다. 그 중에서 설법형식(방법)으로 분류한 것이 화의사교이다. 화의사교는 돈교(頓敎), 점교(漸敎), 비밀교(秘密敎), 부정교(不定敎)로 구분된다.
1)돈교(頓敎)
돈교에는 돈직(頓直)과 돈초(頓初)의 두 가지 뜻이 있다. 돈직이란 부처님께서 깨달은 정각 내용을 그대로 설한 것을 말한다. 즉 중생의 근기를 고려하지 않고 설한 것이다. 돈초는 최초라는 의미이다. 즉 5시의 제1시 설법(화엄시)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돈초에 의미에 중점을 둔다. 《화엄요교장》에서 “근기가 성숙된 자를 위하여 하나의 법문에 모든 불법에 대한 설명을 갖추고 상(常)과 무상(無常), 공(空)과 불공(不空)을 동시에 모두 설하고 더 이상의 점차적 단계가 없으므로 돈교라 한다. ~ 돈교에 따르면 모든 법은 오직 하나의 진여심(眞如心)일뿐이어서 차별상을 다하고 언어를 떠나고 사유분별이 끊어져 설할 수 없는 것이다.”라 하고 있다. 돈교에 해당하는 교설은 일반적으로 《화엄경》을 일컫는다.
2)점교(漸敎)
점교란 부처님께서 깨달은 진리를 그대로 이해할 수 없는 중생을 계도하기 위하여 설한 방편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부처님의 깨달음을 쉽게 설명하여 진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말한다. 5시의 교판에서 아함, 방등, 반야의 3시가 모두 점교에 해당된다. 천태지의대사는 이러한 돈교를 먼저 설하고 후에 점교의 방편을 쓰는 것은 석가모니불에 한하지 않고 과거의 모든 부처님이 행했던 교화형식이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선돈후점(先頓後漸)의 방식은 여래가 중생을 교화할 때 반드시 따르는 법칙이라 하고 있다.
3)비밀교(秘密敎)
비밀교란 여래의 설법을 듣는 청중이 설법의 내용뿐만 아니라 다른 청중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설법형식을 말한다. 설법의 내용을 모른다는 것은 다른 청중이 듣는 설법내용을 모른다는 것이지 자신이 설법의 내용을 모른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다른 청중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다른 청중이 듣는 설법의 내용을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어쨌든 천태지의는 비밀교를 이렇게 논하였다.
이에 대하여 다음에 설명할 부정교(不定敎)는 설법을 듣는 청중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다른 청중이 듣는 설법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지의대사가 비밀교를 세우기 전에는 부정교를 현로부정교(顯露不定敎)와 비밀부정교(秘密不定敎)로 나누었다. 지의대사가 세운 비밀교는 비밀부정교에 해당되는 셈이다. 즉 화의4교중 제3 비밀교는 《대품반야경》제43「무작실상품」의 경문과 이것을 해석한《대지도론》63에서 부처의 법륜을 현(顯)과 밀(密) 두 가지로 나누는 문장에 의거하여 천태지의가 새로이 세운 것이라 한다.2) 다시 말하면 천태지의대사의 시대에 돈, 점, 부정교의 세 가지가 있었는데 여기에 천태지의대사가 비밀교를 더한 것이다.
비밀교는 5시의 화엄시, 녹원시, 방등시, 반야시의 전4시 어디서나 비밀의 설법을 행해지는 것이어서 비밀부라는 경전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 한다.
