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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비진(求似非眞)
비슷함을 구함은 진짜가 아니다
求 : 구할 구(氺/2)
似 : 닮을 사(亻/5)
非 : 아닐 비(非/0)
眞 : 참 진(目/5)
청나라 원매(袁枚)가 속시품(續詩品) 저아(著我)에서 이렇게 말했다.
不學古人, 法無一可.
옛사람을 안 배우면 볼 만한 게 하나 없고,
竟似古人, 何處著我.
옛사람과 똑같으면 어디에도 내가 없다.
字字古有, 言言古無.
옛날에도 있던 글자, 하는 말은 다 새롭네.
吐古吸新, 其庶幾乎.
옛것 토해 새것 마심, 그리해야 않겠는가?
孟學孔子, 孔學周公,
맹자는 공자 배우고, 공자는 주공 배웠어도,
三人文章, 頗不相同.
세 사람의 문장은 서로 같지 않았다네.
정신이 번쩍 든다. 제 말 하자고 글을 쓰면서 옛사람 흉내만 내면, 끝내 앵무새 소리, 원숭이 재간이 되고 만다. 덮어놓고 제소리만 해대면 글이 해괴해진다. 글자는 옛날에도 있었지만, 그 글자를 가지고 글을 써서 옛날에 없던 글이 나와야 좋은 글이다.
묵은 것은 토해내고 새 기운을 들이마셔야 제 말 제소리가 나온다. 주공에서 공자가 나왔고, 공자를 배워 맹자가 섰다. 배운 자취가 분명하나 드러난 결과는 판이하다. 잘 배운다는 것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연암 박지원이 이 말을 받아 말했다.
夫何求乎似也, 求似者非眞也.
왜 비슷해지려고 하는가? 비슷함을 구함은 진짜가 아니다.
天下之所謂相同者, 必稱酷肖. 難辨者亦曰逼眞.
세상에서는 서로 같은 것을 꼭 닮았다고 하고, 분간이 어려운 것을 진짜 같다고 한다.
夫語眞語肖之際, 假與異在其中矣.
진짜 같다거나 꼭 닮았다는 말에는 가짜이고 다르다는 뜻이 담겨 있다.
비슷한 가짜 말고 나만의 진짜를 해야 한다는 말씀이다. 녹천관집서(綠天館集序)에 나온다.
법은 옛것 속에 다 들어 있다. 있는 법에서 없는 나, 새로운 나, 나만의 나를 끌어내야 진짜다. 같아지려면 같게 해서는 안 된다.
똑같이 해서는 똑같이 될 수가 없다. 다르게 해야 같아진다. 똑같이 하면 다르게 된다. 같은 것은 가짜고, 달라야만 진짜다.
그런데 그 다름이 달라지려 해서 달라진 것이 아니라 같아지기 위해 달라진 것이라야 한다. 옛 정신을 내 안에 녹여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면 무엇을 해도 새롭게 된다.
그러지 않으면 허무맹랑하고 황당무계한 것을 새롭다고 착각하는 수가 있다. 이 분간을 세우자고 우리는 오늘도 공부를 한다.
