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발표되자말자 미국 국방장관은 미군은 한반도에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황급히 발표하였다. 이에 짝 맞추기라도 한 듯 김대중대통령은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이며 이는 동북아세력균형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화답하였다.
"남북정상회담의 결과가 성공적이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주한미군 철군이나 감축은 시기상조이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 6월 23일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은 북한의 남침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동북아의 안정과 균형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도 미군은 존속되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 6월 29일 3군사령부 연설에서).
언제나 미국의 눈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지식인과 언론은 마치 제 철 만난 것처럼 ‘남북관계개선이 한미관계에 금이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에 강조를 거듭하다가 급기야는 ‘반미주의를 경계한다’는 식으로 손벽치기를 높인다. 마침내 야당까지도 6.15공동선언의 자주적 통일에 대한 합의를 ‘한미관계의 손상’으로 몰아 붙이고, 8월2일 한미행정협정의 개정협의가 시작되는 시점에 발맞추어 대통령마저 무조건 반미주의는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일갈을 가하면서 숭미사대주의는 극치를 이룬다. 야당총재인 이회창은 8월 9일 한 발 더 나아가 ꡒ현 정권의 방치 또는 방조 속에서 급진세력의 선동적 반미운동이 전통적 한미 우호선린과 안보동맹을 위협하고 있다“라는 극언까지 서슴치 않았다. 그의 발언은 한국의 정당 총재가 아니라 마치 ‘미국당’의 총재나 대변인의 성명처럼 보인다.
남의 나라에 외국군을 주둔시키든 말든 그것은 우리가 결정할 문제이지 외국의 일개 국방부장관이 왈가왈부할 성격은 아니라는 반응이 통일세력은 물론이거니와 보수진영에서도 거세게 나타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주한미군 관련 여러 사건들, 매향리사격장, 한강독극물사건, 숱한 살인사건 등이 폭로되고 사회문제화 됨으로써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논의가 사회 각 곳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대한 전면적 개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의원들 차원에서 발표되기도 한다.
한국전쟁 중에 미군이 저지른 노근리 양민학살, 대전 형무소 정치범 학살의 묵인 내지 조장이 5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제대로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또 1960년대는 작업당사자인 한국군에게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은 채 휴전선에 고엽제를 자기들 멋대로 뿌렸다는 사실도 알려짐으로써 미국이나 주한미군의 부정적인 측면이 노정되기 시작하였다.
그 동안 미군에 의해 희생된 수많은 고인들과 피해당사자들의 뼈저린 아픔과 사무치는 한과 분노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또 통일의 문을 제대로 열기 위하여서는 이제 우리 사회는 마땅히 주한미군을 더 이상 신성시불가침의 영역으로 존치할 것이 아니라 공론의 대상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물론 주한미군에 국한시키지 말고 한미관계 자체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내려져야 한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이 글은 615공동선언 이후 통일시대를 맞아 외세인 미군이 우리 땅에서 왜 철수해야 하는지를 통일과 평화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하고자 한다. 동시에 군사․정치적 측면, 인권침해․생활침해, 및 환경권의 측면 등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차원에서 주한미군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겠다. 한미관계와 반미문제의 핵은 주한미군에 있기 때문에 이 글의 논의를 주한미군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하겠다.
2. 주한미군접근법
주한미군 문제는 군사안보, 주권이나 자주권, 인권, 생활권, 환경권 등의 다차원에서 이해하고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광주항쟁 이전까지는 군사안보 일변도의 접근으로 주한미군문제를 보았다. 비록 인권, 환경권, 주권 차원에서 주한미군이 일으키는 엄청난 문제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군사독재의 군사안보 절대주의에 압도되어 이러한 차원의 접근은 거의 봉쇄되어왔다. 곧, 외국군인 주한미군의 문제는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518광주항쟁과 6월항쟁을 거치면서 주한미군에 대한 군사안보일변도의 접근은 비판을 받게 되었다. 518광주항쟁에서 미국이 자유와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아니라 군부독재정권의 후견자임이 여실히 입증됨에 따라 미국은 반독재민주화투쟁의 중요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 나아가 80년대의 ‘북한바로알기운동’ 과정에서 북한이 걸어온 민족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역사행로는 남한 386세대들에게 신성한 충격을 주었고, 민족자긍심을 고취시켜주어 주권과 자주권을 중심으로 한 주한미군의 접근이 이루어졌다. 이들에게 주한미군은 주권과 자주권을 침해하는 결정적 요소로 인식되게 되었다. 그러나 일반인에게 주한미군은 여전히 군사안보일변도의 관점으로 인식되었다.
