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선의 시 명상] 여행 (낸시 함멜)
목적지에 도착했으나…
셔터스톡
길을 선택해야만 했을 때 나는 서쪽으로 난 길을 택했다.
길은 유년기의 숲에서 성공의 도시로 이어져 있었다.
내 가방에는 지식이 가득했지만
두려움과 무거운 것들도 들어 있었다.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재산은
그 도시의 황금 문으로 들어가리라는 이상이었다.
도중에 나는 건널 수 없는 강에 이르렀고
내 꿈이 사라지는 것만 같아 두려웠다.
하지만 나무를 잘라 다리를 만들고 강을 건넜다.
여행은 내가 계획한 것보다 더 오래 걸렸다.
비를 맞아 몹시 피곤해진 나는 배낭의
무거운 것들을 버리고 걸음을 재촉했다.
그 때 나는 숲 너머에 있는 성공의 도시를 보았다.
나는 생각했다.
'마침내 난 목적지에 도착했어. 온 세상이 부러워할 거야!'
도시에 도착했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
문 앞에 있는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목쉰 소리로 말했다.
'당신을 들여보낼 수 없어. 내 명단엔 당신의 이름이 없어'
나는 울부짖고, 비명을 지르고, 발길질을 해댔다.
내 삶은 이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처음으로 나는 고개를 돌려
내가 걸어온 동쪽을 바라보았다.
그곳까지 오면서 내가 경험한 모든 일들을
도시에 들어갈 순 없었지만
그것이 내가 승리하지 못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는 강을 건너고, 비를 피하는 법을 스스로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여는 법을 배웠다.
때로는 그것이 고통을 가져다줄지라도.
나는 알았다. 삶은 단순히 생존하는 것 이상임을.
나의 성공은 도착이 아니라 그 여정에 있음을.
우리는 길을 걸을 때 늘 목적지를 생각한다. 급히 걷고 뛰어가 전철을 타고 버스로 갈아타고, 어서 목적지에 닿기만을 생각하면서 될 수 있는대로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길을 가는 목적지가 있을 때 길을 가는 그 과정은 무의미해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우리의 끝은 언제나 죽음이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뒤를 돌아본다. 내가 걸어온 길을, 많은 것을 이루었을 때 행복하고 기쁜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무언가 배우는 것은 목적지 그 자체가 아니다. 목적지로 가는 동안 무수한 일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다. 많은 사람이 산티아고 길을 걷는 것은 산티아고 델 캄포델라 성당을 향해서가 아니다.
그들은 성당에 가는 그 발걸음을 더 중요하다고 여기므로 그 순례길을 떠나는 것이다. 순례자들이 배우고 느끼고 자신을 새롭게 깨닫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길을 걷는 그 과정'이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삶의 과정을 거쳐가는 일이다.
살아가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길을 갈 때 내 발걸음이 닿는 곳, 그 주변을 살피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정상만이 목적이 아니다. 목적지는 정상이지만 정상으로 가는 그 길을 걷는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인류가 달에 도착했을 때 목적지는 달이었지만 달에 가는 그 일을 위해 연구하고 협력하고 하는 그 일이 인류를 발전시켰다.
우리는 목적지에서 배우지 않는다. 우리는 목적지에서 성숙하지 않는다. 우리가 배우는 것은 여정에서이고 그 여정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들이다.
인간이 죽음에 이르는 길을 걸어가는 그 과정이 삶이듯.
글 | 이강선 교수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