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스님의 생활법문] <6> 스님, 전생의 업보라는 게 있나요?
“업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만약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입으로만 행복 바라지 말고
복과 선업을 쌓아야만 해
행복해지고 싶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복과 선업을 쌓아야 한다. 사진은 아름다운동행 봉사자들이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보시할 도시락을 포장하는 모습. ⓒ불교신문
“스님, 전생의 업보라는 게 정말 있나요?”
어렵고 어렵습니다. 참 어렵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면 찾아서 눈앞에 보여주고 증명하면 되는데, 도대체 ‘전생’과 ‘업보’라는 것이 눈으로 보여주고 확인해 줄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처럼 위대한 지혜와 신통력이 있다면 경전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사람들의 인과업보를 척척 일러주면 될 텐데 우리의 수행력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참 어렵습니다.
다만, 우리의 스승이신 부처님 말씀을 근거로 삼아 설명을 드릴까 합니다. 불교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 중에 하나가 ‘인과업보’입니다. 자기가 지은 업은 반드시 자기가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 치의 오차도 없습니다. 선업을 지으면 반드시 복덕을 얻게 되고, 악업을 지으면 반드시 재앙을 받습니다. 이것은 자기가 지은 것이고, 결국은 자기가 받을 수밖에 없는 우주와 인생의 법칙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자기 복대로 살아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약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입으로만 행복을 기원하고, 마음으로만 행복을 부러워해서는 안 됩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복과 선업을 쌓아야만 합니다. ‘자기 복만큼, 자기 업대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인과업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잡보장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때의 일입니다. 나라에 왕이 있었는데 아주 아름답고 총명한 외동딸이 있었습니다. 그 공주의 이름은 ‘선광’이었습니다. 공주는 단정하고 총명하여 왕에게 큰 귀여움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왕이 딸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왕의 딸로 태어나서 공주가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구나.”
그 말을 듣고 공주는 대답합니다. “아닙니다. 왕으로 계신 아버지 때문이 아니라 제가 태어날 때부터 본래 타고난 복으로 사랑과 존경을 받는 것입니다.”
공주의 말을 듣고 왕은 너무 섭섭하고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그래, 그게 다 네가 타고난 복이냐. 그렇다면 너한테 그럴만한 복이 있는지 시험해 보자.”
그리고 신하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이 성 안에서 가장 가난한 젊은 거지를 데려오너라.”
신하는 왕의 명령을 따라 성 안에서 가장 가난한 젊은 거지를 찾아 데려왔습니다. 왕은 거지를 앞에 세우고 공주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거지와 결혼해라. 네가 말한 대로 원래 타고난 복의 힘이 있다면 거지랑 살아도 잘 먹고 잘살겠구나.”
그런데 공주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 거지와 함께 왕궁을 떠났습니다. 궁궐에서 나온 공주는 거지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나이도 젊은데 어쩌다가 이런 거지가 되었습니까?”
거지는 대답하였습니다. “우리 집은 원래가 큰 부자였지만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갑자기 가세가 기울어 이런 꼴이 되었소.”
공주는 거지 남편에게 옛날에 부자로 살았던 집터로 가보자고 합니다. 거지 남편은 선광공주를 데리고 옛날 집으로 안내하였습니다. 그곳은 텅 비어서 폐허만 남아 있었습니다. 선광공주가 거지 남편의 옛날 집터를 가만히 살펴보다가 한구석에 흙 색깔이 이상한 곳을 발견합니다. 의심스러운 생각이 든 선광공주는 그곳의 흙을 깊게 파보았는데, 놀랍게도 그 속에서 큰 보물 상자가 나오는 것입니다.
그 보물 상자는 거지 남편의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혹시라도 나이 어린 아들이 도적들에게 재산을 빼앗기고 큰 화를 당할까봐 나중에라도 발견하길 바라면서 숨겨둔 거지 남편의 유산이었던 것입니다. 거지 남편과 선광공주는 보물 상자를 팔아서 그 터에 다시 집을 짓고 하인을 두며 호화로운 삶을 살게 됩니다.
한편, 왕은 홧김에 얼굴도 모르는 거지에게 딸을 보내고 난 뒤에 정신을 차리고는 큰 슬픔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왕은 신하에게 공주의 행방을 찾도록 명령을 내립니다. 선광공주의 소식을 기다리던 왕은 오히려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신하가 말하기를, “왕이시여, 거지에게 시집간 선광공주가 큰 집을 짓고는 궁전에서 생활했던 것처럼 호화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소식을 들은 왕은 크게 감탄하며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선업은 선업대로 악업은 악업대로, 자기가 지은 업을 자기가 받으면서 산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조금도 틀리지 않구나.”
왕은 선광공주를 만나서 화해하고는 부처님께 찾아가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는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의 딸 선광공주는 전생에 무슨 선업을 지었기에 이번 생에 이렇게 큰 복덕을 지닌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이와같이 말씀하십니다.
“먼 과거에 ‘비바시 부처님’께서 계실 때 ‘반두’라는 왕비가 있었습니다. ‘비바시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반두왕비는 탑을 세워 부처님의 사리에 공양하고 불상을 조성하고 널리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면서 항상 이렇게 발원하였습니다.
‘제가 이 선업공덕으로 태어날 때마다 모든 재앙이 사라지고 항상 부귀와 영화를 누리게 하소서.’
왕이여. 그 전생에 탑을 세우고 사리를 모시며 공양을 올렸던 반두왕비가 바로 지금의 선광공주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거지 남편은 바로 그 전생에 반두왕비의 남편이었습니다. 그런데 반두 왕비가 선업과 공덕을 지을 때 옆에서 비웃으며 반두왕비의 선업 공덕을 오히려 비방하였습니다. 하지만 반두왕비의 정성에 감동하여 나중에는 마음으로 참회하고 오히려 반두왕비의 불사 공덕을 힘껏 돕게 됩니다.
그 때의 인연으로 처음에 반두왕비의 선업을 비방했던 과보로 거지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마음으로 회개하고 반두왕비의 선업공덕을 도와주었기에 뒤늦게 선광공주를 만나 부귀영화를 누리게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선악의 업(業)은 마치 그림자와 같아 항상 따라다니는 것입니다.”
“업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이 말을 잘 기억하고 명심해야 합니다.
<불설광명동자인연경>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검은 업의 원인을 지으면 반드시 검은 업의 과보를 받고, 하얀 업의 원인을 지으면 반드시 하얀 업의 과보를 받는다. 이것은 모두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일체 중생이 지은 업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인연이 모이면 결국에는 그 과보를 반드시 받게 된다”라고 말씀하였습니다.
우리 불자들은 이러한 인과업보의 법칙을 철저히 믿고 두려워하고 마음에 항상 되새겨야 합니다. 자신이 지은 업보는 반드시 자신이 받습니다. 다만, 이번 생에 받을 수도 있고 다음 생에 받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업은 자기가 받는다는 것입니다.
끝으로 <법구경>에 나오는 부처님의 말씀으로 글을 맺겠습니다.
“행복의 열매가 아직 익지 않았을 때에는
비록 착한 사람이라도 악한 과보를 경험한다.
그러나 선업의 씨앗이 성숙하면
착한 사람은 결국 모든 즐거움을 누리게 되리라.
불행의 열매가 아직 익지 않았을 때에는
비록 악한 사람이라도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악업의 씨앗이 성숙하면
악한 자는 결국 모든 재앙을 맞이하게 되리라.”
<법구경>
[불교신문 3762호/2023년4월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