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곡 타인들에게 폭력을 가한 사람들
제 12,13,14곡은 일곱 번째 고리인데 이곳에는 폭력을 범한 죄인들이 3개의 구렁(원형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2곡은 일곱 번째 고리의 첫 번째 구렁인데, 타인에게 폭력을 행한 자들로 붉은 강에 삶아지며 고통을 당하는 폭군들의 영혼입니다.
둔덕을 내려와 우리가 온 곳에는 매우 험난하고 가파른 절벽의 가장자리에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이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미노타우로스는 사람의 몸에 소머리를 한 신화속의 괴물입니다.
크레타 섬의 미노스 왕의 왕비 파시파이가 다이달로스가 만든 나무 암소와 정을 통해 태어난 괴물입니다.
크레타섬 미궁(라비린토스)에 가둬놓고 해마다 아테네의 젊은 남녀 일곱 명을 제물로 바쳤습니다.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의 아들인 테세우스는 이 제물들 틈에 끼어들어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가 준 실타래를 따라서 미궁을 무사히 빠져 나왔습니다.
테세우스와 아리아드네는 크레타섬을 빠져나와 낙소스섬으로 갔는데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를 놔두고 가(여러 설이 있으나) 아이라드네는 디오니소스랑 결혼 하게 됩니다.(그리스 로마 신화)
어려서 이 신화를 읽으며 '나쁜놈, 놔두고 가다니!'라고 '나쁜놈, 나쁜놈'했는데 읽어가던 중 디오니소스랑 결혼하게 된 걸 보면서 그나마 다행이다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려서.
미노타우로스는 우리를 보자 분노가 불타오르는 듯 자신을 물어뜯었습니다.
그러자 나의 현명한 선생님이 소리를 질렀다.
“이 사람이 널 저 세상에서 죽게 한
아테네의 군주(테세우스)라고 생각하는 건가?“
짐승아! 물러나라! 이 사람은 너의 누이(아리아드네)가
이끌어 주어서 여기 온 것이 아니다. 단지
너희의 고통을 보기 위해 이곳을 지날 뿐이다.
인간의 폭력으로 태어난 괴물이 폭력의 죄를 지은 자들은 벌한 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고삐 풀린 황소가 길길이 날 뛰듯이 미노타우로스가 꼭 그렇게 했습니다.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미노타우로스가 날뛰는 동안 널린 바위들 사이로 급하게 뛰어 내려갔습니다.
이곳에는 산사태가 난 듯 비탈의 바위가 무너져 있음을 보았습니다. 이곳은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심하게 요동친 것으로 보입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악취를 풍기는 심연이
꼭대기부터 바닥까지 심하게 요동친 것은 분명
그분이 내려와 위의 고리에 있던
예수가 부활하여 림보의 영혼들을 선별하여 구원한 것을 의미합니다.
수많은 영혼들을 디스로부터 구하시기 직전이었다.
그걸 보고 우주가 사랑을 느꼈구나 생각했지.
어떤 사람을 그렇게 해서 세상이
여러 번 혼돈으로 거듭났다고 하기도 하더라만,
여기저기서 이 오래된 바위들이 굴러 내린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어.
위의 묘사는 엠페도클레스의 이론을 들어 비유하고 있습니다.
엠페도클레스에 의하면 미움은 태초의 조화를 파괴하면서 다양한 사물들의 창조를 야기하고, 사랑은 이러한 여러 다른 요소들을 다시 통합하면서 우주적 일치를 구축한다고 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은 태초에 하나였다가 미움이 침투하여 분리된 지옥이 다시 우주 전체로 돌아가도록 만들었고 그런 과정에서 지옥 전체가 흔들리고 바위가 쪼개져 굴러 떨어진 것입니다. 여기서 사랑과 미움의 힘은 특히 물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힘(4원소들 사이에 작용하는 '사랑과 미움' 엠페도클레스 이론)을 가리킵니다. 태초의 조화는 혼돈의 상태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하나의 조화로 돌아가는 것은 혼돈으로 거듭나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주 해석 참고)
베르길리우스는 그리스도가 지옥에 내려온 것을 이교도 철학의 측면에서 묘사하고 있습니다.
