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들어와서 양성자, 전자, 중성자와 같이 원자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소립자들이 발견됨에 따라, 원자 역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의 궁극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근래에는 소립자 역시 물질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아니고 이보다 더 작은 쿼크(quark)라고 하는 입자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를 뒷받침하는 실험결과 등이 나온 바 있다.
만물의 궁극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졌다고 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공통적인 것이 있다면 물질의 최소 구성단위를 당구공과 같은 구의 형태라고 생각해 온 점이다. 그런데 1970~80년대 이후 미국 칼텍의 이론물리학자 존 슈바르츠와 영국 퀸 메리 대학의 마이클 그린 등이 발전시킨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에서는 대담하게 발상을 바꿔서, 만물의 궁극을 끈과 같은 형태라고 본다.
즉 우주의 만물은 소립자나 쿼크와 같은 기존의 단위보다도 훨씬 작은 구성요소인 ‘진동하는 가느다란 끈’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바이올린이나 첼로에서 각기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이 현의 진동 패턴과 주파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로, 끈들이 진동하는 패턴에 따라서 각기 입자마다 고유한 성질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최근 초끈이론이 각광을 받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그것이 우주와 자연의 모든 원리를 통합하여 설명하는 이른바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주를 거시적으로 볼 경우에는 대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떠올린다.
시, 공간과 중력의 원리 등에 대해 설명하는 상대성 이론을 적용하면, 태양과 지구의 운동, 머나먼 별빛의 경로 및 우주의 모습 등을 비교적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다. 상대성 이론이 보여 주는 거시 세계는 연속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예측 가능한 세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거시적인 세계가 아닌, 원자 이하 단위의 아주 작은 미시세계를 기술할 경우에는 양자역학이라는 전혀 다른 이론을 적용해야 한다.
미시세계에서는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 입자들의 운동 등을 확률적으로 밖에는 기술할 수 없고,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이 나타나는 등, 우리가 거시세계에서는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들과는 매우 다른 물리적 현상들이 자주 일어난다.
즉 미시세계는 불연속적이며 예측 불가능의 세계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거시세계를 설명하는 상대성 이론과 미시세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은 서로 대치되어 있는 셈이며, 현대 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두 이론체계가 충돌을 일으키면서 양립되지 못한다는 점은 오늘날 물리학자들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겨져 왔다.
초끈이론을 적용한다면 아주 작은 물질 입자에서부터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커다란 천체에 이르기까지 자연계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우주와 자연의 궁극적인 원리를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초끈이론에서는 만물이 1차원적인 끈의 요동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양자역학의 불연속성과 상대성 이론의 연속성 간의 모순을 해소하고 거시세계와 미시세계의 물리법칙을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상대성 이론을 완성한 아인슈타인을 많은 사람들은 20세기의, 아니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라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나는 신이 어떻게 이 세계를 창조했는지 알고 싶다. 신의 생각을 알고 싶은 뿐, 나머지는 지엽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말년에는 모든 것을 통합하는 ‘만물의 이론’을 밝혀내기 위해 오랜 노력을 기울였지만, 끝내 성공시키지는 못하였다.
과연 초끈이론이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을까?
정말 모든 이론을 통합하는 꿈의 이론이 나올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위에서 초끈이론이 나오기까지의 배경 및 대략적인 개념 등에 대해 언급하였다.
이번에서는 초끈이론이 지향하는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의 가능성 및 그 의미, 초끈이론의 발전 과정과 향후 과제 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만물의 이론이란 물질의 궁극과 힘의 근원을 포함하여, 그야말로 우주와 자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이상적인 이론이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그것을 성공적으로 밝혀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물리학자들은, 조물주가 우주를 만들 때에 여러 가지의 이론을 동원하여 얼기설기 짜 맞춘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궁극적인 이론을 통하여 아름답게 창조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믿음은 단순한 희망이 아니라,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물질에 작용하는 힘에는 궁극적으로 모두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즉 우리에게 친숙한, 만유인력을 설명하는 중력, 전기와 자기가 서로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전자기력, 원자핵 안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묶어주는 강력, 방사능 붕괴를 일으키는 약력이 그것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이 네 가지의 힘을 하나로 통합하여 설명하려는 시도가 곧 통일장이론(Unified Field Theory)이며, 이는 곧 만물의 이론에 다가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중 전자기력과 약력은 1979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와인버그(Weinberg, Steven)와 살람(Salam, Abdus)에 의해 전자기-약력이론으로 통합되어 통일장 이론의 가능성을 한층 올린 바 있다.
