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섬, 고립된 전설, 그리고 음악
Decanter Collective - Mago Chiò
Album [Emilia D' Hercole]
어떤 분야의 예술도 그렇지만 음악도 장르로 구분하는 것은 매우 무의미하고 거추장스러운 일입니다.
그것은 다만 음반사나 출판사의 편의적인 구분이죠.
2005년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기악 프로젝트 그룹 Decanter Collective 은 그런 부자유스러운 구분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탈리아에 국한하지 않고 노래하지만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등 주변의 음악문화가 자연스럽게 묻어있습니다. 그래서 장르별로 규정된? 형식이나 악기 구성보다는 피아노나 아코디언, 비브라폰과 마림바, 여러 관악기 등 음악에 따라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고 음악 구성도 형식적이지 않습니다.
이들의 두 번째 앨범'Emilia D' Hercole'은 2017년 이탈리아의 서쪽 토스카나 제도의 작은 엘바섬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모든 섬들이 그렇듯이 엘바섬에도 많은 전설이 묻혀있습니다. 앨범 'Emilia D' Hercole'은 그들이 엘바섬에 단기간 체류하면서 그 섬과 바다, 그리고 전설들을 취재하고 재구성하여 만들어진 앨범입니다. 영상에 사용한 두 번째 곡 Mago Chiò도 섬의 어부에 관련된 전설을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따뜻한 지역에 있는 작은 섬들은 여름, 특히 휴가시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바다에 갇혀 고립된 섬에는 교류가 많고 그래서 현실적인 도시나 육지와는 다르게 상상으로 만들어진 비현실적인 전설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실화적인 현실성의 부재로 인해 고립된 섬처럼 이야기도 섬에 고립된 경우가 많습니다.
엘바섬은 과거 탄광 지였지만 지금은 제주도처럼 관광객이 지겹도록 많은 휴양지입니다. 그래서 많은 외부 관광객이 몰려들지만 상업적인 것들만 눈에 보일 뿐 오히려 그 번잡으로 인하여 정작 섬의 이야기들은 따돌림당하여 더욱 갈 곳 없이 섬의 가장 위에서 떠돌고 있습니다.
Decanter Collective은 엘바 섬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앨범 작업을 하였는데 가장 바람직한 창조적인 휴양을 한 것 같습니다.
앨범'Emilia D' Hercole'의 독특한 분위기의 곡들을 들으면 섬의 아무도 가지 않은 외딴곳에서 떠도는 새벽 별 같은 이야기들을 직접 대면하는 것 같은 선선한 느낌이 듭니다.
영상 초입의 시 낭독은 스페인의 시인 Pedro Salinas의 Mare lontano(먼바다)입니다. 번역본은 찾을 수 없습니다만 외딴섬이 아니고서는 느낄 수 없는 바다에의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Elba섬)
[전곡듣기]
Decanter Collective - Mago Chiò
Album [Emilia D' Hercole]
https://youtu.be/kUB2uLUW8Sc?list=OLAK5uy_m-EVm8K4Y3Pi2DdtCvj6IALR3E-PTL0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