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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은 시작될 때부터 신체적인 것이다. 그러나 병이 진행되면서 점차 정서적이고 상징적인 것이 된다. 편두통은 생리적, 정서적 요구 모두를 표현하며 정신생리학적 반응의 원형이다. 그러므로 편두통을 이해하려는 생각들을 통합하려면 신경학과 정신의학 양쪽 모두에, 그리고 동시에 기초해야만 한다. 결국 편투통은 하나의 배타적인 인체 작용으로 인식해서는 안 되고, 인체의 구체적인 필요와 인체의 신경계에 맞춰진 생물학적 작용의 한 형태로 보아야만 한다. 36
사소한 증상들
편두통이 몸의 한쪽에만 오는 경우에 한쪽 눈동자의 축소, 안검하수, 안구함몰(호너증후군[교감신경계 악화로 인해 안구함몰, 안검하수, 축동, 동측의 발한 감소 등이 나타난다-감수자])이 두드러진 비대칭성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눈동자 크기가 계속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발작 초기나 통증이 아주 심할 때는 눈동자가 커지기도 하고, 발작 후기나 욕지기가 올라오거나 기면상태가 되거나 쓰러지면 눈동자가 작아지기도 한다. 맥박 수에 따라서도 이와 비슷한 증상이 일어난다. 또 초기의 심박급속증은 쇠약해진 느린 맥박(대개 분당 60번 이하의 맥막-옮긴이)으로 이어지기도 쉽다. 느린 맥박이 있을 때는 종종 심각한 저혈압이 나타나기도 하고, 자시가 바뀌면(예컨대 앉았다가 일어설 때-옮긴이) 어지러움을 호소하거나 기절하는 경우도 있다. 예민한 환자들은 아주 지독한 발작이 일어나는 동안 맥박과 눈동자의 변화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다. 57,8
앨버레즈는 자신이 경험한 이런 증상을 마치 그림을 그리듯 묘사한 적이 있다. 편두통 발작 초기에 그는 텔레비전 화면에서 휘황찬란한 잔상을 보았고, 그 때문에 그 장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예민한 환자들은 이를 스스로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눈을 감으면 자동적으로 시각적 집중포화를 맞게 된다. 빠르게 움직이는 색깔과 이미지들이 만화경처럼 눈앞에 전개되는 것이다. 그림들은 엉성하기도 하고 꿈처럼 잘 짜여져서 보이기도 한다. 60
편두통을 사라지게 하는 세 번째 형태는 위기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육체나 정신의 격렬한 활동은 몇 분 안에 발작을 멈추게 만든다.
육체적으로 격렬한 운동이 발작을 방지하거나 현재의 발작을 중지시킬 수도 있다. 일요일을 늦게 편두통으로 잠에서 깨는 많은 환자들의 경우, 일찍 일어나서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하면 발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내 환자 가운데 난폭한 성격을 가진 근육질의 이탈리아 사람이 있는데, 그는 집에 있을 때 편투통이 오면 섹스를 한다. 직장에서 발작이 시작되면 팔씨름을 하거나 동료와 술을 마시는데, 모두 5분이나 10분 안에 효과를 본다. 갑작스러운 놀람이나 분노 또는 다른 강렬한 감정도 거의 몇 초 안에 편두통을 사라지게 만든다. 발작을 어떻게 멈추게 만드느냐고 묻자 한 환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를 흥분시켜야만 합니다. (…) 주변을 달리거나 고함을 지르거나 싸웁니다. 그러면 편두통이 사라져요.” 여러 형태의 본능적인 발작성 활동도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데, 심한 구토가 오래된 예다. 다른 경우에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67,8
