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미용과 만나다)
화장품, 그 화려한 아름다운 이면
서울공대 상상 예비 공대생을 위한 서울공대 이야기 2020 Winter vol .31
동물은 어떻게 인간의 삶에 이로운 영향을 미칠까요?
과거 소와 말은 농사와 이동에 중요하게 사용되며 인류의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오늘날 뛰어난 감각을 지닌 개들은 폭발물을 탐지하거나 시각장애인의 걸음을 돕습니다.
이외에도 반려동물에 속하는 수많은 종의 동물들은
인간의 동반자로 일생을 함께하며 경험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인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처럼 동물은 인간의 삶에 이로운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는 또 다른 동물 개체가 존재하는데요~
그들은 바로 ‘실험동물’입니다.
(글: 이지훈, 기계항공공학부
2 / 편집: 이지현, 원자핵공학과
2)
여러분의 하루는 어떻게 시작되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화장실에 가서 샤워를 하고 화장대로 향할 것입니다. 화장대 위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는 천차만별이겠지만 누구나 샤워 후 본인에게 필요한 화장품을 바릅니다. 피부의 보습을 위한 것, 입술에 색조를 넣기 위한 것, 피부의 톤을 조정하기 위한 것,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한 것 등 각종 화장품은
저마다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미용에 있어서도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화장품은 우리 일상의 필수품이 되었는데요. 과연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품이 안전한지는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요?
화장품은 신체에 직접적으로 닿기 때문에 화장품에 함유된 유해한 성분은 사람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장품에 대한 엄격한 안전성 확보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라는 법령을 제정하여 화장품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있는데요. 이 법령을 통해 국가는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화장품의 원료 사용 기준을
제시합니다. 예를 들어, 비소는 발암 가능 물질로 화장품에 10ppm이하로
함유되어야 한다고 법령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10ppm의 구체적인 수치는 어떻게 제정되었을까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행한 법령 해설서에는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동 기준에 대하여 화장품 사용량, 동물실험결과 등을 바탕으로 인체 위해 영향의 발생 가능성을 평가했을 때 안전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즉 물질의 유해성 여부를 알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 동물실험인 것입니다.
법령에 명시되어 있듯이 화장품 제조업체들은 화장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험동물을 사용합니다. 화장품 분야에서 동물실험은 미국F DA의 과학자 John Draize에 의해 확립되었는데요. John Draize는 실험동물을 이용한 안점막 자극실험과 피부 자극실험을 개발하고 이를 Draize test라 이름 붙여 널리 표준화시켰습니다. Draize test 중 하나인 안점막 자극 실험은 알비노 토끼를 이용하여 원료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실험으로, 알비노 토끼의 한쪽 결막에 평가 원료를 24시간 이상 직접 닿게 한 후 알비노 토끼 눈의 외관과 빛에 대한 홍채의 반응 등을 관찰하여 원료의 등급을 매기는 실험입니다.
Draize Test의 안점막 자극실험을 당한 알비노 토끼
Draize test의 과정을 객관적으로 서술했음에도 불구하고 슬픔이 묻어나지 않나요? 동물실험은 원료의 안전성 파악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물실험으로 인한 동물들의 고통을 침묵할 수는 없으며 인간의 일방적인 괴롭힘을 묵시할 수는 없습니다.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동물 실험의 3R 원칙이 주창되는데요. 실험기술을 개선하여 동물의 고통을 줄인다는 의미의 ‘Refinement(개선)’, 실험 동물의 수를 줄인다는 의미의
‘Reduction(감소)’, 그리고 실험동물을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의미의
‘Replacement(대체)’가 동물실험의 3R 원칙입니다.
