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절반을 보내고, 7월 달을 맞이한 첫날이 휴일이다.
7월 1일이 토요일이요, 7월 2일이 일요일...
별과바람이 지난 해 이맘 때 처음으로 가입해서 파크골프운동을 즐기고 있는 동호인 클럽이 회원 45명의 상록클럽이다. 나 보다 2년 먼저 동반자가 청솔클럽에 몸 담고 있었는데, 함께 운동할 것을 바랬던 나의 간청으로 같은 클럽으로 이적하였다.
2023년도 경주시 클럽간 리그전 경기가 처음으로 시도되었다. 첫 조와 세번 째, 다섯번 째의 3복은 혼합 조 경기요, 두번 째의 남자 복식, 네번 째의 여자 복식에 의한 다섯 조의 단체 경기 결과로 승패를 가린다. 베스트 볼 홀 메치가 18홀 경기로 자웅을 겨루는데 여간 재밌지가 않다.
5월 말부터 시작하였으나, 제주에 사는 딸의 둘째 아기 산바라지로 제대로 운동을 할 수 없었기에 클럽 리그전 경기 5월 6월 경기는 우리 부부 조가 출전할 수 없었는데 3회전부터는 가능했다.
7월 5일 오전 10시에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토요일 오전에 A, B 합계 18홀을 4회씩 라운딩, 오후에도 4회 라운딩하였을 뿐 아니라, 일요일에도 새벽 7시부터 11시 반까지 휴일 운동 연습을 재밌게 했다.
잊지 못할 세월 이야기는 일요일 오전 마지막 3회째 라운딩 때 였다.
어느 부부와 베스트 볼 홀메치 연습게임을 실제 리그경기 하듯이 했는데, B코스에서 믿기어려운 스코어를 만들었다. 어쩌면 평생 두고 두고 생각하며, 즐거워할 일이기에 남겨둔다.
9홀 규정 타수 33타에 우리 부부가 20타를 친 기적을 만들었다. B1(파4), B5(파3) 홀에서만 3타에 컵인하였고,
나머지 7홀에서는 2타만에 '땡그렁'을 울렸다.
꿈에서나 그려보았던 꿈의 타수 20타 기록을 부지불식 간에 만들고 집에 돌아오니 꿈이었나 생시였나 그저 감격스러울 뿐이었다. 상대 부부는 매홀 마다 우리 부부의 놀라운 경기력에 혀를 내둘렀다.
드디어 7월 5일 오전 반차 휴가에 마음 편히 계림클럽과의 실제 경기에 임했다.
B코스에서 출발한 우리 부부는 첫홀부터 압도적인 기량으로
승리를 챙겼다. B2 파3 홀에서도 버디를 연속으로 성공시켜서 가볍게 2up이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B3 ~ B5 홀에서는 상대 클럽 혼합 복식 조의 거센 도전이 있었지만 매홀 동타의 무승부로 재미를 더했다.
2up을 유지한체 파5인 B6번의 롱홀에서 밀린 조를 기다리며, 나뭇그늘 아래에서 상대하고 있는 계림 선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것이 문제였는가 보다.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던 마음이 풀렸던가? 145m 티샷을 130m 까지 쳐놓은 내 공을
선택한 동반자 세컨 샷이 그만 힘이 과도하게 들어가서 홀컵을 지나 OB ~
이틀 전 알바트로스 했던 경험에 또 한번 알바를 하겠다는 의욕이 앞서서 일까? 자신도 모르게 팔에 힘들어 갔던가 보았다. 한 타 차로 충분히 이글을 하여 승리를 하나 더 챙길 기회에 오히러 상대팀에게 1승을 헌납하였다.
당황한 우리 부부는 7번홀에서 둘 다 어이없는 티샷 실수를 낳았고, 애써 벌여두었던 2up을 모두 허공에 날렸다.
