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명 목사의 발칙한 상상
지난 성탄절 저녁에 지인의 초청으로 일산 아람누리에서 진행된 색소폰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하러 갔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색소폰은 오케스트라에 잘 활용하지 않는 악기인데도 불구하고 소프라노, 알토, 베이스, 테너, 바리톤 소리의 조화를 이루어 아마추어들이 모여 시즌에 어울리는 성탄곡과 함께 베토벤 교향곡, 차이콥스키 교향곡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하여 연주하였습니다.
60여 명 단원이 자기에게 주어진 part에 집중하여 기량을 마음껏 뽐내었습니다. 그런 연주의 모습에서 저의 시선은 뒤편의 큰 북과 팀파니, 심벌즈를 들고 있는 연주자에게 꽂혔습니다. 다른 색소폰 주자들이 부지런히 연주하는 가운데 이분들은 가만히 지켜 보고 있다가 자기 순서가 오면 북을 치고, 심벌즈를 쨍하고 쳤습니다. 비록 다른 연주자에 비해 이분들은 Spot Light도 받지 못하였지만, 더욱 감흥을 실어주고 곡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나름 이바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목회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 나라를 세상에 전파하기 위하여 인기를 끌면서 활발하게 일을 하는 주의 일꾼이 있는가 하면 잠잠히 숨겨져 있지만 어떤 시기에 자기의 역할을 해내는 무명의 목사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나타내는 의미에서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7살 때 서대문 사거리에 있는 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예배당 안은 사람으로 가득 찼고, 열정적으로 찬송하고 부르짖어 기도하는 열정의 도가니 속에 30대의 깡마른 체구의 조용기 목사님께서 등장하여 설교를 폭포수처럼 쏟아내었습니다. 그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제 마음에 감동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저의 마음에는 열망이 생겼습니다. 나도 저런 설교자가 되어야겠다고 말입니다.
50년이 지난 지금에 저 자신을 살펴보니 그 꿈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무명의 목사로 뒤편에 잠잠히 지켜보고 있는 연주자의 모습이 제 모습 같았습니다. 그러나 저의 울림도 하나님 나라의 조화를 이루는데 한몫했으리라는 위안을 삼아 봅니다.
그리고 천국에 이르렀을 때 저의 소망는 하나님의 사랑과 지식을 전하는 목사가 되기를 원합니다. 천국에도 목사는 존재한다고 기대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사랑은 무궁무진하며 하나님께 대한 지식도 헤아릴 수 없기에 하나님을 널리 전하는 사역자는 반드시 있어야 하리라 믿고 있습니다.
은퇴를 앞둔 목회자로 땅에서 소원을 이루지 못했지만, 천국에서는 수많은 사람에게 하나님을 전하는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세워질 것을 믿습니다. 제가 이 땅 위에서 할 일은 하나님의 때를 잘 순응하고 늘 깨어 있는 것입니다. 작은 일에 충성하는 일꾼에게 더 큰 것을 맡기시는 하나님께서 천국에서 신령한 목사로 거듭나게 하실 것을 믿고 있습니다.
마 25:21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