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李陸史, 264)의 광야(曠野)
시인 이육사(본명 이활)는
한국현대문학사가 갖게 된 자랑이며 긍지이다.
우리 겨레의 현대사에 그런 선배가 있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그는 일제 암흑기에 반제국주의,
자주독립의 의지를 다진 금옥 같은 시들을 남겼다.
그는 쉽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버리고
조국광복에 온 몸을 던지는 가시밭길을 택하였다.
그의 혼과 그의 시를 두려워한 일제는
10여 차례나 구금 투옥하고 혹독한 고문을 가하였다.
이활의 호인 이육사도 수감번호 264인데서 따온 호이다.
일제의 끊임없는 감시와 박해에서도
그는 단 한 번도 투쟁의 얼을 놓치지 않았다.
끝내 그는 41세를 일기로 일본 감옥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의 시 <광야>에는
그의 대륙적인 기질과 불굴의 정신과 역사의식이 녹아 있다.
광야(曠野)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참아 이 곳을 범(犯)하든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여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가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