▶️ 求(구할 구)는 ❶상형문자로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옷에서 몸에 감다, 정리하다, 모으다, 구하다의 뜻이 있다. 모피를 달아 맨 모양이다. ❷상형문자로 求자는 '구하다'나 '탐하다', '빌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求자는 水(물 수)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으나 '물'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求자의 갑골문을 보면 衣(옷 의)자에 여러 개의 획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털 가죽옷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求자의 본래 의미도 '털 가죽옷'이었다. 먼 옛날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털옷은 추운 겨울을 이겨낼 수 있는 옷이었지만 쉽게 구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비쌌다. 求자에서 말하는 '구하다', '탐하다', '청하다'라는 것은 비싼 털옷을 구하거나 원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求(구)는 ①구하다 ②빌다, 청하다 ③탐하다, 욕심을 부리다 ④취하다 ⑤모으다, 모이다 ⑥나무라다, 책망하다 ⑦가리다, 선택하다 ⑧묻다 ⑨부르다, 불러들이다 ⑩힘쓰다 ⑪갖옷(짐승의 털가죽으로 안을 댄 옷) ⑫끝, 종말(終末)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빌 걸(乞), 찾을 색(索), 구할 호(頀)이다. 용례로는 남에게 물건이나 돈, 곡식 따위를 거저 달라고 비는 일을 구걸(求乞), 사람을 구한다는 구인(求人), 구하여 얻어 들임을 구입(求入), 구해 벌어옴이나 휴가를 원함을 구가(求暇), 직업이나 직장을 구함을 구직(求職), 중심으로 쏠리는 힘으로 참된 마음을 찾아 참선함을 구심(求心), 이성에게 자기의 사랑을 고백하여 상대편도 자기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일을 구애(求愛), 벼슬자리를 구함을 구사(求仕), 배상 또는 상환을 요구함을 구상(求償), 구하여 얻음을 구득(求得), 먹을 것을 구함을 구식(求食), 혼인할 상대를 구함을 구혼(求婚), 산소 자리를 구함을 구산(求山), 살길을 찾음을 구생(求生), 필요하여 달라고 강력히 청함을 요구(要求), 재촉하여 요구함을 촉구(促求), 상대방에 대하여 일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일을 청구(請求), 목적한 바를 이루고자 끝까지 좇아 구함을 추구(追求), 몹시 애타게 구하는 것을 갈구(渴求), 본능적으로 충동적으로 뭔가를 구하거나 얻고 싶어하는 생리적 또는 심리적 상태를 욕구(欲求), 구하기 힘든 것을 억지로 구함을 강구(彊求), 강제로 구함을 강구(强求), 돈이나 곡식 따위를 내놓으라고 요구함을 징구(徵求), 바라고 요구함을 희구(希求), 도를 구하는 사람을 구도자(求道者), 구하려고 하여도 얻지 못함이나 얻을 수 없음을 일컫는 말을 구지부득(求之不得), 팔고의 하나로 구하려 해도 얻지 못하는 고통을 일컫는 말을 구부득고(求不得苦), 몸과 마음을 닦아 온전히 하려다가 뜻밖에 남으로부터 듣는 욕을 일컫는 말을 구전지훼(求全之毁), 예를 찾아 의논하고 고인을 찾아 토론함을 일컫는 말을 구고심론(求古尋論), 인을 구하여 인을 얻었다는 뜻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음을 일컫는 말을 구인득인(求仁得仁), 논밭과 집을 구하고 문의하여 산다는 뜻으로 자기 일신 상의 이익에만 마음을 쓰고 국가의 대사를 돌보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구전문사(求田問舍), 무엇을 구하면 이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을 구즉득지(求則得之) 등에 쓰인다.
