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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흘산 연봉
함께 침묵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더 멋진 일은 함께 웃는 것이다. 두 사람 이상이 함께 동일한 체
험을 하고, 함께 감동하고 울고 웃으며 같은 시간을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도 멋진 일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시라토리 하루히코, 「超譯 니체의 말」
▶ 산행일시 : 2011년 2월 5일(토), 맑음, 안개 많음
▶ 산행인원 : 혼자 감
▶ 산행시간 : 9시간
▶ 산행거리 : 도상 22.3㎞
▶ 갈 때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06시 50분발 광덕고개 경유 사창리 가는 첫차 타고 광덕고개에
서 내림(요금 9,100원)
▶ 올 때 : 산정호수 주차장(버스정류장)에서 버스 타고 운천으로 가서(요금 1,500원), 운천에서 버
스 타고 동서울로 옴(요금 8,600원)
▶ 시간별 구간
06 : 5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8 : 15 - 광덕고개, 광덕산가든(620m), 산행시작
08 : 51 - 회목현(檜木峴)
09 : 18 - 상해봉(上海峰, 1,024m)
10 : 00 - 광덕산(廣德山, △1,046.3m)
10 : 44 - △825.6m봉, ┣자 능선 분기, 직진은 박달봉 넘어 백운계곡 주차장 가는 길
10 : 54 - 암릉
11 : 21 - 자등현(自等峴)
12 : 35 - 각흘산(角屹山, △838.2m)
13 : 16 - 765m봉, 벙커, ┤자 능선 분기
13 : 50 - 약사령(藥寺嶺)
14 : 30 - 750m봉, ┣자 능선 분기, 오른쪽은 용화저수지 가는 길
15 : 00 - 삼거리, 명성산 정상은 오른쪽 0.3㎞
15 : 10 - 명성산(鳴聲山, △922.6m)
16 : 12 - 팔각정
16 : 40 - 등룡폭포
17 : 15 - 산정호수 주차장(버스정류장), 산행종료
1. 상해봉 가는 길
▶ 상해봉(上海峰, 1,024m), 광덕산(廣德山, △1,046.3m)
만차 가까운 승객은 대부분 등산객이다. 마치 안내산악회에서 대절한 관광버스 같다. 출발하기 전
에는 소란스럽다가 출발하고 차내 등 끄자 잠잠해진다. 날이 더디 새는 건 안개가 막아서다. 일동
이동에 내리는 사람은 없다. 도평리에서 등산객 한 명 내리고 광덕고개에서 등산객 절반이 내린다.
그중 반은 백운산으로 간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고개 들어 가야 할 광덕산과 그 옆 회목봉 연봉을 우러른다. 정상 부근 만발
한 하얀 눈꽃에 아! 하고 저절로 탄성 지르는 이는 나뿐만이 아니다. 아울러 고단한 산행을 예감한
다. 저 눈꽃 스러지기 전에 다가가야 한다. 급하다. 음식점인 광덕산가든 왼쪽 대로로 들어간다. 대
로는 눈이 다져져 꽤 미끄럽다. 민박집들 나오고 왼쪽 산기슭으로 ‘광덕산 2.0㎞’ 라는 방향표시판
이 보인다.
그러나 나는 상해봉을 가야하니 계속 임도를 따라야 한다. 그레이더로 제설한 눈길에 새로이 내린
눈이 살짝 덮였다. 오늘 아침 내가 첫발자국 찍는다. 와폭인 빙폭의 지계곡이 넘쳐 임도 곳곳도 너
른 빙판이다. 길섶 잡목 붙잡아 돌파한다. 회목현. 광덕고개에서 광덕산까지 4㎞ 중간지점이다. 한
북정맥 종주하는 이들은 임도 아닌 마루금을 고수하기도 했다.
