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스트 프렌드
22. 동하 이야기
정원누나를 닦달해서 신예원이 소개팅하는 장소를 알아냈다. 정원누나도 모르는데 내가 누나를 닦달하니까 누나가 경원누나에게 전화해서 어디서 소개팅하는 거냐고 물어서 알아냈다. 장소는 부평에 잇는 할리스? 왜 부평까지 갔대? 은헌고나 세원고나 다같이 부천에 있는데. 부천역 가깝고 얼마나 좋냐고. 부천역에도 할리스 있는데.
할리스에 갔다. 경원누나 옆에 신예원이 예쁜 원피스를 입고 머리도 단정하게 올린 채 앉아있었다. 은헌고 서열3위라는 성진우 형이 좋아서 죽으려고 한다. 그들이 잘 보이는데 자리잡고 앉아 제일 빨리 나오는 에스프레소를 시켜놓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정동하 체면에 이게 뭐하는 짓인지. 정동하답지 않게 훔쳐보고나 있다니.
"야, 예원이 완전 예쁘지 않냐?"
"그러게. 오늘은 더 예쁘게 하고 나왔네?"
신예원 원래 예쁘거든? '오늘은'이 아니라 '오늘도' 아니냐?
"내가 경원이한테 너 소개시켜 달라고 졸랐거든."
"네...."
병신새끼. 경원누나 친구라서 가능했던 일이야. 복 받은 새끼. 이 에스프레소 처음 마셨는데 존나 쓰다. 책 읽는 척 하면서 귀는 그쪽을 향해있었다.
"예원이는 블루베리 요거트를 좋아하는 구나?"
"얘 요즘 이것만 마셔."
블루베리 요거트? 그거 강희랑 슬아, 희진이가 좋아하는 건데. 신예원도 같이 놀더니 좋아하게 되었나보다.
"너 안 가도 되냐?"
"안 가. 니 새끼가 예원이랑 뭔짓거리 하는지 감시할 거다."
"그만 가줘. 나 예원일아 둘이 있고 싶다."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
"경원아 담배 한 보루."
그 형은 경원 누나 가바엥 담배 한 보루를 넣어주었다. 경원누나가 씨익 웃었다. 이런 담배 한 보루에 신예원을 파는 건가?
"예원아, 언니 이만 가봐야겠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경원 누나는 그대로 사라졌다. 돈 4만원에 동생을 팔다니. 인간성 글러먹었다. 제길. 정원 누나한테 대신 지랄할거다.
신예원은 은헌고 새끼와 단둘이 남았다. 은헌고 새끼 꼴에 남자라고 부끄러워하며 손을 만지작거렸고, 신예원은 어색해했다. 그만 가라고.
"저.... 예원아.... 오빠가.... 예원일 많이 좋아해...."
"네...."
개새끼.
"예원인 오빠 어때?"
개새끼, 소새끼, 말새끼, 씨발새끼. 어떻긴 뭘 어때. 개같지.
"저....요....?"
"응. 오빠는 예원이 많이 좋은데..."
"전..."
신예원을 데리고 나와야겠다. 신예원이 저 새낄 좋아하지도 않겠지만 더이상 같이 있게 하고싶지 않다. 나는 에스프레소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 옆으로 지나가는 척하며 신예원의 옷에 커피를 쏟았다. 당황하는 신예원.
"뭐야, 새끼야."
내 멱살을 잡는 은헌고 새끼.
"괘.... 괜찮아요..."
신예원이 나를 보았다. 놀라는 신예원.
"정....동하.....?"
"이런."
괜히 우연인척. 쿡.
"여긴... 어쩐 일이야?"
니가 소개팅 한다고 하길래.
"누구 좀 만나러 왔는데 못 온대서 가려는 중이었다. 소개팅 중? 니 남친은 어쩌고?"
있지도 않은 남친을 만들어냈다. 어니, 내가 미래의 남친이 될 거니까 아주 개뻥은 아니지. 신예원은 당황한다.
"남친?"
의아한듯 묻는 은헌고 새끼.
"신예원 너 남친이 알면 가만 안 둘텐데."
내가 저 새끼 죽여버릴거다. 신예원은 당황했다. 없는 남친을 만들어냈으니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너 옷 어쩌냐? 미안하네. 가자, 옷 사줄개."
정동하 오늘 말 많이 한다.
"저기...."
"예원이 제가 옷 사주고 보내겠습니다."
황당해하는 그 새끼와 당황한 신예원. 나는 신예원을 잡아끌고 나왔다. 훗, 이순간 나는 완전 멋진 새끼다.
"저...."