▶️ 似(닮을 사)는 ❶형성문자로 佀(사)는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耜(사의 변형 以)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似(사)는 嗣(사; 대를 이음), 始(시; 먼저 난 여자, 시작) 따위의 말과 결부되어 뒤를 잇다, 닮다, 닮게 하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형성문자로 似자는 ‘같다’나 ‘닮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似자는 人(사람 인)자와 以(써 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以자는 본래 수저와 같은 모습을 그렸던 것으로 ‘~에 따라’나 ‘~때문에’라는 뜻이 있다. 以자에 대한 명확한 해석은 없다. 그러다 보니 似자의 해석도 그리 명확하지는 않다. 似자의 금문을 보면 수저와 갈퀴가 함께 그려져 있었는데, 소전에서는 갈퀴가 人자로 바뀌게 되었다. 아직 명확한 뜻풀이는 없지만 ‘닮다’나 ‘비슷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似(사)는 ①닮다 ②같다 ③비슷하다 ④흉내내다 ⑤잇다 ⑥상속하다 ⑦보이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서로 비슷함을 사류(似類), 서로 비슷함을 유사(類似), 거의 같음이나 비슷함을 흡사(恰似), 아주 비슷함이나 거의 같음을 근사(近似), 모양이 서로 비슷함을 상사(相似), 비슷한 것들을 구별함을 변사(辨似), 형체가 서로 비슷함을 형사(形似), 아주 비슷함을 방사(倣似), 닮지 아니함이나 같지 아니함을 불사(不似), 그림자와 같이 비슷함을 영사(影似), 더할 수 없이 사치함을 극사(極似), 비슷하여 분간하기 어려움을 의사(疑似), 실제와 비슷함을 의사(擬似), 서로 같다고 할 만큼 매우 비슷함을 혹사(酷似), 비슷한 것을 바친다는 뜻으로 자기가 바치는 글이나 물건이 훌륭하지 못함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정사(呈似), 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름을 사시이비(似是而非),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것 같으나 실지로는 아주 다른 가짜를 사이비자(似而非者), 꿈인지 생시인지 어렴풋한 상태를 비몽사몽(非夢似夢), 남이 보기에 꼴이 온당치 아니함을 망지불사(望之不似) 등에 쓰인다.
▶️ 非(아닐 비, 비방할 비)는 ❶상형문자로 새의 좌우로 벌린 날개 모양으로, 나중에 배반하다, ~은 아니다 따위의 뜻으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非자는 ‘아니다’나 ‘그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非자를 보면 새의 양 날개가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非자의 본래 의미는 ‘날다’였다. 하지만 후에 새의 날개가 서로 엇갈려 있는 모습에서 ‘등지다’라는 뜻이 파생되면서 지금은 ‘배반하다’나 ‘아니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飛(날 비)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非(비)는 (1)잘못, 그름 (2)한자로 된 명사(名詞) 앞에 붙이어 잘못, 아님, 그름 따위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그르다 ③나쁘다, 옳지 않다 ④등지다, 배반하다 ⑤어긋나다 ⑥벌(罰)하다 ⑦나무라다, 꾸짖다 ⑧비방(誹謗)하다 ⑨헐뜯다 ⑩아닌가, 아니한가 ⑪없다 ⑫원망(怨望)하다 ⑬숨다 ⑭거짓 ⑮허물, 잘못 ⑯사악(邪惡)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不),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남의 잘못이나 흠 따위를 책잡아서 나쁘게 말함을 비난(非難), 옳은 이치에 어그러짐을 비리(非理), 예사롭지 않고 특별함을 비상(非常), 부정의 뜻을 가진 문맥 속에서 다만 또는 오직의 뜻을 나타냄을 비단(非但), 제 명대로 살지 못하는 목숨을 비명(非命), 보통이 아니고 아주 뛰어남을 비범(非凡), 법이나 도리에 어긋남을 비법(非法), 번을 설 차례가 아님을 비번(非番), 사람답지 아니한 사람을 비인(非人), 잘못되거나 그릇된 행위를 비행(非行), 불편함 또는 거북함을 비편(非便), 결정하지 아니함을 비결(非決), 사람으로서의 따뜻한 정이 없음을 비정(非情), 옳으니 그르니 하는 말다툼을 시비(是非), 옳음과 그름을 이비(理非), 간사하고 나쁨을 간비(姦非), 아닌게 아니라를 막비(莫非), 그릇된 것을 뉘우침을 회비(悔非), 이전에 저지른 잘못을 선비(先非), 교묘한 말과 수단으로 잘못을 얼버무리는 일을 식비(飾非), 음란하고 바르지 아니함을 음비(淫非), 같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비일비재(非一非再), 중도 아니고 속인도 아니라는 비승비속(非僧非俗),꿈인지 생시인지 어렴풋한 상태를 비몽사몽(非夢似夢),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라는 말을 비례물시(非禮勿視), 모든 법의 실상은 있지도 없지도 아니함을 비유비공(非有非空) 등에 쓰인다.
