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불 아래 흐르지 못한 마음이 머무는 자리
살다 보면 가장 가까운 사이임에도 세상에서 가장 먼 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부부가 각방을 쓰기로 결정하는 그 마음의 밑바닥에는 단순히 잠버릇이나 생활 방식의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숨소리조차 버겁게 느껴질 만큼 마음의 공간이 좁아졌거나, 내가 건넨 진심 어린 위로가 허공으로 흩어질 때 느끼는 그 서늘한 외로움이 방 문을 닫게 만든다. 타인의 슬픔에 누구보다 예민한 이들이기에,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상처는 더 깊고 아프게 박히는 법이다.
인간관계의 현장에서 마주한 각방의 풍경은 때로 자기 보호를 위한 마지막 선택이기도 하다. 상대가 무심코 내뱉은 무례한 말들, 혹은 나를 존재 그 자체로 보지 않고 필요할 때만 찾는 도구처럼 대하는 태도에 지칠 때, 우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물리적인 벽을 세운다. 겉으로는 편안한 잠자리를 핑계 대지만, 사실은 상처받은 영혼이 온전히 숨 쉴 수 있는 단 한 뼘의 안식처를 찾아 들어간 셈이다. 그 고요한 방 안에서 홀로 삼켰을 눈물과 고독의 시간을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아려온다.
칠십 평생을 건너오며 보니, 진정한 동행은 같은 공간에 있느냐보다 서로의 마음결을 얼마나 세밀하게 살피느냐에 달려 있었다. 각방을 쓴다는 것이 관계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테다. 오히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상처 난 마음이 아물 때까지 기다려주는 애틋한 거리 두기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닫힌 문 너머에서 홀로 앓고 있을 그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질 때, 먼저 조용히 차 한 잔 건넬 수 있는 여유가 우리 삶에 남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밤, 당신이 닫은 그 문은 상처로부터 당신을 지키기 위함입니까, 아니면 누군가 열어주길 기다리는 침묵의 신호입니까?
행사하는사람들
첫댓글 각방을 쓰면
매일 만나는 사이가 됩니다. ㅎ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