또한 19세기 후반에 맥스월(Maxwell, James Clerk)은 이전까지 별개라고 생각되어 오던 전기력과 자기력을 통합하여 전자기법칙을 밝힌 것도 일종의 성공적인 통일장 이론이라고 볼 수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뉴턴이 태양, 천체의 운동 등 천상의 세계에 작용하는 역학과 지상에 작용하는 역학이 동일함을 밝혀서 만유인력과 운동의 법칙을 세운 것도 오늘날의 통일장 이론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처럼 지금까지의 물리학은 통일장 이론, 그리고 만물의 이론에 보다 한발씩 다가섰던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최근에는 전자기력, 강력, 약력의 세 힘이 아주 가까운 거리 내에서는 하나의 힘으로 기술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하나 남은 중력만큼은 다른 힘들과 달리 통합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초끈이론에서는 입자를 하나의 점이 아닌, 약간의 크기를 갖는 끈으로 보기 때문에 중력까지도 하나의 힘으로 통일하여 기술하기가 훨씬 수월해 진다.
초기의 초끈이론은 광자와 중력자 등을 끈의 진동으로 설명하기 위하여 자연계를 무려 26차원으로 기술하였다. 그 후 16차원이 숨어버린 10차원의 자연계를 설정한 초끈이론은 기술적인 난제들을 해결하면서 발전하였으나, 어디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다섯 가지의 서로 다른 형태의 이론이 나옴에 따라 난관에 봉착하기도 하였다.
통일장 이론, 혹은 만물의 이론이 다섯 가지나 된다는 것은 물리학자들의 기대에 크게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5년 이후 프린스턴 고등연구원의 위튼(Edward Witten) 박사가 기존의 다섯 가지 이론이 근본적인 차이가 없음을 밝히고 이들을 통합시킬 수 있는 단일한 이론체계로서 이른바 ‘M이론’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되었다.
M이론은 우주의 기본 구성 요소를 끈에서 막(Membrane)으로 확장시키는 이론인데 여기서 M은 막 이론(Membrane theory), 신비로운(Magic, Mystery)이론, 모든 이론의 어머니(Mother theory)등을 의미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연과 우주의 근원이 물질과 힘이 아닌, 끈과 막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고 믿는 초끈이론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커다란 과제가 하나 있다.
수학적으로는 완벽할지 몰라도, 이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제적인 증거가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끝내 실험을 통해 끈의 존재를 입증할 수 없다면, 초끈이론은 그냥 아름다운 수학적 이론에 머물거나, 과학이 아닌 철학의 차원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초끈이론의 발전에는 우리나라의 물리학자들도 활발한 연구를 하면서 큰 기여를 한 바 있다.
서울대 물리학부 조용민 교수는 초기의 끈이론과 관련이 있는 ‘칼루자-클라인’ 이론의 발전에 공헌했고, 고등과학원 이필진 교수는 M이론의 정체를 밝히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부의 이수종 교수는 초끈이론에 관한 그간의 연구업적을 인정 받아 한국인 최초로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국제이론물리연구센터(ICTP)에서 수여하는 ‘2001년 ICTP상’ 수상자가 된데 이어, 올해에는 독일 훔볼트재단이 수여하는 2004년도 베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도 만물의 근원을 밝히는 초끈이론에 관한 세계적인 업적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글 : 최성우-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2. 통일장이론 (Unified Field Theory)이론에 대해서
통일장이론 (Unified Field Theory)은 중력(重力)현상과 전자기현상을 결합시키기 위해서
전자기장(電磁氣場)도 만유인력장과 동일하게 물리적 공간의 어떤 성질에 귀착시키려는 장(場)의 이론이다. (네이버 백과사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리만기하학으로 도식화되는 공간의 곡률이다. 아인슈타인은 전자기장 또한 같은 논리를 전개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는 이를 통해 중력과 전자기력이 하나의 힘의 두 가지 양태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한 그의 평생의 노력은 아직 보상받지 못했다.
근간에 이르러서는 소립자 사이에 작용하는 핵력(강력, 약력)까지 포함하여,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의 4대 힘과 그 역장을 하나로 엮는 통일장이론이 연구되고 있다.