설상차가 쾌속으로 내려온다. 광덕산기상관측소의 교통수단이다. 임도 주변의 눈꽃은 지기 시작
한다. 속도 낸다. 가파름 푹 수그러들고 Y자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이 헬기장 지나 상해봉으로
가는 길이다. 상해봉까지 0.5㎞. 헬기장 지나면 소로의 눈길이다. 사방 황사 섞인 것 같은 안개라
눈꽃이 부여스름하다.
가파른 슬랩에 굵은 밧줄이 달려있다. 내려올 일이 걱정이다만 우선 오르고 본다. 상해봉. 이 근방
최고의 경점이다. 상해(上海)는 바다 위라는 말 곧 운해(雲海)다. 시정거리 짧지만 오늘도 그러하
다. 그런데 이 상해봉이라는 지명이 대득봉과 함께 2004.12.27.자로 폐지되었다. 중앙지명위원회
에서 심의 결정한 일. 왜 그랬는지 물어보려고 전화 걸었으나 담당자는 하루 종일 부재중이란다.
정상 표지석까지 없애버렸다.
상해봉 내림 길. 장갑 벗고 카메라는 배낭에 넣고 스틱은 저 아래로 던져놓고 덤빈다. 밧줄 움켜쥔
다. 엉덩이 뒤로 쑥 빼고 무릎은 직각으로 구부린다. 암벽레펠 흉내 내보다 한 발 한 발 뒤로 뻗는
다. 다 내리고 나니 짧아 아쉽다. 꽃길이 시작된다. 벚꽃 혹은 조팝나무꽃이 흐드러졌다.
광덕산 천문과학관 공사장의 흙산을 지나고 기상관측소. 개들이 요란하게 짖어댄다. 이제부터 등
로는 소로다. 눈꽃 터널 속을 지난다. 등로 한가운데에 누운 누렁이 한 마리가 마지못해 일어난다.
큰 개여서 성질부리면 내가 당할 것 같아 조금은 겁났다. 광덕산 정상. 포천시, 철원군, 화천군의
경계지점인데 포천시에서 정상 표지석을 선점했다. 예전의 풍경과는 달리 주변의 나무 베어내고
공터로 조성하였다. 삼각점은 갈말 309.
2. 오른쪽 멀리는 광덕산 기상관측소, 상해봉에서
3. 상해봉에서 신술령으로 뻗어 내린 능선, 상해봉에서
4. 상해봉, 광덕산 가는 길에서
5. 광덕산 가는 길에서
6. 광덕산 천문과학관 공사장
7. 광덕산 정상
▶ 각흘산(角屹山, △838.2m)
광덕산에서 박달봉 가는 길도 광덕고개로 내리는 길 못지않게 훤하다. 가파르게 내린다. 빙판이라
자주 미끄러진다. 한 차례 쏟다가 멈칫한 봉우리는 969m봉. 이정표에 왼쪽은 큰골 가는 길이다. 꾸
벅하여 927m봉 넘고 길게 떨어진다. 눈꽃은 다 졌다. 눈 돌릴 일이 없어지고 설사면 스캔하지 않으
니 더욱 속도 붙는다. 등로 벗어나면 눈은 발목을 넘는다. 스패츠는 매지 않았다. 등로로만 간다.
┣자 능선 분기점이자 도계인 △825.6m봉(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799.6m로 표시되어 있다).
눈밭 공터에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솟았다. 오른쪽 자등현 가는 눈길은 이미 두 세 사람이 초
벌 러셀하였다. 미끄러지거나 자빠지지 않고 푹신한 것이 지치기 아주 알맞다. 바윗길이 나온다.
여기를 어떻게 통과할까. 내내 걱정했다.
통나무로 엮은 사다리가 놓여있다. 암반에 쉽게 오른다. 두 번째 바윗길. 오른쪽 가파른 사면으로
트래버스 한다. 가드레일 격으로 밧줄이 달려있다. 군사도로에 내려서고 잠시 군사도로로 가다 산
모롱이 돌아 마루금 잡는다. 뚝 떨어져 자등현. 47번 국도 고갯마루다. 오가는 차량에 구제역 소독
작업이 한창이다.