또 다른 환자의 경우, 발작을 재빨리 끝내려고 딸꾹질이나 트림을 되풀이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폭식으로 발작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편두통 환자에게서 이런 종류의 끔찍한 행동을 볼 수 있다. 먹음으로써 구원받는다 The relief comes with the act of eating. 격렬한 육체적, 본능적, 정서적 활동 가운데 어느 것이든 활용할 수 있는데, 이런 방법에서 공통된 요소는 각성이다. 환자는 마치 잠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편두통에서 깨어난다. 뒤에서 편두통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다른 상황을 보게 될 텐데, 그런 경우의 대부분은 병이 너무 깊어 생리적으로 쇠약해진 상태라 생체를 깨워낼 수가 없다. 69
맥켄지는 파킨슨병을 “조작된 혼란 an organized chaos”이라고 불렀던 적이 있다. 이것은 편두통에도 꼭 들어맞는 진실이다. 먼저 ‘혼란’이 생기고 그 다음에 잘 조직된 ‘병든 질서’가 생긴다. 어떤 것이 더 지독한지는 알기 어렵다! 편두통이 시작될 때는 불안정성과 유동성 때문에 불쾌하고, 그 다음에는 변하지 않는 가혹한 영속성 때문에 괴롭다. 대개 치료는 편두통이 확고한 고정 형태로 ‘굳어지기’ 전, 즉 초기에만 가능하다. 72
우리가 고전적 편두통이라고 할 때 고전적 classical이라는 말은 일반적common이라는 낱말과는 반대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아우라가 있는 편두통을 고전적 편두통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아우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며 심하게는 신비로운 것이라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이것은 논증할 수 있는 거짓이고, 초점이 잘못된 질문 때문에 생긴 결과다. …. 아우라 그 자체는 절대 희귀하지 않다. 그러나 아우라에 대한 적절한 묘사는 아주 드물다. 아우라는 너무 중요한 현상이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묘사한 글을 꼭 필요하다. 그런 글이 있다면 편두통만이 아니라 뇌와 마음의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아우라에 대해 잘 묘사한 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묘하고 두려워서 생각조차 꺼려지기 잘 묘사된 글이 더더욱 드문 것이다. 104
해석도 이해도 되지 않지만, 리베잉은 그것에 대해 두드러지게 강조했다. 그 이야기는 리베잉과 그의 환자들이 뛰어넘을 수 없었던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한계였다. 그래서 그는 결국 이렇게 썼다. “자신의 발작에 대해 생각하고 설명할 수 없어서, 그저 그 발작들은 공포스럽다고만 말하는 환자들이 있었다. 물론 이 말은 분명히 발작이 일으킨 고통에 대한 설명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니 편두통 아우라라는 주제는 이해할 수 없고 소통 불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아우라’라는 용어는 거의 2,000년 동안, 곧 간질발작으로 발전하게 되는 환각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그리고 100년 정도는 어던 발작이, 말하자면 고전적 편두통이 시작됨을 알리거나 가끔은 편두통 발작의 유일한 징후로 여겨지는 증상과 유사한 것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였다. 104,5
편두통의 징후는 아주 다양해서, 단순하고 복잡적인 환각만이 아니라 강렬한 감정 상태, 말하기와 상상하기에 대한 장애와 결손, 공간과 시간 인식에서의 전위, 꿈을 꾸는 듯한 상태, 정신착란이나 환각 상태 같은 것들까지 포함된다. 오래된 의학적 종교 문헌을 살펴보면 ‘환각’, ‘무아지경’. ‘황홀경’ 등을 가리키는 내용이 무수히 많지만, 이들이 어떤 성질인지는 아직도 수수께끼다. 다른 많은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증상들이 일어날 수 있고, 좀 더 복합적으로 묘사되었던 현상들은 사실상 간질이나 졸중, 중독, 또는 편두통과 다를 바 없는 히스테리 발작이거나 정신병적이거나 꿈꾸는 듯한 상태거나 아니면 원래 최면상태였는지도 모른다.
