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투표와 관련하여 FT의 성향별 분석을 보면 EU 잔류 지지층은 가디언 독자, 녹색당, 자유민주당, 스코틀랜드 민족당, 노동당 지지자, 청년층, 고학력층이 주된 세력입니다.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세력은 영국독립당(UKIP), 익스프레스/메일/선 독자, 고령자 그리고 보수당 지지자들입니다. 그런데 지역별로 보면 런던 거주자들만큼 EU 잔류를 선호하는 지역은 거의 없습니다. 또한 세대별 찬반도 매우 명확합니다. 젊은 세대는 잔류를 지지하고 노년 세대일수록 브렉시트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 브렉시트 찬성 및 반대 지지그룹 특성(투표 이전 FT 분석 자료)
* BBC 투표 성향 분석을 보면 런던은 스코틀랜드 다음으로 EU 잔류를 지지하였음
아래 실업률 추이처럼 영국은 독일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유럽 국가입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는 런던이 있습니다. 영국 내에서 EU 통합의 가장 큰 수혜자는 런던입니다.
* 영국의 실업률 추이 (2016년 초 5.1%, 프랑스는 아직도 10% 수준임)
영국에서 런던의 위치는 사실 그 어떤 선진국과 비교해도 압도적입니다. 서유럽 국가의 수도와 다른 도시의 경제력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으로 영국의 런던과 다른 주요 도시들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과 비교해서 도시 간 GDP 격차가 현격합니다.
* 수도와 기타 도시와의 경제력 비교
런던의 우월한 지위는 예전부터 존재하였으나 EU 통합 등 세계화 속에 타 지역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영국의 지역별 1인당 생산을 비교하면 1997년에도 런던은 다른 지역을 앞서고는 있었으나 2013년 격차는 다소 이질적으로 보일 정도로 확대되었습니다.
* 영국의 지역별 1인당 생산 비교(1997 vs 2013)
* 영국의 지역별 1인당 총부가가치
이런 경제력 차이는 결국 런던 대비 모든 지역의 소득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나마 스코틀랜드 등 일부 지역에서 금융위기 이전에는 다소 격차를 줄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런던과 격차가 가장 작은 남동지역의 1인당 GDP도 런던의 60%를 약간 넘는 수준입니다.
* 영국 각 지역의 런던 대비 1인당 GDP 비중 추이
소득이 증가하는 런던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런던은 2차대전 전후로 가장 많은 사람들(850만 명 정도)이 모여 살았습니다. 그 후 잘못된 도시정책과 경제침체로 런던 인구는 1980년대까지 계속 감소하였습니다. 그런데 1980년대 말을 지나면서 런던 인구는 다시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조만간 이전 최대 인구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 런던의 인구 추이
그런데 런던 인구의 증가에는 외국 이주자의 급증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영국 내 외국 출생자의 평균은 13% 정도지만 런던은 1/3을 넘고 있습니다. 런던에 거주하는 주요 이민자들을 보면 각각 10만명이 넘는 폴란드, 인도, 아일랜드 출신들과 함께 매우 다양한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런던 거주 주요 이민자 그룹
런던에서 자신을 백인 영국인(white British)이라고 규정하는 사람들의 비중은 2001년 88%에서 2012년 81%로 감소할 정도로 외국인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런던에 유입되는 이민자는 매우 젊고 경제적 능력이 높은 편이어서 런던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 런던의 인종적 변화: 인종 그룹 증가 추이(좌), 인종 그룹 구성 비중(우)
이같이 런던에 많은 인구가 몰리자 자연히 런던의 주택 가격은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제 런던의 웬만한 집은 50만 파운드(8억 8천만원)를 넘고 있는데 이에 반해 런던 이외 지역의 주택 가격 평균은 20만 파운드(3억 5천만원)를 약간 넘는 수준입니다. 이러한 집값 상승은 집이 없는 영국인들의 고통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 영국의 주택 가격 평균 추이(런던과 런던 제외 영국)
런던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다양한 직업이 많으며 특히 가장 최고의 일자리 중 하나인 금융업 일자리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글로벌 은행 상위 15개 은행이 런던에서만 고용하고 있는 일자리가 7만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 글로벌 은행 15개의 런던 내 일자리 분포
런던에 인구와 양질의 일자리가 집중되면서 이를 차지하려는 경쟁도 치열합니다. 런던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다른 지역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습니다.
* 런던 인구 추이 및 추정치(좌상), 연간 인구 증감 수(우상), 학력평가(GCSE) 상위 비중 비교(런던 중심, 런던, 잉글랜드, 좌하), 런던과 영국 지표 비교(우하) 2012년 정리 기준
그런데 영국 학생들의 학력 추이를 보면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놀라운 성과가 나타납니다. 어쩌면 그나마 남아있는 런던의 좋은 일자리들도 매우 스마트한 이민자 후손들의 몫이 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영국 내 인종별 교육성과 추이: 영국에서 인종에 따른 학업성취도 추이를 보면 이민자 그룹인 아시아계의 비약적 발전이 인상적입니다. 16세 정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인 GCSE 상위 성적 비율을 각 인종별로 백인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보면 인도 출신 학생들은 평균 15% 이상 성적이 높습니다. 최근에는 방글라데시 출신 학생들도 2010년을 기점으로 백인 그룹을 추월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이들 그룹의 성적 향상의 배경으로는 점점 높아지는 교육열과 사교육(방과 후 또는 주말 학교)의 확대가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11-16세 학생 서베이에서 이들 그룹의 사교육 비중은 45%에 이르고 있으나 백인은 20%에 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인종별 영국 대학 진학률(2008년 16세 그룹 추적 조사)
어쩌면 런던은 EU 통합과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지리적 이점과 세계에서 몰려드는 유능한 인재들을 바탕으로 금융허브로서 독자적 번영에 성공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직 한 국가라는 울타리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런던만의 발전은 더 이상 가난한 가족의 잘나가는 장남이라는 대견함으로 영국 백인의 마음속에 남아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더욱이 영국 백인들은 교육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볼 때 악착같은 이민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추세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아픈 구석을 UKIP의 나이젤 패라지는 집요하게 공략하는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이번 투표는 그런 점에서 런던이라는 바벨탑의 몰락을 예고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출처 : 산타크로체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