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에 이르러 귀족은 자본주의 신조를 믿는 새로운 엘리트에게 추월당했다.
새로운 자본주의자 엘리트는 공작이나 후작부인이 아니라 회장, 주식 거래인, 기업경영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유력자는 중세 귀족보다 훨씬 부유하지나 사치성 소비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덜하다.
수입엣에서 비생산적 활동에 쓰는 돈이 차지하는 비중도 훨씬 적다.
중세 귀족은 금실과 비단으로 짠 화려한 복장을 하고
연회와 축제와 멋진 마상 시합에 참석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반면에 현대의 CEO들은 까마귀 떼 정도의 스타일을 허락하는 수트라고 불리는 지루한 유니폼을 입고,
축제를 즐길 시간이 거의 없다
전형적인 벤처 투자자는 회의에서 회의로 뛰어다니면 자본을 어디에 투자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자신이 보유한 유가증권의 등락을 계속 추적한다.
그는 베라사체 양복을 입고 전용 제트기를 타고 다니겠지만 ,
이 모든 지출은 그가 생산을 늘리기 위해 투자하는 액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베르사체를 빼입은 사업계의 거물만 생산성을 늘리려고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과 정부기관 사람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한다.
평범한 이웃간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벌어지는 대화가
저축을 어디에 투자하면 좋은가, 주식인가 채권인가 부동산인가하는 긴 논쟁으로
조만간 귀결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정부 역시 미래의 수입을 늘려줄 생산적인 사업에 조세수입을 투자하려고 애를 쓴다.
가령 새로운 항구를 지으면 공장에서 생산한 생산품을 수출하기 쉬워질 것이고,
공장의 수입이 늘어나면 세금을 더 배길 수 있으며, 따라서 정부의 미래 수입이 늘어날 것이다.
교육 투자를 선호하는 정부도 있을 수 있다.
교육받은 사람들은 이윤이 많은 아이테크 산업의 기반이 된다는 견지에서다.
이런 산업은 세금을 많이 내면서도 비싼 항만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본주의는 경제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이론으로서 시작되었다.
그 이론은 기술(記述)적인 동시에 규범적이었다.
그 이론은 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했고,
수익을 생산에 재투자하면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다는 아이디어를 선전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점차 경제적 교리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되었다.
이제 자본주의에는 하나의 윤리가 포함되어 있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심지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까지 일러주는 가르침들이다.
그중 가장 핵심 신조는 경제성장이 최고의 선이라는 것, 초소한 그 대용품은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의와 자유, 심지어 행복까지도 경제성장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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