이어 6월민주항쟁 이후 시민사회가 발전하고 이에 따른 시민운동이 활성화되면서 주한미군에 대한 접근도 시민운동의 다양한 영역처럼 분화되기 시작하였다. 곧, 여성해방, 인권, 환경권, 생활권, 평화 등의 다양한 차원에서 주한미군의 문제를 봄으로써 주한미군에 대한 접근이 거시적 수준에서부터 미시적 수준의 문제까지 인식지평을 넓히기 시작하였다. 여기에다 탈냉전과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생존권 위기 등이 안보일변도의 주한미군 접근을 약화시키는 바탕이 되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에 의한 통일시대가 열려짐에 따라 통일과 주한미군과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시작되고, 정상회담에 따른 동북아질서 개편 움직임이 나타남에 따라 주한미군문제는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평화체제의 차원에서 재조명되기 시작하였다. 최근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통일 이후에도 동북아세력균형을 위해서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함에 따라 세력균형과 주한미군의 관계가 예민한 쟁점이 되었다.
여기에다 최근의 매향리사격장, 독극물 한강투하, SOFA개정의 지연과 개정내용 시안가운데 한국의 주권과 사법권을 능멸하는 내용 등이 쟁점화됨으로써 주한미군문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고조되었다. 개인적, 미시적 수준의 이러한 접근은 근본적인 문제를 놓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주한미군 문제의 사회쟁점화와 대중성의 확보를 위한 폭발력을 가짐으로써 이제 주한미군문제는 시민운동적 접근으로부터 자주와 주권문제, 평화 및 통일의 문제로 인식되어 총체적 접근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이고 비판적인 주한미군문제 접근에 대하여 분단기득권세력은 여전히 군사안보일변도의 시각에서 주한미군문제를 고착화시키면서 70년대로의 회귀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의 再 성역화 기도에 대한 논거의 허구성을 밝힐 필요가 있다.
3. 군사안보수준에서 본 주한미군
1) 북한 무력도발 가능성과 주한미군
군사안보 수준에서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성역화 하는 논거는 두 가지 전제에 기반한다. 하나는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이 높고, 둘째는 남한군만으로 전쟁 억지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주한미군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전제는 두 가지 다 허구이다.
첫 번째 전제인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무력도발 가능성은 역사적 경험으로 보아 미국이 더 높다. 이에 대한 논거는
첫째, 이미 북한군사력은 남한의 군사력에 비해 압도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기 때문에 주한미군이 없더라도 북한의 무력도발은 그들에게는 자살행위이다.
둘째, 이미 남북정상회담을 통하여 남북간 화해와 협력이 고조되어 남북간의 군사긴장은 저하되었다.
셋째, 실제 정상회담 이전인 서해교전에서도 북한은 경거망동을 하지 말 것을 병사들에게 강조하여 전투가 전쟁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았다. 동시에 남한의 74mm 함포에 의해 북한 배가 침몰되고 3-50명의 북한 병사가 젼사하였는데도 옹진반도에 비치된 해안포와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은 점이다. 오히려 남한이 밀어붙이기 식 선제공격을 감행하여 무력도발을 이끄는 호전적 자세를 보였다.
넷째, 과거 70년대부터 지금까지 북한은 끈질기게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해 왔지만 미국은 지속적으로 전쟁을 제도적으로 막는 장치인 평화협정 체결을 거절하고 있다. 더구나 한반도 냉전을 청산하겠다는 제안인 페리보고서마저 북미평화협정을 여전히 거절하고 있는 점을 주목하여야 한다.
북한이 진정으로 남침 야욕을 가지고 있다면 전쟁의 소지를 없애는 평화체제 구축을 지속적으로 추구하지 않았을 것이고 미국이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체제 구축에 벌써 응했어야 한다. 여전히 미국이나 남한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왜 북한 연착륙이나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면서 오히려 한미, 미일, 한일간에 군사훈련은 더 강화되고 있는가 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를 해 보면 의심받을 짓을 많이 하는 쪽은 북한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이나 남한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섯째, 탈냉전을 맞은 90년대 이후만 보더라도 한반도의 전쟁위협은 북한에 의해 저질러지기보다 미국과 남한에 의해 저질러졌다. 걸프전쟁이후의 제2의한국전쟁 시나리오, 94년의 전쟁발발 일보직전으로 치달았던 영변핵위기, 99년 금창리핵위기, 96년 북한 잠수정침투 당시 장전항을 폭격하려던 김영삼정권의 도발 기도, 99년 서해교전에서의 전쟁위기 등은 북한이 저질런 것이 아니라 미국과 남한이 저질런 것이다. 이 경험적 자료에 의하더라도 북한의 무력 도발가능성보다는 미국과 남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객관적 사실에 의하면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이 오히려 미국과 남한의 것보다 낮은데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지배세력은 물론 많은 일반 국민들까지도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북한이 남침할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믿음’ 아니 일종의 맹신에 사로 잡혀 있다. 이제 맹신과 신화에 의해 북한을 낙인찍을 것이 아니라 경험적인 객관적 현상에 바탕하여 올바르게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무조건적인 숭미주의라는 신화에 벗어나 객관적 실재로서 미국을 평가하는 이성적인 존재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미국과 주한미군의 문제를 우리 중심적으로 또 객관적으로 분석 및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2) 한반도 전쟁억지력과 주한미군
두 번째 전제인 전쟁억지력은 남한군사력만으로 충분하고도 남는다. 남한군사력이 북한군사력을 압도하는 점을 몇 가지 논거로 제시하겠다.
