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임서윤
입가에 닿은 거품을 미소가 터뜨린다
카푸치노가 그렇다
탁 덮어둔 무소식 참지 못해 팡팡 길을 터는
와이파이가 그렇다
거품을 사이에 두고 앉은 그가 그렇다
헝클어진 오후를 걷어차다 까진 정강이가 그렇다
“왜?”
뾰족한 내 물음에 "그저~"
그저 라는 말, 솔기 없는 잠옷 같다
눈만 동그래지는 귓속말처럼
바로 누워도 모로 누워도 그저 편안하다
쓸어 올리는 앞머리 새치 사이로 그저, 바람이 스쳐간다
그대의 날들이 막 펴든 니케의 날개가 되어
소리 없이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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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상시 회원발표 시
그저 / 임서윤
권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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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2
24.07.07 06:4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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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저> 라는 말
솔기 없는 잠옷 같다?
너무 좋은데요
천과 천을 맞대고 꿰맨 것 같은
끝과 끝을 봉합한 선 같은
거품이라서 그저 그런 것 같은
엄청 인상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