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르다 메르베트 (소프라노)
베르나르다 핑크 (메조 소프라노)
네덜란드 방송 합창단 / 셀수 안투니스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 / 마리스 얀손스
말러가 1894년에 완성한 두 번째 교향곡은 천국과 부활에 대한 그의 확고한 믿음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오케스트라와 혼성합창단, 두 명의 솔로이스트, 오르간, 무대 밖에 배치된 앙상블 등 대규모 편성이며,
특히 서로 음역이 다른 두 개의 탐탐이 사용된 이례적인 편성으로도 유명하다.
〈교향곡 8번〉과 함께 말러 생전에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말러 스스로도 매우 만족스러워 했던 걸작이다.
〈교향곡 2번〉은 〈교향곡 1번〉의 주인공인 영웅적 거인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말러는 〈교향곡 1번〉을 쓴 뒤 교향시 〈장례식〉(Todtenfeier)을 구상하면서, 영웅적인 승리를 성취했던 거인으로 하여금 죽음에 맞닥뜨리게 했다.
이후 그는 이 교향시를 더욱 발전시켜 6년 만에 〈교향곡 2번〉으로 대중에게 선보였다. 극적 전개와 충만한 영감,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선율과 다채로운 표정들은 죽음과 천국에의 희망을 웅장하게 그려낸다.
1악장 장례식에서는 ‘죽음 이후에 삶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2악장은 생전의 행복한 시절을 기억하고, 3악장에서는 삶의 덧없음을 표현한다. 4악장은 무의미한 삶으로부터 해방됨을 묘사하고 5악장에서는 영원히 지속된 초월적 재생에 대한 열렬한 희망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마지막 악장의 주제의식은 이후 〈대지의 노래〉에서 궁극적으로 구현되는 것이기도 하다.
말러는 1893년 마지막 악장만을 남겨둔 채 고심하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 악장을 성악곡으로 쓰기로 했지만 적합한 가사를 찾지 못했다. 그가 이 장대한 마지막을 완성하게 된 것은 예기치 않게도 한스 폰 뷜로의 장례식이 계기가 되었다. 그와 폰 뷜로는 1891년에 처음 만나게 되었고 서로의 음악세계를 존중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나 이 우정이 이어진 지 3년만인 1894년 폰 뷜로가 사망하게 된다. 그의 장례식에서는 프리드리히 클롭슈토크의 시 ‘부활’을 가사로 한 합창이 노래되었고, 말러는 그토록 찾았던 마지막 악장의 가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클롭슈토크의 시에서 두 개의 연을 가져오고 자신이 나머지 가사를 덧붙여 부활에 대한 확신을 담은 마지막 악장을 완성했다.
1악장 알레그로 마에스토소 Mit durchaus ernstem und feierlichem Ausdruck. (빠르고 장엄하게. 매우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으로.)
1악장은 베토벤의 〈교향곡 ‘영웅’〉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악장이다. 짧은 리듬들이 불연속적으로 조합을 이루는 기법은 베토벤의 리듬의 논리적 작법에 기반을 둔 것이며, 조성 역시 〈영웅〉 2악장 장송행진곡과 같은 c단조를 선택하고 있다.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격렬한 트레몰로를 연주하고 낮은 성부의 현악기 파트에서 1주제가 제시되고, 분위기가 고조되었다가 템포가 느려지면서 2주제가 제시된다. 긴 호흡으로 상승하는 선율을 현악성부가 서정적으로 연주하다 갑자기 금관이 코랄 선율을 연주한다. 이 코랄 선율은 〈교향곡 1번〉 피날레에서 가져온 것으로, 〈교향곡 1번〉의 주인공 ‘거인’의 죽음을 상징한다. 코랄 선율에 뒤따르는 코데타에 이어 발전부로 들어서는데, 이 악장의 발전부는 2중 발전부로 구성된다. 첫 번째 발전부에서는 제2주제가 장조로 제시된 뒤 잉글리시 호른이 목가풍의 단순하고 서정적인 선율을 연주한다. 