▶️ 眞(참 진)은 ❶회의문자로 真(진)의 본자(本字)이다. 사방팔방(八)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目) 올바른 것으로 참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眞자는 ‘참’이나 ‘진실’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眞자는 目(눈 목)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眞자는 본래 鼎(솥 정)자와 匕(비수 비)자가 결합한 글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鼎자는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큰 솥을 뜻하고 匕자는 ‘수저’를 표현한 것이다. 신에게 바치는 음식은 참되면서도 정성이 담겨야 할 것이다. 그래서 眞자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음식을 바친다는 의미에서 ‘참되다’나 ‘진실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眞(진)은 (1)참 거짓이나 허식이 아님 (2)진실(眞實)의 도리(道理). 진리(眞理) (3)일시적이 아님 변하지 아니함. 상주 불변(常住不變) (4)섞임이 없음. 순수(純粹)함 (5)자연(自然). 천연(天然) (6)해서(楷書). 진서(眞書) (7)일부 명사(名詞) 앞에 쓰이어 참된 거짓이 아닌의 뜻을 나타내는 말 (8)중국의 국호(國號)로 춘추시대(春秋時代)의 12열국(列國)의 하나 (9)삼국(三國)의 위(魏)를 이러서 그 권신(權臣) 사마염(司馬炎)이 세운 왕조(王朝) (10)후진(後晉) (11)진괘(晉卦) (1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참 ②진리(眞理) ③진실(眞實) ④본성(本性) ⑤본질(本質) ⑥참으로 ⑦정말로 ⑧진실(眞實)하다 ⑨사실이다 ⑩참되다 ⑪명료(明瞭)하다 ⑫또렷하다 ⑬뚜렷하다 ⑭똑똑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참 심(諶),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거짓 가(仮), 거짓 가(假), 거짓 위(僞)이다. 용례로는 말이나 태도가 참답고 착실함을 진지(眞摯), 거짓이 아닌 사실을 진실(眞實), 진실하여 애틋한 마음을 진정(眞情), 잘 알려지지 않거나 잘못 알려지거나 감추어진 사물의 참된 내용이나 사실을 진상(眞相), 정말과 거짓말 또는 진짜와 가짜를 진위(眞僞), 참된 마음을 진심(眞心), 참된 도리를 진리(眞理), 거짓이 없이 참으로를 진정(眞正), 진짜 물건을 진품(眞品), 진실하고 솔직함으로 참되어 꾸밈이 없음을 진솔(眞率), 실지 그대로의 경계를 진경(眞境), 인위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성질을 진성(眞性), 진실하여 잘못이 없음을 진제(眞諦), 진짜와 가짜 또는 참과 거짓을 진가(眞假), 참된 값어치를 진가(眞價), 참뜻으로 참된 의사나 진실한 의의를 진의(眞意), 주로 얼굴을 그린 화상 또는 사진을 진영(眞影), 진정에서 우러나온 거짓이 없는 참된 이야기를 진담(眞談), 실물의 모양을 있는 그대로 그려 냄을 사진(寫眞), 마음이 꾸밈이 없고 참됨을 순진(純眞), 임금의 화상이나 사진을 어진(御眞), 공리를 관찰하는 지혜로써 진제의 이치를 꿰뚫어 보는 일을 견진(見眞), 사물의 진상을 알게 됨을 득진(得眞),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히고 거짓이 진실을 뒤흔든다는 이가난진(以假亂眞), 천진함이 넘친다는 뜻으로 조금도 꾸밈없이 아주 순진하고 참됨을 천진난만(天眞爛漫),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지경임을 여진여몽(如眞如夢), 마음과 몸이 아주 깨끗하여 조금도 더러운 때가 없음을 순진무구(純眞無垢), 농담이나 실없이 한일이 나중에 진실로 한 것처럼 됨을 가롱성진(假弄成眞)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