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 암]식도암
박동균
식도암의 역학 및 원인
식도암은 50-70대 남성에서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발생빈도는 인종, 음식문화,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매년 약 1,500명이 식도암에 걸리고 비슷한 환자가 사망하는 식도암 호발지역으로 남자 암 환자에서 7위의 발생빈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식도는 주로 입에서 음식물을 위로 보내는 연하운동과 위 속의 음식물이 역류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암이 유전적인 취약성과 지속적인 자극 및 염증에 의해 발생하는 것처럼 식도의 경우도 음주, 흡연, 매운 음식, 뜨거운 물이나 차 등에 의해 식도가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거나 반복적인 위산역류에 의한 식도손상으로 인하여 발생합니다. 현재는 전자에 의한 편평세포암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후자에 의한 선암의 빈도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음식물이 위로 넘어가려면 하부식도괄약근이 열려야 하는데 잘 열리지 않는 식도이완불능증의 경우 하부식도에 음식물의 저류가 발생하여 식도암이 잘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과거 우리나라에서 자살목적으로 양잿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양잿물에 의한 식도협착환자에서도 식도암이 잘 발생합니다.
식도의 구조는 길이 30-40cm, 굵기 2-3cm, 두께 4mm의 관 형태로 되어 있으나 장막으로 둘러싸여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식도 주위에는 기관, 기관지, 폐, 대동맥, 심장 등의 중요장기가 위치하고 있으며 림프관과 혈관이 풍부합니다. 따라서 암이 진행되어 식도벽을 뚫게 되면 쉽게 주위장기로 퍼져나가고 림프액과 혈액을 타고 림프절이나 폐, 간 뼈, 뇌 등의 장기로 퍼지게 됩니다.
식도암의 증상
진행된 식도암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 증상은 음식물로 인하여 목이 막히는 느낌입니다. 특히 잘 씹지 않고 삼켰을 때에 잘 나타납니다. 음식물을 삼켰을 때에 식도부위가 따끔거리거나 이물감이 있는 경우는 식도염이나 식도궤양에서 흔히 발생하는 증상이지만 암 초기에도 발생할 수 있는 증상이므로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장내과 환자나 호흡기 내과, 이비인후과 환자의 일부에서 나중에 식도암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종종 발견됩니다. 그 이유는 가슴에 통증, 기침, 목이 쉼 등의 증상으로 협심증, 폐렴, 성대결절, 기관지염 등으로 오인되어 일반적인 치료를 시행하였으나 호전이 없어 정밀검사 과정에서 식도암이 발견되는 경우입니다. 식도암의 경우 주위장기로의 전이가 쉽게 일어나 식도 주위 림프절 종대에 의한 신경침범, 식도암의 기관지 전이 등에 의해 이런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식도암의 전형적인 증상은 대부분 울퉁불퉁하게 식도내강으로 튀어 나와 음식물의 통과를 방해하거나 식도벽을 뚫고 나와 다른 기관을 압박하거나 염증을 유발하여서 생기는 증상들로 대부분 진행성 식도암에서 발견됩니다. 완치율이 높은 조기 식도암의 경우는 대부분 평탄하고 작아서 증상이 없고 건강진단과정에서 내시경을 통해 진단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식도암의 진단
식도암의 진단방법에는 식도조영검사와 내시경검사가 있습니다. 식도조영검사는 바륨이라는 액체를 마시고 X선을 촬영하는 검사입니다. 고통을 동반하지 않아 선별검사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식도암이 평편하거나 단지 붉은색으로 변색이 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 발견되지 않게 됩니다. 또한 젊은 진단방사선과 의사들은 CT, MRI 등에 대한 관심이 높고 식도조영술에 대한 관심이 적을 뿐더러 처방빈도도 낮아지는 추세여서 오히려 과거보다 정확도가 낮아진다는 견해도 있으므로 내시경검사를 추천하게 됩니다.
