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회] 원숭이처사에 중들이 심복하고(2)
둘째문을 들어서니 사대 천왕상이 있었다.
곧 지국. 다문.중장 .광목천왕이다.동서남북에 서 있는데 이는
풍조우순을 축원하는 뜻이 들어있는 것이다.
그 안쪽에는 또 소나무 네그루가 서있었다 .
나무마다 잎이 무성해서 꼭 양산 모양이었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대웅보전 이어서 삼장은 공손히 합장하고
몸을 굽혀 배례하였다. 배례를 마치고 불좌를 돌아서 뒷문으로 나가니
거기에는 남해에 계시면서 중생을 구하시는 대자대비하신
관음보살의 상이 안치되어 있었다.
삼장은 연신 머리를 끄떡이며 탄복하였다.?
"오오! 물고기와 중생들 까지도 부처께 배례하고 있거늘
하물며 인간이 어찌 수행을 게을리할 것이냐?"
한참 감탄을 하고 있는데 셋째 문안에서 불목하니 하나가 나왔다..
그는 삼장의 모습이 예사 사람과 다르고 자태가 고고한것을 보고
급히 앞으로 나서며 예를 가추었다.
"스님은 어디서 오시는 분이십니까?"
"소승은 동녘땅 대당 천자님의 심부름으로 서천에가 부처님을 배알하고
경을 가져오려고 떠났는데 지금 귀사까지 이르니 해가졌기로
하룻밤 묵어갈까 합니다."
"스님 저는 뭐라고 대답을 해드릴수가 없습니다.저는 이 절에서
땅이나 쓸고 종이나 치는 잡일을 맡은 심부름꾼이 올시다
주지스님게 여쭙고 올테니 잠깐 기다려 주십시요.
주지스님께서 허락 하시면 주무실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지만
허락하지 않으시면 저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그럼 수고해 주시요!"
불목하니는 급히 방장으로 알리러 갔다.
"주지스님 밖에 손님이 오셨습니다."
주지는 옷을 바꿔입고 비로모를 쓰고 가사를 걸치고 문을 열고나왔다.
"어디 계시느냐?" 불목하니가 손으로 삼장을 가르켰다.
"저 정전뒤에 계신분 이십니다."
머리를 빡빡민 삼장이 스물다섯줄이 난 달마의를 입고 흙물이 잔뜩묻은
달공화를 신고 문에 기대어 서 있었다.
삼장을 흘끗 쳐다본 주지는 버럭화를 내었다.
"이놈아! 어찌도 그리 분별이 없느냐? 난 성의높은 분이 향을 사르러 올때만
영접한다는 것을 모르느냐? 어째서 저따위 중들이 왔다고 일일히 나를 부르느냐?
꼴을 보아하니 성실한 군자 같지는 않고 여러나라를 떠돌아다니는
행각승이 틀림없다. 날도 저물었으니 잘 자리를 빌리러 왔을게다.
그러나 우리 방장에 저런 놈들을 묵게 할순없어. 처마 밑에서나
웅크리고 자게해라. 하잖은일 가지고 일일히 귀찮게하는구나,"
이렇게 밷듯이 말하곤 뒤도 돌아보지않고 가버렸다.
그 소리를 듣고 선 삼장은 두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아아! 고향 떠나면 천덕꾸러기라더니 바로 이런걸두고 한말이었구나.
내 아이적 부터 중이된 후로 한시도 계를 어기지않고 한 마음으로 수행했거늘
아아! 어느 세상에서 천지에 이치를 배반하였기에
이처럼 나쁜 사람들만 만나는 것일까?
이 보오! 당신이 우리에게 숙소를 빌려주지 않는다 해도 할수없는 일이지만
처마밑으로 쫒아서 웅크리고 자라는것은 너무나 방자한 말씀이 아니시요?"
이말을 손행자에게 하지 않는게 좋을게야.그원숭이가 듣기만 하면
당장에 들어와 당신들 다리를 끊어 놓을게요."
잠시후 삼장은 생각을 고쳤다.
"그래그래!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게 예의라고 했지.
안으로 들어가서 예의를 갗추고 다시 부탁해 보기로하자."
삼장은 주지가 간 방장 쪽으로 들어갔다. 주지는 의관을 벗고 못마땅한듯
툴툴거리며 앉아 있었다.경인지 불사에 관한 문서인지 모를
종이뭉치가 책상 위에 수북히 쌓여 있었다.
삼장은 안으로 들어가기가 저어되어 안마당에 선채로 절을 하고 큰소리로 불렀다.
"주지스님 인사 여쭙니다!"
주지는 삼장이 거기까지 들어온것을 귀찮게 생각하고 아무렇게나 답례했다.
"당신은 어디서 왔소?"
"소승은 동녘땅 대당 천자님의 심부름으로 부처님을 배알하고
경을 구하러 서천으로가는 중입니다. 귀사에 이르러 날이 저물었기로
하룻밤 묵어갈까 했던 것이올시다.내일은 해뜨기전에 떠나겠으니
바라옵건데 원주님께서는 편의를 봐주셨으면 합니다."
그 승관은 그제야 몸을 펴며 말했다.
""오오! 그러면 당신이 당삼장이요?"
"예.제가 바로 삼장이옵니다."
"서천으로 경가지러 간다면서 왜 아직도 길을 모르시요?"
"소승이 첫길이라 길을 잘 모릅니다."
"여기서 서북쪽으로 사오리만 가면 삼십리점 이라는 곳이 있소.
그곳에는 음식을 파는 가계도 있어서 편리 할것이요.
이곳은 불편하여 먼곳에서 온 당신을 재울수가 없으니 그곳으로 가보시요."