무승부 성적의 B8 홀에서 새 출발하자는 말을 나누며, 마음을 다잡았는가 싶었는데, 2up 성적을 회복하려는 마음이 앞선 나머지 동반자의 세컨 샷은 다시 홀 컵을 지나 OB를 만들어 무승부가 아닌 1 down의 성적을 낳고 말았다. 그 뿐이었으면 다행이었을 것을 B코스 마지막 9번홀에서 나의 티샷은 B7번 홀에서 처럼 정상 코스를 한참이나 벗어나 엉뚱한 곳으로 갔다. 동반자의 공을 선택해서 세컨 샷을 치게 된 나는 이글을 만들어 1홀 지고 있는 성적을 원상태로 되돌려놓고 싶었으나, 앞의 8번 홀에서와 똑같은 운명을 만들까? 순간 두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눈 앞도 아른거렸다.
좀더 마음을 진정시키고 스트로크 했어야 했는데, 남의 시선도 있고 해서 얼떨결에 쳤는지 힘껏 자신있게 쳐주지 못한 결과는 홀 컵과는 한 참이나 모자란 어프로치 샷이 되고 말았다. 겨우 파에 그친 반면, 상대 팀은 버디 성적으로 2up.
전세가 역전된 상황에 어안벙벙 그 자체였다. A코스 9홀 경기를 위해 이동하는 내 마음은 이래서 '골프 경기는 장갑을 벗을 때 비로소 승패를 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겠다 싶었다. 아홉 홀의 전반 경기에서 5번 홀까지 2up 성적 팀이 누가 6, 7, 8, 9홀 내리 패할 경기를 펼칠 줄이야.... 기량은 우리 부부가 앞서는 것이 확연하기에 내 마음은 보기좋게 역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조금도 주눅들지는 않았다. 뒤 따라 온 5조의 혼복 경기 결과도 우리와 똑같이 2down이라지 않는가? 4명의 상록클럽 혼복 선수는 한 마음으로 '멋지게 뒤집기를 하자'며 화이팅을 다짐했다.
A1 홀 버디를 시작해서 계속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상대방도 2up의 기분 좋은 상태로 소신껏 뛰어난 플레이를 펼쳤다. 전세를 뒤집고자 하였던 우리 부부의 마음을 외면한 체 A5번 홀까지 2 down 성적 그대로 가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드디어 파5 105m A6 홀에 왔다. 남은 홀은 이제 4홀 뿐이었다. 내 마음은 여기서 1홀 승리하고, 나머지 3홀에서 따라 잡으면 패할 일은 없겠다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위로했다.
먼저 친 동반자의 티샷은 85m쯤 똑 바른 곳에 잘 보내놓았다. 나는 평소 알바트로스를 하던 곳이어서 소신껏 티샷을 날렸다. 힘차게 굴러가던 공이 홀컵 왼쪽 경사면으로 구르다가 멈추어 주었다. 자칫하였으면 OB 지역으로 굴러갈 수 있었기에 그 장면은 극적인 멈춤이었고, 나도 모르게 깊은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런데 상대 혼복조의 남성도 내자와 비슷한 거리에 티샷을 해놓았었는데, 세컨샷의 여성분이 예상외로 볼을 잘 쳐서 이글을 할 수 있는 거리에 볼을 보내놓는 것이 아닌가? 순간 '아! 이러면 1승을 하기가 쉽지 않겠구나' 생각이 밀려왔다.
까다롭기가 장난이 아닌 2m 비탈진 옆면 거리의 세컨 샷을 동반자가 넣을 수 있겠나? 싶었는데, 혼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아내가 제 기량을 100% 발휘해주었다. 극적으로 알바트로스를 만든 동반자가 주먹을 불끈 쥐고 화이팅을 외치자 고맙고 예쁘기 그지 없었다. 이제 한 번만 더 이기면 지는 꼴은 면한다 싶어서 절로 힘이 났다.
7번홀, 8번홀의 파 3에서도 아슬 아슬하게 동타를 기록하며, 막다른 마지막 A9번 홀에 도착했다.