자등현에서 각흘산 가는 길도 뻥 뚫렸다. 산행표지기 따른다. 울창한 잣나무숲 지나고 꾸준히 오른
다. 바람 한 점 없어 사뭇 봄날이다. ┳자 갈림길에 올라서고 모처럼 간이의자 꺼내 휴식한다. 시원
한 탁주 생각이 간절하다. 산정호수에 가서 퍼야겠다고 작심한다. 그러려면 가급적 맹물 마시는 것
도 삼갈 일.
각흘산에서 내려오는 약초꾼을 만난다. 오가는 걸음으로 수인사 나눈다. 무엇을 캤을까 궁금하여
그네들의 발자취를 살핀다. 등로 약간 비킨 오른쪽 교통호 주위에서 더덕을 캐내었다. 각흘산 정상
바로 아래까지 그랬다. 프로들이다. 나는 이삭도 줍지 못했다.
전방 300m는 포탄 떨어지는 지역이니 넘지 말라는 경고판이 나오고 거리가 점점 좁혀짐과 동시에
경고판 거리표시도 점점 숨차다. 200m, 100m, 50m, 30m. 민둥한 포탄 낙하지역에 올라선다. 헬기
장에서 보는 하얀 눈 덮인 연봉이 장관이다. 바위 턱 넘어 각흘산 정상. 안개로 흐리지만 조망 좋
다. 삼각점은 갈말 311, 2007 재설. 정상 표지판은 스테인리스 철판으로 고양시 라이온스산악회에
서 2007.1.2. 세웠다.
8. 각흘산 연봉
9. 각흘산의 민둥한 설사면 외길
10. 각흘산 능선
11. 각흘산 능선
12. 약사령에서 오른 750m봉에서 명성산 가는 길
13. 약사령에서 지나온 길, 명성산 정상 가는 길에서
▶ 명성산(鳴聲山, △922.6m)
드물게 등산객을 마주친다. 남서진하여 각흘산 정상을 벗어난다. 짧은 슬랩을 밧줄 잡고 내리고 설
사면 횡단. 잡목 한 그루 잡초 한 가닥 없는 미끈한 설사면의 위세에 움츠러든다. 밑에는 절대로 내
려다보지 않기로 한다. 한 발 한 발 살금살금 내딛는다. 탁주를 가져오지 않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
다. 취중객기는 금물이리라. 가느다란 밧줄이 달려있다.
능선에 들어 바윗길 왼쪽 양지의 널찍한 암반 골라 휴식 겸해 점심밥 먹는다. 능선 설경도 반찬이
다. 10분이 넉넉하다. 봉봉이 다 경점이다. 오르고 내리며 앞뒤 설산 감상한다. 소나무 한그루만 남
겨놓은 763m봉이 포탄낙하 기점이다. 그 옆은 벙커다. 일단의 등산객들이 점심 식사 중이다. 사람
을 보니 반갑다.
사태 난 사면 위를 조심스레 지나고 765m봉. 벙커 위에 ┤자 갈림길이 있다. 약사령은 직진이다.
줄달음한다. 숨차게 오른 헬기장에도 ┤자 갈림길이 뚜렷하다. 직진. 뚝뚝 떨어진다. 소나무 숲길
을 내린다. 통나무계단이었다. 통나무 받친 철근만 삐쭉삐쭉 남았다. 약사령. 한적하다. 고갯마루
에는 전차방호벽으로 부도탑 모양 돌탑을 길 양편에 여러 기 세웠다.
약사령에서 명성산 가는 길도 산행표지기 합세하여 뚜렷하다. 골짜기로 오른다. 이내 능선 잡더니
암봉 사이 가파른 협곡을 지나고 연이어 암봉을 오른쪽 사면으로 길게 돌아 넘는다. 724m봉 오르
기가 무척 되다. 설원이 시작된다. 명성산 정상에 이르는 구불구불한 눈길이 보기 좋다. ┣자 갈림
길 안부 지나고 설원의 머나먼 오름길이 이어진다.