인공 각막과 인공 피부의 형성
EpiOcular Human Cornea
인인공각막 구조와 실제 각막 구조 비교
화장품 안전성 검증에서는 동물실험을 ‘Replacement’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Replacement, 즉 실험동물을 대체하여 화장품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기술 중 하나는 HET-CAM입니다. HET-CAM은 Draize
test의 안점막 자극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검증 방법으로 유정란을 이용하여 화장품의 유해성을 검증하는 것이 핵심인 기술입니다. 유정란을 배양기에 넣고 배양하면 개중에 혈관이 잘 발달된 것이 생기는데요. 이들 유정란을 선별하여 난각●막을 제거하면 용모요막(CAM)이라는 막이 드러납니다. 드러난 용모요막에 자극원(화장품)을 적시고 반응시간을 측정하면 자극원의 안점막 자극 유발 정도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HET-CAM 기술을 통해 안점막 자극실험을 대체할 수 있지만, 유정란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동물실험의 완전한 대체 방안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완전한 동물실험의 대체는 동물 복지 실현과 함께 정확한 안전성 검사도 가능하게 합니다. 동물실험의 또 다른 단점은 인간과 동물의 차이로 화장품의 유해성을 올바르게 검증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동물실험을 인간의 조직으로 대체한다면 보다 인간에게 맞는 유해성 검사를 실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대체 기술이 인공각막과 인공피부 기술입니다. 인공세포는 구멍이 많이 뚫린 다공성막 위에 세포를 배양하는 방법으로 형성되는데요. 먼저, 인공각막 기술의 하나인 EpiOcular 모델은 사람 각막과 비슷하게 편평상피●●가 층을 이루도록 세포가 배양됩니다. 다음으로 실험동물의 피부 자극시험을 대체할 수 있는 3차원 인공피부조직은 피부의 표피를 구성하는 각질세포를 분화시켜 사람 피부와 유사한 특성을 갖춘 3차원 각질세포층으로 재구성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인공조직의 세포 생존율을 통해 물질의 유해성을 알 수 있는데요. 시험물질을 인공조직에 닿게 한 후 세포 생존율이 정해진 수준 이하로 감소하면 시험물질을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분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인공세포의 배양을 통해 실험동물을 대체함으로써 더 인도적이고 정확한 화장품 유해성 검증이 가능하게 되겠죠?
구조-활성의 정량적 관계 모델
또 하나의 실험동물 대체 기술로 인 실리코(In silico) 독성예측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인 실리코 독성예측 기술이란 전산 모델링을 이용하여 화학물질의 독성을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화학물질의 독성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전산 모델링의 하나인 구조-활성의 정량적 관계(QSARs) 모델이 이용됩니다. QSARs는 물질의 구조와 물질의 활성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으며 유사한 화합물은 서로 유사한 독성을 갖는다는 전제를 가지는 전산기법인데요 이미 독성을 알고 있는 화학물질의 분자구조와 유해성을 검증해야
하는 시험물질의 분자구조를 QSARs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비교함으로써
직접적인 시험 없이 시험물질의 유해성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실험동물을 대체하는 다양한 화장품 유해성 검증기술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과거 실험동물의 희생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필요악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공학의 발전으로 실험동물을 대체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더 이상 동물실험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화장품의 화려한 아름다움에 쉽게 매료되는데요 그 아름다움의 이면에 어떠한 비극이 숨겨져 있는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의 작은 관심이 모이면 가여운 운명을 지닌 실험동물은 완전히 대체될 것입니다.
주 해석
● 알의 가장 바깥쪽 단단하게 된 껍데기
●● 편평한 판 모양의 세포로 된 상피
참고 자료
1. 박재학, 「동물실험의 대안은?」, Journal of Alternatives to Animal Experiments, 2007.02.
2. 이내경·박현지·임경민, 「인공 피부 인공 각막 모델을 활용한 동물실험 대체법 연구의 최근 동향」,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2014.10.
3. 서병희 외 4인, 「안전한 화장품 개발을 위한 동물실험대체법 연구 동향」,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피부과학연구소, 2007.02.
4. 조은상, 「동물대체시험법 소개: 피부 자극시험 대체법을 중심으로」, 대한산업보건협회, 20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