97년 북한의 국민총생산(GNP)은 한국은행 추계의 의하면 겨우 177억 달러이고 남한의 97년 군사비는 170억 달러이다. 또 99년의 북한 예산은 겨우 94억 달러에 불과하고 GNP는 겨우 160억 달러이다. 예산의 30%를 군사비로 쓴다하더라도 북한 군사비는 28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군사비의 남북격차는 한 두 해가 아니라 8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누적적으로 북한이 열세에 놓여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군사력의 정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또 북한의 군사력 열세는 남한 군부도 명백히 인정하고 있다. 육군본부는 99년에 만든 정훈교재에서 ‘북한군이 국군을 두려워하는 5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ꡔ동아일보ꡕ.99.4.25). 1) 북한군은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이며 체격도 엄청 작다는 것이다. “국군은 평균 신장 1백71㎝에 체중 66㎏, 북한군은 1백62㎝에 47~49㎏ 수준으로 이는 복싱 웰터급과 플라이급 선수의 차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2) “북한군은 유류 탄약 등 군수물자를 아끼느라 제대로 훈련을 못하지만 국군은 첨단장비와 무기를 이용한 강도 높은 훈련으로 최강의 전투력을 유지하며 월남전과 걸프전에 참전한 간부들이 이끌고 있다.” 3) “북한군의 무기와 장비는 양적으로 국군보다 1.6배 많지만 육군무기의 40%, 해군 함정의 70%, 공군전투기의 65%가 폐기처분 직전의 노후장비”라는 것이다. 4) 국력의 차이이다. 이 발표는 경제력 격차를 10배 정도로 잡고 있으나 남한총생산액은 99년 기준으로 대략 25.5배정도로(4천억 대 160억 달러) 북한을 앞지르고 있다. 5) 한미연합방위체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남한 육군의 분석에 의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전쟁 억제력은 주한미군이 없이 남한군사력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북한은 오히려 남한의 군사력에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 실제 남한의 흡수통일기도를 두려워하면서 끊임없는 경계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김영삼 정권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은 남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방패막이로 주한미군을 원하고 있었다는 점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로 되었다. 우리가 보다 객관적이기 위해서는 우리의 입장만 고집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도 동시에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균형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주한미군의 문제점도 제대로 볼 수 있게 된다.
3) 미국의 전쟁에 휘말릴 위험과 주한미군
실제로 군사안보 차원에서 주한미군은 전쟁을 억지하기보다는 오히려 한국이 남의 전쟁에 휘말릴 위험성을 더 높이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제대로 주목하여야 한다. 호전적인 레이건 미국대통령 재임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와인버거는 주한미군은 북한보다는 소련을 겨냥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만약 중동에서 소련과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그것도 일본군, 미군, 한국군이 합동으로 북한을 침공하고는 이곳 한반도에서 소련에 대한 핵공격까지 벌릴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하여 한반도가 핵전쟁 지대로 전락하여 민족이 공멸하게 되는 데도 이에 대한 반대시위 하나 제대로 못한 땅이 바로 남한이었다는 점은 우리의 자성을 촉구한다.
미국, 그들의 전쟁에 우리가 원하지 않더라도 미국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는 기막힌 현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대만 사이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우리는 중국과 전쟁을 치러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오고 이는 다시 남북한간의 전쟁으로 직결될 것이다. 곧,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게 되면 중국은 이제까지 공공연히 주장한 것처럼 통일을 위해 대만을 침공할 것이고, 이 경우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게 된다. 이 때 주한미군은 자동적으로 중국과의 전쟁에 개입하고 한미연합사의 지휘를 받는 한국군은 저절로 중국과의 전쟁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4) 탈냉전시대 한반도 전쟁위협과 주한미군
이와 같이 주한미군은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한반도를 전쟁의 장으로 끌고 들어갈 뿐 아니라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여 평화를 저해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탈냉전의 시대인 90년대에도 우리는 북한과 미국 사이, 또 남북한 사이에 94년 6월 영변핵위기, 98년 금창리핵위기, 미사일위기 등과 같은 전쟁위협 또는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것을 체험하였다. 미군의 한국주둔을 정당화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으로부터 군사적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들 위기는 미국이 필요이상으로 조장한 측면이 짙다. 이제 미국은 TMD와 NMD를 추진하여 한반도 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면서 긴장고조를 획책하고 있다.
