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초 새로운 만원과 천원권이 선을 보였다. 크기와 색깔을 바꾸고 위ㆍ변조를
방지하는 몇 가지 특수한 방법을 추가한 모양이다.
일련번호가 빠른 새 지폐를 구하기 위한 줄서기도 흥미꺼리였고, 새로 나온 지폐로 세뱃돈을 주고, 받는 모습 또한 보기는 좋았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새 지폐 발행에 전적으로 반대한다.
먼저 위폐의 문제는 위폐범과의 숨바꼭질놀이를 더 흥미롭게 하자는 짓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새 화폐를 내어 놓을 때마다 위ㆍ변조 방지를 구실로 내세웠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불과 수개월 후에는 물거품이 되는 걸 보아왔고, 화폐발행에 관여하는 당국자들도 경험해 온 게 사실이다.
그리고 새로운 화폐발행에는 도안 제작은 물론, 지폐를 이용하는 자동화 기기의 변경 교체 등 경제적 사회적 비용 또한 엄청나리라 생각된다.
크기를 줄였으니 용지와 보관의 비용이 적게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화폐발행을 왜 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화폐발행 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일이 없다보니 일을 만들어 일하는 척하기 위해 화폐를 새로 만드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기에 화폐발행 관련 기구에 대한 구조조정이 절실하다고 하는 사람까지 있는 게 아닐까.
한 걸음 더 나아가 5만원과 10만원짜리 고액지폐까지 발행한다고 들었다. 도대체 무얼 하자는 얘기인지 모르겠다.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3C시대의 도래를 예언하였고 그 예언은 어김없이 적중되고 있다. 현금이 필요 없고(Cashless), 수표도 필요 없는(Checkless), 오직 카드만 있으면 되는(Card only) 사회가 아닌가.
더구나 투명사회를 위하여 어려움을 극복하며 일궈낸 금융실명제에 재를 뿌리려는 의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 불필요한 고액권 발행이다.
누군가 국회에서 차떼기 운운 했는데 화물차떼기가 불편하고 발각되기 쉬우니 승용차떼기로 바꾸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는 개악이다. 사과상자가 불편하니 티슈박스로 주고, 받으려는 수작이다.
미국, 영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우리의 10만원보다 더 큰 가치의 지폐를 이미 오래전부터 발행 유통하여 왔고, 우리의 경제 규모도 커졌다는 게 고액권 발행을 하려는 이들의 주장이겠지만 그건 전혀 이유가 되지 못한다.
미국이나 일본이 고액권을 발행할 때는 오늘날처럼 정보화되지 못한, 산업화 사회 이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를 지향한다는 참여정부 하에서 5만원권과 10만원권 발행을 서두르는 것은 아이러니다.
나는 오천원권 이상 지폐의 폐지를 감히 주장한다. 아예 지폐의 폐지를 주장하고 싶지만 시골이나 변두리의 구멍가게 등 아주 영세한 사업자를 고려하여 천원권은 유통토록하고 그를 초과하는 지폐의 과감한 폐지를 제안한다.
그러면 다음과 같은 면에서 엄청난 이익이 생긴다.
첫째, 현금소유에 따른 각종 범죄가 예방되어 개인적인 피해를 줄이는 것은 물론 그로인해 발생하는 경찰과 검찰 등 사법기관의 업무량도 줄어들게 될 것이며 그 여력은 다른 민생 치안분야에 투입 가능할 것이다.
둘째, 화폐의 발권비와 위폐방지 관련 비용과 훼손지폐의 수집처리 및 교환에 필요한 예산이 크게 절약되며 그 비용으로 영세한 업체에 카드결제시스템 단말기 공급을 지원할 수 있고 인터넷이나 전화이체 비용을 대폭 인하하거나 없앨 수 있을 것이다.
또 선불카드나 직불카드를 활용함으로써 카드결제 수수료를 없앨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 화폐발권 관련부서(재정경제부, 한국은행, 조폐공사)의 구조조정도 가능할 것이며 그 인력은 돈세탁 등으로 거래될 개연성이 있는 외화의 유통을 감시할 수 있도록 외환관리에 투입함으로써 고액 외화에 의한 부조리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고액권 발행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며, 해야 할 일은 정보시대에 걸맞은 금융결제시스템 강화에 진력하는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밝고, 맑고, 편리한 사회의 구현을 앞당길 수 있을 뿐 아니라 튼튼한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은행갈 시간이 별로 없는 사람이기에 아직도 제가 발행하는 가계수표란 것을 쓰고 카드를 애용한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화폐개혁을 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1달러에 100원 꼴이 뭐냐고요? 그래도 지갑에는 돈이 조금 있으면 든든하겠지만.....
첫댓글 돈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계기가 된듯합니다. 역시 돈 - 여러가지 나타나지 않은 모습이 있군요. 다만 아나로그 세대에서 만원짜리 몇 장이 안 주머니에 있어 기분 좋게 느끼는 그 맛이 사라지겠지요.
참으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은행갈 시간이 별로 없는 사람이기에 아직도 제가 발행하는 가계수표란 것을 쓰고 카드를 애용한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화폐개혁을 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1달러에 100원 꼴이 뭐냐고요? 그래도 지갑에는 돈이 조금 있으면 든든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