이 가운데 단 하나의 두드러진 예외는 힐데가르트(1098~1179)가 쓴 “환영”인데, 이는 분명히 편두통이었다. 이것은 부록 1에서 다룬다. 106
이처럼 스치며 쉬 사라지는 안내섬광은 대개 시각적 아우라의 핵심으로 들어가는 서막에 지나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비록 다 그렇지는 않지만) 환자들은 편두통 암점이 있는 그들의 시야에서 좀더 정교한 환각이 보다 길게 지속되는 상태를 경험한다. 보통 이런 현상에 더 많은 기술적 용어들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이 암점들은 형태(와 색깔)때문에 편두통 스펙트럼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가장자리들의 구조(성곽도시의 성벽을 연상시키는)는 요새 스펙트럼fortification spectra(타이촙시아tecihopsia[그리스어로 성벽이라는 뜻임-옮김이])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또한 섬광암점이라는 용어는 야광성 편두통 스펙트럼의 깜빡거림을 의미하며, 음성암점negative scotoma은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는 상태를 이르는데, 그것은 가끔 섬광암점을 뒤따르거나 섬광암점 앞서 일어난다. 113
편두통성 실신은 간질병의 가벼운 발작처럼 결코 갑작스럽게 시작하고 갑작스럽게 끝나지 않는다. 환자는 몇 분 동안 그 과정 속에 스며들었다가 이와 마찬가지로 점진적인 형태로 힘을 되찾는다. 우리는 이런 정황 속에서 편두통성 실신을 3단계로 나누어 인식하면 편리하다. 먼저 무기력한 마비 상태가 되고, 두 번째는 인사불성 상태가 되는데 환자는 이 상황에서 대개는 불쾌한 느낌을 주는 ‘강제된’ 생각과 이미지로 고통을 겪는다. 리베잉은 이 단계를 “진저리나는 가수면 상태”라고 했다. 이때 강제된 생생한 이미지는 운동불능과 관련이 있다(이 상태는 기면증이나 “수면마비” 증상을 떠올리게 한다). 세 번째는 혼수상태인데, (대소변의) 실금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주 드물게 발작적인 행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편두통성 실신의 전체 발생률을 짐작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편두통성 실신은 한 환자에게 일생에 한두 번 일어나는 정도인데, 대개는 그 발생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127
가워스는 간질과 관련해서 관찰한 기록을 남겼다. 비록 그가 다른 종류의 감정 변화에 대한 병력을 제공했지만, 정서적인 아우라는 대개 공포감(“약한 두려움이나 강한 공포감”)의 형태를 띤다. 이러한 공포감의 매우 심각한 형태는 아주 끔찍하게 강렬한 느낌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런 상태는 환자에게 곧 죽을 것만 같다는 느낌을 준다. 죽음의 공포라는 이런 느낌을 옛날 의사들은 “앙고르 아니미 Angor Animi”(게어드너병이라고도 하는데, 대개 협심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죽음에 대한 공포감을 말한다-옮긴이)라고 불렀는데, 이보다 더 좋은 용어는 없어 보인다. 131,2
정리하자면, 편두통 아우라에서 일어나는 감정적인 상태의 특징으로 다음과 같은 느낌을 들 수 있다.
a. 갑작스럽게 시작한다.
b.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의식의 전면에 나타나는 내용들과 부조화를 이룰 때가 많다.
c. 너무나 강력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d. 수동적이며 ‘강제로’ 감정의 변화가 일어난다.
e. 짧게 지속된다(몇 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f. 정적이고 시간이 정지된 느낌을 준다. 이런 상태는 깊어지고 강렬해질 수도 있지만,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느낌이 없는데도 생길 수 있다.
g. 적절하게 묘사하기가 불가능하거나 아주 어렵다.
릴리퓨션 비전(미시증 micropsia)이란 대상물의 크기가 작게 보이는 증상이고, 브로브디냐기언 비전(거시증 macropsia)이란 크게 보이는 증상이다. 136
몰인격화의 일시적인 상태는 편두통 아우라가 있을 때 좀더 일반적으로 볼 수 있다. 프로이트는 “(….) 자아ego는 다른 무엇보다 신체자아body-ego이다. (…) 몸의 표면에 투사된 정신”임을 우리가 되새기게 해주었다. 자아self는 기본적으로 신체 이미지의 안정성, 바깥을 향한 감각의 안정성, 그리고 시간 인식의 안정성에서 얻는 끊임없는 추론 결과에 기초한다. 자아가 해체된다는 느낌은 신체 이미지, 외부 지각 또는 시간 인식에 혼란이 있거나 불안정하면 쉽게 곧바로 생긴다. 그리고 우리가 보아왔듯이, 이 모든 것은 편두통 아우라가 진행되는 동안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148
편두통 아우라는 일반 편두통처럼 진행되는 순서가 있지만, 어느 특정 지점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적절하게 그려낼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해야겠다. 우리는 각각의 증상이 서로 자극하는 면과 억제하는 면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을 선뜻 인정할 수 있다. 자극하는 면은 섬광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고, 억제하는 면은 음성환각(negative hallucination. 부정적 환각이라고도 번역된다. 양성(또는 긍정적) 환각이 현실에 없는 것을 보는 것이라면, 음성환각은 현실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옮긴이), 근육긴장 상실, 기절 등으로 나타난다. 결국 우리는 아우라의 증상들이 중추신경계와 내외에 관련되어 있지만, 일반 편두통 증상의 많은 부분은(전부는 아니지만) 말초신경계와 자율신경계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159
고전적 편두통이 아우라와 두통의 단계가 우발적으로 연결되거나, 함께하는 경향이 있는 잡종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여러 가지 이유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꼭 그런 것은 아니고, 그것이 핵심적인 결합도 아니다. 따라서 고전적 편두통은 집합적인 구성물로 이루어진 복합 구조물 그 자체다. 168
후기(1992): 암점의 공포
아마도 리베잉이 말했던 공포와 같은 것으로 보이는 이 특별한 공포감은 음성암점과 함께 찾아온다. 그것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실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 있다.