실제로 94년 6월 영변핵위기 때에는 전쟁전문가를 300명이나 의정부에 파견하여 전쟁 팀을 가동시켜 전쟁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그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2000년 5월 24일 ꡔ한겨레ꡕ와의 대담에서 증언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회고에서 파악해 보자. 그는 “당시 미국은 동해에 항공모함의 비행기를 몇 분 안에 북한에 갈 수 있는 거리에 배치했고, 함포사격하려고 준비했다. 하루는 보고를 받으니 내일 레이니 대사가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는데 대사관 직원 가족들의 철수를 발표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이 전쟁 직전에 취하는 조처다... 남북에서 얼마나 죽을 지 모른다. 천만 명에서 2천만 명이 죽을 것이다....그날 저녁 클린턴하고 32분 동안 통화했는데 대판 싸웠다.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에는 남북전쟁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진술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과연 전쟁을 방지하는데 얼마나 역할을 했는지에 관해서는 의문투성이 이다. 당시의 위기 상황을 다룬 여러 저서나 증언에서 김영삼의 반대 때문에 전쟁파국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진술은 아직 없다. 오히려 그는 전쟁을 부추긴 측면이 많았다. 이구동성으로 또 당시 미국의 핵전담 대사였던 갈루치도 KBS와의 인터뷰에서 몇 분만 늦었더라도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이야기했으며 대부분 카터의 중재 덕분에 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 직전까지 치닫는 상황에서 우리의 대통령은 무엇을 하였는가 이다. 이렇게 전쟁 일보직전까지 가도록 방치한 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여야 할 대통령으로서 엄청난 직무유기를 아니 죄악을 저지른 것이다. 또 김영삼의 증언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남한의 대통령이 반대를 해도 전쟁은 미국의 각본에 따라 그대로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김 전대통령도 32분 동안 클린턴과 싸웠는데도 그 결과 전쟁을 막을 수 있었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한반도 내의 전쟁에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어쩔 수 없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문제는 한반도에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한 우리 개개인의 죽고 사는 문제가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또 우리의 대통령도 어쩔 수 없는 거의 불가항력적이라는 점이다. 곧, 자기 스스로 죽고 사는 문제, 이 절박한 문제조차 통제할 수 없는 나라와 상황, 이것만큼 긴요한 문제는 없을 것이다. 또 이러한 기막힌 상황을 끝장내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바로 이런 위협을 끝장 낼 통일이나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이면서 ‘통일 그 해야합니까?‘라고 반문을 하고 있다. 또 우리의 생사를 자기들 멋대로 주물닥거리는 미국에 대하여 짝사랑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이 촉구된다.
이후 98-9년 금창리핵위기 때에도 있지도 않는 북한 핵무기개발을 문제삼아 미국이 전쟁불사를 천명하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위기를 조성하였다. 또 북한의 제2 인공위성발사에 대하여 미국은 항공모함 등 전투력을 한반도에 증강시켜 무력위협을 벌렸고, 일본은 마치 전쟁이라도 치를 듯한 광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미국과 한국 일본은 말로는 평화를 외치면서 북한을 겨냥한 군사훈련은 점점 더 강화시키고 있다. 이제는 한․일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할 정도로 한국과 일본간에 군사적 동맹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일본은 가상의 독도 상륙 훈련까지 전개하는 군국주의성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곧 역지사지로 핵이나 미사일문제를 본다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미국에 의해 조장된다는 사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일본이 가공할 군사력으로 전쟁위협과 북한봉쇄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입장으로서는 자신의 생존권을 보장받는 것이 최대의 과제이다. 이 상황에서 미사일 개발은 자위권의 차원에서 자신의 생존권을 보장받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미국이나 일본의 전쟁위협이 지속될 때 북한은 빈사상태에 놓여 있는 경제상황에서 더 이상 재래식 무기로 자신의 군사적 안보를 보장받지 못한다. 그러나 미사일 개발은 작은 비용으로 대북한 전쟁을 억제시키는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합리적인 전략적 선택이다. 이 밖에도 미사일 개발은 외화벌이 상품도 되고, 김정일의 업적으로 삼아 정권의 정당성을 높일 수도 있고, 외교카드로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미사일 문제의 핵심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하여 군사적 대응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미사일 개발의 필요성을 가지지 않도록 북한의 생존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의 페리 보고서에서도 북한의 생존권 보장을 제대로 해 주지 않고 있다. 이는 지속적으로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한 군사적 긴장은 지속되고 평화는 끊임없이 위협받게 된다.
5) 군사안보를 위한 주한미군의 필요성이라는 허구
소련이 붕괴한 이 시점에서도 북한을 핑계로 미국이 한반도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또 통일 이후에도 기어이 주한미군을 유지하려는 속셈은 바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견제와 봉쇄를 위한 것이라 보아야 한다. 이미 95년의 나이보고서, 1999년 10월의 `21세기 국가안전보장위원회'가 펴낸 동북아전망보고서, 2020년대의 미국 전략계획인 ‘Joint Vision 2020’ 등은 노골적으로 중국을 21세기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1999년 10월 6일에 발표된 미국국방장관 자문기관 `21세기 국가안전보장위원회'가 동북아전망보고서는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2025년께 동아시아(오세아니아 포함)는 세계 최강의 경제권이 되고 지역적 중요성이 증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전통적 가치관에 변화가 생겨 개인의 자유 및 민주주의 중시 풍조가 대두될 것이다. 그와 함께 경제붕괴, 중국 정세의 급변, 한-중-일 3국간 관계악화와 세계유일의 대국간 영토분쟁 등으로 대규모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매우 높다......동아시아 최대초점은 중국의 장래다. 체제가 어떻게 변화하든 실질 국내총생산은 2025년에 세계최대로 된다. 군사대국이 된 중국에 국가주의가 대두하면 대만, 스프래틀리(난사군도) 문제 등으로 미․중 관계는 긴장한다.”