단테와 베르길리이우스는 지옥의 일곱 번째 고리의 첫 번째 구렁으로 들어갔습니다.
이곳은 펄펄 끓는 피의 강(아케론강, 스틱스강에 이은 세 번째 강 플레제톤강)이 흐르고 있는데 폭력으로 남을 해친 자들의 영혼들이 벌을 받는 곳입니다. 거대한 웅덩이가 활처럼 둥글게 휘어 마치 고리 전체를 감싸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곳 일곱 번째 첫째 번 구렁은 켄타로우스(반인반마)들이 활을 들고 지키고 있었습니다. 웅덩이 주변에서 화살을 들고 죄가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 핏물에서 나오는 영혼들에게 활을 쏘고 있었습니다.
그들 중 셋이 우리에게 활을 쏘겠다고 위협하자 선생님은 케이론(켄타로우스 우두머리)에게 대답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곤 나를 슬쩍 건드리며 말했다. “저게 네소스다.
아름다운 데이아네이라 때문에 죽음을 당했고
자기 스스로 원수를 갚았던 자야”
헤라클레스의 아내를 좋아 했던 켄타우로스는 그녀를 범하려다가 헤라클레스의 활을 맞았습니다. 그는 숨지기 전에 독이 묻은 피를 묻힌 옷을 주면서 그 옷이 헤라클레스의 사랑을 유지 시켜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데이아네이라가 그 옷을 남편에게 입히자 독이 온몸에 퍼져 헤리클레스는 죽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 원수를 갚았다고 한 것입니다.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와 그리스 로마 신화이야기를 그림 공부를 위해 많이 읽었는데 도움이 됩니다.)
가운데에 있는 케이론은 신화 속에 등장하는 가장 지혜로운 인물로 의학, 예술이 뛰어나 아킬레우스와 헤라클레스의 스승입니다.
우리는 그 날렵한 짐승들에게 다가섰다.
케이론이 화살을 하나 뽑아 들었다. 그리고
오늬로 수염을 양쪽으로 갈랐다.
역시 케이론에 알맞은 의젓한 묘사입니다. 케이론이 화살을 하나 뽑아들었다. 그리고 오뉘로 수염을 양쪽으로 갈랐다.
케이론이 화살을 꺼내 들며 동료들에게 단테가 살아있음을 알려줍니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가 살아있다는 것과 하늘의 뜻에 따라 지옥을 순례하는데 그를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베르길리우스는 케이론에게 순례 목적을 이야기하고 피의 강을 건널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케이론은 네소스에게 그들을 도와주라고 지시했습니다.
우리는 호위를 받으며 삶아지는 고통으로 목 놓아 소리치는 무리가 있는 시뻘겋게 부글부글 끓는 강을 따라 갔습니다. 끓는 강물 속에 눈썹까지 잠긴 영혼들이 있는데 남을 피를 흘리게 하고 약탈했던 폭군들인 알렉산드라 대왕이 있고 시칠리아를 고통의 세월에 몰아넣었던 디오니시우스 등 이었습니다.
잠시 후에 끓고 있는 붉은 강물 위로 목까지 내밀고 있는 혼령이 보였습니다. 한쪽에 홀로 있는 그림자를 가리킵니다. 그는 몽포르인데 에드워드 1세에게 죽음을 당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사촌이자 리처드 왕의 아들인 헨리 왕자를 미사 도중 살해해 그의 심장은 템즈강 위에 걸렸다고 했습니다.
뒤이어 머리와 가슴까지 물 밖으로 드러난 무리가 보였는데 이런 식으로 죄의 경중에 따라 뜨거운 강물의 깊이가 다르게 벌을 받고 있습니다.
발목만 뜨겁게 삶은 정도로 낮은 곳이 강을 건널 길목이었습니다. 이곳으로 안내한 켄타로우스는 돌아서서 길목을 다시 건너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