잡았던 신예원의 손을 놓았다. 아쉬운 순간이었다. 나는 신예원과 함께 지하상가를 돌아다니며 예쁜 원피스를 사주었다. 신예원은 어쩔줄 몰라했다. 나 왜이리 좋을까. 신예원이랑 같이 있는 게 너무 좋았다. 행복하다는 게 이런거구나.
"배 안 고프냐?"
"별로..."
"난 고프다."
지하상가 밖으로 나와 문화의 거리로 나갔다. 고기부페로 갔다. 강희네 아줌마도 고기부페 하는데. 부천이었으면 거기로 갔을텐데. '셀프바' 라는 고기부페로 갔다. 냄새난다고 싫어하려나? 신예원은 아웃백이나 베니건스 이런데 가서 우아하게 스테이크 썰어야할 것 같은데.
"고기 좋아하냐?"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냥 있으니까..."
"그냥 먹어."
다음엔 고기부페 안 데려오마. 한가지 정보를 알아냈다. 이러면서 알아가는 거지. 신예원은 고기를 안 좋아한다. 하긴, 강희도 살찐다고 고기 안 먹는다. 슬아와 희진이, 성현이만 고기에 환장한다. 주원이와 나는 환장할 정돈 아니고 그냥 적당히.
"넌 뭐 좋아하냐?"
"난... 리치골드 피자."
피자? 리치골드? 그건 강희가 좋아하는 건데.(살찐다고 고기 안 먹으면서 피자는 좋아하는 아이러니) 식성이 강희랑 비슷하다. 친구끼리 닮는다더니만 비슷해져 가나보다. 리치골드 피자라.... 오케. 다음엔 그거 먹자.
"입맛 되게 까다롭다, 너. 그냥 먹어."
신예원은 거의 안 먹고 굽기만 한다. 그러면서 나를 챙겨준다. 왜이리 그모습이 예뻐보이던지. 예쁜 애가 예쁜짓만 골라서 하는구나.
"너 안 먹냐?"
"먹고 있어. 많이 먹어."
먹긴 뭘 먹어. 아까부터 나 혼자만 먹고 있구만. 신예원이 가지고 잇는 집게를 빼앗았다.
"이제부턴 내가 구울테니 너 먹어라."
신예원의 그릇에 고기를 왕창 올려주었다. 오물오물 예쁘게도 먹는다. 쌈도 싸주었다. 신예원이 흠짓했다. 나는 억지로 밀어넣어 주었다. 잘도 받아먹는다. 신예원도 내게 쌈을 싸주었다. 훗. 이렇게 있으니 커플 같잖아. 누가봐도 커플이네.
"동하가 평소엔 말이 없어서 무뚝뚝한줄로만 알았는데 의외네."
웃는 신예원. 내가 말을 잘 안 해서 그러지 자상하다고."
"여자친구가 좋아하겠다."
네가 내 여자친구가 될 건데. 뭘.
"은휼이도 자상하던데."
걔야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자상하지. 생글생글 웃으며 사람 복장터지게 만들고. 얘 은휼이한테 관심있나, 혹시?
"은휼이가 맨날 카톡도 보내준다?"
그래?
"응. 맨날 나 걱정해주고."
최은휼, 신예원 번호 땄나보지? 난 정원누나에게 뇌물바쳐 알아낸 건데.
"너도 은휼이한테 관심 있냐?"
그러지마라. 은휼이는 너 아니어도 좋아해줄 여자 많아.
"아니... 아직은 남자친구 생각해 본 적 없어."
그 말... 어쩐지 서글프다. 나에게도 기회가 없다는 건가? 기회가 올까?
"은휼이도 좋은데 난 강희랑 슬아랑 희진이가 더 좋아."
그래, 넌 여자친구들이 더 소중하구나. 그래, 차라리 그게 더 나을지도.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신예원이 좋아하는 애들이 여자라서 다행이다. '아직은' 관심 없지만 추후에는 관심 가질수도 있는 거고, 내가 그렇게 만들어주면 되는거다.
"동하 너도... 좋은 애 같애."
이렇게 말하며 예쁘게 웃는 신예원. 가슴 떨려 죽는 줄 알았다. 그렇게 웃지마. 너무 예쁘잖아. 예원이에게 나 역시 '좋은 애'로 각인된 건가? 쿡. 고생한 보람은 있구나.
"주원이 빼고."
푸.
주원이가 많이 괴롭히긴 하지. 천사표 신예원이라도 서주원은 싫은가보다. 맨날 시비터니 좋을 리가 있나?
"주원이한텐 비밀이다, 알겠지?"
"생각해보고."
걱정마. 주원이한텐 얘기 안 할 테니.

첫댓글 동하 응큼하기는 ㅎㅎㅎ결국엔 예원과 데이트아닌 데이트에 성공하긴햇네요
동하 멋지다! 그 카톡 주인공 너야! 동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