이 같이 주한미군은 철저히 그들의 세계지배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왜 그들 때문에 우리가 전쟁에 휘말리는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야 하는가? 너무나 잘 알려진 것처럼 주한미군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군사 작전권이 미국에게 넘어가 한국은 군사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절름발이 주권국가가 되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작전권을 다른 나라에, 이렇게 50년 이상 넘겨주고 있는 나라는 없다. 90년대 중반에서야 평시 작전권이 한국군에 넘겨졌으나 전시 작전권은 여전히 미군에 속한다. 작전권은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것임을 볼 때 이는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격이다. 우리는 죽고 사는 문제를 남에게 맡겨버리는 너무나도 간이 큰 나라인 셈이다. 실제로 지난 서해교전이 일어났을 때 이미 작전권은 미군으로 넘어갔었다.
이와 같이 자주적인 민족사행로를 가로막고 때로는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주한미군이다. 이러한 주권 상실은 민족자존에 대한 침해이고 우리 민족사의 치욕이다. 또 세계 여러 나라들 앞에서 자주 독립국으로 얼굴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 수치스런 모습이다. 이 때문에 세계무대에서 떳떳한 세계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 당하고 있다.
결국 군사안보 측면에서 보도라도 주한미군은 전쟁억지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계속해서 전쟁위협과 군사적 긴장을 강요하는 물적 토대이다. 결과적으로 미군이 이 땅에 존재하는 한 우리는 언제나 삷과 죽음의 기로 속에서 자신의 삷조차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살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죽음을 엎고 사는 삶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시점이다.
4. 통일과 주한미군
매향리사격장, 한강 독극물 투하, 노근리 양민학살 등을 계기로 주한미군 철군에 대한 여론이 고조됨에 따라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김대중대통령은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이며 이는 동북아세력균형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미국의 동복아 및 세계전략과 현재의 미국정책을 본다면 전혀 허구적인 주장이다.
먼저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 통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발판으로 사라진 소련이라는 적대신 북한을 새로운 적으로 삼아 이를 빌미로 동북아와 세계의 경찰역할을 자행하여 중국과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봉쇄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한반도가 통일이 되면 이러한 구실이 사라지기 때문에 미국은 통일을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통일된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는 한 미국과 작은전쟁 상태 하에 놓여 있는 중국이 한반도 통일에 협력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는 우리의 역사에서 임진왜란, 한국전쟁 등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일부에서는 통일독일에 미군이 주둔하여도 통일이 되었다면서 이를 한반도에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독일과 한반도는 세계질서와 지역질서에 엄청난 차이점을 보이기 때문에 교조적으로 적용시킬 수 없다. 독일의 경우는 냉전에서 탈냉전으로의 전환점이었고, 통일독일이 나토체제에 확대 편입되는 것을 소련이 수용하였기 때문에 미군이 통일독일에 주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한반도의 경우는 탈냉전이 아니라 이미 한미일삼각동맹과 중국과 소련 및 북한의 느슨한 연대 속에 작은냉전으로 이행과정에 있으며, 앞으로 동북아신냉전으로 전환될 과정에 놓이게 된다. 통일한국의 미군주든은 나토체제와는 달리 통일한국(조선)이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에 편입되어 현실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위협요소가 더욱 증가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중국이 이를 수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일 삼각동맹의 해체나 현저한 약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한 동북아질서가 한반도통일을 허용하지 않는 구도를 띠고 있다.
결론적으로 주한미군은 우리 민족사의 숙원인 민족통일의 걸림돌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앞에서 본 바대로 주한미군의 존재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엄청나게 중요하다. 그러나 통일이 되면 통일한국에 미군이 주둔해야 할 핑계가 사라지게 되고, 주한미군 철수를 통일한국 국민들이나 주변국가들이 강력하게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은 어쩔 수 없이 철군을 해야 하므로 남북한을 계속 분단시킨 채 미군을 주둔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겉으로는 한반도 통일을 지원한다는 그럴듯한 이야기를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한반도 통일에 영향을 끼칠 중요한 주변국은 미국 다음으로 중국이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남과 북이 서로 합의하여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것이라면 비록 통일한국이 자본주의체제를 지향한다 하더라도 굳이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한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흡수하는 통일이나 미군이 38선 이북에 진주하여 중국의 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통일은 중국이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역시 비록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중국과 비슷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을 이루기 위하여 주변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서도 주한미군은 철군되어야 한다.