4)부정교(不定敎)
부정교란 부처님께서는 일음(一音)으로서 법을 설하지만 이를 듣는 청중이 각각 달리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즉 어떤 사람은 점교에서 돈교의 이익을 얻고, 어떤 사람은 돈교에서 점교의 이익을 얻는 설법형식을 말한다. 청중이 각각 달리 이해하는 이유는 각자의 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 천태지의는 청중의 근기에 따른 차이뿐만 아니라 여래의 자재하고 부사의한 교화력에 의하여서도 청중이 각기 다르게 이해한다고도 한다. 이 부정교도 5시의 화엄시, 녹원시, 방등시, 반야시의 전4시 어디서나 설법이 행하여 졌어 부정부라는 경전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3)화법사교(化法四敎)
화법사교는 부처님의 설법내용을 장(藏), 통(通), 별(別), 원(圓)의 4가지 가르침으로 분류한 것을 말하는데, 얕은 내용으로부터 깊은 내용으로 들어가는 순서로 배열한 것이다. 천태지의대사는 장교, 통교, 별교, 원교를 삼계내(三界內)와 삼계외(三界外)로 구분하고, 다시 사(事)와 이(理)로 분류하였다. 삼계내의 사법(事法)의 가르침이 장교이고, 삼계내의 이법(理法)의 가르침이 통교이다. 별교는 삼계를 벗어난 세계의 사법(事法)의 가르침이고, 원교는 삼계를 벗어난 세계의 이법(理法)의 가르침이다.
장교와 통교 둘 다 공관(空觀)만 행하고 가관(假觀)과 중관(中觀)은 행하지 않는다. 장교는 공을 분석적으로 파악하는 석공관(析空觀)이고, 통교는 공을 체득적으로 파악하는 체공관(體空觀)이다. 별교와 원교는 공관뿐만 아니라 가관과 중관도 행하는 점에서 같지만, 별교는 공관, 가관, 중관을 차례로 파악하는 차제삼관(次第三觀)이고, 원교는 공관, 가관, 중관을 한 마음에서 파악하는 일심삼관(一心三觀)이다.
[화법사교의 특징과 삼관]
삼계 이사(理事) 공관(空觀) 공, 가, 중 삼관
장교 삼계내 사(事) 석공관(析空觀)
통교 삼계내 이(理) 체공관(體空觀)
별교 삼계외 사(事) 차제삼관(次第三觀)
원교 삼계외 이(理) 일심삼관(一心三觀)
[삼제원융(三諦圓融)]
삼제는 공제(空諦), 가제(假諦), 중제(中諦)를 말한다. 천태가 말하는 공제, 가제, 중제는 이미 용수가《중론》에서 『衆因緣生法 我說卽是空3) 亦爲是假名 亦是中道義』라 하고 있고, 유식학파에서도 유공중도(有空中道)를 논하고 있으므로 삼제는 천태의 독창적인 것이 아닌 것이다. 다만 천태는 이 삼제를 제법실상을 밝히는데 십분 발휘하고 있는데 그것이 삼제원융이다.
천태에 의하면 일체제법은 공(空), 가(假), 중(中)의 진리라는 것이다. 공(空)이라는 진리는 일체제법의 실체를 부정하여 일체제법은 체(體)에서 평등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진리이므로 공제(空諦)라 한다. 한편 일체제법은 현실에서 차별로 엄연히 존재한다. 이것도 진리이므로 가제(假諦)라 한다. 그리고 평등의 공(空)과 차별의 가(假)는 공(空)이기 때문에 가(假)가 있을 수 있고, 가(假)는 또 공(空)을 나타내는 것이다. 따라서 공과 가는 별개의 둘이 아니라 불이일체(不二一體)이다. 이것이 중제(中諦)라는 것이다.
이제 삼제(三諦)가 원융(圓融)한 면을 보자. 삼제원융이란 공(空)속에 가(假)와 중(中)이 포섭되어 있고, 가(假)속에 공(空)과 중(中)이 포섭되어 있고, 중(中)속에 공(空)과 가(假)가 포섭되어 있어서, 각 제가 다른 이제를 갖추면서 원융하고, 서로 상즉하면서 원융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다른 이제를 갖추면서 원융하다는 것을 호구원융(互具圓融)이라 하고, 서로 상즉하면서 원융하다는 것을 상즉원융(相卽圓融)이라 한다.
