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버님들이 가을 바람 났는가 봅니다.
문경 성지 순례 다녀온지 일주일 남짓한데 단풍놀이 가자고 은근슬적 압력을 넣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뺀다고 오어지 걷기가 제안 되고 이틀 후, 22일(금) 오전 미사 참례 후 열분의 꽃할배들이 오어지로 떠났습니다.
오어사 주소는 오천읍 항사리입니다. 오어지 제방 아래 부근 마을을 외항사라 하고 오어지 안쪽 마을을 내항사라 합니다.
오어지 둘레길은 7km로 여유있게 천천히 한바퀴 걸으면 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주요 장소에 안내도가 세워져 있는데 안내도를 본 한 형님이 '저수지 모양이 춤추는 무희' 같다고 하였습니다.
사물을 보는 안목이 범상치 않습니다.
걷기는 내항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작하여 시계 방향으로, 오어사와 오어지 제방을 거쳐 다시 내항사 주차장으로 한바퀴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지금이 늦가을인지 못느낄 정도로 하늘은 맑고 햇살과 바람은 좋아 걷기에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오어지 단풍은 참나무가 많아 빼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파란 하늘과 노란 단풍이 물 밖과 물 속에서 대립하고 있어 신비함과 함께 가을 기분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큰형님 지금 분명 웃고 계시는거죠?'
내항사 쪽에서 출발하면 첫번째 마주하는 정자가 '망운정'이고 두번째 정자가 '관어정'(메다세콰이어 숲)입니다.
이 3.2 km 구간은 평지 구간입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300m는 계단 구간으로 몇몇 형님들께는 조금 힘들 수도 있었습니다. 다른 구간은 모두 평지 구간입니다.
그래도 참고 이겨내면 남생이(우리나라 고유 민물 거북) 전망대에 도착하고 오어사가 보입니다. 그러면 다 왔구나 하는 생각에 안심이 됩니다. 우리 인생도 이길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남생이를 볼 수 없었지만 기념사진 한장 찍고 출렁다리 원효교로 향합니다.
'와우~' 무엇이 보이나요?
출렁다리 아래로는 수십마리의 대형 잉어들이 퍼레이드를 합니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 인기척은 무시하고 유유자적 헤엄칩니다. '낚시를 할 수 있다면 대박이겠다'라는 사찰 앞에서 불순한(?)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두파로 갈라집니다.
'완전 돌아파' 와 '반만 돌아파' 인데요.
완돌파는 계속 걸어서 내항사 주차장까지 갈 예정입니다. 반돌파는 오어사 은행잎이 포항 최고라는 설을 확인하고 외항사 버스 주차장에서 기다릴 예정입니다. 완전 돈(?) 사람은 다섯분이었습니다. ^^
오어사는 신라 진평왕 때 창건 된 천년 고찰입니다. 신라 고승 원효, 자장, 혜공, 일연 스님들이 수도했다고 합니다.
오어사 이름은 항사사였는데 원효 대사와 혜공선사가 서로 공력 자랑을 하였답니다. 개천에서 물고기를 산채로 먹고 배설을 했는데 한마리는 죽고 한마리는 살아 헤엄쳤다고 합니다. 두 스님이 서로 산 물고기가 내가 먹은 물고기라 하여 오어사(吾魚寺)가 되었다 합니다. 나吾 고기魚 입니다.
혜공 선사 실록에는 원효대사가 새우와 물고기를 먹고 돌 위에 배설을 했는데 혜공선사가 그것을 보고 '네 변이 내가 먹은 물고기다' 라고 희롱을 했다는 기록이 있답니다.
오어지 둘레길은 누구나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코스로 본당 시니어 그룹도 가끔 걷는 길입니다. 가을이 가기 전에 나들이 한번 다녀오세요
오리고기, 흑돼지, 보리밥 등등 전문 식당이 주차장 근처에 있습니다.
시니어 행사에 언제나 적극 밀어 주시는 신부님, 그리고 함께 해 주신 형님들과 끝까지 읽어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