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목 아래 온몸이 마비돼 70년 넘게 철제 산소호흡기 속에 들어가 살면서도 변호사로도 활약한 폴 알렉산더가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BBC가 13일(현지시간) 전했다. 모금 사이트인 고펀드미 닷컴은 "'철제 폐 속의 남자'란 별칭으로 널리 알려진 폴 알렉산더가 어제 세상을 떠났다"고 알렸다.
사망 원인은 공표되지 않았는데 절친인 대니얼 스핑크스는 고인이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유족과 친구들은 고인이 세상을 떠난 것은 지난 11일이었다고 전했다.
형제인 필립은 "폴은 금세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커다란 미소를 지닌 따듯한 사람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내게 여느 형제와 다를 것 없는 형제였다. 우리는 싸웠고, 함께 놀았으며 사랑하고 파티를 나눴다. 우리는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 보통 형제와 다를 게 없어 나는 한 번도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필립은 생전의 형제가 얼마나 스스로 해내는지 존경스러울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스스로 밥 먹는 일상조차 가로막는 질환에도 잘 대처했다고 했다.
최근 몇 주 건강이 크게 나빠져 필립과 폴은 마지막 나날을 함께 했다고 했다.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나눠 먹곤 했다. 필립은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한 것은 영예로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고인이 소아마비 진단을 받은 것은 1952년이었다. 혼자 힘으로 숨쉬는 일조차 불가능했다. 의사들은 철제 실린더 속에 들어가 호흡하도록 했고, 그는 평생을 그런 상태에서 지냈다. 그런 상태에서 댈러스 고교를 스물한 살 때 졸업했다. 한 번도 수업에 참석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과정을 이수한 결과였다. 대학에서 법학 학위를 땄으며, 수련 생활을 거쳐 변호사가 됐다. 그리고 회고록도 썼다. 믿기지 않는 롤 모델이었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태생인 폴은 소아마비 진단 후 곧바로 수술을 받아 목숨을 건졌지만 더 이상 혼자 힘으로 숨을 쉬지 못했다. 해서 의사들은 목 아래 모든 부분을 덮는 철제 실린더 속에 들어가 호흡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폴은 그 장치를 "낡은 철마"라고 불렀다. 실린더 밖으로 공기를 빼내 그의 폐가 부풀어 숨쉬게 하는 장치였다. 공기가 실린더 안으로 들어오면 그의 폐는 움츠러든다.
몇 년이 흐르자 폴은 스스로 호흡하는 법을 익히게 됐고 짧은 시간 밖으로 나와 지낼 수 있게 됐다. 소아마비에서 살아남은 뒤 이 장치에 의지한 대다수처럼 그 역시 이렇게 오래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70년 넘게 살았다. 소아마비는 1950년대 백신이 개발돼 서구 사회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고교를 졸업한 뒤 그는 남부침례대학에 입학했다. 1984년 텍사스주립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법학 학위를 받았다. 2년 뒤 법정에 처음 서며 변호사 수련 과정을 시작했다. 그는 2020년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를 통해 "나는 일생 동안 어떤 일이든 할 것이며 모든 일은 정신적인 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같은 해 그는 입에 문 플라스틱 스틱으로 키보드를 누르거나 친구가 받아 쓰도록 구술해 무려 8년에 걸쳐 회고록을 집필했다. 필립은 폴의 126쪽 분량의 회고록 'Three Minutes for a Dog: My Life in an Iron Lung' 집필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켰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회고록 제목은 호흡장치에서 나와 3분만 버티면 강아지를 준다는 부모님 말에 1년 동안 노력한 끝에 자신만의 호흡법을 터득했던 일화에서 따온 것이다.
의학 발전 덕에 철제 폐는 1960년대 산소호흡기로 대체됐지만 폴은 익숙하다는 이유로 이 철제 실린더 속에 들어가 지냈다. 지난해 3월 기네스 월드 레코드는 철제 폐 속에서 들어가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고인을 공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