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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Paris Climate Agreement)의 일환으로 규정된 각국의 행동계획인 ‘향상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Enhanced NDC)’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1.89% 감축하기로 공약했고, 만약 국제적 재정·기술 지원이 있을 경우 감축분을 43.2%로 상향한다는 조건부 목표도 세운 상태이다. 이에 더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늦어도 206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함께 추진 중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전망에 따르면 2030년에는 에너지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며(<표 1> 참조), 따라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가 에너지 정책에 관한 2014년 정부령 79호(Government Regulation No. 79/2014 on National Energy Policy)’가 규정한 바에 따라 청정에너지원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는 2017년 대통령령 22호(Presidential Regulation No. 22/2017)를 근거로 2025년까지 국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3%로 끌어올리고, 에너지 집약도를 해마다 1%씩 줄여 나갈 예정이기도 하다.
<표 1> 인도네시아의 부문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및 배출목표치(CM1/2**)
배출량 단위: 이산화탄소 톤수 상당량(MTon CO2-eq)
* BAU: Business-as-usual
** CM: Counter-measure; CM1: 무조건 감축 시나리오(자체적 역량 및 자원만으로 달성하게 되는 수치); CM2: 조건부 감축 시나리오(일부 조치 시행에 조건을 달아 목표로 세운 수치)
*** 비산배출(fugitive emission) 포함
**** 산업공정 및 제품사용(Industrial Processes and Product Use): 산업공정, 혹은 냉장고·폼·에어로졸 사용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 임업 및 기타 토지사용(Forestry and Other Land Uses): 부동산 및 목재생산용 식수지 배출량 포함
출처: 인도네시아의 향상된 NDC (2022)
다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화석연료를 퇴출한다는 탈탄소화 기조를 채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전략 수립이 없다면 이러한 기후 공약 이행 의지는 정치적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석탄발전소 사업 계획에 따르면 2030년에도 인도네시아의 석탄 발전량은 61기가와트(GW)에 달해(Global Energy Monitor, 2023) 발전량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2030년까지 NDC에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석탄 발전량을 9.2GW 감축해야 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 온실가스 배출 중립을 달성하려면 화력발전 비중을 더욱 공격적으로 줄이면서도 에너지 공백 대체를 위해 여타 방식으로의 발전량을 늘려야 한다(Cuiet al., 2022).
인도네시아에 풍부하게 매장된 석탄은 지난 수십 년간의 경제성장에 기여한 자원이지만, 석탄 의존도가 높을수록 지속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은 더욱 어려워진다. 게다가 기존의 유관 분야에 이미 투자한 에너지 기업들에게 있어서는 청정에너지 전환이 오히려 좌초자산(stranded asset) 발생 리스크를 높인다는 문제가(Firdaus & Mori, 2023)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석탄 채굴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되기에, 이들이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 탈탄소 사회로의 이행 과정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탈탄소화 정책 및 석탄시장 동향
모든 주체가 기후변화를 중대 사안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파리협정 발효 이후, 각국 기업들은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 변혁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부여 받았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크다는 특성 때문에 그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기업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따라서는 정부의 기후 정책이 오히려 더욱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글로벌 석유·가스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청정에너시 전환 기조에 놓인 인도네시아 석탄 채굴기업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 기업활동의 체계적 변혁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의 석탄 부문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이 지금의 상황에 안주하는 선택지를 고르면서 친환경 기조에 부합하는 대규모 비즈니스 모델 개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인도네시아의 석탄 생산량 및 수출량은 <그림 1>에 나타난 바와 같이 2000~2013년 큰 성장세를 보였는데, 이는 1997년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채택 이후 환경 분야에서 제기되는 우려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석탄 수요가 급속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림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석탄 생산량은 파리협정이 체결된 2015년 이후로도 대체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지만 석탄 수출량은 2014~2016년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그 배경에는 ▲주요 수입국인 중국의 예상치 못한 성장률 저하 ▲미국 및 캐나다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셰일오일(석유셰일 암석 파편에서 추출되는 석유와 유사한 유류) 및 가스라는 대체 자원의 등장 ▲ 주요 선진국 내 기후변화 관련 인식 확산 등의 요소가 존재한다. 이후 석유시장은 2016년 말부터 2018년 중순까지 활황을 이어가다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상대적 침체기를 맞았다.