예를 들어 물을 보자. 물은 수소(H)와 산소(O)가 결합하여 이루어진다. 여기서 세 가지 측면을 볼 수 있다. 첫째 수소와 산소를 결합시키면 물이 생성된다는 진리이다. 이것이 물이 있게 되는 것이니 가(假)이다. 둘째 수소와 산소가 자성(自性)을 가지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물을 생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즉 자성의 실체 부정이 공(空)이다. 셋째 물인 가(假)와, 수소와 산소의 자성 부정인 공(空)은 둘이 아니니 그것이 중(中)이다.
그런데 가(假)로 존재하는 물 역시 자성(自性)이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수소와 산소가 자성이 없으니 그 결합인 물도 자성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물인 가(假)속에 공(空)이 포섭되어 있고, 그 가(假)인 물이 자성이 없는 바로 공(空)이다. 따라서 물인 가(假)속에 중(中)도 포섭되어 있다. 이러한 논리로 공(空)속에 가와 중이 포섭되고, 중(中)속에 가와 공이 포섭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호구원융(互具圓融)이다.
또 우리가 물을 보면 오로지 물만 나타나지 그 자성은 나타나지 않고, 물과 무자성이 같다는 것도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삼제가 물인 가제(假諦)로 완전히 하나의 상태다. 이 물을 과학자가 수소와 산소를 분해하였다면 물을 이미 무자성 공(空)을 나타내는 것이지 물인 가(假)와 중(中)은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삼제가 공제(空諦)로 완전히 하나의 상태다. 이 둘의 결과를 동시에 보면 가(假)와 공(空)이 같다는 중(中)으로 나타나지 별도로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즉공즉가즉중(卽空卽假卽中)을 말하는 상즉원융(相卽圓融)이다.
위 물을 예로 보았듯이 개별의 법이 일체법의 공,가,중을 말하고 있는 것이니, 하나의 공이 일체공(一空一切空)이고, 하나의 가(假)가 일체가(一假一切假)이며, 하나의 중(中)이 일체중(一中一切中)이다. 이 삼제원융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호구원융(互具圓融)]
空 假 中
서로 동시원융(同時圓融)
[상즉원융(相卽圓融)]
또한 호구원융(互具圓融)과 상즉원융(相卽圓融)의 관계도 서로 동시원융(同時圓融)이다. 이러한 삼제원융은 추상적인 관념상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상세계의 사사물물 전부 원융삼제의 진리를 구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우리가 어떤 소리를 들을 때 그 소리가 삼제원융의 진리를 구족하고, 어떤 사물을 볼 때 그 사물이 삼제원융의 진리를 구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이 제법실상(諸法實相)의 묘리이다. 천태는 이러한 삼제원융의 관찰을 일심삼관(一心三觀)이라 한다.
[《중론》「관사제품 제18게」와 삼제]
我說卽是空 - 공제 - 평등의 원리 - 소극적 부정
衆因緣生法 亦爲是假名 - 가제 - 차별의 원리 - 적극적 긍정
亦是中道義 - 중제 - 차별즉평등 - 불이일체
※석공관 : 세속적인 입장에서는 제법(諸法)을 실유(實有)라고 여기고 있는데, 불교 특히 장교에서 제법을 분석한 결과 “아공법유(我空法有)”라고 하는 관법을 말한다. 이렇게 분석한 결과 아(我)는 공이지만 모든 존재는 공무(空無)한 것이 아니고 각기 독자적인 본질실체(本質實體:法)을 가지고 있다고 관하는 것을 석공(析空)이라 한다.
※체공관 : 즉공관(卽空觀)이라고도 한다. 제법의 존재가 곧 있는 그대로의 공(空)이라고 하는 관법을 말한다. 즉 제법의 본체에 의거하여 있는 그대로의 공을 터득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공관을 대승의 초문인 통교에서 설하는데 당초부터 제법은 일체공(一切空)이라 한다.
※차제삼관 : 위의 공제, 가제, 중제 삼제의 관을, 공관에서 가관으로 가관에서 중관으로 단계적으로 관하는 것을 차제삼관이라 한다.