5. 동북아 세력균형과 조정자로서의 주한미군
동북아세력균형을 통해 동북아 평화를 보장받기 위하여 통일 후에도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친미파들이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전혀 합리성과 설득력이 없다. 동북아세력균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억지하는 역할을 미국이 수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오히려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을 강화하면서 일본을 군사대국화를 촉진시키고 있다. 미일신방위협력지침 등을 통하여 군사대국화를 뒷받침하여 미일동맹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또 북한을 거짓 핑계로 TMD를 설치하고 NMD를 구축하여 중국과 러시아와 군비경쟁을 가속화시켜 옛날 소련을 복속시켰던 것처럼 중국과 러시아를 군사적으로 완전 봉쇄시키고 있다. 바로 이 동북아패권전략의 튼튼한 물적토대가 되는 것이 주한미군이다. 이러한 미국의 깡패국가적 패권행위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상호 동맹체제를 강화하고 북한과 결속을 하면서 대응체제에 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미국에 동북아 패권전략은 이미 작은냉전 상태로 몰고 있고 앞으로 중국의 GNP가 미국을 능가하는 2020-30년경에는 신냉전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주한미군은 바로 이러한 신냉전의 몰적토대가 될 것이다. 주한미군에 동북아 지역의 세력균형을 기대하는 것은 허구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 통일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잘 못하면 또 다시 전쟁까지 강요당할지도 모른다. 이제 동북아세력균형은 우리 남과 북이 주도하여 조정과 균형을 추진하는 데서 달성될 수 있다. 우리 남과 북의 군사력과 경제력은 결코 조선조 말의 하잘 것 없는 수준은 아니다. 충분히 조정자 및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외세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평화를 추진하는 세력균형자와 조정자로서의 적극적인 자신으로 탈바꿈하여야 한다.
6. 시민운동적 쟁점과 주한미군
다음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직결되는 인권침해․환경권침해․생활침해 등 시민운동의 측면에서 주한미군 주둔의 문제점을 살펴보겠다. 이들 문제의 근원은 너무나도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공식명칭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 SOFA)에 있다. 미국은 이 불평등한 협정에 대한 우리 정부나 시민사회의 요구를 계속해서 거절하고 있다. 크게 세 가지 면에서 이 협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겠다.
첫째는 형사관할권의 문제이다. 한 마디로 이 불평등한 협정 때문에 주한미군이나 그 가족 및 군속 등은 이곳 남한 땅에서는 완전한 봉건시대의 특권귀족인 셈이고 피해를 보는 한국사람은 봉건시대의 농노 정도로 취급당하고 있다. 몇 가지 선별적으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겠다.
1) 한국이 1차 재판권을 가진 경우도 미국이 요청하면 포기하게 된다. 공무 중에 일어난 일이라는 핑계만 되면 재판권이 미국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2) 미군 범죄자는 최종 판결 전까지 구속하지 못한다.
3)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 한국검찰은 항소할 수 없다.
4) 주한미군은 재판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5) 수감중인 미군도 미국이 요청하면 미국에 양도해야 한다.
둘째는 민사청구권문제이다. 여기서도 불평등은 형사 관할권과 비슷하다. 곧, 미군이 저지른 공무 중 행위에 대한 배상의 경우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한국정부가 배상의 25%를 부담한다. 또 책임소재가 불분명할 경우 무조건 미국과 남한이 반반씩 균등 부담한다. 왜 일은 자기들이 저질러 놓고 책임은 한국정부가 져야 하는가? 21세기에도 우리는 주한미군이라는 신판 봉건귀족을 모시고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주한미군의 농노로 남아 있어야 하는가? 우리 모두가 냉정히 반문하여야 할 때이다.
셋째는 미군 공여지, 곧 미군이 한국 땅에서 군사기지 등의 핑계로 쓰고 있는 토지나 재산의 문제이다. 이에 대한 실상과 문제점은 아래와 같다.
1) 약 8천만 평이 주한미군에 의해 무상으로 사용되고 있고, 이 땅의 값은 1997년 공시지가 환산으로 약 13조원에 해당된다.
2) 이로 인해 한국인 개인의 땅이 강제 수용되고 보상도 미비해서 사유재산권침해가 심하다.
3) 이들 공여지로 인하여 서울을 비롯한 도시나 지역의 체계적인 도시계획이나 발전계획이 제대로 세우지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 신 청사 이전계획이 무산되고, 국립중앙박물관 건립이 절름발이식으로 진행되고, 동작대교가 교통해소에 도움을 주지 못하도록 운용되는 것 등은 바로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군사기지 때문이다. 부산의 부두는 수출입 화물이 많아 짐을 실은 배가 바다에 몇 주씩 대기해야 하는 화물체증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미군이 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가한 부두를 같이 쓰거나 주한미군이 없으면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한국 속의 미국별천지에 감히 접근도 하지 못한다. 이 외에도, 연천. 동두천, 파주, 문산 등의 연례행사인 홍수피해 등도 바로 미군기지 때문에 발생 및 악화되고 있다.
4) 또 종종 언론에서 지적되고 있는 미군기지 주위의 환경오염 문제이다. 환경에 관한 한 미군기지는 마치 치외법권 지역이나 다름없다. 한강 독극물 투하사건이 전형적인 보기이다.
5) 매향리와 같이 미군이 군사훈련장, 사격장, 폭격 연습장용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주위의 주거지역이 엄청난 생활위협을 당하고도 속수무책이다. 또 주한미군의 주둔과 공여지 때문에 발생되는 문제점은 이것 외에도 미군의 범죄, 미국의 저질 문화 범람, PX물품을 밀수출하는 문제, 신형무기의 시험장으로 우리 국토를 황폐화시키는 문제 등 수 없이 많다.