뒤이어 클라리넷이 이 목가풍 선율을 보다 더 긴 호흡으로 반복한다. 다시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제1주제와 코랄 선율이 서로 주도권을 다투면서 점차 긴장감이 고조되고, 엄청난 음량의 총주와 타악기가 끔찍한 불협화음을 연주하면서 붕괴의 순간을 연출한다. 흉폭한 붕괴의 순간이 지난 뒤, 현성부가 날카롭게 제1주제의 선율을 연주하면서 두 번째 발전부가 시작된다. 이때 관악성부와 타악기가 포르티시모로 충격을 강조하고, 각각 높은 음역과 낮은 음역으로 조율된 탐탐이 교대로 울리면서 죽음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이후 6대의 호른이 ‘진노의 날’ 모티브를 제시함으로써 죽음의 순간을 강렬하게 연출한다. 전체 오케스트라가 날카로운 불협화음을 폭발적으로 제시한 뒤에 금관의 팡파르가 장중한 템포로 이어진다. 재현부를 거쳐 코다에서 말러는 현악성부에 극도의 약음을 요구하는 피아니시시시시모(ppppp)를 지시하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갑작스럽게 트럼펫이 등장한 뒤, 마치 영웅의 끝없는 추락을 상징하듯 반음계의 하행이 길게 이어지면서 악장이 마무리된다.
2악장 안단테 모데라토(Andante moderato. Sehr gemächlich. Nie eilen 보통으로 느리게, 여유 있게, 서두르지 않고)
1악장에서 영웅의 죽음을 더없이 비극적으로 연출했던 말러는, 2악장에서는 삶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펼쳐 보인다. 두 악장의 분위기가 너무나 대조적이기 때문인지, 말러는 1악장을 연주한 뒤 최소한 5분을 쉬고 2악장으로 진행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말러가 “영웅의 일생을 잠시 비추었던 햇빛”이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2악장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찬란하다.
2악장은 느린 템포의 렌틀러 리듬을 사용한 트리오 악장으로 현악성부가 경쾌한 주제선율을 연주하면서 시작된다. 글리산도와 포르타멘토를 다채롭게 구사함으로써 경쾌함을 강조하고 있다. 뒤이어 조성이 단조로 바뀌면서 현성부가 셋잇단음표 리듬의 선율을 스피카토로 연주한다. 플루트가 새로운 주제선율을 연주하는 동안 하프 반주가 신비로운 느낌을 더하면서 먼 기억 속의 행복한 시절을 떠올리듯 아련함을 연출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모든 현악 성부가 피치카토로 주제선율을 재현함으로써 경쾌함을 강조하며 마무리된다.
3악장 Scherzo (In ruhig fließender Bewegung 부드럽게 흘러가는 움직임으로)
말러는 3악장에서 자신의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물고기에 설교하는 파두아의 성 안토니우스’의 선율을 인용했다. 사실, 이 악장은 비단 이 가곡선율 외에도 수많은 인용 선율들을 포함하고 있어, 거대한 인용의 집합체라 할 만하다. 말러는 스케르초 양식의 3 악장에서 2악장과는 상반되는 음산한 아이러니를 연출함으로써 실험적인 시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혼란스럽고 황폐한 삶을 그려낸다. 3악장은 강렬한 팀파니의 울림으로 시작된다. 뒤이어 무궁동(無窮動) 풍의 빠르고 수다스러운 듯한 바이올린 선율이 제시되고, 곧 클라리넷과 바이올린이 이 선율을 서로 주고받는다. 뒤이어 첫 번째 트리오가 시작된다. 말러의 가곡 선율을 푸가토 양식으로 전개시킨 부분으로, 공허한 느낌을 연출하고 있다. 두 번째 트리오는 하프의 아르페지오 위에서 트럼펫이 목가적인 선율을 연주하면서 분위기를 전환한다. 다시 무궁동의 빠른 주제선율이 재현되고 다시 첫 번째 트리오로 접어든다. 이번에는 금관의 팡파르로 시작되어 모든 악기가 최대의 음량으로 무시무시한 불협화음을 폭발적으로 연주하며 분노에 찬 절규를 토해낸다. 돌연 장조로 조성이 바뀌면서 목가적인 두 번째 트리오가 반복되고, 반음계로 하강하는 후주로 이어진다. 말러는 이 후주에서 슈만의 〈시인의 사랑〉 중 ‘플루트와 바이올린’의 후주선율을 인용하고 있다. 힘겹고 뒤틀린 삶의 모습을 그린 3악장은 탐탐의 어두운 울림으로 마무리된다.