1)장교(藏敎)
장교는 소승의 삼장교(三藏敎)를 말한다. 여기서의 “장(藏)”은 경장(經藏), 율장(律藏), 논장(論藏)의 삼장에서 따온 것인데 원래 대승과 소승에 공통으로 사용된 것을 천태지의는 장교를 소승교를 가리키는 것으로 여겼다.
장교의 가르침은 “사제(四諦)”이다. 먼저 ①고제(苦諦)로서 생사의 세계에 빠져 있는 범부 중생들에게 이 세계는 고통의 세계라는 것을 가르친다. 3계의 중생들이 즐거움과 괴로움이 같지는 않지만 생사의 고통에 빠져있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②집제(集諦)인데, 고통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이 고통의 세계에 생멸하는 원인이 견혹(見惑)과 사혹(思惑)4) 때문이라는 것이다. ③멸제(滅諦)인데, 고통의 원인인 견혹과 사혹을 끊은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견사혹을 끊으면 법성 진리에 도달한다. 그런데 천태지의의 이와 같은 법문은 아비달마에 계합되는 진리를 멸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별개의 진리를 상정하고 있다. ④도제(道諦)인데, 멸제에서 말한 법성 진리에 도달하기위한 실천 수행방법을 말한다. 간단하게는 계(戒), 정(定), 혜(慧) 삼학을 말하고, 상세하게는 37조도품을 말한다.
앞 도표에서 보았듯이 장교는 삼계내(三界內) 사(事)를 설한다고 하였다. 사(事)를 설한다는 것은 제법의 차별을 설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장교가 공(空)을 도외시 하는 것이 아니라 공(空)도 설한다. 그런데 공을 설함에 있어 색심제법을 분석하여 아공법유(我空法有)를 설하고 있다. 따라서 아직 법공(法空)을 설하지 않고 있으며, 아공도 분석적 방법에 의하기 때문에 석공(析空)이라 한다. 장교를 《중론》「관사제품」제18게에 대비하면 “중인연생법(衆因緣生法)”에 해당된다.
2)통교(通敎)
화법사교의 두 번째가 통교이다. 통교의 명칭은 《천태사교의》에서 “다음 통교를 밝히면 앞의 장교와 통하고, 뒤의 별교와 원교에도 통하기 때문에 통교라 한다. 또 이 가르침(통교) 자체로부터 명칭을 얻는다. 이른바 삼승인이 모두 언설이 없는 도로써 색을 체득하여 공에 들어가기 때문에 통교라 한다. 次明通敎 通前藏敎 通後別圓故名通敎 又從當敎得名 謂三人 同以無言說道 體色入空故名通敎”라 하고 있다. 따라서 통교란 화법사교의 장교, 별교, 원교에 모두 통하기 때문에 통교라 하고, 또 가르침에서 통교라는 명칭을 얻는데, 삼승(성문, 연각, 보살)인이 언설로서 표현할 수 없는 중도의 이치(무언설도)를 체험으로 얻기 때문에 통교라 하는 것이다. 즉 통교의 가르침은 중도의 이치를 직접 드러내는 것인데, 중도의 이치는 언설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언설도(無言說道)라 하였다.
통교는 대승의 첫 관문으로서 장교와 별교, 원교의 중간에 위치하며, 중생의 능력에 따라 장교, 별교, 원교로 전환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므로 통교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통교를 배우는 중생이 보살인데 하근기이면 체공을 수행해도 장교의 편공(偏空)을 깨닫는데 그치고, 상근기이면 통교를 넘어서 별교나 원교의 중도이치까지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의 도표에서 보았듯이 통교는 장교와 마찬가지로 삼계(三界)를 벗어날 것을 설하는 삼계 내의 가르침이다. 그런데 장교는 제법(諸法)의 사상(事相)을 차별하는 가르침인데, 이에 비하여 통교는 인연즉공(因緣卽空)의 제법의 이법(理法)을 가르치는 것이라는 데에 차이가 있다. 그래서 장교를 계내(界內)의 사교(事敎)라 하고 통교를 계내의 이교(理敎)라 하는 것이다.
