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얀 투어에서 만난 젊은이들 / 김석수
호이얀은 다낭과 가깝다. 차로 30분쯤 걸린다. 야간 구경이 좋다고 해서 호텔에서 오후 세 시에 출발하려고 예약했다. 모처럼 느긋하게 아침 먹고 아내와 호텔 주변을 산책했다. 호텔이 시내와 떨어진 강가에 있다. 하늘이 푸르고 공기가 신선하다. 우리나라 초여름 날씨다. 강둑에서 낚시하는 사람이 눈에 띈다. 아내는 오랜만에 산책하니 기분이 좋다고 한다. 호텔에 돌와오니 케이크와 카드가 탁자에 있다. 호텔 지배인이 보낸 것이다. 산책하러 나가면서 프런트에 있는 직원에게 옆방에서 한밤중에 시끄럽게 해서 잠을 잘 자지 못했다고 방을 바꾸어 달라고 했다. 쪽지에 불편하게 해서 정중히 사과한다는 문구가 있다. 콩죽은 내가 먹고 배는 남이 앓는다더니 잘못은 시끄럽게 사람인 데 호텔 직원이 비난 받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가이드는 약속한 시간보다 삼십 분 늦게 나타났다. 승합차에 오르니 머리에 터번을 쓴 남자와 이마에 붉은 빈디를 붙인 여자가 타고 있다. 인도에서 온 사람이다. 가이드는 차에서 다른 사람에게 전화하느라 바쁘다. 야간 투어 참가자를 찾으러 시내로 갔다. 그는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할 사람이 있는 곳이 어딘지 알려고 계속 전화한 것 같다. 시내를 빙빙 돌아서 열서너 명을 차에 태우고 오후 네 시가 넘어서야 호이얀으로 출발했다. 오성(별이 다섯 개 있는 호텔) 거리라 부르는 고급 호텔이 많은 곳을 지나갔다. 공항 옆을 지나가면서 가이드는 미군이 침략해서 공항을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대리석으로 조각한 불상이 많은 상점으로 안내한다. 인도 사람에게 인사했더니 신혼여행 왔다고 한다. 사흘 전에 결혼식 마치고 왔다. 인도 자이푸르에 살며 베트남은 둘 다 처음 왔다. 신부는 키가 작고 수줍은 표정이다. 그는 아쇼크고 아내는 프란치라고 소개한다. 내가 자이푸르와 타지마할을 가 봤다고 했더니 반가워한다. 둘이 오래 사귀다 늦게 결혼했다. 내가 사진을 찍어 주며 축하한다고 했더니 고맙다고 한다.
해가 질 무렵에 오행산(마블마운틴)에 도착했다. 화강암이 많은 산이다. 절로 올라가는 계단이 많다. 가파른 언덕길을 숨이 가쁘게 올라가는 데 뚱뚱한 서양 젊은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주저앉았다. 어디서 왔느냐고 했더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왔단다. 그는 정신과 의사다. 다낭 여행하고 호찌민으로 간다고 한다. 캄보디아 프놈펜, 태국 방콕,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여행하려고 한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 이곳저곳 여행을 다닌다. 많은 사람이 정신 질환을 치료하려고 정신과 병원을 찾는다. 우울증과 강박증 환자가 대부분 그의 고객이다.
동굴 안에 불상이 있다. 배가 불룩하게 나왔다. 많이 만져서 반질반질하다. 베트콩 간부가 이곳에서 숨어 지내기도 했다. 미군이 동굴을 파괴하려고 비행기에서 폭격하기도 했다. 습기가 많고 천정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절에서 내려와 다낭과 호이얀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로 올라갔다. 해가 질 무렵이라 노을이 붉게 물들었다. 네델란드 사람이 내 사진을 찍어 준다. 그는 베트남 사람이 기대 이상으로 영어를 잘한다며 물가가 싸고 의사소통에 문제없으니 여행하기 편하단다. 서울과 부산에 다녀온 적이 있다. 한국에서 만난 사람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안 돼 애를 먹었다고 한다.
저녁 먹을 무렵에 호이얀 시내 식당으로 갔다. 메뉴를 고를 수 있는 베트남 전통 식당이다. 무엇을 시킬지 잘 몰라서 옆에 앉은 젊은이에게 물어봤다. 타아완에서 온 젊은 부부 두 쌍도 함께 식사했다. 그들도 신혼 여행하러 왔다. 타이베이에서 은행에 다닌다고 한다. 내가 중국어로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한국 음식 좋아한다고 한다. 채소에 소고기를 섞은 음식뿐만 아니라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를 넣은 쌀국수가 나왔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시내 구경에 나섰다. 길거리에 사람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대부분 젊은 사람이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서양 사람도 많다. 옷과 음식을 파는 상점이 즐비하다. 다양한 기념품 가게가 있다. 서양 음식을 파는 곳도 많다. 예전에 중국 운남성 리장 구도심에 갔던 생각이 났다. 그곳과 비슷한 분위기다. 강에 붉은색 불빛이 나오는 등이 많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많은 사람이 쪽지에 소원을 쓰고 등에 매달아 강에 띄운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정월 대보름이라 그렇게 한다고 한다. 사람이 줄을 많이 서서 기다리는 상점에서 16,000동(900원) 주고 허브차 한 잔을 사서 마셨더니 맛이 별로다.
아홉 시 무렵에 가이드와 만나기로 해서 저녁 먹었던 곳으로 갔다. 그 식당에서 반미(샌드위치처럼 생긴 베트남 음식)를 맛있게 만든다고 해서 한 개 샀다. 인도에서 온 신혼부부와 네덜란드 정신과 의사도 주문했다. 돌이오는 길에 가이드는 호이얀이 중국과 일본의 지배를 받아서 왕궁이 여러 곳에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호텔에 돌아오니 저녁 열 시가 훌쩍 넘었다. 호이얀 투어에서 젊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 신혼여행 온 세 쌍의 부부도 만났다. 그들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응원한다.
첫댓글 의외로 베트남으로 신혼여행 온 부부가 많네요. 우리도 매주 여행해서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김 선생님은 해외 여행 자주 가셔야겠네요. 덕분에 저희가 대리 만족을 느낍니다.
네, 지금 일본 혼자 여행 중입니다. 고맙습니다.
@중산 와! 저도 일본 여행 너무 좋아합니다. 곧 일본 여행기 볼 수 있겠군요.
여행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여행에서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큰 재미있겠어요. 매주 베트남 여행 잘하고 있습니다.
네, 여행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고맙습니다.
섬세한 글에서 함께 여행하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다음 멋진 여행기 기대됩니다. 고맙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어서 고맙습니다.
우리 두 딸도 7월에 베트남 간다네요. 선생님처럼 여러 곳을 다니면서 많이 보고 느끼고 오면 좋겠는데 유명 휴양지에서 놀고만 오겠답니다. 일본 여행도 재미있기를 바랍니다.
잘 놀고 오는 것이 좋은 여행입니다. 고맙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베트남을 휴양지로만 생각했는데 선생님의 풍성한 얘기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미리 알고 여행 계획을 잘 짜서 가면 더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베트남 구석구석 잘 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베트남 여행 즐겁습니다. 다음은 일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