4악장 "Urlicht" 아주 장엄하게 그러나 간결하게
4악장의 부제 ‘근원의 빛’(Urlicht)은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수록 시의 제목이다. 3악장의 음산하고 뒤틀린 분위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콘트랄토가 따뜻한 음색으로 나지막하게 노래를 시작한다. 뒤이어 트럼펫이 장중하게 코랄풍의 선율을 연주한다. ‘영원’ 모티브라고 일컬어지는 이 선율은 마지막 악장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영원’ 모티브가 중심이 되는 1절은 온음계적인 후렴으로 마무리되고 뒤이어 장엄하고 신비로운 2절로 이어진다. 클라리넷이 셋잇단음표의 선율을 연주하고 바이올린 독주가 숭고한 선율을 연주한다. 2절에서는 1절과는 대조적으로 조성과 박자가 빈번하게 변화하고 반음계 진행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다시 1절과 유사한 진행을 보여주는 3절에서는 말러가 이 악장에서 말하고자 한 핵심인 “나는 신에게서 왔으니 신에게로 돌아가리라”라는 절실한 신앙고백이 제시된다.
5악장 Finale 스케르초의 템포로 – 힘차게 – 느리고 신비롭게
5악장은 연주시간이 30분이 넘는 장대한 악장으로, 교향곡의 피날레라기보다는 교향악적 칸타타에 가깝다. 이 장대한 피날레는 3악장에서 제시되었던,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분노에 찬 절규의 선율로 시작된다. 금관의 팡파르가 격렬하게 이 선율을 연주한 뒤 4악장에서 사용된 영원의 모티브가 이어진다. 하프가 연주하는 아르페지오와 현성부의 트릴이 평화로우면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다채로운 화음을 제시한다. 다이내믹 역시 현란하게 변화한다. 뒤이어 목관성부가 장엄하게 ‘진노의 날’ 선율을 연주한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순간 갑작스럽게 한 마디를 침묵한 뒤 트롬본과 튜바가 다시 장엄한 코랄을 연주한다. 심벌즈와 화려한 팡파르의 울림을 거쳐 2부로 접어든다. 2부는 타악기들의 폭발적인 음향으로 시작되면서 최후의 심판 장면을 연출한다. ‘진노의 날’ 선율이 행진곡 풍으로 울리는 가운데 관악기와 팀파니가 붕괴의 장면을 연출한다. 이 부분에서 말러는 세 명의 주자가 팀파니를 연주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템포가 느려지면서 트롬본이 한숨어린 선율을 연주하고 무대 뒤에 배치된 트럼펫과 타악기가 거리의 악사를 연상시키는 음악을 연주한다. 다시 한 번 무시무시한 팡파르가 울리면서 3부로 이어진다.
3부에서는 부활의 장면이 그려진다. 호른의 팡파르로 시작된 3부는, 좌우에 배치된 4대의 트럼펫을 통해 응창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천사들의 합창이 느리고 신비롭게 시작된다. 아카펠라 양식으로 고요하게 합창이 진행되다가 3절에서 알토 독창이 등장한다. 독창의 가사는 말러 자신이 쓴 것으로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고 있다. 5절과 6절에서는 소프라노와 알토가 카논 기법으로 2중창을 선보이고, 7절에서는 10대의 호른이 영원 모티브를 연주하는 동안 합창이 “나는 살기 위해 죽으리라”라고 노래한다. 마지막 절에서는 오르간이 합세하고 부활의 믿음을 세 차례 반복하면서 거대한 클라이맥스를 연출한다. 후주에서 금관악기가 영원의 모티브를 장엄하게 연주하면서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