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이런저런 흐뭇함에...
2023년 1월 19일 목요일
음력 壬寅年 섣달 스무여드렛날
오메~ 추운거!
아따! 정말 춥네 추워~~
참말로 요새 날씨가 와 이러노?
이른 아침 영하 19도까지 떨어져 코가 찡하게 추워
혼자 지껄인 말이다. 날씨의 변덕이 죽 끓듯 변덕이
심한 이번 겨울이다. 겨울비에, 한파에, 폭설까지...
그러다가 말고 또다시 거의 초봄에 가까운 따스함이
있어 좋아하자말자 이내 또다시 수은주가 사정없이
곤두박질하여 혹독한 추위로 겁을 주고 있다. 허나
날씨의 변화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계절의 변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과 믿음으로 오늘의 이
추위를 견디게 되는 것이리라 하면서 또 겨울날의
하루를 시작해 본다.
요즘은 촌부의 일상은 눈과 함께하는 것이 대부분,
어제도 간밤에 조금 내린 눈을 치우는 제설작업을
해야만 했다. 다행히 지난번 내린 눈처럼의 습설이
아니라서 바람돌이를 짊어지고 쉽게 간단히 해치울
수 있었다. 우선 아랫쪽 다리까지 이어진 올라오는
진입로를 혼자 치웠다. 아랫쪽은 이미 제설작업도
하지않고 위험천만하게 자동차를 몰고다녀 그런지
반질반질이다. 그러든지 말든지 상관않기로 했다.
잔소리를 해봐야 내 입만 거칠고 더러워질 테니...
진입로 제설작업을 하고 올라왔더니 그새 이서방이
넓은 주차장은 다 치워놓았다. 이래서 혼자가 아닌
둘이라서 좋고, 둘이 아닌 넷이라서 둘째네 컴백이
우리 부부에게는 천군만마를 얻은 그런 느낌이다.
중앙통로, 집부근, 아내와 처제의 운동길은 간단히
해치웠다. 그렇긴 하지만 바람돌이 무게가 있어서
꽤 힘들기는 하다. 그렇지만 깔끔하게 치워진 길을
보면 마음이 흡족하여 너무나 흐뭇하고 좋다.
점심을 먹고나서 꾸벅꾸벅 졸다가 낮잠에 빠졌다.
오전에 했던 제설작업이 꽤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곤하게 낮잠에 빠져있는데 마을 아우들이 왔다며
이서방이 전화를 하여 깨웠다. 내려갔더니 이렇게
햇살이 좋은 날 무슨 낮잠이냐? 라고 하더니 이제
형님도 늙었나봐요? 라고 해 다들 한바탕 웃었다.
맞다, 이제 늙긴 늙었는 갑다? 그렇게 시작해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꽃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런 재미가 있는 우리의 산골살이라고 해야겠지?
아우들이 내려간다기에 미리 준비해놓은 자그마한
선물 상자를 각자의 자동차에 실어주었다. 올해는
이서방도 컴백하여 따라 준비를 하여 함께 실었다.
고마운 마을 아우들에게 작은 성의를 표하고나니
마음이 흐뭇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작은 것 하나도
서로 나누는 기쁨이라고나 할까?
지난 연말부터 산골 식구들은 독서 열풍이 불었다.
아주 좋은 현상이면서 너무나 바람직한 버릇이다.
심지어 둘째네는 봉평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와
읽기도 한다. 아내는 지금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
소설 '1Q84'를 읽고 있고, 촌부는 새해들어 벌써
7권째 소설 법정 '아름다운 날들2'를 읽기 시작했다.
법정 스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인데 아주 감명깊게
읽고 있는 것이다. 불교에서 단박에 깨쳐서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를 이르는 말, ‘단박에 깨치고
단박에 닦는다’라는 뜻의 '돈오돈수(頓悟頓修)'를
감히 이 촌부가 그런 경지에 까지 이르겠는가 마는
그래도 책을 통해 많은 감명을 받고 나름의 방법을
통하여 실천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되는 것,
내 삶에 있어 작은 것 같지만 큰 소득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자꾸만 더 취하려는 이 마음은 법정 스님의
가르침 '무소유(無所有)'와는 달리 거꾸로 가는 것
같아 이율배반(二律背反)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따가 오후에는 모처럼 서울에 다녀오려고 한다.
그래서 집을 비우는 1박 2일 동안에 아내가 혼자서
난롯불을 지피려면 힘들 것 같아 장작도 잔뜩 들여
놓고 쏘시개로 쓸 신문지빵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아내를 위한 작은 배려라고 할까? 산골에 살다보니
이따금씩 친구들이 많이 보고싶어진다. 오늘 저녁
서울 한복판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륨에서 총동창회
신년교례회를 겸한 정기총회가 있다. 동문들을 자주
못보고 사는 촌부인지라 이 모임에 나가면 한꺼번에
많은 친구들과 선.후배님들을 만날 수 있어 좋을 것
같아 먼 거리도 마다하고 다녀오려고 마음 먹었다.
장거리 운전이 힘들고 싫어서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다녀오려고 미리 예매를 해두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설레이는 마음으로 한양길을 떠날 생각이다.
첫댓글
서울 나들이를 오시는군요
바쁘신 일정에 뵙자는 못하구요
즐겁고 행복한 추억 만들고 가세요
서울나들이에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독서는 언제나 좋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요즘 책을 잡으면 눈이 감기니 걱정입니다.
책읽는동네라는 방도 만들었어요. 애용해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