통교에서 공을 설하는데 장교의 색심제법의 분석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바로 제법즉공(諸法卽空)이라는 공의 원리를 체득할 것을 설한다. 그래서 통교의 공을 체공(滯空)이라 한다. 통교를 《중론》사구게에 대비하면 “아설즉시공(我說卽是空)”에 해당된다.
3)별교(別敎)
화법사교의 세 번째가 별교이다. 별교는 이승(성문, 연각)과 다르고 또 원교와도 다르다는 뜻으로 오직 보살을 가르치는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별교라 한다. 또 이승(二乘)과는 함께하지 않기 때문에 불공교(不共敎)라 한다. 별교는 보살이 수행하여 단계적인 깨달음을 얻는 가르침으로 공, 가, 중의 삼제를 차례로 삼관을 닦기 때문에 원융삼제에 이르지 못한다. 그래서 차제삼관이라 하다. 미혹을 끊는 것도 차례대로 견사혹(見思惑), 진사혹(塵沙惑), 무명혹(無明惑) 등 세 가지를 끊어가며, 차례대로 52계위를 밟아가고, 증득하는 지혜도 일체지(一切智)5), 도종지(道種智)6), 일체종지(一切種智)의 세 가지를 차례대로 얻는다. 이러한 가르침을 설한 대표적인 경전은 《화엄경》이라고 한다. 천태는 별교 다음에 마지막으로 원교를 세우는데 여기에 《법화경》이 해당되며 가장 이상적인 가르침으로 여기고 있다.
4)원교(圓敎)
화법사교의 네 번째가 원교이다. 원교는 원만하다는 뜻으로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서 가장 수승한 가르침이다. 《천태사교의》에서 원(圓)에 대해 “원묘(圓妙), 원만(圓滿), 원족(圓足), 원돈(圓頓)이기 때문에 원교라 한다.”라 하고 있다. 원묘는 모든 법이 원융하여 불가사의한 것을 말하고, 원만은 삼제(三諦)가 상즉함을 말하고, 원족은 사리삼천(事理三千)이 일념에 구족하는 것을 말하고, 원돈은 인과불이(因果不二)하여 초후무별(初後無別)함을 말한다. 그리고는 원교의 수행계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법화경 가운데 개시오입(開示悟入)의 네 자를 원교의 주(住), 행(行), 회향(廻向), 지(地)에 대위 시키는데 이것이 40위이다.”라 하고 있다.
원교는 별교의 차제삼관과는 달리 삼제(공, 가, 중)를 일심으로 한꺼번에 관하는 일심삼관(一心三觀)을 말하고 있다. 즉 공, 가, 중이 서로 상즉하는 원융삼제(圓融三諦)의 원리가 원교의 가르침이다. 여기에서 천태는 생사즉열반, 번뇌즉보리라는 일원적 최고의 가르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장교, 통교, 별교의 생사와 열반, 번뇌와 보리를 2원적으로 설한 것과는 다르다. 천태는 원교의 실천관법을 《천태사교의》에서 4종삼매와 10승관법으로 체계를 세우고 있다. 이상에서 원교는 교상에서는 원융을 설하고 관심에서는 원돈을 설하는 것이다. 그런데 관점에서 이치적으로 보면 본래 끊을 번뇌도 없고 구할 보리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고 실천수행의 입장에서는 원교의 이치를 증득하는데 깊고 앝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수행계위의 단계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천태는 5품제자위, 10신위, 10주위, 10행위, 10회향위, 10주위, 등각위, 묘각위 등의 8과를 세우고 있다. 이상이 화법사교의 설명인데, 그 특징을 간단히 도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화법사교의 특징7)
솔과학출판사 광명스님 저서로 불교학개론,천부경, 금강경, 법성게 등이있으십니다. 천부경이랑 불교학개론은 아직저도 못읽었습니다. 참고하시라고 올립니다.
첫댓글 저작권이 있는 자료는 올리지않는것이 좋습니다.만약에 걸리면 고소를 당해 경찰서에서 오라가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