<그림 1> 2000~2021년 인도네시아의 석탄 관련 통계(단위: 100만 톤)
출처: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MEMR, 2021)
한편 세계의 석탄 수요는 시기에 따라 등락을 거듭했지만, 급속한 경제성장을 달성한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국의 등장은 인도네시아산 석탄 수요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냈다(<그림 2> 참조). 유럽 국가들이 석탄의 대체재인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에 대한 관심을 늘리면서 세계적인 탈탄소화 압력이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신흥국 시장의 성장은 인도네시아의 석탄 채굴기업들이 생산량을 계속해서 늘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림 2> 2006~2021년간 인도네시아산 석탄의 수출비중
출처: MEMR, 2021
여기에 더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시행한 정책도 때때로 탈탄소화 기조에 반해 국내 석탄 소비를 늘리는 효과를 냈다. 일례로 ‘내수시장 공급 의무(DMO, Domestic Market Obligation) 제도’는 인도네시아 석탄 채굴기업들에게 생산량 일부를 국내용으로 배정할 것을 의무화하고 이들이 석탄 관련 분야의 부가가치를 증대해 국내 석탄시장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는데, 당시 인도네시아 정부가 제시한 국내 판매 가격은 국제 석탄 가격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다. <그림 3>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가 자국 발전용량을 35GW로 늘린다는 정책을 추진한 시기에 국내 석탄 소비도 점차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기업과 체결한 석탄발전 계약은 석탄 수요를 장기간 보장한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의 부상이라는 위기에 직면한 석탄 채굴 및 화력발전 기업에 혜택을 주었다.
<그림3> 2000~2021년간 인도네시아산 석탄의 산업별 국내판매량(단위: 100만 톤)
출처: MEMR, 2021
탈탄소화 및 좌초자산 리스크 통제를 위한 전략
자국 석탄산업 동향을 주시하던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9년 법률 4호(Law No. 4/2009)를 개정한 2020년 법률 3호(Law No. 3/2020)를 통해 채광기업의 활동 방식에 큰 변화를 유도했다. 본 법은 ▲채광 대상지 선정 방식 ▲광물 및 석탄 채굴 권한 ▲채광 면허 발급 ▲자산 매각의무 등에 관해 변경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외에 석탄 사업계약(CCoW, Coal Contract of Work) 및 석탄 채굴 허가제(Coal Mining Concession)에 따른 사업 진행, 그리고 기업 안정성이나 양질의 채굴 관행(채굴 이후 대상지 복구 및 환원 등)도 규정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해당 법률 개정이 국가적 석탄 채굴 거버넌스 개선과 더불어 국내시장 발전과 환경적 측면을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인도네시아 기업들이 탈탄소화 기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먼저 석탄 채굴이라는 단일 분야에서만 활동하는 기업들은 대체로 친환경성 확대라는 공익에 부합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들이 취한 환경친화적 조치에는 ▲오염 통제 및 에너지 소비 효율성 제고 전략 시행 ▲영업용 B20 및 B30 바이오에너지 사용 확대 ▲친환경 소재 및 에너지 사용 ▲기업 내부용 발전에 태양열 패널 사용 확대 등이 있다.
한편 석탄 채굴 포함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기존 사업의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두면서 자체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 측면에서 활용되는 전략으로는 니켈1), 발전2), 기타 채굴 서비스 등 석탄 채굴 이외 방면으로의 사업 다변화 ▲석탄을 또 다른 형태의 자원으로 변환하려는 구상(석탄의 가스화 및 액체화3), 최신 석탄발전소 기술 개발 등) ▲재생에너지 개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표준에 따른 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GRI, Global Reporting Initiative) 도입4)등이 있다. 이러한 전략은 대체로 시가총액이 높고 활동기반을 오래 다져온 석탄 채굴기업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석탄 분야 자산을 매각하고 녹색 기업으로의 리브랜딩을 도모하기도 했다(Kontan, 2021; Katadata, 2022).
