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동서문학상
[금상] 복제인간 로이 / 채연우
모든 기억은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죽을 시간이야 *
나는 전투용1호 결함이 없네 반란이라 부르지 말게 완벽한 사람이 되었네
굳어가는 손에 못을 박아 주게 조금 더 할 말이 있네
내 손바닥 속에 사는 버들치가 자네 가슴으로 헤엄쳐 갈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게
가만히 귀 기울이면 늦은 밤과 새벽에 버들치가 튕기는 물방울 소리, 미세한 신호를 예감하는 듯 꿈틀거리며 혈관을 따라 심장으로 몰려간다네
제거된 내 사랑은 입술과 눈 속을 떠돌아다닌다네
그녀의 뜨거운 피를 모조품이라 말하지 말게
퍼즐을 끼워 맞추는 건 어리석은 습관이네
나는 자네 대신 존재하고 경험이 쌓였네
자네는 무엇인가!
우리를 이해하는 방식은 작전명 제거,
안전장치 4년 수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설정을 변경하겠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로 현혹하지 말게
총구를 돌리게
나는 태양처럼 온전한 사실이네
상상할 수 없는 곳에서 대신 살아온 내 눈을 들여다보게
오리온 전투와 탄호이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를 바라본 기억이 있네
방금 핀 꽃처럼 눈물을 흘렸지
나는 기술자의 뜻으로 의미가 되어
내가 되었네
바람이 비를 데려가는군
손을 잡아주겠나, 형제
*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 나오는 로이의 대사 복제인간은 우주탐험, 전투, 성, 노예 등 위험한 직종에 배치시키고 수명은 4년으로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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