(근자의 성과로는 전자기력과 약력을 전자기-약력으로 묶은 와인버그와 살람의 이론이 있고, 또한 최근에는 지근거리의 소립자사이에서 전자기력, 약력, 강력이 하나의 힘으로 기술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최근에 가장 각광을 받는 설명은 초끈이론이다.
초끈이론에서는 물질의 근간을 입자가 아닌 26차원 상의 아주 가는 끈에서 발생하는 진동으로 규정한다.
그 내용상 초끈이론은 입자와 파동 사이에서 헤매는 양자론을 구할 첨병으로 기대되고 있고, 중력을 포함한 통일장 이론을 구축할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초끈이론은 지난 세기말에 '21세기의 물리학이 우연히 20세기에 떨어진 꼴'이란 평가를 보일 정도로 수학적인 난해함을 자랑한다. 또한 검증 가능성도 아직 요원하다.
검증되지 않는 한 초끈이론은 아름다운 이론이지만, 하나의 수학적이자 물리학적인 철학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초끈이론을 일반에게 소개하기 위한 대중서로 몇 가지가 있지만, 얼마 전 번역된 엘리건트 유니버스(The Elegant Universe)가 가장 좋은 평을 듣고 있다. 두께나 모양이 요즘의 대중과학서들에 비해 압박을 주는 면이 있다.
그러나 과학의 신비가 옅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그에 목말라하던 독자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 엘리건트 유니버스(The Elegant Universe) 소개
궁극의 이론(TOE: Theory of Everything)이 될지도 모르는, 초끈이론을 대중들을 대상으로 설명해 놓은 책.
대중과학잡지에서 11차원이 어쩌고 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우선 읽어야 할 책.
2002년 3월에 우리나라에 번역으로 소개된바 있다.
* The Elegant Universe 저자가 EBS교육방송에 나와 끈이론에 대해 설명하는 다큐멘터리
Part. I Einsteins Universe
Part. II Strings the Thing
Part. III Welcome to the 11th Dimension
□ The Elegant Universe관련 덧글
저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히려 좀더 깊이 들어가지 않는게 아쉽던데요? 어차피 이 책은 그쪽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니 그 정도 수준이면 적당하다고 봅니다. 이 책에서보다 더 학술적인 내용을 빼버린다면 물리학 책이 아니라 역사 책이 되어버립니다. --
alee
저도 역시 재밌게 읽었습니다. 사람의 심리라는 게 참 재미있지요. 저도 좀 더 깊은 내용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동시에 일반인 수준의 물리학 지식을 가진 저를 원망했답니다. 그 외에 책의 번역이라던지 편집은 아주 만족스러웠고 저자가 일반인의 이해를 위해서 어려운 수식을 안쓴 배려가 고맙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수식으로 가득찬 페이지가 한번쯤 나올까 기대했는데 결국엔 나오지 않더군요. 주관적인 생각을 하나 덧붙이자면 저자가 생소한 물리학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든 가상의 실험이라던지 일상적 사건을 통한 비유 부분은 이해가 잘되서 좋았습니다. --
Lazylife
총점으로는 아주 좋은 책이다. 특히 상대성 이론에 대한 그의 서술은 일품이며, 초끈이론을 도입하는 방식도 변변한 "초끈이론책"이 없는 대중 과학계에서 뛰어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말처럼, 그 엄청난 숫자의 역자주는 가히 저자와의 공동 저술급으로 치달을 만큼 아주 심한 정도로 많다.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저자의 주석은 찾아보기 힘들게 책 맨 뒤에 미주로 달려있으면서, 역자주는 각주도 아니고, 글 사이사이를 툭툭 끊고 괄호사이에 있다는 점이다. 엄청나게 괄호에 적힌 문장이 많은 한 세대 전 통신체 글을 읽는 듯 하다. 물론 역자주의 내용도 읽을만은하고, 종종 괜찮은 내용도 많다. 하지만 번역은 번역이고 자기 책은 자기 책일 진데, 이것은 정도가 지나치다. 저자의 주석을 각주로 하고, 역자주를 미주로 몽땅 옮겨서 책 마지막에 몰아 넣었다면 훨씬 좋은 책이 되었을 것이다. --
gerec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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