삼장은 합장을하고 다시 부탁했다.
"시주스님. 암관사원은 모두 승려의 여관이라 산문을 보면
서되의 쌀이 생긴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스님께서는 우리를 재워주지 않으시고
그렇게 말하는 것은 왠 일이란 말입니까?"
"예끼 떠돌이 행각승 주제에 말이 많구나!"
"말이많다니요?"
"옛사람이 말 하기를 "호랑이가 성안으로 들어오면 집집마다
문을 닫아 거는 것은 설령 사람을 물지않는대도
평판이 나쁘기 때문이다'고했어."
"아니.평판이 나쁘다는 것은 또 무슨 말씀 입니까"
"전에 행각승이 몇 사람 찾아와서 산문아래에 웅크리고 있었지.
옷은 남루하고 맨 머리 맨발이었소. 그 초라한 꼴이 불쌍해서 내가
방장으로 들어오게해서 밥도 주고 옷도 한벌씩 나눠주어 며칠동안
묵게해 주었소 그런데 그것들이 뻔들뻔들 놀기만하면서
떠날생각은 하지않고 온갖 행패까지 부렸단 말이요.
"어떤행패를 부렸소?"
"자,들어보슈. 한가하면 담장에 기왓장 뽑아 부수고
심심하면 벽에 못을 휘어 버렸고 더우면 문짝 끌어다 벽을 막았다
유리에 기름붓고 밥그릇과 솟 빼았기 일수였다네."
삼장은 가만히 생각했다.
"슬픈일이다. 내 제자들은 그렇지 않을까?"
울고싶었지만 절의 중들이 비웃을까 두려워 몰래 옷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노여움을 참으면서 밖으로 나와 제자들을 만났다.
오공은 스승의 노여움이 실린 얼굴을 보더니 가까이왔다.
"절에 중놈이 때립디까? 스승님!"
"아니."
"맞은게 틀림없어 그렇지 않으면 스승님이 왜 우는 소리를 하겠어."
팔계가 아는체를했다.
"그럼.그 놈들이 욕을 합디까?" "아니."
"때리지도 않고 욕도 안하는데 왜? 이처럼 고민을하십니까?"
"그런게 아니다 이절에서는 우리를 재워주지 않는다는구나.'
오공이 웃으면서 말했다. "도사가 있는 곳 입니까?"
"어디. 그럴 법이 있겠느냐. 관에나 도사가 있고 절에는 화상이있지.'
"스승님으론 않되지요 그들이 화상이라니 우리와 마찬가집니다.
부처님 아래선 모두다 인연이 있다고 하지 않았 습니까?
제가 들어가 보고 오겠습니다."
오공은 머리에 테를 바로쓰고 치마를 걷어올려 띠로 잘 돌려매고
여이봉을 손에 쥐고 곧바로 대웅전에 이르러 세 불상을 보며 호령을했다.
"너는 본시 진흙으로 빚어 만들고 금칠을 한 물건이다. 그러니 네뱃속에
무슨 감응이 있을소냐? 이 손 어른이 지금 대당의 스님을 모시고
부처를 배알하고 경을 구하기위해 서천으로 가는길에 여기에서
하룻밤 묵어 가려는데 만약 우리를 묵게하지 않았다가는 두고봐라.
내가 이 여의봉으로 너의 금칠한 몸뚱이를 박살내어
너를 진흙의 본 모습으로 돌아가게 해주겠다."
오공이 사단을 빚으려다가 향로에 향을 꽂는 불목하니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너 이놈" 불목하니는 놀라 몇번을 자빠졌다 일어나 방장으로 뛰어갔다.
"스님, 밖에 어떤중이 와 있습니다."
"뭐야? 이놈이 왜 이렇게 멍청할까? 처마밑에라도 웅크리고 자게 하랬더니
또 귀찮게 하는군 한번만 더 귀찮게하면 곤장을 스므대쯤 안길테다,"
"주지스님.이번에온 중은 아까왔던 중과는 막판 다릅니다.
밉고 추하고 등뼈도없고....눈은 동그랗고 귀는 오무라지고 입은 뇌공같고
얼굴은 털투성이에요. 손에는 철봉을 들고 이빨을 앙다문 것이
금시라도 칠기세였어요."
"그럼 내가 나가봐야겠다."
주지가 문을 열고보니 오공이 저벅저벅 이쪽으로 걸어들어 왔다.
과연 볼수록 추하고 무서운 얼굴이었다.
주지는 질겁을해 문을 쾅 닫아 버렸다. 오공은 쫓아 들어오며
문을 와지근 부셔버리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깨끗한 방을 한 천칸쯤 치워라 이손공이 거기서 쉴테다."
주지는 방안에 숨어 보고하던 불목하니에게 물었다.
"어이구.저놈 상판대기 정말무섭구나.
그놈이 입으로 뇌까리는 소리는 상판대기보다 더 끔직해.
내 이 절간은 방장 불전 종루 행랑까지
죄다합쳐도 삼백칸이 못 되는데 방을 천칸이나 내놓으라니
도대체 어디서 온놈이냐?"
주지는 발발떨면서 소리를 높여 불렀다.
"묵어가시겠다는 장로님.
이렇게 낡고 작은절이라 묵으시게 할수가 없습니다
제발 다른데로 가서 주무십시요,"
오공은 여의봉을 대야 아가리만큼 굵게키워서
안 마당에 쿵 소리가 나게 세웠다.
"우리를 재워주지 않겠다면 너희들이 나가도록 해라!'
드디어 오공이 승질났다
천제까지 넘 보던 오공이 보림사 주지스님하나 를
여의봉으로 패지않을런지 ㅎㅎㅎ다음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