75m 파4 깃발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더구나 자신감 있게 첫번째 티샷을 날린 동반자의 공이 깃발을 향해 똑바로 힘차게 잘 굴러가다가 온 그린 입구에 다다르서는 왠걸 그만 왼쪽으로 굴러가서 텍사스 지역의 OB가 되었다.
이렇게 질 수는 없지.... 내 차례가 되자 티 박스에 올라서서 마음을 가다듬고는 이글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힘차게 공을 맞혔다. 곁에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집 사람은 '비 오비'라며 부지불식간에 탄식할 할 정도의 공이였으나, 나는 내심 믿는 구석이 있었다. 홀 컵 앞 쪽 그린 위에 올려놓은들 세컨 샷으로 이글 하기에는 너무나 울퉁불퉁의 A코스 9번홀 그린 상태였기에 차라리 홀컵 앞 쪽 언덕을 넘겨 놓아서 내자가 뒷 쪽 평탄한 오르막에서 이글을 시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던 것이었다.
내 예상과 작전은 극적으로 들어 맞았다. 동반자가 3m 대각선 오르막 퍼팅 이글 샷을 성공시키자 관전하고 있었던 여러 사람들이 큰 목소리로 축하해주었고, 우리 부부의 얼굴은 비로소 함박 웃음.....
상대 팀 조는 다 잡은 물고기를 도로 놓치는 얼굴로 장탄식과 함께 멋진 플레이 펼친 우리 부부에게 칭찬을 ....
상록 클럽이 2승 2무 1패의 성적으로 3전 전승의 남 부러운 결과를 낳았고, 켐핑카를 대동한 부회장 덕택에 흥겨운 뒷풀이와 누룽지 삼계탕 보양식으로 잊지 못한 세월 흔적을 남긴 7월 초 세월 이야기.......
(부부 조로 공식경기 첫 출전해서 경험해보았던 잊지못할 이야기이기에 길이 남겨 둔다.)
이번 경기 교훈은 평상심을 잃게 되면 깜쪽같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짐을 생생히 체험했다.
나도 티샷과 어프로치 샷 4~5번 실수를 하여 깊히 반성하였다......
자신감이 없었더라면 고스란히 질뻔한 경기를 그나마 무승부로 만들어 전체 팀 승리에 기여한 결과였고,
서로 믿고 플레이 하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생생한 가르침을 뼈져리게 터득했다.
(전체 5조 팀 경기 결과 : 1조의 승리, 2조와 3조(우리 부부 조)는 무승부, 4조의 승리, 5조 석패의 경기 성적)
강팀 상록클럽에게 기필코 승리하리라 별렸던 회원 수 많은 계림클럽 출전 선수와 응원단들은 5조 경기에서 어느 팀이 먼저 3조의 승리가 있어야 승리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 무승부 2조가 연장전을 추가로 벌여서 승패를 가리자는 억지 주장에 한동안 옥신각신 말이 있었으나, 2023년도 리그전 경기 진행 위원장인 청솔클럽 안 회장이 '그 주장은 상식에 전혀 맞지 않는다'며, 계림클럽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결정을 내려주어서 잘 마무리 되었다.
그도그럴것이 다섯 조의 경기 결과가 5조 모두 무승부, 2승 1무 2패의 무승부, 1승 3무 1패의 무승부 일 경우 처럼 승자 팀을 도저히 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추가 연장전 승부 운운 할 수 있지, 어떻게 어느 팀에서 2조가 무승부 기록을 보인 반면에 남은 3조에서 2조가 승리를 획득한 팀이 1조 승리에 그친 팀 기량보다 앞선다는 사실은 초등학생 수준에서도 이해하며 받아드려야 할 경기 결과에 2무승부 조의 선수가 무슨 연장전을 다시 해야 한단 말인가?
설사 한다고 셈치더라도 질 생각은 눈꼽 만큼도 없었던 내 자신이 뿌듯하였다. 열심히 연습하였거니와 그런 자신감의 밑바탕에는 동반자의 2번씩이나 극적인 파인 플레이를 보여 주었던 사실과 아홉 홀 20타 연습 기록이 내 가슴을 채워주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