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너희 마른 뼈들아, 주님의 말을 들어라. 온 이스라엘 집안인 너희를 무덤에서 끌어내겠다.>
▥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37,1-14
그 무렵 1 주님의 손이 나에게 내리셨다.
그분께서 주님의 영으로 나를 데리고 나가시어,
넓은 계곡 한가운데에 내려놓으셨다. 그곳은 뼈로 가득 차 있었다.
2 그분께서는 나를 그 뼈들 사이로 두루 돌아다니게 하셨다.
그 넓은 계곡 바닥에는 뼈가 대단히 많았는데, 그것들은 바싹 말라 있었다.
3 그분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아,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내가 “주 하느님, 당신께서 아십니다.” 하고 대답하자,
4 그분께서 또 나에게 말씀하셨다. “이 뼈들에게 예언하여라.
이렇게 말하여라. ‘너희 마른 뼈들아, 주님의 말을 들어라.
5 주 하느님이 뼈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 이제 너희에게 숨을 불어넣어 너희가 살아나게 하겠다.
6 너희에게 힘줄을 놓고 살이 오르게 하며 너희를 살갗으로 씌운 다음,
너희에게 영을 넣어 주어 너희를 살게 하겠다.
그제야 너희는 내가 주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7 그래서 나는 분부받은 대로 예언하였다.
그런데 내가 예언할 때, 무슨 소리가 나고 진동이 일더니,
뼈들이, 뼈와 뼈가 서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8 내가 바라보고 있으니, 힘줄이 생기고 살이 올라오며
그 위로 살갗이 덮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숨은 아직 없었다.
9 그분께서 다시 나에게 말씀하셨다.
“숨에게 예언하여라. 사람의 아들아, 예언하여라.
숨에게 말하여라.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너 숨아, 사방에서 와 이 학살된 이들 위로 불어서, 그들이 살아나게 하여라.’”
10 그분께서 분부하신 대로 내가 예언하니, 숨이 그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들이 살아나서 제 발로 일어서는데, 엄청나게 큰 군대였다.
11 그때에 그분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아, 이 뼈들은 온 이스라엘 집안이다.
그들은 ‘우리 뼈들은 마르고 우리 희망은 사라졌으니,
우리는 끝났다.’고 말한다.
12 그러므로 예언하여라. 그들에게 말하여라.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나 이제 너희 무덤을 열겠다.
그리고 내 백성아, 너희를 그 무덤에서 끌어내어 이스라엘 땅으로 데려가겠다.
13 내 백성아, 내가 이렇게 너희 무덤을 열고, 그 무덤에서 너희를 끌어 올리면,
그제야 너희는 내가 주님임을 알게 될 것이다.
14 내가 너희 안에 내 영을 넣어 주어 너희를 살린 다음,
너희 땅으로 데려다 놓겠다.
그제야 너희는,
나 주님은 말하고 그대로 실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2,34-40
그때에 34 예수님께서 사두가이들의 말문을 막아 버리셨다는 소식을 듣고
바리사이들이 한데 모였다.
35 그들 가운데 율법 교사 한 사람이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물었다.
36 “스승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
37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38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39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40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지금부터 33년 전, 1991년 8월 23일 금요일입니다. 저는 교구장인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으로부터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그날의 설렘과 감동은 빛바랜 사진처럼 추억의 책장에 묻혀있습니다. 보좌 신부 8년, 본당 신부 8년, 교구청에서 8년을 살았습니다. 해외에서 9년을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제게 축복을 주셨습니다. 부족한 저를 위해서 좋은 분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본당 신부님들은 제게 이정표가 되어 주었습니다. 기도하는 사제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포근하게 감싸 안는 사제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사목의 열정을 보여 주었습니다. 책을 가까이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제가 33년을 사제로 지낼 수 있는 것은 모두 제게 이정표가 되었던 신부님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본당에서 2명의 사제와 교구청에서 2명의 사제와 함께 지냈고, 이곳 댈러스에서 1명의 사제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먼저 사제가 된 선배로서 이정표가 되어야 했는데,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8년간 본당 신부로 지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의 부족함을 아시고, 이미 성당이 완공된 곳으로 보내 주셨습니다. 적성에서는 초대 신부님이 성당과 사제관을 신축하였습니다. 저는 2대 신부로 부임했습니다. 초대 신부님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저는 교우들과 함께 말씀의 공동체를 반찬으로 만들었습니다. 본당 교우는 작았지만, 관할 구역은 넓었습니다. 33년 사제 생활 중에 보람 있고,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2번째 본당인 시흥 5동 성당도 전임 신부님이 성전 신축을 하고 떠났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의 부족함을 아시고, 좋은 봉사자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교우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보여 주었습니다.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성당 뒷산의 토사가 밀려왔습니다. 서울 시장도 와서 피해 상황을 살폈습니다. 저는 산의 높이를 낮추자고 제안했습니다. 서울시와 관할 구청에서도 저의 의견을 받아들였습니다. 성당 뒷산의 높이를 낮추니 성당에 큰 마당이 생겼습니다. 교우들은 마당에 잔디를 심었습니다. 철쭉과 유실수를 심었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아늑한 마당이 생겼습니다. 함께 하면 위기는 기회가 된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뉴욕에서 5년을 지냈고, 지난 2월부터 댈러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 또한 감사할 일입니다. 뉴욕에서는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동북부에 있는 사제들이 함께했기에 팬데믹 중에도 기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함께 캠핑도 다녔고, 함께 사목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뉴욕에서 제가 했던 일은 신문을 제작하고, 홍보하는 일이었습니다. 팬데믹의 여파로 신문 홍보가 쉽지 않았습니다. 가톨릭 신문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제가 운영하던 가톨릭 평화신문은 팬데믹의 파도를 무사히 넘을 수 있었습니다.
힘든 시간들 함께 했던 직원들과 봉사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는 하느님의 사랑을 넘치게 받았습니다. 팬데믹 중에 미국에 더 머물 수 있도록 영주권 신청을 해 보라는 권유가 있었습니다. 2년이 안되어 영주권이 나왔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댈러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으로 왔습니다. 댈러스 한인 성당의 전임 신부님이 저의 동창신부님입니다. 동창 신부님이 있던 곳이라서 마음이 편하고,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던 느낌입니다.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총입니다.
오늘 율법교사는 예수님께 이렇게 질문하였습니다. ‘스승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 그리고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사랑은 관념이 아니고 사랑은 실천이며, 사랑은 삶입니다. “내가 너희 안에 내 영을 넣어 주어 너희를 살린 다음, 너희 땅으로 데려다 놓겠다. 그제야 너희는 나, 주님은 말하고 그대로 실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사제서품 33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려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