7. 反美라는 올가미
이제까지 주한미군이 주둔함으로써 우리의 통일, 평화, 주권, 자주권, 동북아세력균형, 전쟁위협 등 거시적 문제와 인권, 생활권, 환경권, 여성해방권 등 미시적 문제에서 발생되는 대표적인 문제점들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이들을 다 포괄하는 총체적 수준의 접근에서 주한미군은 더 이상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거는 충분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사회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옹호론자들이 적지 않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옹호론자들이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한미군에 대한 비판적 인식과 이제까지의 예속적인 한미관계를 종식시키고 인권, 환경권, 생활권, 자주권, 평화권 등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겠다는 당연한 시민사회의 움직임에 대하여 반미라는 덫을 씌우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통령까지도 한강독극물 투하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사과 및 재발방지, 매향리 국제폭격장 폐쇄, 지배와 예속으로 점철된 한미행정협정의 대등한 관계로의 수정, 주한미군 철군운동 등 일련의 미국과 주한미군에 관련된 시민사회의 당연한 요구까지 맹목적인 반미감정으로 몰아 부치고 있다. 여기에다 야당 총재는 한 술 더 뜨 이들을 급진세력이라는 올가미를 덮어씌운다. 사대주의 지식인과 언론은 과거 이광수, 최남선, 조선일보 등이 일본제국주의 식민시대에 일본을 칭송하던 것과 비슷하게 찬미가를 부르면서 반미, 불순세력, 급진세력 등의 조합을 통한 올가미를 휘두르고 있다. 이러한 반미=용공=친북=불순세력=급진세력=탄압대상(무조건) 이라는 올가미는 아래와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이 올가미는 남한에 진주한 미군정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그들의 지배를 위해, 반미는 용공이고, 용공은 무조건적 탄압이라는 도식과 낙인을 우리 남한사회에 강제한 것으로 그 뿌리가 내생적이 아니라 외생적인 것이다. 이미 다 알려져 있지만 해방공간의 지배적 이념은 친일파 청산과 민족통일국가 건설이었지 결코 반공은 아니었다. 1946년 8월 미군정청이 전국의 8천 여명의 실태조사에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선호하는 응답자가 무려 77%이었고 자본주의는 경우 14%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현재까지 기승을 떨친 반공과 숭미의 이념지향은 우리 사회의 내적 동력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니라 일제식민통치기간에는 일본이라는 외세가 반공을, 해방공간에는 미국이라는 외세가 숭미와 반공을 강제하고 이식한 것이다.
둘째, 이 미국에 의해 강제 이식된 올가미를 그대로 물려받은 친미파 정권들이 과거 50년 가까이 반미와 용공이 결합된 반미․용공 올가미를 확대재생산하여 민주화 세력을 탄압하면서 그들의 독재권력을 유지해 왔다. 국민의 정부라는 정통성을 제대로 갖춘 정권이 등장한 이후 이러한 올가미는 약화되긴 하였지만 여전히 반미․용공의 올가미는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포진하고는 기회만 엿보고 있다. 바로 이 기회를 이들 친미분단기득권 세력들은 최근의 남북정상회담의 국면에서 국면 되짚기를 위한 보도로 꺼낸 것이다.
셋째, 이 올가미는 스트레오타입과 낙인론으로 합리성을 상실하고 있다. 앞에서도 강조하였지만 주한미군이 주둔함으로써 우리가 일방적으로 예속되고 강제 당하는 불평등과 왜곡을 바로잡고 대등한 한미관계의 설정을 추구하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은 비정상적 한미관계를 정상적 한미관계로 만들자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당위적인 행위이다. 또 피해당사자들인 서울시민, 매향리주민, 윤금이와 같은 기지촌의 한국여성, 화장실에서 살해당한 홍익대 학생들의 가족과 친우들의 미시적 차원의 행위 또한 당연한 합리적 행위이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당사자와 이 비정상적인 관계의 근본적 수정을 촉구하는 시민운동을 반미와 불순세력 및 용공으로 올가미 씌우는 것은 이제까지 반공이면 모든 것을 정당화시키는 군부독재의 반동의 시대로 되돌아가자는 反민주와 反합리의 극치이다.
넷째, 우리는 역사적인 6.15남북정상회담과 8.15이산가족 상봉을 거치면서 민족 재 통일시대를 맞았다. 통일은 두 개의 이념적 지향 세력이 그 각자의 이념을 초월하여 하나됨을 추구하는 융합의 과정이다. 이는 필수적으로 남과 북 각자의 이념을 인정하면서 서로의 공통점을 확충시키고, 외세에 의해 강제된 분단을 이제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남과 북의 협력을 통하여 자주적으로 성취하는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거역하는 숭미주의를 강요하고, 반미=친북=용공이라는 올가미 도식을 휘두르는 것은 민족사의 도도한 흐름을 거역하는 행위이다.