다음의 사례에 이런 심각한 두려움과 매우 기묘한 느낌이 잘 드러나 있다.
사례90
아주 어릴 때부터 1년에 두세 번 정도 음성암점 또는 반맹을 겪어온 재능이 뛰어난 내과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의 이야기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의 발작에는 편두통 두통이 뒤따랐다.
비록 이 남자는 하느님의 부름과 신앙고백을 통해 날마다 영혼의 깊은 곳에서 원초적인 공포에 빠져 들거나 용감하게 무의식의 모든 괴물들과 마주하기는 했지만, 결코 자신의 암점에 익숙해지지는 않았다. 암점은 그가 정신의학의 범주에서 맞닥뜨리는 것들을 넘어서는, 견디기 어렵고 무시무시한 경험을 하게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환자가 되어 책상 건너편에 앉아 있는, 잘 아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당장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말할 수는 없었지만,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자연의 질서에 반하는 것이고, 불가능한 어떤 것이었다.” 169
“나는 갑자기 한자들의 얼굴 한 부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나 빰 또는 왼쪽 귀의 일부분이 없었다. 나는 계속해서 듣고 말하고 있었지만, 내 시선을 고정되어 있었던 것 같다. 고개를 도릴 수가 없었다. 불가능하다는 생각과 공포스러운 느낌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며 들었다. 이 현상은 대개 얼굴 반쪽이 다 사라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와 함께 방의 같은 쪽도 사라졌다. 나는 어느 정도 마비되고 경직되는 것을 느꼈는데, 내 시력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믿을 수 없는 일이 이 세상에 일어났다고 느꼈으며, 사라진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고래를 돌리거나 눈을 움직여보지는 않았다. 그전에도 이런 경험을 꽤 했지만, 나는 내가 편두통을 겪고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
이런 환자들은 상상할 수 없는 공포스러운 과정을 통해 우주의 반을 잃어버렸음을 갑작스럽게 알 수도 있다. 그런데 고차원적인 기능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관찰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장애가 좀더 만성이 되거나 확장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든 모든 감각과 여러 가지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잃게 된다. 이런 환자들은 반쪽 공간과 반쪽 우주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의식이 재구성되기 때문에 자신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실제로 그런 경험을 했던 사람들을 제외하면 너무나 기이해서 거의 상상이 되지 않는 이런 상황을 두고 ‘착란적’이라거나 ‘미쳤다’고들 했는데, 이는 환자들의 고통을 훨씬 가중시킬 수 있는 소견이었다. 그러다가 최근에야 의식의 생리학적인 또는 신경생리학적인 개념이 제럴드 에덜먼에 의해 제시되었고, 비로소 이런 증상들이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에덜먼은 의식이 지각의 통합에서 시작된다고 보았다. 그 지각의 통합은 과거와 현재의 지속적인관계인 역사적 연속성이라는 감각과 관련된 것이다. 에덜먼의 용어로 말하면, ‘최초의’ 의식은 몸이 받아들인 세상에 대한 감각으로 만들어져서, 공간에 대한 의식(‘개인적인’공간으로서)과 시간에 대한 의식(‘개인적인’ 시간 또는 역사)으로 확장된다. 그런데 심한 암점을 겪게 되며 이 세가지 의식이 모두 사라져버린다. 더 이상 자신의 몸이나 시야의 일부(예를 들면 왼쪽 반)를 지각할 수 없게 되는데, 그러면서 ‘공간’도 사라지고 과거도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암점은 신체의 자아나 최초의 자아 속에 있을 뿐만 아니라, 최초의 의식 속에도 있다. 이 암점은 참으로 사람을 공포감에 휩싸이게 만드는데, 인간의 고위의식과 초자아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깊은 ‘자아’와 의식의 교번은 편두통을 겪는 동안 몇 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에도 인간은 신체와 정신의 절대적인 정체성에 대해 저항할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또한 의식과 자아와 같은 인간의 최고 기능은 실재하지 않고 자족적이지 못하며 몸을 ‘넘어서지’ 못하지만, 신경심리학적인 구조와 그 과정은 신체적인 경험과 그 통합의 계속성에 의존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175,6
각성장애는 모든 편두통에서 가볍게 또는 심각하게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