30분이 무척이나 길었다. 갖은 생각 폈다 접고 무념하기를 숱하게 반복했다. 삼각봉 아래 삼거리.
명성산 정상은 0.3㎞ 남았다. 내쳐간다. 소나무 솔잎에 핀 상고대는 아직 남았다. 신안고개로 내리
는 야트막한 안부에서 슬랩 한 피치 오르면 명성산 정상이다. 2등 삼각점답게(갈말 24, 1983 재설)
조망이 훤하다.
오가는 등산객을 자주 만난다. 그들은 모두 아이젠을 찼다. 아이젠 차서는 눈길 걷는 재미가 반감
되는 것 같아 나는 특별한 경우(아이젠이 아니면 도저히 오갈 수 없는 경우) 이외에는 차지 않는다.
삼각봉(906m)도 오른다. 경점이다. 삼각봉 넘어 나타나는 암릉은 아무도 직등하지 않아 왼쪽 사면
으로 우회한다. 그래도 빙벽인 슬랩을 밧줄잡고 내린다.
흙길인 양지쪽 내림 길은 진창이다. 땅거죽만 녹아 미끄럽기까지 하다. 팔각정. 어디로 내릴까? 책
바위 쪽 자인사로 가는 길은 2.5㎞. 너무 가깝다. 등룡폭포 쪽은 3.9㎞. 험로라고 한다. 이 길을 택
한다. 1석 5조다. 우선 길게 가서 좋고, 천년수 궁예약수에서 해갈하고, 억새벌판 구경하고, 험로라
는 매력이 있고, 등룡폭포 빙폭은 또 어떠할까?
진창길이다. 천년수 궁예약수는 눈 속에 묻혀 그 흔적조차 알아볼 수가 없다. 밧줄 펜스 친 지정 등
로로 내린다. 억새는 빈 줄기뿐. 등룡폭포로 가는 길은 발길이 뜸했다. 진창에 푹푹 빠진다. 등산화
가 무겁다. 이래서 험로라고 하나보다. 돌길 사면 내려 골로 간다. 너덜길이다. 길다. 등룡폭포까지
이런다.
등룡폭포. 관폭대를 만들어 놓았다. 2중 폭포라고도 한다. 눈 섞인 완만한 빙벽이라 볼품없다. 이
제 길은 대로다. 산정호수 풍악소리가 골 타고 들려온다. 비선폭포는 표지판 보고 알아보았다. 펜
션촌 지나 버스정류장에 다다른다. 벼르던 탁주 마시려고 가게에 들려 가격을 물어보니 한 병에
2,000원, 큰 것은 3,000원. 이런, 우리 동네는 1,100원이다. 갑자기 갈증이 달아난다.
14. 명성산 정상
15. 명성산 주릉, 삼각봉에서
16. 삼각봉과 명성산 정상(뒤쪽)
17. 명성산 주릉, 맨 뒤는 명성산 정상
18. 명성산 주릉
19. 명성산 770m봉, 산정호수 놀이동산에서
첫댓글 광덕고개에서 산정호수까지.... 꽤 먼거린데,,,, 홀로 다녀오셨군요,,, 말마따나 추억의 옛 등산코스입니다.....
상해봉과 여우봉을 저울질 할 만한 코스인 것 같네여~
저는 후자를 선택 여우봉 거북바위 능선으로 내려왔던 기역이..
바람이 불지않아 좋으셨을거란 생각 드네여
즐~감 하였슴다.
오잉강화도에 같이 가시지, 홀로 가셨네여 명절을 잘 보내셨습니까
천천히 뜯어보면 좀 삭막한 것 같은데 사진은 너무 멋지게 보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