다섯째, 우리는 과거 일본제국주의 식민통치 35년 동안 수많은 조선의 지식인들이 조선총독부와 밀약을 하면서 민족개량주의라는 이름아래 망국의 잘못을 일본과 외세에 찾기보다는 우리 민족스스로에게 돌림으로써 더 심대한 친일행위와 반민족행위를 한 사실을 기억의 역사에서 확인한다. 통일시대라는 오늘날도 숭미주의에 빠진 정치인, 언론, 지식인들이 이러한 반미=용공=친북=불순세력=급진세력=타도대상 이라는 올가미를 비정상적 한미관계를 바로잡으려는 시민과 시민운동에게 휘두르는 것은 일제 시대 이완용, 최남선, 이광수 등의 친일민족반역행위와 너무나 유사성을 띤 것으로 비춰진다.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미래의 역사방향에 대한 중요한 역사적 교훈을 얻어야 한다. 바로 이들 친일파들의 행적과 친화성이 높은 행적들을 반미=용공=친북=불순세력=타도대상의 올가미를 휘두르는 정치인, 언론, 지식인 등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게 아닌지 우리의 엄중한 경계를 요구하고 있다.
8. 맺음말
우리의 수도인 서울의 심장부인 용산기지를 고려시대 원나라 군대가 주둔한 이래 조선조 말 청나라 군대, 식민지기간의 일본군, 해방과 더불어 미점령군이 독차지하였고,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라는 외세가 치외법권 지역을 설정해 우리 나라 위의 상전나라 행세를 하고 있다. 이 망국적 민족사가운데 54년이란 미군주둔만큼 오랜 기간 외국군이 주둔한 적이 없다. 이 미국과 주한미군들은 국민적 차원의 근검. 절약운동까지도 수입규제라는 빌미로 내정 간섭을 일삼았고, 한강에 독극물을 던져 넣고는 오리발을 내밀었고, 매향리에는 주일미군, 괌미군 등 미군의 전용 국제 폭격장을 만들었고, 걸핏하면 ‘120일전투시나리오’, ‘제2의 한국전쟁’, 영변 핵폭격, 금창리 핵폭격을 외치면서 우리 7천만 민족을 전쟁의 공포 속으로 몰아 넣고 있다. 이제 더 나아가 통일이후에도 미군을 주둔시키겠다면서 실질적으로 통일을 한사코 막겠다는 저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주한미군은 우리의 미시적 삷에서부터 거시적인 민족사 행로에까지 온갖 내정간섭과 점령군의 역할을 해 왔다. 이 땅의 분단기득권 세력은 이러한 민족의 질곡과 예속으로부터 해방을 추구하기보다는 예속과 분단의 길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다. 이제 6.15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시대인 통일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제 통일시대의 민족사적 핵심과제인 평화와 통일을 쟁취하여야 할 시점이다. 통일시대의 주한미군문제는 인권, 생활권, 환경권, 여성해방권 등과 민족의 자주권 및 주권과 통일의 수준에서 각기 분리하여 개별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접근을 것이 요구된다. 이로부터 분출된 동력을 바탕으로 평화와 통일의 문을 활짝 열어 재끼는 날을 기약한다.
우리와 민족의 미래를 더 이상 이들 외세, 분단기득권 세력 및 올가미세력에게 맡겨둘 수는 없다. 이제는 우리 보통사람들이 모두 나서야 할 때이다. 우리들이 주인다운 삶을 이 땅에서 누리고 더 나아가 민족통일을 일구어 민족다운 민족으로 자존을 회복하기 위해서 이다. 우리들 보통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다양한 시민운동단체들과 연대활동을 강화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이끌어 나가는 자존의 민족으로서 평화와 통일의 장을 기필코 열 것이다. <끝>
첫댓글 ㅇ ㅕ ㄱ ㅣ 는 유머나라1번지 최신유머란이란 말이요..
귀엽게 봐주세용!!
후훟~ 백지에,, 개미가 떼거지로,,,
훗...내가 이글을 읽고 감상평과 비평문을 작성해서 올린다면 나의 이미지가 조금이라도 UP될수 있을까?
드르르르륵!
귀엽다,,,-_-;;
듥
훗...뻘구디가 그러면 난 논문쓴다.
아랫글눌러서 어쩔수업시 보게 도얏슴, 아 눈아퍼~_~
가끔응,, 아주아주 믿기가 힘들지만,, 구뎅이가 썩~ 갠찬응늠같기도 하고,,, (←배고파스 살푼~ 맛갔따,,)
↑지금 누님의 상태는 지극히!!!!!!!! ☆정상☆ 이오 훟훟...
왠 봉창두드리는 소리여.. 개그나 해라
저걸 다 읽는 사람은 당신같은 사람이다 ↓
논문 쓰는 중......
훗~~양키 즐~~
이걸 쓰고 올리고 자랑스럽겠어요~[태클 아님a] 출저를 밝히지 않았음으로 유효!
읽고는 싶지만..눈이 아프오..줄좀 눈안아프게 띄어주세요~~ㅜ_ㅜ
다 읽느라 죽는줄알았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