또한 수출 비중이 높은 인도네시아의 석탄 채굴기업들은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고효율·저비용 방식 도입 등으로 내부 역량을 조정하며 새로운 변화에 대응함과 동시에, 장기 계약을 체결해 판매량을 확보하고 인프라를 개선해 시장 확대를 추진하는 등 수익성 유지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채택한 전략 중에서 석탄의 탄소 함량을 줄여 가치를 높이는 품질 향상 사업은 주로 산업부문을 중심으로 미래 에너지 구조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각종 기업들이 추진하는 석탄 전방산업 개발 및 청정 석탄 기술 도입 노력도 좌초자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내면서 기업과 정부 모두에 혜택을 준다.
다만 많은 석탄 채굴기업들이 경영전략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반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수년간 인도네시아의 에너지 부문에서는 여전히 석탄이 큰 비중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 점에서 인도네시아의 많은 유관 기업들은 향후 에너지 패러다임이 전환되더라도 석탄이 여전히 기존의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낙관적 분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인도네시아 에너지 부문의 변화가 한국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한국은 2018년에 자국 내 석탄발전 단계적 폐지를 공약한 이후로도 자와 석탄발전소(CFPP Jawa) 9·10호기를 비롯한 인도네시아의 석탄 산업 전반에 여전히 투자를 계속하고 있으며,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가동 중인 다수의 석탄발전소는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등 한국 기관의 투자 및 관리를 받고 있다. 한 분석에 따르면 2021년에는 한국 금융기관의 석탄발전 분야 투자 리스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Kim et al., 2021), 에스티인터네셔널(ST International)5)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의 석탄 채굴 및 발전 분야에 투자한 한국 기업도 청정에너지 전환에 따른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만약 인도네시아가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발전소 가동을 조기에 축소하게 되면 여기에서 발생하는 리스크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한국 투자자들도 여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과 녹색 기업관행 정착을 공약하면서 인도네시아 석탄 채굴 부문 자체가 변혁을 맞게 되면 새로운 투자 기회가 생겨날 수도 있다. 특히 기존의 석탄 채굴기업이 배터리 및 전기차 수요 증대에 착안해 재생에너지 및 니켈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은 이 분야의 투자 잠재력이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국가적 공약에 따라 탈탄소화는 이미 인도네시아의 중대 정책 목표 중 하나로 자리잡았고, 이러한 노력의 주요 대상인 전력발전 분야에서 석탄의 주요 소비 주체로 기능하는 석탄발전소가 조기에 폐기(retirement)될 경우 석탄 채굴기업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인지한 인도네시아의 유관 기업은 석탄시장의 미래 자체는 대체로 낙관하면서도 정부의 탈탄소화 기조에 부합하는 방식으로의 변혁을 도모하고 있으며, 탈석탄화를 통한 청정에너지 체계 확립을 주문하는 대중의 요구를 인지하고 청정 석탄 기술 개발에도 관심을 쏟는 중이다. 또한 미래 에너지 지평이 어떻게 변할지 분석하면서 최신 청정기술 개발이라는 장기 과제를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의 석탄 채굴기업들은 중·단기적으로도 경영 방식을 조정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사업 분야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이 시대적 과제로 부상한 지금의 상황에서, 인도네시아의 석탄 채굴기업이 좌초자산 발생 리스크 통제를 위해 추구하는 여러 적응 전략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이익 보장에 그치지 않고 미래의 탈탄소화 과정이 위기가 아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도 함께 가져온다.
* 각주
1) 배터리 및 전기차 수요 증대에 착안해 유관 분야 기업을 합병하거나 계열사 신설
2) 대부분의 석탄 채굴기업은 석탄발전소를 보유하며, 이 중 일부는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 중
3) 다이메틸 에터(DME, Dimethyl Ether) 등이 대표적 사례이며, 이 분야는 부킷아삼(Bukit Asam)이나 인도네시아 석유공사(PT Pertamina) 등이 선도
4) 기업의 경제·사회·환경적 책임 이행을 투명하게 담은 보고 기준으로, 2021년에는 더욱 많은 수의 기업이 지속가능성 관련 보고서 간행
5) 이전 명칭 ‘삼탄’에서 개명한 에너지 개발기업으로, 석탄 채굴(투자기업: Samindo Resources, Kideco Jaya Agung 등) 및 채광 서비스(투자기업: Sims Jaya Kaltim, Transindo Murni Perkasa 등) 분야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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