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국 소리 호르락 소리 문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 .
(시집 『타는 목마름으로』, 1982)
이 시는 1970년대 온통 수형(受刑) 생활로 보낸
시인이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타는 목마름’으로 노래한 작품이다.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신 새벽 뒷골목에 남 몰래 쓰’는 이 시의 시적 상황 속에
당시의 현실이 선명하게 집약되어 있다.
김지하는 이 시의 표현처럼 유신 체제의 질식할 듯한 폭압 속에서
민주주의 회복의 열망을 온몸으로 절규함으로써
한국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존재로 우뚝 서게 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