내시경검사는 고통이 따른다는 문제가 있지만 수면내시경의 일반화로 현재에는 그 문제가 많이 해결되었습니다. 내시경 검사의 장점은 이상 병변에서 생검을 실시하여 확진이 가능하다는 것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병변의 경우에도 루골이라는 염색약을 이용하여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식도암의 고위험군에서는 X선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내시경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외 식도암 진단 후 병기결정을 위해 CT, MRI, 초음파내시경, 기관지 내시경 등을 시행합니다. 많은 환자들이 건강검진 차원에서 CT나 MRI를 찍은 후 위암이나 식도암의 검진도 같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CT나 MRI 검사는 임파선 전이나 주위장기 전이, 식도전층침범 등이 아닌 식도암의 경우 정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으므로 내시경 검사를 대치할 수 있는 검사법이 아닙니다.
치료 및 예후
식도암의 세부적인 치료원칙은 확립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병변이 국한된 식도암에서는 외과적 절제가 가장 중요한 치료입니다. 1990년대 이후로는 수술 후 사망률이 10% 정도로 점점 감소되는 추세이며 수술한 경우 5년 생존율은 35-40%정도의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술 방법은 식도암의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암이 상부에 있는 경우 상부식도를 제거하고 소장의 일부를 잘라 이식하는 수술을 합니다. 중간부분의 암의 경우는 중부식도를 제거하고 위를 끌어 올리거나 대장을 잘라 피부조직 속에 심어 연결합니다. 복부식도의 경우는 하부식도와 위분문부를 제거하고 남은 식도와 위를 가슴속에서 연결하는 수술을 시행합니다.
근래에는 정기검진을 통해 아주 조기에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식도 점막의 고유층에까지만 암이 머물러 있는 경우는 임파선 전이가 없다고 여겨집니다. 따라서 식도 점막의 표층에 가까운 2cm 이하의 단발성 암의 경우는 내시경을 통한 점막절제술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수술 전에 항암치료를 시행하는 방법, 수술 전에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하는 방법, 수술은 시행하지 않고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방법, 방사선 단독치료 방법 등이 있습니다. 이들 치료 방법의 선택은 환자의 나이와 전신상태, 식도암의 위치 및 전이 범위, 외과의사의 경험 등을 고려하여 하게 됩니다. 환자의 전신상태가 좋다면 항암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고 그 후 근치적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같은 병기라도 고령이고 전신상태가 불량한 경우 방사선 단독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대부분은 진행성 식도암으로서 진단 당시 65-75%에서 림프절 전이가 있어 치료를 하더라고 5년 동안 살아 있을 가능성이 10%이하지만 증상이 없는데 정기 검강검진에서 내시경을 시행하여 진단한 조기식도암의 경우는 5년 동안 살아 있을 가능성이 80-90%가 됩니다. 암 치료 후 5년 동안 살아 있다는 것은 암이 완치되었다는 간접적인 증거로 간주합니다. 우리나라에서 1995년 1,096명의 식도암환자가 등록되었는데 5년 후에도 살아있는 비율은 11.2%였습니다.
예방을 위한 바람직한 식습관
식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도암을 발생시키는 원인에 관하여 생각해 보면 저절로 해답이 나옵니다. 식도암은 음주, 흡연, 매운 음식, 뜨거운 물이나 차 등에 의해 식도가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거나 반복적인 위산역류에 의한 식도손상으로 인하여 발생합니다. 따라서 이런 음식이나 기호식품을 피하고 역류성식도염이 있는 경우 이를 악화시킬 수 있는 오렌지 주스, 콜라, 커피, 우유, 기름진 음식, 초콜릿, 폭음을 피하고 금주, 금연, 체중감량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음식을 피한다고 식도암이 안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의 평화가 없이 항상 과도한 스트레스, 분노, 시기심에 쌓인 사람이 이런 음식을 피하려고 강박적으로 음식을 관리하면서 “나는 이런 음식을 안 먹었으니 암에 걸리지 않을 거야. 그리고 지금 난 너무 바뻐.”라는 생각을 하면서 건강 검진을 피한다면 역효과가 나는 식습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식도암은 조기진단이 가장 좋은 대처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방도 중요하지만 조기검진을 위한 주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박동균/가천의대 소화기내과 교수. 양원교회. E-mail:pdk66@gh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