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에 관해 제게 가장 유용했던 문헌은 세 가지입니다.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Charles Leadbeater, 이순희 역), <대중의 지혜>(James Surowiecki, 홍대운-이창근 역), 그리고 <Collective Inteligence: Creating a Prosperous World at Peace>(Mark Tovey 편)입니다. 원래 <집단지성>(Pierre Levy, 권수경 역)이 원조격이지만, 좀 추상적 내용입니니다. 세번째 책은 번역본이 없으나 Creative Commons License가 되어 있어 인터넷에서 통채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http://www.oss.net/dynamaster/file_archive/080227/8580f18843bf5c10f17c38f7ad9fdf71/Complete_022508-C%20FINAL%201420.pdf ).
집단지성에 관한 정의입니다. 집단지성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가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이지요. 워낙 그 말이 가리키는 현상이 다양한 모습을 띄고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아마도 집단지성에 관해 처음 공부하는 사람은 누구나 부딪치는 문제일 것입니다. 그냥 누구나 작업상의 정의(working definition) 정도만 갖고 연구를 시작함이 현명할 것입니다.
집단지성에 관해 제가 알기로 딱 부러진 신통한 정의는 없습니다. 이 개념은 두 부분의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지성(intelligence)이라는 부분입니다. Intelligence는 우리말로 지능, 지혜, 지성 등을 의미합니다. 사전적으로는 그것은 인지적 능력(cognitive capability) 혹은 두뇌의 능력을 가리키지만, 여기서는 두뇌의 활동을 포함합니다. 예컨대 판단(judgement), 예측(prediction), 발견(finding), 발명(invention), 개발(development), 이해(understanding), 상상(imagination), 해석(interpretation), 혁신(innovation), 주장(arguement) 등이 포함됩니다.
둘째는 집합적(collective)이라는 부분입니다. 그것은 여러 사람의 지성이 모이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의 지성은 다양한 방법으로 수집될 수 있습니다. Wikipedia처럼 사람들이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 그것을 의도적으로 모을 수도 있고, Google search처럼 소프트웨어가 자동적으로 모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Linux처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지성을 기부할 수도 있습니다. 공유(sharing), 참여(participation), 협력(collaboration)은 지성이 집합되는 방식입니다. 다만 현대의 집단지성은 과거와 달리 정보기술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집단지성이 작동하면, 정보나 지식은 물론이고, 재화나 서비스, 나아가 집합 행동(collective action)이 생산됩니다. 생산물이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온갖 분야에서 집단지성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교육, 학문연구, 정치, 산업, 언론, 시민운동 등이 집단지성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학문 분야로는 교육학, 인류학, 사회학, 정치학, 경영학, 언론학, 전자계산학 등이 집단지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집단지성이 실제로 구현된 이상적인 사례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이상적인 사례라? 현실에서 집단지성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1) 매우 다양한 모습을 지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상적인 사례란 없습니다. Iowa Electronic Markets, Google search, Linux, Wikipedia, Slashdot.com, Amazon.com, 오마이뉴스는 모두 집단지성을 이용한 서비스이지만 우열을 따질 수가 없습니다. 서로 너무나 다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과, 배, 귤, 포도, 감 등을 놓고 어떤 것이 가장 맛있는 과일이냐를 따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2) 현대의 집단지성은 자연발생적이 아니라 모두 기획된 것입니다. 처음부터 완전하게 기획된 경우는 없지만, 각각 나름의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 고안된 것입니다.
집단지성의 이러한 특징 때문에 현 단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첫째, 새로운 영역, 새로운 목적에 집단지성을 응용해 보는 줄기찬 시도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도 상당히 다양한 영역에 시도되었지만 집단지성의 응용 가능성의 끝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둘째, 집단지성의 성공적인 전개를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집단지성은 만병통치약이나 요술방망이가 아닙니다. 어떤 분야 혹은 어떤 용도에는 효과적인 접근방법이지만 다른 분야, 다른 용도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분야, 동일한 목적이라도 적용에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문헌들에는 집단지성에 관한 많은 사례와 성공 요인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리스트는 없습니다. 집단지성 분야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집단지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과연 평범한 대중이 지혜를 모은다고 얼마나 지혜로울 수 있을까? 르 봉의 지적처럼 볼테르만큼 영리한 군중은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심리학에서 말하는 집단사고(group think)가 더 현실적인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집단사고는 군중 속의 사람들이 갈등을 피하기 위해 충분한 숙고나 비판적 검증 없이 합의에 도달하는 심리적인 현상을 말합니다. 사실 어떤 조건 속에서 집단지성이 발현되고 어떤 조건 속에서 집단사고로 귀결되는가는 매우 흥미 있는 연구 주제입니다.
또 다른 의구심은 집단지성적 접근이 개인성(individuality) 혹은 개인의 창의성을 위협하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개인(individuals)이 충분히 개화된 경험을 갖지 못한 우리의 역사에서 집단을 강조하는 어떠한 주장도 집단주의(collectivism)에 대한 우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비판은 이념적 반응의 성격이 강하니 이 자리에서 논의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집단지성이 무엇인가? 쉽게 대답할 수 없군요. 혹시 여러분은 명쾌한 해답을 갖고 있는지요?
출처 : 페이스북 - 정보사회학 : 집단지성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